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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1. 교단일기 - 추운 겨울이 얼른 끝나기를
 진보교육  01-12 | VIEW : 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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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교단일기


추운 겨울이 얼른 끝나기를


권용해 (안산의 고등학교 교사)


얼마 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에 대해 누가 트윗에 올린 글을 읽었다. “대한항공 사태는 노동조합이 없거나, 있어도 회사 노무관리부서 역할이나 하고 있을 때, 그 구성원들이 얼마나 피폐해지고 결과적으로 회사도 얼마나 망가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기장들이 소속된 대한항공조종사노조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반면, 승무원들이 가입돼 있는 대한항공노조는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다.”.

그 트윗을 읽으며 전교조 생각이 떠올랐다. 전교조가 학교에서 노무관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처해있는 문제도 [항공사 노조와] 다르지만, 다양한 정파가 모인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어떤 길을 가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할 과제를 떠안고 있다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전교조가 과연 노동조합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교사는 전문직이라면서 교육운동에 치중해야 한다는 얘기에 현혹되어 가고 있는 건 아닌지, 좋은 수업을 하고 아이들을 섬기는 착한 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전교조 교사의 본연의 모습이라고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민중운동을 이끈 어느 어른에게 ‘교육운동’을 열심히 하겠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가 비판받았던 기억도 나고, 게다가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에 ‘좋은 수업’의 기준은 입시가 전부인 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관리자에게 있지, 교사들에게 있지 않으니 ‘좋은 수업을 하는 착한 교사’라는 말도 좀 우습고. 이래저래 불편한 생각을 떠올리게 했던 트윗이었다.

요즘 전교조의 주체인 조합원 스스로도 노동조합에 대해 절실한 이해[利害]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는 과연 어떤 모습의 조합원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동료 교사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받지도 못하고, 시민들로부터 ‘철밥통’, ‘방학이 있어서 좋겠다’는 낯뜨거운 얘기나 듣고 있으며, 정치적 중립은 의무이고, 음주 운전을 했다가는 끝장이라는 농담이나 스스로들 꺼내며 방학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전교조라는 사실을 광고하고 싶지 않으니 교육희망은 되도록 몰래 갖다 줬으면 좋겠다.”고 하는 맥빠지는 얘기를 듣게 되는 건 아닌지.... 다시 한번 단결하여 정권과 자본에 맞설 조직으로 거듭날 가능성이 있기는 한 것일까? “나는 사회주의자입니다. 나는 당신을 포섭할 것입니다”라고 호기롭게 얘기했던 차베스의 신념이 우리 내부에서 터져나올 수 있을까? 이러다가는 노동조합이라고 쓰고 동아리라고 읽어야 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변혁을 폐기한 것도 모자라 투쟁마저 내려놓으려 한다면 남는 것은 개량과 종파뿐이다.


‘노동조합’이라 쓰고 ‘동아리’라 읽을까

얼마 전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다. 지역에서 다른 단체들과 연대 사업을 할 때면 전교조가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각 단체들이 분담해야 할 사업비를 논할 때이다. 사실 좀 부끄러운 일이기도 하다. 단체마다 맡을 수 있는 역할과 역량이야 다를 수밖에 없고 시민단체 살림이 풍족할 리도 없지만 현재의 전교조의 모습이 떳떳하고 자랑스럽지만은 않다는 것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딱히 앞장서서 뭔가를 할 역량이 되지 않으니 ‘그 사업은 우리가 맡아서 하겠다’는 말이 시원스레 나오지 않아 테이블에 앉아 눈치만 보는 경우가 허다하니, 이제 다른 단체들도 전교조의 머릿수에 대해 그다지 기대하지 않는 눈치이다.

