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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교육의 기본 관점과 방향

진보교육의 기본 관점과 방향

포럼준비팀



제1절 진보교육 재정립의 기본 전제와 관점

1. 교육운동론의 현상황과 과제

기존 교육운동론은 80년대 한국사회를 반영한다. 그러나 그것은 90년대 이후 그 의의가 많이 약화되었다. 80년대 교육운동이 추구한 기본 가치와 지향은 오늘도 상당부분 의미 있지만, 사회와 교육에 대한 분석 틀, 실천과 내용에서 설득력을 상당히 상실하였다. 또 변화가 요구하는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지 못하여 교육운동론의 총체적 위기가 깊어지고 있다.

거기에는 몇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 동구의 몰락과 자본주의적 지배의 확립으로 민중적·진보적 이념이 급격히 수세화된 점이다. 비록 동구 사회주의가 '대안'은 아니었다고 해도 자본주의 아닌 다른 체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하려는 노력에 정당성과 가능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동구의 몰락은 '실험의 실패'임에도 불구하고, 그 후 자본주의는 필연적이고 우월한 것으로 호도되고 있다. 자본측의 대대적인 이념공세에 의해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자본주의의 모순을 완화하려는 노력조차도 비현실적이고 퇴행적인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지금 진보진영은 혼란에 빠졌고 교육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둘째, 교육운동 진영 자신의 이론적 무능과 나태함이다. 그동안 교육운동 진영 내부에서는 전술토론과 일상활동에 매몰되어 변화하는 현실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너무 부족하였다.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혼란, 변화에 대한 과도한 인식과 그로 인한 우경화 경향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재편이 노골화되고 있는 최근 상황은 그러한 방향상실을 더 이상 허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급하다. 신자유주의는 지금 민중에게 점점 더 큰 고통을 강요하고 있으며, 그것은 총체적 대응과 연대, 민중적 역량의 재결집을 통해서만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적 교육운동론의 재정립을 위해 먼저 제기되는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회구성·사회성격에 대한 과학적 재인식이다. 80년대에 제기된 주장들은 이미 적합성을 상실하였다. '사회구성체론 무용론'을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의 중심문제와 주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은 운동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본 영역이다. 세계자본주의와 한국사회의 변화에 대한 분석은 진보적 이론운동 진영 전체의 과제이다.

둘째, 현대사회의 변화양상을 분석하고 그 실천적 의미를 파악해야 한다. 정보화·글로벌화의 의미, 상품적 생활양식의 심화 등을 이해하고 그에 대한 대응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셋째, 사회 전체의 변화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교육현상을 이해하고 민중적 관점에서 교육과제와 방향을 수립하는 것으로 구체화되어야 한다.

넷째, 자본주의의 비인간적·무정부적·대립적 모순을 극복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상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복잡한 논의와 시론적 모색에 불과하더라도 지금 당장 논의를 시작해야 하며, 실천 속에서 더욱 구체화시켜야 한다.

여기서는 신자유주의적 변화, 정보화·글로벌화가 가져올 변화를 먼저 짚어보고, 그것이 교육현실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으며,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려 한다. 그것을 위한 더 구체적인 운동론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민족·민주·인간화교육'으로 표현되는 '참교육 이념'의 재정립이다. 변화된 현실 속에서 기존 참교육 이념은 그에 걸맞게 재정립되어야 한다.

둘째, 교육 노동운동론의 정립이다. 예전의 '교육운동-교사운동' 논쟁과 최근의 '교육운동-노동운동'의 대립적 관점을 극복하고, 교육노동의 특수성 속에서의 교육과 노동을 통일시킬 새로운 운동론을 정립해야 한다. 이것은 전교조의 합법화라는 조건 속에서 매우 실천적인 의미를 갖는다.

셋째, 교육운동의 다양화·고도화이다. 정보화·글로벌화로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현대사회는 교육부문에도 새로운 과제들을 요구하고 있다. 그에 따라 평생교육·교육정보화·청소년문화·환경 친화교육 등 새롭게 부각되는 영역과 과제를 정확히 예측하여 올바른 대응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넷째,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해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 교육은 앞으로 일정기간 동안 우리의 가장 중심적인 극복대상이 될 것이다.

 

2. 진보적 교육운동론의 기본관점

진보적 교육운동론의 재정립에서 우리가 견지해야 할 기본관점과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민중적·노동자적 관점이다. 계급적 대립은 사회적 모순의 중요한 전제이며, 교육현상에서도 근본적인 것이다. 아무리 정보화·글로벌화 시대라도 생산관계와 계급적 대립은 여전히 지속된다. 진정한 사회진보가 다수 민중의 이해와 요구에 입각해야 하듯, 진보교육은 마땅히 다수 민중의 관점에 서야 한다. 변화를 과장하여 기본적 대립관계가 마치 해소된 것처럼 착각하고 민중적·노동자적 관점을 폐기하려는 일부의 경향에 대해서는 각별한 경각심이 필요하다.

둘째, 총체적·전체적 관점이다. 교육은 그 자체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현실의 일부이다. 그런 관점에 서야만 교육문제가 제대로 이해되며, 교육운동도 전체운동의 일부로서 위치지어져야만 올바른 방향과 실천을 견지할 수 있다. 특히 사회적 연관이 갈수록 심화되는 조건에서 연대의 필요성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셋째, 패배주의의 극복이다. 진보진영은 상당기간 동안 수세였고, 신자유주의의 대대적 공세는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이미 사회적 모순을 격화시키고 있고, 그것은 거꾸로 운동의 새로운 발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또 신자유주의는 그 극단적·야만적 속성으로 인해 아직은 안정된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패배주의를 불식하고 신자유주의의 약점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제2절 현단계 진보교육의 기본 방향

1. 진보와 연대의 새 시대 

(1) 현대사회의 변화

과학기술 혁명이 가져온 현대사회의 변화는 '80∼'90년대를 거쳐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시대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몇 가지 징후를 보여준다.

