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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2. 핀란드 수학교과서로 본 자발적 주의능력
 진보교육  01-12 | VIEW : 6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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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

핀란드 수학 교과서로 본 자발적 주의능력
-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을 향한 첫걸음 -

배희철(비고츠키연구회회장)

Ⅰ. 들어가며

  처음 글[논의를 위한 초초안]을 작성할 때, 제목은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에 대하여’였습니다. 부제는 ‘핀란드 수학 교과서와 자발적 주의능력의 발달’이었고요. 이렇게 부제와 제목을 잡은 까닭은 자발적 주의능력 향상에 관해 핀란드 수학교과서가 숙고해 놓은 것을 검토하면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에 대해 어떤 상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여러 장 넘겨보고 나서 제 기대가 너무 높았다는 것을 곧 깨달았습니다. 교과서 내용 중에서 발달을 선도해주는 풍부한 힌트는 딱 부러지게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주제와 부제의 순서를 바꿨습니다. 부제로나마 ‘발달’에 대해 언급한 까닭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장기 과제를 기억하자는 뜻입니다.  

  저의 이런 지적[知的] 모색은 2007년 진보교육연구소에서 개최한 세미나에서 처음 시작됐습니다. 구성주의 교육학을 비판하기 위해 준비한 세미나에서 사회적 구성주의자로 왜곡된 비고츠키를 만났습니다. 그렇게 진보교육운동 진영은 비고츠키를 처음 대면했습니다. 그 때의 감흥을 <강원교육>에 “비고츠키와의 만남”이라는 글로 남겼습니다. 12월 말에나 세상에 나옵니다.  
2010년 지방자치체 선거때 ‘경쟁에서 협력으로’라는 중심 슬로건으로 비고츠키의 이야기가 대한민국 교육 실천 영역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2011년 그의 주요 저작 <생각과 말>을 국내에 소개하면서 국내 연구자들에게 비고츠키의 무게감을 보여주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혁명>(2012)을 통해 진보교육운동진영이 제시한 일관된 실천전략과 내용체계는 비고츠키 연구 성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비고츠키 연구를 통해 진보교육운동진영에서 추출해낸 가장 중요한 개념은 ‘협력’과 ‘발달’입니다. 근접발달영역은 대한민국 주류 학계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교수학습과 관련하여 살펴보면 협력은 어디서나 공식적으로 최고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후보는 공약에 ‘협력학습’을 언급했습니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문건에도 ‘협력학습’은 유행어가 되고 있습니다. 교사들끼리 함께 연구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협력교수라고도 합니다. 원어민 교사와 한국인 교사가 협력교수하고 강사와 교사가 함께 수업을 진행합니다. 본교 교사와 분교 교사가 협력하여 학생을 지도하는 연구수업 장면도 이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협력수업(협력 교수학습)이라면 수업에서 교사와 학생의 관계가 협력이어야 한다는 제 제안도 배희철(2011), 협력수업. 학습연구년제 보고서. 강원도교육연구원.
이제 제법 확산되었습니다. <2014 인성교육중심수업 ‘협력학습’ 전국 워크숍> 자료집을 보았습니다. 워크숍은 10월 말에 대구에서 열렸습니다.  협력학습의 정의가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하지만 교사와 학생의 협력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협력수업만이 학계에서 강조하는 근접발달영역과 연결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에 반하여 ‘발달’은 잘 확산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잘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비고츠키의 발달 개념이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있습니다. 인지 발달단계나 도덕성 발달단계 때문에 (대부분 교사가 잘 모르고 있겠지만 구성주의적 의미에서 사용되고 있는) 발달이라는 낱말을 모르는 교사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비고츠키의 역동적인 발달 개념을 아는 교사를 찾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제가 아는 몇몇 교사가 전부인 듯합니다. 발달은 앞으로 우리 연구가 집중해야 할 부분입니다. 처음 하는 일이라 혼자서 연구하면 좌절하기 쉽습니다. 모여서 함께 ‘발달’ 문제를 공부하셔야 합니다. 제가 보기에 발달을 이해하지 못하면 교육과정은 결국 절름발이일 수밖에 없습니다. 최소한 12년에 걸쳐 펼쳐질 발달의 청사진이 초․중․고 교육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벌인 작업은 전인교육(전면적 발달을 지향하는 교육)을 <2014 지성․감성․인성을 기르는 창의교육 교원 전문성 신장 연수 자료>에 있는 성열관 교수님의 글은 전인교육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와줄 좋은 자료입니다.
하기 위하여 출발점을 살펴보는 거점 조사입니다. 여러 능력 중에 그저 대한민국에서 별로 각광받지 못하는 능력인 자발적 주의능력 하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것도 핀란드 수학교과서에 펼쳐진 것만 살펴보았습니다. 본격적인 발달 연구를 위한 탐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학계의 성과가 나오기를 참고 기다릴 수 없어 내딛는 첫걸음일 뿐입니다.


