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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과 문화> 디지털 성폭력과 청소년 성교육



<디지털 성폭력과 청소년 성교육>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n번방 사건으로 인해 미성년자의 성범죄와 성폭력이 다시 사회적으로 이슈화되었다. n번방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범죄의 내용이 저질적일 뿐만 아니라 사건의 피의자 중 상당수가 10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n번방 사건이 불거지자 대부분의 여성 운동진영에서는 가해자들의 관용 없는 처벌, 신상 공개 등을 요구하였고, 청소년들의 디지털 성폭력을 각인시키고자 여러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우리 사회 성폭력은 근절되어야 하고, 특히 디지털상으로 이루어지는 음성적이고, 적나라한 성폭력에 대해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에게 엄한 처벌과 함께 학생들에게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만으로 부족하다. n번방 사건은 성폭력 중에서도 극단적인 폭력이기 때문에 가해자 처벌에 대해서는 이의가 없지만, 이러한 사건이 왜 벌어지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적 과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한국 사이버성폭력의 역사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관련 조항은 1994년에 제정된 성폭력특별법과 함께 제 13조에 근거가 생겼다. 당시 동법 제 14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이나 음향, 글이나 도화,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후 1998년에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에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고, 2006년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또한 타인의 의사에 반한 신체 촬영과 더불어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 또는 공연히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되었다.

그동안 수차례 관련 조항이 개정되어왔으나, 여성 단체에서는 여러 종류의 가해 행위와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해왔다. 즉 어떤 촬영물이 피해 촬영물인지 여부를 가늠하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남성중심적이라는 점, 법에 명시되지 않은 유포 행위가 존재한다는 점, 불법촬영물을 소지하고 시청하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점, 불법촬영물 유포 협박은 성폭력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등이다.

사회적으로 최초 피해 촬영물 사건으로 기억되는 것인 1997년 일명 <빨간 마후라> 사건일 것이다. 당시 언론은 이 촬영물이 청소년들의 탈선과 타락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연일 보도했지만, 정작 피해 여성에 대한 보도는 폭력적이었다. 당시 피해 여성은 열다섯의 나이에 이미 중학교를 그만두고 단란주점 접대부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두운 과거는 피해 여학생이 포르노 촬영에 응할 수밖에 없는 인과관계를 전제하면서 소위 순결을 읽은 여성은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없다는 가해자 중심 사고로 당사자를 타락한 청소년이라는 가십거리로 삼았다. 그러나 <빨간 마후라>는 명백한 비동의 유포 피해 촬영물이다. 여성의 남자친구였던 사건 당사자는 녹화 영향을 곧바로 지우겠다.”고 약속했지만, 비디오테이프가 2~10만 원 사이에 팔리며 급속도로 유포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비동의 촬영 유포와 불법 촬영 비디오를 아무 죄의식없이 본다는 것에 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불법 촬영은 범죄(여성가족부).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60pixel, 세로 792pixel

사진 찍은 날짜: 2018년 08월 03일 오후 7:59

프로그램 이름 : Adobe Photoshop CC (Windows)


한편 1999년 개설되어 20164월에 폐쇄된 소라넷은 여성의 몸을 불법촬영한 촬영물을 올려 노는남성들의 대표적인 공간이었다. 소라넷 폐쇄는 2015년부터 시작된 메갈리아의 소라넷 폐쇄 운동이 만든 결과였다. 소라넷 개설은 불법 촬영물 소비가 범죄가 아니라 야동으로 소비하는 인식의 결과이다. 대부분 불법촬영물은 아마추어 포르노라고 불리며 관음증”, “도덕적 불감증이 문제라는 식으로만 논의되었다.

불법촬영물 유포는 1997년에 깔린 초고속 인터넷이 주된 경로가 되어 있다. 확장된 인터넷 네트워크는 예전에 세운상가나 청계천으로 직접 나가야 구할 수 있었던 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방송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영화 등 영상업계에서는 하청업체나 협력업체 사람들에 대한 로비나 접대용으로 이런 테이프들이 필수적으로 쓰기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인터넷 네트워크의 발전은 일상의 포르노화라는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가져왔다.