첫째, 비약적인 생산력 발달과 산업구조의 변화이다. 과학기술 혁명은 전자·정보·유전공학 등 첨단기술을 발달시켜 생산력의 비약적 발달의 기초가 되었다. 또 지식 정보산업·서비스업의 증대 등 산업구조를 뒤바꾸고 있다. 자본주의의 모순에 따른 불황과 공황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둘째, 자본축적 양식의 변화이다. 안정적인 일국적 순환에 기초한 기존 국가독점자본주의와는 달리, 현대자본주의는 자본운동의 세계화·유연화라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에 따라 생산·금융의 국제화를 기반으로 하는 초국적 자본이 등장하여 자신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동구의 몰락으로 체제대립이 해소된 상황에서, 초국적 자본은 신자유주의 전략을 들고 나와 자본운동의 세계화·유연화를 거침없이 추구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초국적 자본도 미·일·유럽 등 자신의 중심에 기반해 있고, 총자본으로서의 국가의 역할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그러한 변화가 자본주의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것인가 하는 것은 좀 더 지켜볼 문제이다. 현재로서 국가는 아직 기존 복지국가 혹은 파시즘국가에서 무한경쟁의 세계시장과 국내시장에서 총자본의 이해를 전면화시키려는 '경제국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세계체제적 성격이 크게 강화됨에 따라 생산-소비-금융에 이르는 자본의 순환이 일국적 차원을 넘어서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리고 생산방식의 유연화는 기술과 생산력 발달로 인한 이윤율 저하와 경쟁 격화에 대응하기 위한 축적전략의 변화이다. 그것은 노동조건·노자대립의 양상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셋째, 계급구성과 계급대립 양상의 변화이다. 지식·전문직 노동자와 서비스 노동자의 비중이 크게 늘고 생산직 노동자의 비중이 줄고 있다. 중간층 노동자의 비중은 늘지만 자본의 비용절감, 고용 유연화로 인하여 노동조건은 악화되고 경제적 지위가 떨어지고 있다. 이것은 자본측이 중간층 노동자와 생산직 노동자를 구별짓는 '분할지배' 전략에 더 이상 집착하지 않으며, 오히려 중간층 노동자마저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산층의 붕괴'는 그동안 잠재해 있던 중간층 노동자와 자본 사이의 대립을 전면화 시킴으로써 기존의 계급대립 구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점은 변혁주체세력의 일정한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에 중간층노동자가 가지고 있던 '계급적 이중성'이 일정하게 해소되면서 자본과의 대립이 직접화되고, 변혁의 중심주체로 나서는 객관적 조건이 마련되고 있다. 생산직 노동자의 중심적 지위는 지속될 것이지만, 중간층 노동자의 진출로 변혁주체의 외연은 확대되며, 노동자의 계급적 통일성은 강화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식·전문직 노동자의 변혁성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교사 역시 지위가 계속 하락하는 신중간층의 일부라는 점에서, 최근의 그러한 추세는 교육운동의 전망과 과제와 관련하여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한편 자본의 '분할지배'는 기존의 '생산직-중간층' 이라는 구별에서 '소수의 핵심노동자-다수의 주변노동자'라는 구별로 바뀌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고용형태의 다양화, 실업과 고용불안의 일상화, 경쟁력 이데올로기 유포 등으로 노동자 내부에 개별화·경쟁·분할의 중층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자본의 분할지배가 더욱 고도화·다양화됨을 뜻한다.

넷째, 자본축적 위기의 심화·일상화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과잉생산·과잉축적의 위기에 놓여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축적 위기는 상시적인 문제로 순환적으로 나타나지만, 현대 자본주의의 축적위기는 순환으로 해결될 수 없는 지점에 와 있으며 또한 자본의 세계화 속에서 세계적 동시성과 일상성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그 양상과 특징을 달리한다. 현대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과잉생산·과잉축적 위기는 과학기술 혁명에 기초한 비약적인 생산력 발달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그 '과잉'의 정도가 이전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이미 과잉축적된 자본의 세계적 규모의 금융투기화 현상은 그 위기의 폭발성과 동시성을 짐작하게 한다.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에 이른 20세기말의 세계 동시적 금융공황은 이러한 자본축적 위기를 잘 보여준다. 축적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자본간의 치열한 경쟁, 블록화, 주변에 대한 수탈이 심화될 것이고 폭력적인 양상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경쟁의 무정부성을 사회적 나아가 세계적 차원에서 통제하지 않는 한 또한 과잉으로 나타나는 생산력과 자본축적을 분배의 확대로 해결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방법도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이미 축적위기는 심각한 위기감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현상화하고 있으며 우선은 세계적 차원에서의 무정부적 투기자본에 대한 조절과 관리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머지않아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다섯째, 노동자·민중의 자주성과 민주주의의 고양이다. 한국사회뿐 아니라 세계적 규모에서  노동자·민중의 자주성과 민주주의는 지속적으로 고양되어 왔다. 자본운동의 세계화 속에서 중심자본의 경제지배는 이전과 다른 형태로 전화·심화되고 있지만 영토적·정치적 민족 억압과 지배는 지속적으로 극복되어 왔으며 제3세계의 억압적인 파시즘체제도 세계적 범위에서 몰락해가고 있다. 동구의 변화도 한편으로는 민족적 독립과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민중의 자주성 고양의 한 표현이기도 하다. 노동자·민중의 자주성과 민주주의의 고양은 가장 뚜렷한 역사적 흐름의 하나인 것이다. 중심부의 경우 노동운동이 신자유주의의 득세 속에서 일시적·부분적 후퇴를 겪기도 했지만 최근 유럽에서의 좌파정권의 복권, 미국 노동운동의 고양, 한국의 노동유연화 정책에 대한 격렬한 저항에서 보이듯 신자유주의의 반민중적 본질에 대한 자각과 저항으로 다시금 강화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의 권리와 삶을 개선하고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또한 역사적으로 확보한 권리와 진전된 삶의 조건을 지키기 위해 노동자·민중은 불굴의 투쟁을 지속해오고 있는 것이다. 노동자·민중의 지난한 투쟁을 통해 이루어져온 자주성과 민주주의의 고양은 앞으로도 지속될 도도한 역사의 추세이다.

여섯째, 생활양식의 변화이다. 비약적인 생산력발달과 정보화와 글로벌화라는 사회변화와 상품관계의 심화 속에서 사람들의 생활모습은 많은 변화를 겪어 왔으며 또한 앞으로도 겪게 될 것이다. 정보화에 따른 지적·사회문화적 환경의 변화, 지식과 교육의 사회적 중요성 증대, 매체 발달에 따른 의사소통 방식의 변화, 상징의 비중 증대도 진행될 것이다. 사회적 연관의 증대와 글로벌화 속에서 인간의 의식 및 존재의 사회적 성격의 심화·확대도 진전될 것이다. 각각의 개인, 집단, 사회구성 간의 상호의존성이 커지고 사회적 협력의 필요성도 증대되어 나간다. 전쟁과 핵, 환경 뿐 아니라 경제 및 여러 가지 사회문제도 점차 지구적 수준에서 거론되어 나갈 것이다. 인간생활의 다양화1), 문화영역의 비중 증대, 개별화의 심화, 도시화, 자연과의 유대 약화의 제 경향들도 지속될 것이다. 사람들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많은 변화들은 한편으로 생산력 발달에 따른 삶의 풍부화이기도 하고 사회적 모순의 다양한 현상화와 심화이기도 하다. 어떤 측면은 확대되어야 할 부분이고 또 어떤 측면은 지양되어야 할 부분이다. 결국 이러한 생활상의 변화는 인간의 의식과 실천이 보다 다양한 측면으로 심화, 확대되면서 근본적인 사회적 모순의 해결로 총체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일곱째, 총체로서 사회의 복잡성, 가변성의 심화이다. 앞의 모든 조건들 속에서 사회양상은 더욱 복잡해지고 변화는 가속화되며 총체적 변화방향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 진다. 따라서 사회적 의식의 조직화, 주체적 실천이 더욱 중요해진다.

(2) 한국사회의 특수성

이미 정보화와 글로벌화가 뚜렷한 사회변화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고 자본운동의 세계화 속에서 산업구조  정이 급격하게 전개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도 현대사회변화의 제 특징들은 그 수준과 구체적 양상의 문제일 뿐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의 현실로서 나타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반주변적 위치, 분단의 현실, 자체의 역사적 과정에서 몇 가지 측면의 특수성을 지니게 된다.