Ⅱ. 발달 교육 개관

  학교 교육의 효과를 이야기할 때 21세기 교육학은 ‘능력의 습득과 활용’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칩니다. (아직도 ‘지식의 획득과 활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기는 있습니다.) 20세기 초반 아동심리학에 도입된 발달이라는 개념이 교육학의 전면에 배치된 것입니다. 발달은 서구 교육학의 아버지 헤르바르트가 언급한 ‘형식 도야’에서 시작된 개념이며, 동양에서 회자되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한 발견적 탐구로 확보한 개념입니다.

1. 대한민국 교육학의 대답
  대한민국 교육학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의 발달을 다룰 뿐입니다. 인지 발달단계와 도덕성 발달단계를 암기하면 됩니다. 능력의 발달이 과연 어떻게 전개되는 것인지에 대해 치열한 탐색을 하고 있지 않습니다. 발달의 기제를 다루지 않고 있습니다. 그저 비고츠키의 말 발달단계와 생각 발달단계를 소개할 뿐입니다. 화석화된 지식을 언급할 뿐입니다. 역사에서 창조되어 문화로 전달되는 능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비고츠키의 발달론을 제대로 다루지 않습니다.
  국가 교육과정에 반영된 내용을 보면, 발달을 지식과 기술의 양적 누적으로 보는 행동주의적 서술과 학교 교육과 무관한 인지적 변화 과정으로 보는 구성주의적 기술만 눈에 띕니다. 하지만 최근에 나온 교육 심리학과 발달 심리학 교재를 보면, 인지발달 단계로 유명한 피아제와 사회적 구성주의의 대표로 언급되는 비고츠키가 서로 다투고 있습니다. 발달에 관한 논의는 구성주의 틀 내에서만 벌어지고 있습니다. 능력은 태어날 때 가지고 나오는 것, 운명처럼 이미 정해진 것이라는 가정에 근거한 논의만 있는 셈입니다.
  저는 컴퓨터로 글을 쓰는 능력을 지니고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컴퓨터는 문화적 도구입니다. 특정한 시대에만 존재하는 도구입니다. 컴퓨터 사용 방법을 사회적 압력 때문에 학원까지 가서 배웠습니다. 특정한 능력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그 능력의 발달입니다. 저는 사회에서, 학원에서 배워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 능력을 계속 발달시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교육학계는 학교 교육에서 다양한 능력을 계승․발전시키는 과정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발달을 이끄는, 발달을 도와주는,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 다비도프(2014), 정현선 옮김. 발달을 선도하는 교수학습. 솔빛길.
이 무엇인지에 대해 대한민국 교육학은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논의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꼬집어 말하자면, 질문을 던지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 같은 전교조 교사가 질문을 던지고 대답을 찾아 나서고 있을 뿐입니다.  