얼마 전에 전교조 선거가 있었다. 지난 전교조 지도부에 대해 자세히 평가를 내릴 만큼 잘 알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전교조가 느슨하게 굴러가는 형편을 감안하자면 교찾사 집행부로 알려진 김정훈 위원장과 본부 집행부가 그런 대로 잘 해냈다고 여긴다. 박근혜 정부 2년이 어디 보통 2년이었던가. 선거에 큰 관심이 없거나 정파와 진영 논리에 익숙하지 않은 조합원들에게도 후보자들에 대한 안내를 하다보면 현 지도부에 대해 우호적인 분들이 많았다. 무례한 정권에 맞서 단식까지 결행하며 잘 버텨준 것만으로도(물론 버티는 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지지의 근거가 된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다소 의아했던 것은 잘 싸운 현 집행부가 겨우 50.23%로 당선되었다는 점이다. 너무 아슬아슬하지 않았는가? 정권과의 맞짱 승부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때에 말이다. 자칫하면 결선 투표까지 이어져 결과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고, 누가 됐든 내년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법외 노조 투쟁에 [새로 당선된 집행부가] 소홀하지는 않겠지만 그 싸움에 힘이 덜 실릴 수도 있기에 하는 말이다.
특히 상대 진영에서 들고 나온 공약 중 전교조를 시도 노조 연합체로 재편하겠다는 것은 그야말로 도발적이지 않은가? 하나로 똘똘 뭉쳐도 시원찮을 판에 분권화를 통해 대중적인 활동을 하도록 하겠다는 건 그야말로 백기 들고 투항하겠다는 속뜻이고, 또 다른 후보가 내놓은 단체협약을 통한 분회, 지회 교섭력 공식화는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하다. 제대로 이행이 되지 않고 학교에서도 가볍게 여기는 단협은 우리의 무기가 되기엔 너무나 빈약하다. 게다가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단협을 뒤적이고 있어서야 전교조의 존재감을 키우기가 참 아득하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교육청에 달려가 일러바치는 것도 우습지 않은가. 전교조가 있기에 단협이 있는 거지, 단협이 있어 전교조가 있는 건 아니다. ‘청년교사위원회’라는 것도 거칠게 말해서, 보고 배울 것이 많은 젊은 활동가들에게 변혁적 기운을 불어넣겠다는 얘기(2030모임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회의적이기 때문인지는 몰라도)는 아닐 텐데도 현 집행부가 50% 겨우 넘기는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다는 건 조금 실망이다. 그 냉정한 결과에 담긴 의미가 ‘더 열심히 다 바쳐서 싸웠어야 했다’는 조합원들의 꾸짖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현 시국에서 교찾사가 흔쾌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막이야 알지 못하지만 선거 결과가 신통치 못했다. 단결 투쟁으로 정권과 맞서도 힘겨운 판에 말이다(글을 쓰는 동안 황당한 소식이 들려온다. 쌍차 출신 한상균 후보가 예상과 달리 1등으로 결선에 오르자, 결선 투표에서 승리하기 위해 70미터 굴뚝에 올라갔다는 주장이 나돌았다. 아… 운동이, 인간이 이렇게 망가져도 되는 것인가? 도대체 어떤 정파가 이런 주장을 퍼뜨린다는 말인가).

선거 결과를 채찍질 삼아야

혁신학교도 좋고, 연구회도 좋다. 단협 체결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전교조는 어디까지나 노동조합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가권력은 그 자체로서 부르주아적 이해를 갖는 기구일 뿐인데, 단결을 통해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서려는 의기[義氣]를 50%의 지지율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전교조가 그저 간판만 붙들고 명맥을 유지하는 데 만족해서야 기존 권력에 짓눌리는 현실을 벗어날 수 없다. 가라앉은 우리의 사회운동을 다시 일으킬 치열한 노력을 물밑에서라도 마련하기가 어렵다. 이번 선거는 그렇게 분발할 계기가 돼주지 못했다.
99년 전교조 충북지역 전교조 합법화 집회에 대학생 노래패로 참가해서 까마득해 보이던 도종환 선생님과 악수를 나눈 기억이 새롭다. 그 분을 보면서 교직에 나가면 꼭 전교조 교사로 살리라 다짐했더랬는데 그 뒤로 어느 새 15년이 흘렀다. 신명나는 운동에 대한 로망도 있었고 ‘참교육의 함성으로’를 부르며 뭉클해지던 때도 있었다. 문제는 오랜 투쟁 끝에 손에 넣은 합법화가 교묘하고 악랄한 자본과 국가권력에 맞설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와 사민주의의 결정적 분기점이 그러했듯이 전교조는 기존 권력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 분쇄의 대상으로 여기는가, 접수의 대상으로 여기는가? 복지는 지속가능한 착취를 위한 것이라고 하던데 고작 ‘교육복지’나 외치고 있다가는 ‘버티기’조차 쉽지 않을 테고 조합원들과의 괴리도 더욱 깊어질 것이다. 그러면 결국 운동은 망하고 지역 교육청 민원 창구나 들락거리게 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그쯤 되면 [쪽 팔려서] 노동조합 간판을 차라리 내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낙관을 하고 싶긴 하지만 지금의 사회운동의 형편과 정치 구도라면 앞으로 10년은 바닥을 치고 있지 않을까 싶다(의지로 낙관하라던데 그게 어디 쉽나? 근거 없는 낙관만큼이나 허망한 것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냥 교찾사 당선만 자축하는 것은 파국으로 치닫는 정세에 대한 망각이다(필자는 교찾사 회원은 아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그 취지에 공감하고 매우 우호적인 입장이기에 이 새벽에 꼬집어 얘기한다).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있다면 그 사회가 지향하는 가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전교조 조합원이라면 교실에서 제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한다. 타협과 개혁이 아니라 자본의 야만에 맞서 변혁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한가하게 신자유주의 타령이 아니라 자본주의를 넘어서자는 얘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개량적 운동 기조를 혁파하고 더욱더 계급적이고, 변혁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 우리는 정권과 맞짱을 뜰 수가 없다. ‘사회 개혁이냐, 혁명이냐’라는 물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 쌍용자동차 정리 해고 이후 26번째 희생자가 발생했다. 노동자의 고통의 한계값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이 추운 겨울 굴뚝에 올라 있는 구미의 스타케미컬 차광호, 쌍용자동차의 이창근, 김정욱, C&M 고공농성 중인 임정균, 강성덕, 단식 40일째 의식을 잃은 코오롱의 최일배… 그리고 차가운 진도 앞바다에서 잠들어 있는 9명의 영혼들! 이 추운 겨울이 얼른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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