 첫째, 사회적 모순이 더욱 심화, 굴절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의 반주변적 위치는 자본축적방식의 방식의 변화로 인한 계급적 대립의 격화, 자본축적의 위기가 여타의 국가에 비해 더욱 집중적이고 폭발적인 모습으로 전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것은 과잉생산, 과잉축적의 자본재생산위기, 생산방식의 유연화가 자본의 현실적 문제로 나타날 만큼 한국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세계자본주의체제에 깊숙하게 편입되었으면서도 위기와 모순을 완화할 만한 토대가 취약한 조건에 기인한다. 예컨대 90년대 말의 금융대란이나 신자유주의의 관철 양상이 그러하다. 특히 선진자본주의국가와는 달리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노골적인 모습의 미국식 신자유주의가 관철됨으로써 더욱 심각한 민중의 고통을 낳고 있는 현상황은 한국자본주의의 취약성을 잘 보여준다.

 둘째, 민족통일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언제가 될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에 의할 지는 여전히 가변적이지만 21세기를 맞이하면서 통일 문제는 이제 매우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통일이 제국주의적 규정력으로부터 벗어나고 민족공동체의 형성과 사회의 진보로 연결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방향설정과 대응이 필요하다.

 셋째,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 경향과 반동화의 가능성이다. 노동자, 민중의 자주성 고양과 민주주의의 진전 경향은 한국사회에서는 부르주아 민주주의의 진전으로 나타나고 있다. 80년대 이래의 노동자, 민중의 역사적 투쟁의 과정은 파시즘적 억압체제를 해체시키고 비록 단계적이고 점진적이지만 정치적 민주화를 전진시켜온 근본적 힘으로 작용해 왔다. 소위 문민정부를 거쳐 국민정부에 이르렀고 인권과 정치 영역에 있어서의 진전을 조금씩이나마 이룩해 오고 있다. 또한 진보적 운동의 전반적 수세 속에서도 민주노총의 건설, 전교조의 합법화 등 대중운동의 성과들을 축적해 오고 있다. 신자유주의의 대세 속에서도 민주화의 진전 경향은 일정기간 지속되리라 생각된다. 그것은 한국에서의 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민중의 투쟁과 힘에 의한 역사적 과정으로 위치하고 현정권의 정치적 기반이 일정부분 반독재 민주화세력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관철과정이 아직까지는 정치와 인권 분야에서의 민주화와 결정적으로 충돌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주화 경향은 단지 단기적으로만 예측 가능하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사회적 모순이 전면적으로 심화되고 그에 따라 계급적 대립과 투쟁이 격화될 경우 선진자본주의에 비해 물적 토대가 취약한 조건에서 정치적 반동화는 얼마든지 도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주화의 경향적 진전, 사회적 모순의 격화가 동시에 나타나는 현시기에 있어 한국의 진보운동은 그간의 역사적 성과와 대중운동의 토대를 기초로 비약적인 대중역량 강화를 이룩해 나가야 할 실천적 과제가 제기된다고 하겠다.

 결론적으로 한국사회는 사회적 모순의 증폭과 빠른 속도의 심화 가능성, 통일의 현실화 과정의 유동성, 정치적 지형변화의 가변성(민주화의 진전에 따른 것이든, 반동화에 따른 것이든 적지 않은 정치적 지형 변화가 진행될 수 있다. ) 등으로 더욱 큰 변화의 역동성을 지니는 것으로 요약된다.

 (3) 진보와 연대의 새 시대

 지금까지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관련된 몇 가지 현대사회변화의 특징들을 살펴보았다. 엄밀한 역사구분의 기준에서 볼 때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질을 갖는 역사발전단계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자본의 세계화와 초국적 자본의 지배강화를 자본주의 발전의 새로운 단계를 의미하는 지표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 국가독점자본주의단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으로 보기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이론적 문제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현대사회의 변화는 이전 시기와 시대적으로 구분되는 중요하고 의미 있는 '양적 지표'와 물질적 조건의 변화와 진전을 나타내고 있다. 냉전의 해체, 초국적 자본의 지배강화와 신자유주의의 등장 및 복지국가의 해체, 생산방식의 유연화와 중간층의 몰락, 자본축적위기의 일상화와 세계화, 생산력의 비약적 증대, 정보화와 글로벌화로 대표되는 전반적인 사회양상의 변화, 생활양식의 변화 등 앞으로 역사발전의 질적 변화를 가져올 양적, 물적 조건들을 총체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주체적이고 실천적 관점과 기준에서 재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실천적 관점에서 새로운 시대의 중요한 특징은 사회진보의 필요성과 절실함이 심화되면서 또한 그를 가능케 하는 물적 조건이 강화,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는 그 어는 시대보다 사회진보에 대한 민중의 의식과 실천이 전반적으로 고양되어 나갈 수 있는 진보의 시대로 규정된다.

 첫째, 새로운 시대는 사회진보를 향한 민중진출의 시대이다. 우선 자본주의 모순은 반드시 극복해야할 문제로 더욱 심화되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위기적 현상들을 표출해 나간다. 경쟁과 개인주의의 심화, 자연과 사회공동체의 파괴, 빈부격차의 심화가 전개되고 자본경쟁의 무정부성, 자본축적위기의 일상화와 그 파멸적 폭발성이 심화됨으로써 사회의 공동체성의 강화와 무정부적 자본경쟁과 발달된 생산력에 대한 사회적 통제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더욱 커지는 것이다. 반면에 사회진보의 가능성으로서의 물적 조건은 더욱 강화, 확대된다. 생산력의 발달, 생활의 다양화와 삶의 진전에 대한 요구의 증대, 지적 문화적 공간의 확대와 교육수준의 증대 등은 사회진보를 가능케 하는 조건의 진전인 것이다.

 그 가운데 인간의 존재와 의식은 그 어느 시대보다 사회적 모순과 위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형성된 물적 토대를 잘 활용할 수 있을 만큼 '확대되고 고양'되어 나가고 있다. 인간존재와 의식의 확대와 고도화는 인류역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지금에 있어서는 정보화와 글로벌화로 집약되는 객관적인 역사적 상황이다. 예컨대 어제 일어난 러시아의 금융위기를 오늘 아침 한국민중이 자신의 생활과 연관된 문제로 걱정하게 되는 상황은 사회적 존재가 그 만큼 확대되고 사회적 의식이 그 만큼 고도화되어 나감을 보여준다. 물론 존재와 의식의 확대 및 고도화 속에서 모순과 객관적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도 더욱 교묘해지지만 극복의 힘은 더더욱 커져나가는 것이다. 인간존재와 의식의 확대 속에서 인류역사가 어쨌든 '발전'해 왔음은 모순과 진실을 은폐하고 호도하는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경계가 지속적으로 허물어져 왔음을 말해준다. 이 점에 있어 새로운 시대는 자본의 무정부적 경쟁주의와 물신적 생산력주의가 허물어지는 시대라고 생각된다. 지금 당장은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경쟁주의와 생산력주의에 기반한 신자유주의가 온 세상을 호령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러한 신자유주의를 극복함으로써 인류는 한 단계 발전된 새로운 의식의 지평에 도달할 것이다. 신자유주의는 탈출구 없는 자기모순의 결정적 약점을 지닌다. 더욱 커다란 역사적 흐름 속에서 본다면 신자유주의는 사회진보에 대한 반동적인 일시적 역경향에 불과하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 도래하는 21세기는 신자유주의의 득세라는 20세기말의 연장선에서 다가온다. 따라서 만약 새로운 시대 속에서 신자유주의의 '무차별적 생산력주의', '무정부적 무한경쟁'을 민중의 주체적 의식과 실천으로 극복하지 못한다면 도래하는 21세기는 인간에게 엄청난 재앙의 시대가 될 수도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자본간의 무한경쟁이 극단적인 형태로 발전, 비화할 경우 그나마 역사진보의 긍정적 요소들까지 순식간에 삼켜버릴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지구적 수준의 전쟁이 될 수도, 엄청난 환경적 재앙일 수도, 극단적인 빈부격차와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의 도래일 수도, 그 모든 것의 결합일 수도 있다.