2. 세계 교육학의 대답
  발달, 특히나 문화적 능력 습득에 대한 논쟁은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을 패러다임으로 인정하면서 학술 차원에서는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세계적 수준에서는 이미 한 세대 전에 끝난 이야기입니다. 2007년에 씌어졌고, 2013년에 국내에 소개된 <레프 비고츠키>를 보면 구성주의 교육학자로 유명한 분도 비고츠키의 학문적 성과를 사회적 구성주의가 아닌 ‘문화역사적 이론’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르네 반 더 비어(2013), 배희철 옮김. 레프 비고츠키. 솔빛길. 저자는 2부 2장 ‘문화역사적 이론의 태동’(93-141쪽)에서 문화역사적 이론에 대해 정리했습니다. 진화의 결과인 하등정신기능(자연적 기능)이 어떻게 고등정신기능(문화적 기능)으로 변화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다양한 문화적 능력을 습득하고, 앞날을 예상하고, 치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자유인으로 나아가는데 (학교에서) 문화적 도구를, 특히 말을 숙달하는 것이 결정적이다(140쪽).  
20세기 후반, 「지식의 구조」로 국내에 널리 알려진 브루너는 서구 학계에서 “피아제는 지는 별이고, 비고츠키는 떠오르는 별이라 묘사했습니다. 그 상황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교육학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단 하나의 이론이,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이 정상학문의 위치를 장기간 독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쉽게 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브루너가 비고츠키는 미래에서 온 학자라고 평가한 것이 진실임을 세계 교육학의 석학들이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교육 방법으로 근접 발달영역을 창출하는 협력, 교육 내용으로 능력(핵심역량), 교육 목표로 전면적 발달, 교육 평가로 발달지향 평가는 세계적 추세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발상의 근원은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입니다.
  
  뇌 연구는 최근에 국가 간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세기 후반 일류 학자들의 판단이 옳고, 20세기 초반 비고츠키의 주장이 맞았습니다. 21세기 교육과정은 아주 초보적인 형태이지만 발달, 문화적 능력 습득을 전제로 하고 있는 ‘핵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2015년 말 유로 교육위원회가 제출할 교육과정은 ‘협력중심 교육과정’으로 명명되었습니다. 선진국 교육전문가는 21세기 교육은 좀 더 협력적인 교육활동을 통해 개개인의 전면적 발달을 추구하는 교육일 수밖에 없다고 단정하고 있습니다.

3. 막연하게 소개된 근접발달영역
1978년 <Mind in Society(마인드 인 소사이어티)>를 통해 미국 교육계에 근접발달영역 개념이 널리 알려졌습니다. 비고츠키가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습니다. 한국에도 20년 이상 학술 논문에 근접발달영역이 인용되고는 있습니다. 21세기에는 대다수 교대나 사대에서 비고츠키의 근접발달영역을 다루고 있습니다. 적어도 10년 전부터 이 개념을 모르고 교사가 된 사람은 한국에 없을 듯합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 국가수준 교육과정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Mind in Society> 86쪽을 보시면, “근접발달 영역은 홀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판정되는 실재적 발달 수준과 성인의 안내나 자신보다 더 능력 있는 동료와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잠재적 발달 수준의 거리“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비고츠키는 근접발달영역을 이런 식으로 정의한 적이 없습니다. <Mind in Society> 저자들이 깔끔하게 편집한 것입니다. 그들은 <생각과 말> 6장의 내용을, 특히 4절 35번째 문단의 내용을 압축적으로, 도식적으로, 서구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들의 정리에 가장 가까운 문장은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을 통해 결정되는 현재적 발달 수준과 어린이가 혼자가 아닌 협력을 통해 보여준 발달 수준의 불일치가 바로 근접발달영역을 결정한다.”입니다.
  서구식으로 정리했다는 것을 확실하게 지적하고자 합니다. 바로 앞 문장과 연결해보면, 원문의 협력은 교사와의 협력입니다. 하지만 <Mind in Society>에서는 동료와의 협력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원문에는 교사가 제공하는 협력이 시범, 유도 질문, 힌트 제공 등으로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Mind in Society>에는 모호하게 성인의 안내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서구적이란 것은 이처럼 개인주의 문화에 적절하게, 즉 학생 스스로 해나가는 것이 진리라는 전제에 맞게 정리되었다는 뜻입니다. 또한 시간적 비유(4년 차)를 공간적 비유(거리)로 대체하고 있습니다.

