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선언문
우리는 '새 천 년'을 앞둔 오늘 한국의 교사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과제에 대응하고 교육운동이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하여 진보교육연구소의 깃발을 당당히 세운다.
돌이켜 보면, 4.19 교원노조 운동, 86년 교육민주화 선언, 89년 전국교직원노조의 결성에 이르기까지, 억압적 교육체제를 민주화하기 위한 교사 대중의 가열찬 투쟁은 기나긴 가시밭길을 헤쳐 왔다. 불과 얼마 전 합법 전교조가 출범하게 된 기쁨도 사실 지난 10년간 교사들이 흘린 땀과 눈물과 한숨의 열매요, 노동자민중들의 총파업투쟁의 결실이요, 민주주의를 앞당기기 위한 대중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일 것이다.
교사운동이 대중적으로 전개되려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싸움을 향한 장정에 올라야 함을 직시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단지 교사들에게 노동권을, 교사운동에게 '시민권'을 얻어주는 1회전의 싸움만을 겨우 끝냈을 뿐이기 때문이다. 파시즘 세력이 몇 걸음 뒤로 물러서자마자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을 꾀하는 자본과 국가의 공세가 숨돌릴 틈 없이 밀려오는 것을 보라. 그것은 우리 교육계에 엄청난 시련을 예고하면서 우리가 왜 또다시 진열을 재정비 해야하는가를 웅변해주고 있다.
오늘날 전 지구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은 각 곳에서 공동체 교육의 기반이랄 수 있는 공교육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으며 자본의 논리로 교육을 압도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 교육운동진영의 한 편에서는 그러한 반민중적인 교육개혁에 일정정도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교육 개혁'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에는 분명한 위험성이 내재되어 있다. 따라서 진보적 사회를 건설하고 교육운동의 진보적 방향을 모색하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지난 시절 우리가 내걸었던 민족·민주·인간화 교육이념을 넘어서 더 먼 앞날을 내다볼 <새로운 진보 이념>을 마련해야 한다는 장기적 과제와 함께 당면한 신자유주의의 공세를 저지하고 극복 해야 하는 중대한 임무를 떠맡고자 한다.
우리 연구소는 이러한 사회적 조건을 바라보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 것이다. 어쩌면 이것은 역사의 필연일지도 모른다. 이제 비록 진보의 새 주춧돌을 놓기 위해 소박하기만한 규모로 시작하지만 우리 연구소는 새 천년의 한 방향을 분명히 자리매김할 것이며 그러한 일을 위해 총매진할 것이다.
'새 천 년'은 우리 사회에 아직은 '야만의 논리'로 다가오고 있다. 그렇다하더라도 우리는 이 시련을 강력한 '교사 운동'으로 헤쳐나갈 것이다.
'21세기 진보교육 연구소'는 '교사운동과 함께 가는' 연구소가 될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우리는 진보교육운동의 실천적·이론적 성과를 계승하기 위하여 모든 진보진영과 함께 21세기진보교육연구소의 힘찬 출범을 가슴 벅차게 선언한다.
1999. 7. 3. 진보교육 연구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