 사회진보의 필요성과 가능성의 증대와 신자유주의에 의한 역사적 반동화의 가능성 속에서 사회진보의 실제적인 실현 여부는 전적으로 민중 스스로에 달려 있는 문제가 된다. 요컨대 생산력은 이미 다수 민중의 삶을 풍부하게 개선할 만큼 충분히 발달해 있고, 자본의 모순과 위기도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극단으로 치닫고 있으며, 인간존재와 의식도 확대되어 나가는 상황에서 이러한 제 조건의 형성을 사회진보로 연결하느냐 아니면 모순과 계급지배의 심화로 귀결시키는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민중의 주체적인 자각과 구체적 실천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본주의사회에서 지금까지 자본이 지녀왔던 역사적 주도성이 이제 민중으로 이양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진보가 민중 스스로의 힘에 달려 있음은 항상적인 역사적 진리이지만 이러한 의미에서 새로운 시대에서는 매우 특별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둘째, 새로운 시대는 사회진보를 향한 연대의 시대이다. 새로운 시대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자본운동의 세계화, 글로벌화로 인한 사회적 성격과 연관의 심화이고 그러한 연관이 지구적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사회적 모순도 일국적 차원을 넘어서서 세계적 수준에서 전개되어 나간다. 이는 결국 사회적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투쟁도 이제는 국제적 차원의 연대실천으로 발전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물론 모순이 일국 또는 지역과 부문에서 심화된 모습으로 현상화되는 지점에 노동자, 민중의 주체적 실천이 집중되겠지만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지역과 부문을 뛰어넘는 연대, 나아가 국경을 뛰어넘는 국제적 연대가 필요해진다는 것이다.

 자본의 세계화 속에서 자본지배에 대한 결정적 힘 역시 세계화된 노동자, 민중의 실천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일국적 차원에서는 아무리 잘 싸운다 하더라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초국적 자본에 대한 근본적 대응이 될 수 없다. 오히려 그들의 철수 위협에 상당히 무력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까지는 연대의 의미가 많은 경우 한 부분에 대한 다른 부분의 지원이었으나 앞으로는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문제에 대한 주체적 대응의 과정으로 위치한다. 예컨대 98년 현대자동차의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대해 국제 금속노련의 현대자동차불매운동의 천명은 심정적 지원을 넘어서서 자신의 문제로 자각한 노동자의 국제적 연대실천의 모색이자 작은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새로운 시대에서 전사회적, 국제적 차원의 연대는 그 실천적 필요성과 의의를 더해 나갈 것이다. 진보의 새 시대는 연대를 통해서만 전진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2. 진보시대 교육운동의 의의와 역할

 진보시대를 열어나가는 민중진출의 시대에서 교육운동은 매우 중요한 의의와 역할을 부여받는다. 새로운 시대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민중의 자각과 의식적 실천 여부가 역사의 방향을 관건적으로 규정한다는 점에 있다고 볼 때 인간의 의식을 다루고 전수하는 교육의 기능과 관련하여 교육운동은 이전 시대 보다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반동화가 득세하고 있는 현상황에서 교육은 무차별적 시장화 전략이 전사회적으로 전면화 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약한 고리로서 교육운동은 신자유주의를 선도적으로 극복해나가는 역할을 발휘할 수 있다.

(1) 신자유주의교육과 신자유주의의 극복

 신자유주의는 자본운동의 유연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용유연화, 규제완화, 복지축소, 민영화 등을 추진해 나가면서 교육부문에도 신자유주의교육재편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교육부문도 신자유주의의 고용유연화, 복지축소, 민영화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공)교육부문은 지금까지 그 성격과 운영원리가 비시장적인 공적 모습을 지녀왔기 때문에 신자유주의의 교육재편은 총체적으로 교육의 공적 성격을 탈각시켜 나가는 시장화 전략으로 나타난다. 시장화 전략을 총체적 성격으로 하면서 교육노동의 유연화, 학교간 경쟁의 도입, 교육재정의 축소, 자본의 교육진출 촉진 등을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교육시장화 전략을 극복하는 것이 현 단계 교육운동의 핵심적 과제가 된다.

 신자유주의전략을 극복함에 있어 교육부문은 여타 부문에 비해 상당히 유리한 조건과 근거를 지닌다. 공교육의 공적 성격은 민중의 투쟁을 통해 시민혁명 이후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것으로 자본의 공세가 드세다 하더라도 단기간에 쉽게 허물어지지 않는다. 기본교육권의 국가적 책임, 교육과정과 운영의 공공성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학교의 민영화도 만만치 않으며 자본의 교육진출도 비약적으로 이루어지기는 어렵다. 반면에 시장원리도입이 가져오는 교육의 왜곡과 모순이 매우 명백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문제제기도 정당성을 확보하기에 용이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까지 국가적 수준에서의 대립 형성과 극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점은 교육부문이 신자유주의의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지점이 되는 중요한 근거이다. 노동부문의 경우 신자유주의전략이 가져오는 민중의 고통이 명백하고 노동자의 투쟁이 거세다 하더라도 생존을 건 자본간의 경쟁이라는 조건과 초국적 자본의 철수 위협에 상당히 무력해질 수밖에 없는 반면에 교육부문은 자체의 투쟁성과 및 역관계와 국민적 여론 획득에 의해 승리해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경우가 교육부문에서의 대항이 신자유주의전략이 전사회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저지하는데 있어 상당한 역할을 수행해왔다고 생각된다.

 요컨대 교육운동은 신자유주의의 교육시장화 전략을 극복해야 하고 그럼으로써 전사회적 수준에서는 신자유주의전략의 확산을 저지하면서 반격의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2)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지배의 약화와 민중적 헤게모니의 형성

 새로운 시대에서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헤게모니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이전 시대에 비해 사회변화에 대한 인간의 의식과 실천의 규정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교육은 지배계급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헤게모니를 재생산하는 가장 유력한 기제중의 하나이다. 교육운동은 교육민주화와 공공성강화를 위한 노력,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의 추구를 통해 지배계급의 헤게모니 재생산 기도를 약화시킬 수 있고 나아가 민중적 헤게모니를 형성해 나가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물론 자본주의사회에서 민중적 헤게모니 형성에는 객관적 한계가 있다.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민중적 헤게모니의 수준은 제 계급, 계층의 평 등성과 모든 민중의 요구라는 지점에서 형성되는 '공공성'에 기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본질적 보편성이 아닌 '형식적' 보편성에 의해 한계 지워진다. 그러나 형식적 보편성을 올바로 견지하고 채워내는 것만으로도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지배를 상당히 약화시킬 수 있고 민중적 헤게모니를 일정수준까지 진전시킬 수 있다. 또한 심화된 사회적 성격과 연관이 사회현실에서 구체적으로 현상화되는 수준만큼 우리는 민중적 내용성을 채워 나갈 수 있다.