  이런 잘못된 이해가 한국에 수입되었습니다. 한국의 학계에서 아직도 비고츠키를 사회적 구성주의자로, 그의 대표적 교육방법을 비계[飛階] 설정으로 보고 있는 듯합니다. 근접발달영역에 담겨진 교육 실천의 진실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작업과 관련해서 명확히 해야 할 근접발달영역의 전제가 있습니다. 교사와의 협력인지 동료와의 협력인지와 관련 없이, 교사의 모범이든 안내이든 이와 무관하게 너무도 분명한 것은 근접발달의 계기가 개인의 관념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다른 인간과의 관계에서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시작되지 않으면, 경험이 없으면, 구경이라도 해보지 못하면, 독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보지 못하면 학생은 그러한 능력을 습득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자발적 주의능력도 마찬가지입니다.    

4. ‘발달 단계에 맞게’와 근접발달영역
  대한민국의 국가수준 교육과정의 발전을 위해, 올바른 교수학습에 대한 안목을 형성하기 위해, 자발적 주의능력 지도를 위한 방안을 찾아보기 위해 피아제와 비고츠키의 차이를 살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도 아이들은 장난감이나 일상 물건을 갖고 놀면서 수를 셀 수 있습니다. 용돈이나 세배 돈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가게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도 제대로 챙길 수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구체적인 물건을 조작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피아제에 따르면, 인지발달단계가 ‘구체적 조작기’에 있는 아이들이 보여주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이런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습니다. ‘발달 단계에 맞게’ 수학을 지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한민국 교실, 교과서를 생각하면 됩니다. 초등학교 1학년은 구체적 조작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직접 구체적인 물건을 조작하면서 스스로 수학 교과의 원리나 법칙을 발견하게 하면 됩니다. 학생은 이런 활동을 세 번 하고, 교사가 질문하면 제가 발견한 것을 발표하면 됩니다. 학생이 수학적 원리나 방법을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실은 비참합니다. 비참한 현실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다음 책을 참고하십시오.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2011), 교과서를 믿지 마라. 바다출판사.
교사라면 다 알고 있듯이 학생은 익힘 문제를 통해, 학습지 문제를 통해, 학원 문제를 통해 수학의 원리와 방법을 공부할 뿐입니다.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도록 수학 교과를 지도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핀란드 교실, 교과서를 상상하면 됩니다. 핀란드 교과서를 보면, 수업 시간에 정상적인 아이들은 구체적인 물건을 조작하지 않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수업에서 가르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습니다. 과거에 이미 숙달한 능력에 안주하지 않고 더 높은 능력을 습득하도록 수업이 조직됩니다. 더 높은 수준의 활동을 숙달하도록 수업이 조직됩니다. 구체적인 물건 대신, 생생한 그림을 통해, 점차 추상적인 수식[數式]으로 넘어가면서 수 계산을 이어갑니다. 어떻게 하는지, 그 방법을 먼저 명확하게 교과서에 제시합니다. 이어서 문제 풀이 활동을 하며 수학적 원리나 방법을 익힙니다. 이 과정에서 자발적 주의능력, 의도적 주의능력, 의지적 집중능력을 자연스럽게, 순서에 맞게, 체계적으로 발달시키고 있습니다.
  두 입장이 극명하게 대립됩니다. 학생이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관점과 학생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교육이라는 관점이! 전자[前者]는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스스로 잘 하게 하는 것이 교육이라는 주장입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태어나면서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라는 믿음이 전제됩니다. 구성주의의 관점입니다. 교육은 발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구성주의적 교육은, 비고츠키가 비난했듯이, 발달의 열매를 활용하고 착취하는 글로벌 사기 행각일 뿐입니다.