 

최근 한국 사이버 성폭력의 유형

 

1) n번방과 온라인 그루밍

 

현재 벌어지고 있는 사이버 성폭력의 유형들은 공공장소 불법촬영 후 유포, 성적 촬영물 비동의 유포, 유포협박, 합성 및 편집 후 유포, 유포불안, 온라인 그루밍, 온라인상 성적 괴롭힘 등이 있다. 이중 n번방 사건과 밀접한 유형인 온라인 그루밍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그루밍은 길들이기라는 의미로 가해자가 자신보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미숙한 사람에게 접근해 신뢰 관계를 형성한 뒤 성착취를 행하는 유형이다. 사이버 공간에서의 그루밍은 주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아동·청소년을 길들여 성적 촬영물을 직접 촬영해 건네주도록 만들거나 오프라인에서 성폭력이나 조건만남의 상황으로 유인하기도 한다.

 

재미 삼아 채팅 앱에 들어가서 모르는 오빠랑 대화를 했는데요. 오빠가 제 말도 잘 들어주고 용돈도 보내줘서 오빠가 저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보내 달라는 가슴 사진도 보내주고 샤워하는 사진도 찍어서 보내줬는데 성기 사진까지 보내 달라고 해서 그건 거절하자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거냐며 화를 냈어요.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한테 제 사진을 보여줬을까 봐 걱정이 돼요. 사진 보내준 저의 잘못이 있는 것 같아서 부모님한테는 말 못하겠어요.”

 

그루밍 성폭력은 경제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많이 발생한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이나 협박이 없어서 마치 피해 경험자와 가해자가 연인이거나 호의적인 관계로 비춰진다. 한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 그루밍의 피해자 연령은 85%10대이다. n번방에서도 상당부분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불법촬영 영상물들이 확보되었다. 심지어 n번방에서는 온라인 그루밍을 통해 확보한 영상물로 협박하여 피해자의 온가족 영상물을 요구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n번방 처벌 촉구(아시아경제, 2020 03 23)-정려원 인스타크램 캡처.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61pixel, 세로 435pixel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에서 분류하고 있는 온라인 그루밍 유형은 그루밍 성범죄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마트폰 보급과 확산으로 온라인에서의 소통이 익숙한 십대 청소년들은 각자의 핸드폰에서 손쉽게 채팅 어플을 다운받아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 그루밍의 사례에서 대부분의 가해 남성들은 친절하고 조건없이 피해 경험자에게 접근하지만, 시간이 지나 피해 경험자가 가해자를 자신의 편이라고 느끼게 되었을 때 본색을 드러낸다. 나체 사진을 요구하고, 그 다음에는 자위 영상을 요구한다. 거절하면 이전에 보낸 촬영물을 유포하겠다며 협박하고, 그렇게 또 새로운 촬영물을 받아내는 일련의 과정을 대부분의 가해자들이 유사하게 반복한다. 이와 같은 성착취 과정은 플랫폼만 바뀔 뿐 다른 곳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된다.

한사성의 2018년 상담 통계에 따르면 SNS와 메신저에서 발생한 사례가 53%로 절반이 넘는 비율을 차지한다. 많은 10대 청소년들이 문자나 통화보다 SNS나 메신저를 더 일상적인 소통창구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해당 플랫폼에서 피해자가 높은 비율로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대부분의 피해 경험자들은 SNS의 사용으로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한다. SNS는 이미 청소년의 또래 문화로 자리 잡았고, ‘#일탈계‘#살색계 역시 고유명사로 사용될 정도로 청소년들의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2) 스튜디오 촬영 성폭력과 벗방 BJ

 

이외에도 불법 촬영의 형태로 스튜디오 촬영이나 벗방 BJ 등이 있다. 스튜디오 촬영은 가해자들이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이른바 출사를 홍보하고 회원들을 모아 돈을 받고, 신인모델 지망생이나 아이돌 지망생을 모집하여 촬영하는 것이다. 스튜디오 촬영은 여성들이 마치 자발적으로 자신의 촬영물을 누군가에게 전송하거나 SNS에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성적 촬영물 거래를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해자들은 피해 경험자의 미래에 영향력을 미칠 것처럼 피해 경험자를 속이거나, 피해 경험자들이 겪는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용해 피해자들이 촬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처음에 합의한 노출수위나 촬영물 사용 범위가 지켜지지 않으면서 피해경험자는 심각한 고통을 받는다.