(3)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강화, 확대

 교육운동은 민중운동, 노동운동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대중적 교육운동의 강화는 민중운동과 노동운동의 강화, 확대의 의미를 지닌다. 교육운동은 전체운동에서 일정한 영역을 차지하는 민중운동의 한 부분으로서 교육에 대한 민중의 이해와 요구를 반영하고 실현해 나감으로써 민중의 총체적 진출에 이바지한다. 또한 교육운동 자체의 강화, 확대는 전체운동의 풍부화, 양적 확대로 연결되며 교육과 교사가 지니고 있는 특성에 기초하여 전체운동의 지역적, 전국적 결합력을 강화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한편 교육운동이 교육노동에 근거하고 교사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한 축으로 한다는 점에서 교육운동의 강화는 노동운동의 강화로 연결된다. 따라서 교육운동은 노동자전체의 단결과 진출이라는 지점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부여받는다. 특히 교육운동은 중간층 및 공공부문 노동운동의 강화, 확대에 선도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3. 현 단계 진보교육의 기본방향과 원리

 현 단계 진보교육의 기본방향은 새로운 시대에 내재해 있는 사회진보와 교육진보의 필요성과 가능성의 진전 조건을 민중적 관점에서 실제적인 현실과 실천으로 실현해 내는 것이 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은 사회와 교육의 역사적 진보에 대해 대립적 역경향으로 작용하는 자본중심적 이해와 무정부성에 대한 대항과 극복의 방향이기도 하며 현시기에 있어서는 구체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신자유주의교육에 대한 투쟁으로 나타난다.

(1) 민중의 교육권 신장과 교육공공성의 강화, 확대

 교육은 당시에 조성된 지적, 문화적, 물질적 조건에 근거하여 진행되는데 진보적 교육은 이러한 객관적 조건을 바탕으로 교육을 '인간의 전면적 능력의 발전'에 복무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역사의 발전단계와 각 시기에 따라 교육이 이루어지는 객관적 조건은 상이하였으며 이에 따라 당대의 해결해야 될 과제를 중심으로 진보적 교육사상은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나타났었다. 예를 들어 프랑스혁명직후 교육의 신분적 독점을 유지시켰던 봉건적 교육구조를 파기하고 민중에게 교육적 자유를 부여하였던 콩도르세의 공교육사상, 산업혁명직후 생산노동과 교육의 결합을 통해 아동의 전면적 능력의 발달을 도모했던 페스탈로찌, 마르크스의 교육사상, 아동을 교육대상이라는 수동적 지위로부터 주체의 위치로 올려놓은 듀이의 교육사상 등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치열하게 대면함으로써 정립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는 앞에서 살펴보았던 것처럼 세계화 정보화 시대의 교육적 조건을 토대로 인간의 전면적 능력이 실현되는 될 수 있도록 진보적 교육원리에 입각하여 교육구조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생산력의 발달로 인류는 역사상 그 어느 시기보다 교육권 신장의 필요성과 실현에 유리한 조건을 맞이하고 있으며 과거에 소망했던 사항들이 점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교육적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 시기 교육변화가 신자유주의에 의해 주도되고 있음으로 하여 민중의 교육진보로 나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초국적 자본의 교육적 요구에 의하여 교육의 시장화로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현 시대 진보적 교육의 일차적 과제는 민중의 교육권을 훼손하고 교육의 공공성을 탈각시켜 나가는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에 대한 본격적 대응을 통해 교육구조재편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역전시키는 것이다. 신자유주의와의 대결에 있어서 현 단계 진보적 교육의 핵심적 슬로건은 '모든 사람의 필요와 능력에 따른 교육의 보장' '(공)교육의 공공성의 강화' 이다.

① 모든 사람의 필요와 능력에 따른 교육-교육권의 신장
 현대 사회는 생산력의 발전으로 보다 고도화된 교육의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제기될 뿐 아니라 인간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조건과 시간적 여유가 증대되었으며 따라서 자유로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성숙되었다. 그러나 노동 대체적인 형태로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전체적으로 물질적 생산력이 발전되었음에도 생산의 결과는 민중에게 분배되고 있지 못하고 신자유주의의 전략으로 오히려 실업증대와 복지축소 등 생산력발전에 반하는 역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교육에 있어서도 대다수 민중의 교육적 기반은 취약해지고 고용을 위해서 교육비의 지출을 증가시켜야 하는 이중적인 압박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열린교육을 내세우며 수요자가 교육받을 수 있는 학습시기, 학습장소를 개방하고 있으나 이는 민중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시장의 원리에 위임함으로써 교육적 차별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진보교육은 정보화, 글로벌화의 교육적 조건을 민중의 교육권을 신장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구상을 핵심적 내용으로 포함해야 한다. 케인즈 교육구조가 '모든 이에게 중등교육을'이라는 구호로 공교육을 확대, 정비하였다면 진보적 교육은 교육환경의 변화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의 필요와 능력에 따른 교육을', 달리 말해 '사회적 권리로서의 교육권의 신장'을 지향한다.      

'모든 사람의 필요와 능력에 따른 교육'은 두 가지 내용을 포함하는 데 첫째, 중등교육은 물론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교육권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것, 둘째, 기초교육에서 평생교육에 이르기까지 각자의 능력과 필요에 적합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창조하고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권의 신장을 통해 인간의 전면적인 발전을 향한 교육적 노력은 새로운 단계로 들어설 것이다.

② 교육공공성의 강화
 신자유주의는 선행하는 교육구조인 케인즈주의 교육구조의 공공성을 해체시키고 있다. 사실 공교육의 위기는 이로부터 근본적으로 유래한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슬로건이 케인즈주의 교육구조로 회귀하자는 것과 동일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신자유주의는 '자본가계급-노동자계급의 타협'에 의해 성립된 케인즈주의의 교육권에 대해서조차 '타협'을 파기하면서 자본의 이해를 한층 더 철저하게 관철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케인즈주의 교육구조에 비해 반동적인 것이지만 이러한 신자유주의의 반민중성이 역으로 케인즈주의 교육구조의 모순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케인즈주의 교육구조 또한 본질적으로 자본주의 교육구조이며 부르조아 민주주의 교육구조의 한 형태이다. 즉 교육의 형식적 평등을 강조하는 것과는 달리 신자유주의 이전시기에도 교육의 실질적 불평등은 고착화 , 심화되었으며 교육사회학의 분석이 알려주는 바와 같이 교육과정이 중립적인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경제적 재생산을 담당하였다. 결국 케인즈주의의 교육의 공공성은 형식적인 것이었으며 실제에 있어서는 자본의 입장이 전반적으로 관철되었던 것이다. 2)

 따라서 진보적 교육은 형식적인 수준에서의 공공성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케인즈주의를 넘어서는 것이어야 한다. 공교육의 공공성을 제고하는 것은 자본가계급에 의한 교육의 독점과 지배를 민중에 의한 교육의 민주적 운영으로 대체하는 것이며 공교육의 민중성을 심화하는 것이다. 이 과제의 해결은 첫째, 국가권력과 교육의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에 의해 교육에 대한 자본가 계급의 개입력을 약화시키고 노동자, 민중의 교육적 이해를 반영하는 구조와 제도를 마련해나가는 것이고 다음으로는 노동자, 민중의  '진보적 교육사상'의 우위성과 지도성을 바탕으로 교육방향과 내용의 공공성을 담보해 나가는 것이다.