  ‘발달 단계에 맞게’가 아니라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는 교육이 우리 문화에 고유한 방식임을 한 번 더 강조하겠습니다. 태교! 태교를 모르시는 분은 없겠지요? 태교는 발달 단계에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음계도 모르는 태아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는 까닭은 근접발달영역으로 설명됩니다. 단동십훈[檀童十訓 : 아기를 어르는 우리의 전통 육아법]! 단동십훈도 마찬가지입니다. 도리도리, 곤지곤지, 짝짜꿍을 어떻게 하는지 아이 앞에서 모범을 보이며 함께 하려 합니다. <소학 주관[小學珠串]>은 다산 정약용이 어린이를 위한 학습교재로 쓴 책입니다. 이 책 서문의 우화를 보면, 촉나라 땅의 어린 아이가 구슬 수천 개를 얻어 낙양에 가서 팔려고 품에도 넣고, 손에도 쥔 채 길을 가다가 절반도 못 가서 구슬을 다 잃고 말았는데, 그 이야기를 들은 장사꾼이 색깔별로 꿰미를 만들어 담아서 운반하는 방법을 일러 주고 있습니다. 학문하는 방법에 대한 다산의 통찰입니다. 온갖 경전과 제자백가의 책에 나오는 사물의 이름이나 목록은 주운 구슬이고 상자는 계통을 가지고 개념체계를 세우는 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고츠키는 중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봐야 할 능력으로 개념형성능력을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다산의 이야기는 이 능력을 발달시키는 방법을 짚고 있습니다.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는 수업 방법에 대해 말했습니다.

  지금 저는 발달과 관련해 극명하게 다투는 두 주장을 간결하게 설명했습니다. ‘발달 단계에 맞게![피아제]’와 ‘근접발달영역![비고츠키]’이 서로 대결한다고 못박았습니다. 이 다툼이 교과서에 어떻게 구현됐을까요? 궁금하신가요? 보고서의 서론과 같은 이 글이 끝나면 그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하게 펼쳐집니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와 대한민국 수학 교과서를 펼쳐놓고 손으로 짚어가며 집중해서 살펴보시면 생생하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Ⅲ. 자발적 주의능력


1. 왜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분석하는가.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분석하는 까닭은 첫째, 대한민국 교사들이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수학 교과서를 택하지 않았습니다. 거기서는 자발적 주의능력을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교과서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핀란드의 수학 교과서를 통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솔빛길 출판사에서 핀란드 초등 수학 교과서 12권을 다 번역하여 출판했기 때문입니다.

  둘째, 비고츠키의 이론이 가장 많이 반영된 교과서이기 때문입니다. 2008년 <핀란드 교육과정과 비고츠키>를 통해 규명한 것처럼 핀란드 교육과정에는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의 핵심어들이 알알이 녹아 있습니다. 그런 교육과정을 구현한 교과서가 핀란드 교과서입니다. 1∼2학년군 수학과 학습 목표는 ‘집중하는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자발적 주의능력을 높여주자는 취지로 핀란드 수학교과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직관이지만 그러한 내용을 일부 확인했습니다.

  셋째, 대한민국이 사용했던, 사용하고 있는 구성주의에 근거한 수학 교과서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둘의 차이를 너무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한 책은 그 내용을 A에서 B로, 다른 한 책은 B에서 A로 정반대 방향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두 교과서를 갖다 놓고 살펴보면서 대한민국 교사도 스스로 선택을 하셔야 합니다. 어느 게 좋은 교재인지 확인하고 선택하고 사용하셔야 합니다. 그래야 적극적인 반성이 이루어지고 발전이 있게 됩니다. 교사의 전문적 능력이 향상됩니다. 핀란드 교과서를 봐야 한국 교과서를 알 수 있습니다. 교과 시간에 자발적 주의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교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거리를 던져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중학교 수학 교과서까지 국내에 소개되었습니다.  초등에서 중등까지 어떻게 발달중심 교육이 연결되는지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핀란드 초등수학 교과서 분석은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2. 왜 자발적 주의능력을 말하는가.
  학교에서 다루는 수많은 능력 중에서 자발적 주의능력(의도적 집중능력, 기호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 하나만 이야기 하는 까닭은 분석하는 연구자들의 경험과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연구자의 수도 부족했습니다. 최초의 작업이고 연구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장 선명하고 중심적이며 결정적인 능력, 자발적 주의능력 하나에 집중했습니다.