피해 촬영물을 보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만들어지고 개인 방송의 시대로 접어드는 시대적인 상황과 결합되어 소위 말하는 벗방BJ’ 산업이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개인 방송 BJ들은 개인 방송을 송출하는 전문 플랫폼에서 방송을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다양한 결제 수단을 통해 구입한 플랫폼별 사이버 머니를 BJ가 방송하고 있을 때 원하는 시점에서 원하는 액수만큼 선물할 수 있다. 해당 사이버머니는 플랫폼이 수수료를 가져가고 나머지는 BJ에게 귀속되며, BJ가 일정 기간 내에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다.

 

3) 여성 피해자의 자발이냐, ‘비자발이냐

온라인 그루밍이나 스튜디오촬영 성폭력과 벗방BJ에서 사회적 쟁점은 피해 여성의 자발이냐 비자발이냐이다. 대부분의 여성 단체에서는 이러한 질문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 이유는 가해자는 피해 여성을 성산업으로 유인하여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가해자가 약속을 잘 지킨다고 해도 성산업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즉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여성이 성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한 여성이 사이버 상에서 성상품으로 거래되었을 때, 이에 대한 거래는 비대칭적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물건이 거래되었을 때는 구매되는 것팔려나간 것사이의 대칭이 이루어 지는데, 인터넷상에서는 남성들이 구매한 것이 실제 여성이 아니라 이미지이기 때문에 구매한 남성들은 크게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 반면 여성 피해자는 본인이 팔려 나갔다고 느낀다. 즉 여성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명에게 당하는 성폭력이라는 것이다.

온라인 성산업 구조에서 여성이 거래되는 것은 여성의 상품화를 가속화시키고, 범죄가 양산되는 것은 분명하다. 또한 과정에서 여성의 자발이냐 비자발이냐를 논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폭력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바로 온라인 성산업 구조를 어떻게 해체할 것이며, 여성이 자발적으로 성산업에 접근하지 않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 여러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겠으나, 이 글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개선 방향이라고 할 수 있는 성교육을 통한 성폭력 근절 방향에 대해 다뤄 보도록 하겠다.

 

 

인터넷 성상품화와 여성혐오

 

n번방과 같은 인터넷 성폭력은 여성의 성상품화와 여성혐오를 전제하고 있다. 대개 온라인의 익명성은 인터넷 문화를 좌우하는 핵심으로 간주 된다. 이길호(2014)에 따르면 익명성은 현실의 동일성을 차단하는 규범이며, 온라인에서 사용되는 이름으로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자신의 명성을 추구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사회적 금기를 위반하는 다양한 일탈이 훨씬 자유롭게 일어나며 모욕적이고 반사회적인 표현들도 그 결과의 하나이다. 또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유통되는 대부분 글, 그림, 영상 등은 타인의 공감을 얻고 이를 통해 위세를 과시하려는 욕구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게시물의 선정성과 자극성 심지어 반사회성 조차도 타인의 즉각적 반응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인정받으려는 전략, 즉 인터넷의 사회성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사이버 커뮤니티의 특성에 주목한 이러한 논의는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경악할 만한 반사회적 또는 패륜적게시물이 온라인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유통되는 이유를 적절히 설명해주는 듯하다.