(2)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의 추구

 앞장에서 지적한 바 있지만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은 교육의 본질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당연한 지향성을 가지면서도 지금까지 공교육에 있어서는 형식적 구호와 선언에 불과했으며 교육운동에서도 추상적 수준에 그쳐왔다. 그러나 현 단계에 이르러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은 공교육에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나가야 할 매우 실천적인 의미로 제기된다. 그것은 변화되는 사회 및 교육조건이 그 필요의 절실함과 실현의 가능성을 더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력의 발전 속에서도 자본주의 모순의 심화로 현대사회는 물질주의와 상업주의 등 인간적 가치를 물신화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고, 개인주의와 분업의 심화로 인간존재는 더욱 개별화되고 분절적이 되고 있다. 또한 매체와 상징의 발달과 익명성의 심화로 직접적인 인간관계도 점차 좁아지고 비대면화되며 물신화되어 간다. 이런 가운데 빈부격차, 범죄, 청소년과 노인문제, 인간소외 등의 제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가히 '인간성의 총체적 위기'가 노정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성의 위기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갈수록 심화되어 옴으로써 이제는 그 위기의 양상이 인간생활 구석구석에까지 전면화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간성회복을 위한 교육적 과제는 이제 특별한 역사적 의의를 지니게 된다. 특히 비인간성이 심화되는 사회문화적 환경으로 아이들마저 문화와 욕구가 왜곡되고 심지어 기형적으로 형성되고 있음에도 교육이 그것을 극복하기보다는 무기력하거나 조장하기까지 하는 우리의 교육현실 속에서 인간교육의 추구는 매우 중차대한 의의를 지닌다.

 인간교육은 인간성이 전면적으로 구현되는 해방된 사회를 지향하며 또한 '총체적이고 전면적인 인간발달'의 교육을 지향한다. 다시 말해 사회의 인간화와 개개인의 자아실현을 통일적으로 지향하는 것이다. 인간능력의 총체적 발달은 한 사회가 지닌 인간적 가치가 개개인에 구현되는 모습이고 그것은 다시 총체적인 의식과 실천력을 지닌 사람들을 형성함으로써 사회의 인간화를 떠받치는 기초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인간교육은 '총체적 인간교육'으로 재개념화된다.

 한편 인간교육이 사회의 인간화와 그러한 사회를 지향하는 인간의식의 형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동체교육은 인간교육의 중요한 구성부분이 된다. 사실 현대사회에 나타나는 인간성위기의 근원은 모든 사람들의 동등한 가치에 대한 부정과 자본주의사회의 비공동체적 성격과 본질에 있다. 인간성을 위협하는 물질주의, 이기주의, 상업주의 등의 제 가치와 원리는 공동체적 가치와 대립된다. 따라서 공동체적 가치와 태도를 형성하는 것은 인간성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가장 중심적인 방향이 되는 것이다. 또한 인간존재와 실천의 개별화가 심화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사회적 성격과 연관이 강화된다는 점은 공동체교육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한다. 이제는 비록 개인의 작은 실천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일정한 사회적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모든 사람과 집단, 국가가 상호연관 속에서 살아간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인간의 의식과 실천이 조망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립과 갈 등, 지배와 소외는 필연적으로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가운데 다른 한편으로는 그 실천적 조건은 진전되고 있다. 우선 생산력의 발달과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통해 사람들의 생활이 이전 시대에 비해 다양화, 풍부화 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교육에 대한 다양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으며 이는 개개인의 다양한 소질과 취향의 개발, 전면적 발달이라는 총체적 인간교육의 현실적 근거가 될 뿐 아니라 일정한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다음으로 사회현실의 공동체적 성격의 현상화와 그에 대한 의식이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핵과 전쟁, 환경 등 공동체적 문제가 이미 중요한 사안으로 포착되고 있고 빈곤과 실업 등도 개인의 무능력이 아닌 사회적 과정의 문제로 보는 시각도 확대되고 있다. 사회현실의 공동체적 성격을 표현하는 현상들은 갈수록 증대해 나가리라 생각된다. 또한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민중의 요구가 날로 증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따라 이제는 지배세력도 이러한 민중의 요구를 무작정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간교육, 열린교육 등을 비본질적으로나마 강조하고 있고 환경과 평화, 민주주의 등 공동체적 문제를 부분적으로나마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시작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의 반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진보교육의 실질적인 임무는 이제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을 단지 강조하는데 그치지 않고 본질적 방향성 하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되어 나가도록 하는데 있다고 하겠다.

 반면에 무차별적인 경쟁과 생산력주의,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을 강요하는 신자유주의는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에 대한 역경향으로 존재한다. 근본적으로 신자유주의와 인간교육, 공동체교육은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대립적 지향이다. 시대의 요구와 흐름에 반하여 신자유주의의 반동성이 횡행하는 이 때 인간교육과 공동체교육의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교육, 공동체교육은 교육의 본질로부터 근거하는 교육운동의 궁극적 방향이자 현 단계 진보교육의 가장 실천적인 중심방향의 하나로 위치한다.

(3) 교육민주화의 실현

 민주주의는 인간과 인간의 대립, 모순을 지양해나가는 과정이자 방향이다. 민주주의는 모든 인간의 동등한 가치와 권리, 자유를 전제로 공동체적인 이해와 요구를 실현해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민주주의는 사회적 모순이 존재하는 한, 인간사회 자체가 존재하는 한 끊임없이 추구되는 인간사회의 지향이다. 지금까지의 역사적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사회적 모순을 해결해나가기 위한 기본 전제로서 또한 그 자체의 의의로서 가장 중심적인 과제가 되어 왔다. 여전히 민주주의는 현재의 사회발전단계에서 사회진보의 가장 중심적인 과제의 하나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역사적, 사회적 조건과 상황에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중심과제와 방향은 그 의의와 내용을 달리해서 나타난다. 현 단계에 있어 민주주의와 교육민주화의 의의와 방향을 올바로 설정하기 위해서는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의미와 한계를 파악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된다.

 부르조아 민주주의는 지배계급이 타계급에 대한 독재와 함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기제이자 과정으로 규정된다. 지배계급은 동의에 기초한 지배를 행사하기 위해 국가권력과 정책의 일부를 마치 모든 계급이 동등하게 참여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공적 영역화하고 지적,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로서 지배의 동의를 이끌어낸다. 따라서 동의를 확보하기 위한 전제로 '절차와 형식'의 민주주의는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필수적 요건이 된다. 그러나 부르조아가 보편적인 계급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부르조아는 공적 영역의 공적 의의를 내용적으로 훼손하고 지배계급으로서의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키려한다. 그것이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실제적, 내용적 한계와 본질이다. 이는 교육부분에서도 고스란히 관철된다. 부르조아는 교육기구를 장악함에 의해 공교육을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재생산의 기제로 위치 짓고 있으며 그러한 만큼 공교육의 공공성을 침탈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부르조아에 의한 교육독점을 제한하는 것, 부르주아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것, 보편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진보적 교육운동진영의 과제이다. 이는 공교육에서 민주주의를 확대하는 것, 민주주의를 전면화 하는 것을 통해 이에 접근할 수 있으며 아래의 그림은 이러한 과제의 실현에 시사점을 제공한다.