  둘째, 비고츠키가 강조한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발달의 중심노선을 이끄는 능력이, 핵심고리처럼 다른 모든 능력을 고양시키는 능력이 자발적 주의능력인지를 구체적으로 교과서를 통해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욕심과 현실 사이에 너무도 큰 괴리가 있음을 곧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를 진행하고도 한동안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구를 마무리하는 순간에야 감을 잡았습니다.

  셋째, 핀란드 핵심 교육과정 문서에 언급된, ‘집중 능력을 향상시키라’는 지침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발달시켜야 할 능력이 있습니다. 교육이 이를 발달시키기 위해 어떤 교육 활동, 수업 활동을 해야 하는지 우린 아직 체계적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런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핀란드 교과서를 분석하면서 거꾸로 이렇게 교육 활동, 수업 활동이 전개되면 어떤 능력이 발달하겠다는 인상이라도 얻고 싶었습니다.

3. 도올이 설명한 경(敬)
<도올의 교육입국론> 38쪽에서 도올은 경(敬)의 철학을 설명했습니다.

… 경은 현대 심리학에서 말하는 ”어텐션attention"으로 환치될 수 있는데, 그것은 곧 “집중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집중력이야말로 모든 학습의 효율성을 지배하는 근원적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 학생이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의 양이 곧 공부의 양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이 공부의 핵을 형성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집중하는 마음의 상태’가 경(敬)이다. 이러한 경의 마음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공부의 핵심이 된다. 무엇을 하더라도 경(敬)의 자세가 없으면 공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모든 성공의 본질적 동력이 바로 경(敬)!

  학교는 공부하는 곳입니다. 집중하는 능력, 그것을 지속하는 능력이 없다면 공부를 할 수 없습니다. 학문에 입문하면서,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가장 먼저 발달시켜야 하는 것이 바로 자발적 주의능력, 집중능력, 경(敬)입니다.

  도올은 퇴계 선생님의 이야기를 인용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가 길게 인용한 까닭은 하나입니다. 우리 문화에는 자발적 주의능력이라는 개념이 이미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었다는 것을 일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이성계가 화살로 남산 위 소나무의 솔방울을 맞췄다고 하는,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선생님에게 들은 이 이야기가 사실인지 확인하려고 벽을 보고 앉아 조그만 점 하나를 집중해서 본 적이 있습니다. 아무튼 조그만 점이 파리만큼 크게 보이기는 했습니다.
  정신일도하사불성(精神一到何事不成), 이 말을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요? 정신을 하나로 모으는 것, 그게 자발적 주의능력입니다. 호랑이는 두 마리 토끼를 쫓지 않는다는 속담을 모르는 한국인은 있을까요? 없지요. 자발적 주의능력이라는 낱말이 서구 심리학에서 건너온 용어를 번역한 것이라 조금 낯설 뿐입니다. 그 개념은 우리 문화에 이미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초등교사는 너무도 자연스럽게 “집중! 집중!”하고 아이들을 일깨우는가 봅니다.

4. 비고츠키가 설명한 자발적 주의능력
  비고츠키는 주의 능력이 어떻게 펼쳐지는지 설명했습니다. <어린이 자기행동 숙달의 역사와 발달Ⅱ> 제9장 ‘주의의 숙달’에서 자연적 주의능력에서 문화적 주의능력으로 발달하는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비자발적 주의능력이 자연적 주의능력이고, 자발적 주의능력이 문화적 주의능력입니다. 자연적 주의능력이 틀을 잡아야 그 위에 문화적 주의능력이, 자발적 주의능력이 들어서게 됩니다.
  이러한 자발적 주의능력은 역사 과정을 통해 생성되어 문화로 계승․발전됩니다. 한 개인의 삶에서는 사회생활을 통해, 인간관계에서 태동하여 스스로 노력해야만 습득하게 됩니다. 이렇듯 자발적 주의능력은, 문화적 주의능력은 외부에서 내부로 이행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행과정은 <생각과 말> 제4장 3절에서 설명했듯이 4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원시적 혹은 자연적 단계 -> 소박한 심리적 단계 -> 외적으로 매개된 단계 -> 내적 변혁의 단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는 우선 능력이 외적으로 매개된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과제인 듯합니다.