현실에서는 온라인상에서와 같이 여성을 성적 도구로 취급하는 일방적인 대상화는 가능하지 않다. 여성은 실제로 인간으로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말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은 인공적 구성물로서 현실의 세계와 구별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욕설과 혐오 정서는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의 유희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치즈코는 그의 책 여성혐오를 혐오한다에서 실제 여성과 접촉을 하지 않는 남성일수록 여자란 무엇인가에 관한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지적한다. 현실의 여성과 괴리된, 그럼으로써 거의 망상에 가까운 숭배 또는 혐오의 표상에 사로 잡혀 있는 남성이 현실의 여성과 연애를 하고 사랑을 나눌 가능성은 지극히 낮은 것이다. 이렇게 연애에서 자발적으로도태된 남성은 여성의 타락과 자신의 순정을 대비시킴으로써 여성에 대한 혐오를 키우는 것을 정당화 한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여성혐오(여성신문, 2016. 12.19).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540pixel, 세로 617pixel

 


이미지출처: 여성신문(2016.12.19.일자)

 

 

 

또한 남자들의 여성혐오는 사회정체성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사회정체성 이론을 제안한 앙리타펠에 따르면 사회정체성이란 자신이 어떤 사회적 집단의 일원이라는 지식과 그러한 멤버십에 부여되는 가치와 정서적 의미로부터 생기는 개인의 자기 개념의 일부이다. 즉 자기 개념의 두 단면들 가운데, 개인의 성격이나 가치관과 같은 개인정체성보다는 자기가 속해 있다고 지각하는 사회적 범주들로부터 파생되는 사회정체성에 주목하여 집단 간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고자 시도하는 이론이다. 사회정체성의 형성은 기본적으로 사회범주화에 기초한다. 사람들은 사회집단의 전형적 특징을 상정하여 그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도 적용한다. 이렇게 형성된 사회적 범주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집단을 자신의 확장으로 받아들이면서 사회정체성이 형성되는 것이다.

사회정체성 이론의 기본적 가정은 인간은 자존감을 유지하거나 높이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을 특정한 집단의 성원으로 범주화하여 외집단에 비해 내집단이 긍정적으로 차별화되거나 독특하다고 지각될 때 긍정적 사회정체성은 획득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관련된 외집단을 손상시켜서 내집단을 더욱 긍정적인 것으로 만들어 긍정적 자존감을 획득하기도 하는데 이 과정에서 외집단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나타난다

경제성장률이 정체되어 있고 비정규직 비율이 증가하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한 경제적 조건 속에서 현재 젊은이들이 과거 세대와 같은 사회적 성취를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게다가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성취 수준도 점차 높아지면서 젊은 남성들은 자존감에 더 큰 위협을 느낀다. 이때 상처받은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경쟁 관계에 있는 외집단인 여성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 여성혐오인식을 통해 남성들은 사회적 조건 속에서 하락한 자존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정을 바탕으로 성별사회정체성이 강할수록 여성혐오인식도 강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20~30대 한국 사회 남성들은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공유한다. 더 이상 가족수당을 확보해 4인 정상가족을 먹여 살릴 수 없는 이들은 아버지가 되어 가부장적 권위를 가질 수 없고, 따라서 가부장제 사회의 지도자도 될 수 없다. 그러나 사회가 요구하는 성 역할은 여전히 공고하다. 남성들은 이 같은 남성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느끼는 압박감을 피해라고 규정한다.

44만 명의 한국 남성을 대상으로 한국 남성 현상을 조사한 시사인604호는 한국의 젊은 남성에게 여성혐오는 시대정신이라며, “가부장제의 익숙한 남성 우월주의와는 결이 다른, ‘약자로 전락했다는 분노가 젊은 세대 남성을 사로잡았다고 말한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고용율의 변화이다. 2018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2017년에 처음으로 남성 고용률을 앞질렀다. 이 연령대 여성 고용률은 69.6%로 남성 고용률 67.9%보다 1.7%p 높았다. 하지만 30대부터 고용 안정성과 임금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지기 시작한다. 여성 고용률은 30대 후반에 이르면 56.5%로 떨어진다. 임금 격차도 마찬가지이다. 남성 임금 대비 여성 임금은 30대 후반에 72.3%로 떨어지고, 50대 초반 여성들은 남성 임금의 절반인 52.5%를 받고 일한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것과 무관하지 않다.