부르조아 국가의 강압적 성격         부르조아 국가의 본질적 한계

 

헤게모니영역

 

 

 

 

 즉 위 도식의 좌측 경계선이 부르조아 국가의 강압적 지배가 이루어짐으로 인해 형식적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지점이라면 우측 경계선은 부르조아 국가의 한계지점으로 형식적 민주주의의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의 민주화를 추구하는 전략은 헤게모니영역에서 민주주의의 실질화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이다. 파시즘교육체제에서 민주주의의 문제는 노골적인 부르조아의 강압적 성격에 대한 투쟁으로 위 도식의 좌측경계선을 돌파하는 문제라면 부르조아 민주주의 체제하에서는 헤게모니영역을 극대화시킨다는 관점에서 민주주의 확장의 문제로 제기된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공교육을 전진시키기 위한 이러한 시도는 중요한 한계를 가짐에도 새로운 사회에서 공교육의 본격적 건설에서 거쳐야 할 역사적 경험으로 작용한다. 진보적 사회에서 새로운 공교육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자동적으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당시까지 획득된 공교육을 물질적 전제로 해서 새로운 과제와 함께 등장할 뿐이다. 그리고 계급적 대립의 적대성이 해소되고 특수한 계급이 아닌 사회 전계급 계층의 공공의 위원회로 국가의 성격이 변화될 때, 공교육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보편적인 인간의 발달을 실현하는 교육으로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것이다. 3)

 교육부문에서의 민주주의 확대와 확장, 즉 교육민주화는 현 단계 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에서도 진보교육구조의 기본원리이며 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실현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이다. 또한 당면한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교육의 민주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장을 만병통치약으로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대처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하는 길이다.

(4) 교육의 현대화와 지속적 혁신

 공교육의 현대화는 질 높은 교육이 제공될 수 있도록 공교육의 후진성, 낙후성을 극복하고 현대화하며 다원성, 다양성을 갖춘 형태로 공교육을 지속적으로 변모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사회의 발전에 조응하는 형태로 교육과정, 교육이론과 방법, 교육환경을 지속적으로 혁신하고 개선한다는 것을 포함한다. 사회의 변화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공교육은 낡은 관료적 체제 또는 낡은 학교양식을 변모시키지 않음으로써 이른바 공교육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사교육이 현실의 변화에 민감하게 자신의 교육과정과 교육적 조건들을 변화시키고 있음에 비해 공교육은 교육자들에 대한 광범한 재교육, 교육적 조건의 개선에 대규모적 재정투자 등을 전제로 하고 있음으로 해서 급속한 변화에 멀리 뒤쳐져 있는 것이 현실적 상황이다. 그리고 급기야는 '19세기의 교실에서 20세기의 교사들이 21세기의 학생들을 교육한다'는 사회의 발달과 교육양식이 모순적인 상태로 돌입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조건은 공교육의 해체와 민영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의 교육재편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자본주의사회에서 발생한 공교육의 낙후성을 공교육 자체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이데올로기적으로 호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교육의 현대화는 몇 가지 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데 첫째, 사회의 지속적인 변화와 인식을 바탕으로 교육과정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즉 사회가 진보적 사회로 이행해 가는 각 단계에서 요청되는 사회적 의식이 형성될 수 있도록 교육방향과 교육내용을 재구성하는 문제,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달에 따라 변화된 사회적 생산력의 수준에 조응하는 교육내용으로 재구성하는 것이 교육과정의 현대화와 직결되어있다. 또한 교육의 현대화는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교육적 상황과 교육적 관점에 대한 새로운 주제를 포섭하고 해결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즉 과학의 발달과 인간의 세계에 대한 인식의 심화로 지식의 양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으며 정보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정보화사회에 걸맞게 교육이 조응되어야 한다는 점, 그리고 기존까지 인간의 자연에 대한 관계가 자연의 파괴로 나타난 것에 비해 자연의 일원으로서의 인간과 자연과의 관계라는 생태적인 관점에서의 교육과정의 현대화를 포함한다.

 둘째, 변화된 학생들의 조건과 지향에 맞는 교육이론과 방법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이 요구된다. 학생들의 자주성이 증대하고 학생들의 생활환경의 변화에 따라 교육적 목표들을 달성할 수 있는 변화된 조건에 맞는 교육이론과 교육방법, 교육내용의 선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을 대상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학생을 교육과정의 주체로서 참여시킨다고 할 때 학생들의 주체적인 변화를 수용하고 학생들의 지향에 부합하는 것은 교육의 본질실현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것이다.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발견하고 성장시킬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다양화, 다 수준화가 이루어져야 하며 학생들에게 적합한 교육방법의 모색이 창조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창조적, 창의적 교육방법이 학생들의 창의성이 실현될 수 있는 길을 확장할 것이다.

 셋째, 획일적, 근대적 형태의 학교를 지양하고 생산력의 발달에 조응하는 교육환경의 확보가 교육현대화의 중요한 구성부분이다. 중앙의 획일적인 통제와 천편일률적인 학교형태, 사회의 정보화, 첨단화로부터 뒤떨어져 있는 교육환경은 인간의 삶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증대하는 '교육의 시대'에 걸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교육의 본질실현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따라서 공교육의 기본적인 방향을 견지하면서 인간능력의 다면적 발전이 이루어 질 수 있는 다양하고 유연한 형태의 학교, 생산력의 발달에 조응하는 현대적인 교육환경은 진보교육의 실현의 물적 조건으로 준비되어야 한다.

 주--------------------------
1) 생활의 다양화와 관련하여 물적 조건으로 작용하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그에 따른 여가의 확대도 가능한 하나의 경향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분은 신자유주의의 야만적 정책으로 실업대란과 노동강도 강화가 커다란 민중의 고통으로 다가오고 있는 우리의 현실과 모순되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므로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우선 굳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를 밝힌다면 노동시간단축과 여가의 확대는 인간생활의 다양화로 연결되어 총체적 교육에 대한 실제적 요구와 필요성을 증대시키고 정당성을 강화함으로써 총체적 인간교육을 실제로 진전시킬 수 있는 유력한 현실적 근거 중의 하나가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미 노동시간단축과 여가의 형성은 이전 시대와 비교할 때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구조적으로 변화시켰을 만큼 전개되어 왔다. 또한 앞으로도 생산력발달을 배경으로 하여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통해 경향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그 과정은 신자유주의의 헤게모니 하에서는 역관계와 상황전개에 따라 적지 않은 굴곡을 그리면서 진행될 것이다. 생산력의 발달은 우선 총필요노동 시간의 감소로 나타난다. 이에 대해 자본은 노동시간단축이 아닌 고용의 축소로 대응하고자 한다. 이러한 자본의 고용유연화전략으로 대량실업과 노동강도의 강화가 야기된다. 자본의 탐욕 때문에 생산력발달에 따른 총노동시간의 감소가 여가의 확대가 아닌 실업과 고통의 확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한국적 현실에서 나타나는 상황의 본질이며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대응전략을 극단적으로 이념화한 형태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의 지속은 엄청난 사회문제와 사회적 비용의 지출로 전화된다. 생존권을 확보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이 격화되고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대한 대응이 필요해진다. 실업을 야기하는 자본의 전략에 대한 역경향이 발생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중소비 감소에 따른 내수부진 및 실물경제의 악화가 야기된다. 역경향이 커짐에 따라 결국 자본으로서도 새로운 고용을 창출하거나 노동시간단축을 통해 재생산 위기가 근본적인 지점에 이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할 수밖에 없게 된다. 90년대 말 프랑스에서 사회협약을 통해 노동시간단축이 이루어진 것은 바로 그러한 사례이다. 이렇게 노동시간단축이 가능한 것은 자본중심적인 신자유주의의 전략도 넓게 보면 생산력 증대의 추세, 생활영역 및 가사의 상품화, 기술발전에 따른 생산성의 증가와 노동형태의 변화 등 기본적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가능케 하는 사회변화 속에서 전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시간단축과 여가의 확대, 생활의 다양화는 신자유주의 하에서도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노동자, 민중의 투쟁을 통해 현실화해 나갈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의 하나의 경향적 추세인 것이다.  