  주의 능력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나 말, 낱말입니다. 동물의 주의처럼 자극에 따라 이리저리 표류하지 않고 어린이의 주의는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낱말의 안내를 받으며 안전한 물길을 따라 목적지로 나아갑니다(비고츠키, 2014: 221). 지침으로 말을 사용하는 것은, 주의를 끌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입니다. “엄마, 의자에 앉혀 주세요.” “여기 보세요!”, “나 좀 보세요.” “박수 세 번 짝짝” “집중, 집중 짝짝짝”, “합죽이가 됩시다. 합”, “선생님” …
  이 과정도 다른 문화적 능력과 마찬가지로 먼저 타인이 나에게, 내가 타인에게, 최종적으로 내가 나에게 지시하는 과정을 거쳐서 발달합니다. 부모나 형제자매와 함께 하는 시간이 부족한 최근 상황이 학생들의 자발적 주의능력 부족의 원인 중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주변 사람의 말을 주의깊게 들은 경험이 너무 적습니다. 그러니 학교에 와서도 자발적 주의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교과 교육을 통해 이를 넘어서야 하는데 스스로 해결하는 활동만 많은 탓에 쉽게 이러한 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아이들이 펼쳐 보여준 놀라운 자발적 주의능력은 설명되어야 할 긴급하고도 핵심적인 과제입니다.
  자발적 주의능력은 주의능력과 의지능력이 동시에 발현되는 능력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에서 요구되는 의지는 스스로 선택하는 정도일 듯합니다.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보면 스스로 선택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주의능력과 의지능력을 동시에 발현시켜야 하는 과제입니다. 자발적 주의능력을 발달시키려는 과제입니다. 호랑이는 두 마리 토끼를 쫓지 않는다는 속담을 이런 시각에서 다시 음미해 보겠습니다. 사냥에 집중하는 호랑이는 이번에 사냥할 특정 토끼를 선택해야 합니다. 두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자발적 주의능력을 발달시킬 교육활동을 설계하는 실마리를 우리는 이렇게 풀어냈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핀란드 1학년 1학기 첫 달에 벌어지고 있는 수업 장면을 상상해보겠습니다. 빼기 셈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학습자는 1번 문제를 풀며 간단하게 3 - 1 = 2라고 답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습자는 고민을 할 겁니다. 우선 몇 개를 먹을 것인지 스스로 선택해야 합니다. 고민을 할 겁니다. 게다가 생각은 자꾸만 맛있게 먹었던 기억과 연결되어 과거 경험의 한 장면으로 돌아가 진짜 먹는 것과 같은 흥분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이런 감각적 경험의 흔적을 넘어서서 최초의 과제인 3 - 1 = 2라고 혹은 3 - 3 = 0이라고 답해야 합니다. 이런 학습 과정이 자기 행동을 숙달하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의식적으로 해야 할 것을 파악하는 과정입니다.
  이런 학습 경험이 가능하도록 교수 자료를 만드는 것이 교수 행위의 근간이 됩니다. 이것이 교사가 해야 할 ‘발달을 위한 교육’의 핵심 지점입니다. 한국의 수학 교과서는 전면 개편되어야 합니다. 이런 연유로 우리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은 “교과서를 믿지 말라!”고 외치는 책까지 냈던 것입니다.


Ⅳ. 나오며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국어 기말시험 대비 문제집을 살펴봤습니다. 독해능력을 묻는 문제들이 많이 출제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문제는 비판적 사고능력이나 배경지식에 대한 이해능력을 묻는 독해력 문제가 아닙니다. 대부분 무엇이 무엇인지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그렇습니다. 두 손의 손가락만 사용해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고차원적인 독해력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자발적 주의능력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여러 물건들이 섞여 있는 그림을 보면 특정 물건의 개수가 몇 개인지 묻고 학생이 이에 답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수학 수업은 학생의 어떤 능력을 살펴보고 지도하고 있는 걸까요? 어떤 능력이 키워지기를 바라고 있는 걸까요? 숫자 세기 능력의 발달 상태를 살피고 집중하는 능력이 키워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만약에 숫자 세기 능력의 발달 상태만 파악하고 싶었다면, 시험 문제를 특정 물건 몇 개만 나열하고 몇 개인지 물었을 겁니다.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자발적 주의능력은 약방의 감초처럼 여기저기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목적의식적으로 그렇게 한 것은 아닙니다. 수천 년의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입니다. 21세기 교사라면 초등학교 저학년을 지도할 때 의식적으로 자발적 주의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이럴 때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는 아이가 탄생합니다. 이런 인식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우리는 핀란드 수학 교과서가 학생이 어떤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구성되어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자기 신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얼음 땡’처럼, 수학 교과를 지도하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활동을 찾아보았습니다. 정교한 그림에, 반 쯤 추상화된 구체물인 공에, 나중에는 숫자나 기호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니, 이런 배열은 브루너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자발적 주의능력을 키우기 위해 수학 교과서의 내용을 어떻게 채웠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은 이렇게 험난했습니다. 보물지도 찾기 활동, 정교한 나비 그림을 식별하는 활동 등을 의미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돌아보니 주의능력을 향상시키는 측면이 강한 활동이었을 뿐입니다. 당연하게도 이런 활동도 자발적 주의능력을 키우는 긴 과정에 꼭 필요한 활동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낱말을 등대삼아 스스로 선택하는 활동과 과제에 집중하는 활동이 함께 발현되는 심리과정으로서 ‘자발적 주의 기능’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기능을 잘 하는 학생이 자발적 주의능력을 습득한 학생입니다. 긴 여정을 거쳐 얻은 성과입니다.
  하지만 이런 깨달음은 그저 출발 지점을 확인하는 성과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전인 교육에 필요한 다양한 능력을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나 발달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정서’ 영역은 난공불락의 요새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러한 능력을 학생이 숙달할 수 있도록 근접발달영역을 창출하는 적절한 교육 활동을 특히 수업 자료를 구안․개발해야 합니다. 이런 능력 배양을 위한 교육 활동을 위계에 맞게 체계적으로 ‘교과 지식의 교육 과정’에 연결시키는 작업이 진행돼야 합니다. 태산과 같은 과제이지만 우리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뚝심으로 밀고가야 합니다.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적 이론을 잣대로 교육을 연구한 지 8년 만에, 더하기 빼기를 학습한 지 45년 만에 ‘발달을 위한 교육’의 가장 간단한 원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원리를 교육 실제와 연결하여 드러낸 최초의 교사 연구집단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발견은 거짓과 기만이 설치는 어두운 교실에 한 줄기 진실의 빛이 될 것입니다. 구성주의로 치장한 신자유주의 교육 담론을 몰아내는, 거짓된 자유와 허울뿐인 선택의 미몽을 넘어서는, 반역의 어둠을 뒤집어 새날을 여는 진리의 빛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연구 성과를 교사의 자발성 하나로 어둠의 학교를, 거짓과 기만의 교육을 넘어서고자 했던 동지들에게 바치고자 합니다. 자발성의 뒷면에 운명처럼 새겨진 것은 이론의 부재, 가야할 정확한 길 없음입니다. 맨 땅에 헤딩하며 헌신적인 노력으로 진보교육의 진정성을 보여준 동지들의 한숨과 땀이 없었다면 우리는 연구를 시작할 수도 없었습니다. 동지들의 꿈, 염원, 의지가 발달을 선도하는 교육을 여는 힘이었습니다. 새날을 여는 여명이었습니다.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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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i Sahlberg(2011), Finnish Lessons. Teachers College Press. Columbis University.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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