 덧붙여 지적하고 싶은 또 하나의 지점은 실업대란이 신자유주의의 야만적 본질을 잘 보여주는 현상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현상과 신자유주의 자체와 동일시해서도 안된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의 본질은 제한 없는 자본운동의 극대화를 추구해 나가는 방향과 원리에 있는 것이며 따라서 현상은 다양한 수준과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반드시 대량실업이나 노동시간 확대로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를 반드시 절대적 수치의 대량실업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수반하는 것으로 보는 것은 너무 안이한 판단이며 그보다는 동일한 생산조건에서 실업확대와 노동강도 강화를 야기하는 경향과 힘으로 작용하는 자본의 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현실에 대한 우리의 정확한 판단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노동시간단축과 여가의 확대가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하에서도 민중의 요구와 투쟁을 통해 현상화될 수 있는 하나의 경향이라는 지적이 신자유주의의 야만적 본질을 불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으로 결과되어서는 곤란하다. 다만 시대적 상황을 실업과 노동강도의 강화를 야기하는 신자유주의의 힘과 이에 대항하여 삶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동자, 민중의 힘이 경향과 역경향으로 대립하면서 같이 작용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하고 노동시간단축과 여가의 증대를 가져올 수 있는 현실적, 물질적 조건이 확대되어 감을 강조하고자 하는 것이다.
2) 일반적, 보편적 의미의 공교육이 출현한 것은 부르조아를 지도적 계급으로 하여 수행된 시민혁명 이후이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권력기구가 관리하는 교육제도의 성립이 공교육의 출발이었다. 우리가 여기서 공교육이 시민혁명이후에 성립하였다고 하는 것과 국가에 의해 관리되는 교육제도라는 규정은 혁명이전에도 국가에 의해 운영되는 교육기관이 존재하였다는 역사적 사실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민혁명 이전에 존재했던 '공'적인 것의 성격은 다음과 같은 제한된 의미에서이다. 부르조아 혁명이전에 국가활동으로서 '공'적인 것은 국가가 장악하고 있는 지배계급의 일 분파, 또는 개인이 아니라 귀족, 영주 등 지배계급일반의 이익이라는 차원에서 비사(非私)적인 것이며 특정한 농노 또는 노예 개인에 대한 지배가 아니라 피지배 계급 전반에 대한 강제적 지배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공적인 것이다. 그러나 시민혁명이후 '공'적인 것의 개념은 중요한 변화를 경과한다. 부르조아는 봉건계급으로부터 자신을 해방하는 과정에서 모든 신분질서의 폐기를 선언하게 되었으며 국가 또한 사회의 특정계급의 전유물로서가 아니라 사회의 제 계급, 제 계층의 보편적 이해를 대변하는 기관으로 등장시킨다. 즉 부르조아혁명이후 국가가 전체 계급의 조정자를 표방하고 형식적이지만 민주주의를 전제로 하여 선거를 통해 국가권력을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특권계급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계급의 공적인 기관으로 나타난다. 이것은 부르조아국가가 억압적 방법이외에 피지배계급에 대한 지도를 통해, 즉 헤게모니를 동반하며 출현한다는 점과 관계된다. 이러한 점에서 '공'적인 것은 부르조아 민주주의를 전제로 하여 부르조아의 헤게모니의 범위 안에서 성립하는 것이다.

 그람시는 계급의 우월성은 지배와 지적, 도덕적 지도라는 두 가지 상이한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하였다. 여기서 지배란 강제를 의미하는 것이고 힘에 의해 사람들의 행동과 선택을 외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지적, 도덕적 지도란 사람들이 지배계급의 규범에 포괄되어 자신의 신념을 형성하고 그것을 기초로 하여 행동하고 선택하게 하는 것으로 이것이 헤게모니이다 . 헤게모니란 좁은 의미에서는 지배계급의 세계관의 확산과 대중화를 통해 확보되는 피지배층의 동의에 기반을 둔 정치적 지도력, 즉 강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합의에 의해 획득되는 우월성을 가리키며 더 넓은 의미에서는 강제와 합의, 즉 국가와 시민사회의 계기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자본가 계급은 공공연한 강제력뿐만 아니라 동의를 통해서도 노동자계급을 지배하는 데 이러한 동의를 받기 위해서는 형식적일지라도 민주주의를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국가가 단순히 억압적인 것이 아니라 일정한 동의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부르조아 민주주의는 단순히 타계급에 대한 독재인 것이 아니라 자본가 계급이 타계급의 동의를 확보하는 기초적인 형태이다. 여기서 부르조아 민주주의의 범위에서 시민사회의 정치적 경제적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국가기관의 일부와 일부의 정책이 공적영역으로 등장한다. 공교육 또한 민중의 교육에 대한 요구를 부르조아 계급이 수용하고 이 과정을 지도함에 의해 성립된 것이 역사적 과정이었다.

 그러나 부르조아가 보편적인 계급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로 공적인 영역의 훼손과 지배계급으로서의 자신의 이익을 실현시키려하며 이는 교육 부분에서도 관철된다. 부르조아는 교육기구를 장악함에 의해 공교육을 자본의 이데올로기적, 문화적 재생산의 기제로 위치 지우고 있으며 그러한 만큼 공교육의 공공성을 침탈한다. 따라서 자본주의사회에서 부르조아에 의한 교육독점을 제한하는 것, 부르주아적 성격을 약화시키는 것, 보편적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진보적 교육운동진영의 과제이다.
3)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다음과 같은 주장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공교육의 역사적 지위에 대한 정확한 포착에 실패한 것이다.

 '공교육을 공동선을 위한 교육으로 개념정의 할 수 있고 공동선이 가지는 본질로 보아 시대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에 다수성과 타자성을 강조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결합되어 현대 공교육사상을 재형성해야 한다. '공교육은 추상적인 공동선의 추구라는 것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 계급간의 대립과 타협에 의해 형성되는 영역에 존재하는 것이며 공교육의 새로운 정립은 부르조아의 계급지배의 철폐와 관련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을 상실할 때, 공교육의 왜곡이 발생하고 있는 지점을 놓치게 되고 그럼으로써 근본적인 해결의 궤도로부터 이탈하게 된다. 다시 말해 공교육은 추상적인 형태의 공동선을 위한 교육을 본질로 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역사적 형태로서 시민혁명이후 국가기관에 의해 관리되는 교육을 본질적 성격으로 한다. 그런데 부르조아국가가 형식적 민주주의를 통해 국가기관을 구성하고 부르조아의 헤게모니 하에 공교육이 창출된다는 점에서 공동선의 추구가 마치 공교육의 이념이라는 전도된 표상이 자리잡는다. 이러한 파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교육이 공동선에 기초할 수 있다는 환상을 가지게 하거나 공교육에서 나타나는 제반 모순의 근원인 자본주의에 면죄부를 주는 것으로 결과되며 이러한 관점에 기초하여 교육운동을 전개할 경우 교육모순의 근본적 해결에 있어서 실천적 파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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