현실이 그럼에도 남성들은 과거보다 자신들의 권리가 축소되고 있다고 인식한다. 이러한 인식을 바로 잡을 기회도 없었고, 청소년 시기 성적 성숙과 어울리는 성교육도 못 받으면서 왜곡된 성적 인식이 발현되면서 디지털 공간에서 끔찍한 성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n번방과 같은 음란물의 제작 및 유통 뿐만 아니라,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불법 촬영물 유포와 언어 성폭력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사건이다. 대학생의 커뮤니티에서도 일어나며, 직장인의 커뮤니티에서도 일어난다. 청소년들의 단톡방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다.

 

 

청소년 시기 성교육의 필요성

 

최근 남학생들의 여성혐오는 심각하다. ‘반페미’, ‘꼴페미로 대표되는 남학생들의 여성혐오는 장난과 범죄의 경계를 넘어 여학생들의 모멸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특히 스쿨미투운동이 활발해지면서 남성 청소년들의 여성혐오는 심심치 않게 관찰된다. 남학생들은 학교에서 힘쓰는 일도 무조건 여학생들과 동등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현재 사회적 분위기는 여학생을 우대하여 역차별을 낳는다고 생각하는 등 무조건적인 평등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n번방 사건 및 다양한 디지털 성폭력의 사례에서 청소년이 가해자 및 피해자가 되어 가고 있다.

청소년기의 신체적·사회적·문화적 특성과 연관이 있다. 비고츠키는 청소년기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에 반대하면서 이행적 연령의 시기를 둘로 나눈다. 13세의 위기와 이후 상대적인 안정적인 국면으로 나눈다. 청소년기 전체가 성인의 시기에 비하여 모순적이고 불안하지만, 이 시기는 역동적인 발달의 시기이다.

비고츠키에 의하면 청소년기는 성적 성숙에 의해 독립성과 이성과 동성 등 동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관계 맺기가 중요해지면서 자신과 타자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발달하면서 인간관도 성숙해진다. 또한 성적 성숙과 더불어 성애(에로스)가 발생하는데, 성애는 생물학적인 성적 욕망보다 훨씬 넓은 영역을 지닌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성애적 사랑의 대상이 성적 관계를 맺는 대상과 분리되면서 성애는 훨씬 넓은 대상을 포괄하고, 낭만적인 이상주의적 경향을 지니게 된다. 동성에 대한 숭고한 우정, 뛰어난 성인에 대한 존경과 갈망, 예술이나 자연에 대한 찬탄도 모두 성애적 성격을 지닌다. 따라서 청소년기 성애의 구체적 내용은 성적 성숙에 의한 인간의 본능 발달은 물로 그가 처한 사회-문화적 환경과도 긴밀하게 관계를 맺는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청소년기의 성교육의 중요성은 그 어느 시기보다 커졌다. 그렇다면 청소년기의 성교육은 어떠한 내용을 담아야 하는가? 현재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성교육은 아주 형식적일 뿐만 아니라, 성기 중심의 재생산과 관련된 성교육이거나 남성중심적 성욕을 인정하는 교육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성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이 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여성과 남성의 차이, 여성과 남성의 올바른 관계 맺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음은 여러 여성단체 및 사회단체들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 네트워크의 성명서이다.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n번방교육대책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 사태에 책임감을 가지고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을 실행하라! -

 

소위 ‘n번방성착취 주동 및 가담자 중 10~20대 남자 청소년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한국 성교육, 그리고 교육계의 통렬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도 지금의 10~20대 남성들은 성폭력 예방 차원에서 의무화된 학교 성교육의 수혜자들이다. 그들이 여자 청소년과 특별히 다른 성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들에겐 다른 성교육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소년 대상 성폭력 예방교육을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서울시는 이미 시교육청과 연계하여 초··고생 2만 명을 대상으로 디지털 성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교육의 확대는 환영하지만 문제는 그 안에 시스템과 내용이다. 기존의 형식적 내용과 시스템 안에서 불나면 가서 끄기에 급급한 성폭력 예방교육의 보여주기식 숫자놀이가 과연 얼마만큼의 효과가 있을까?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성폭력으로 그 잔혹성과 끔찍함을 봤을 때 주동자, 가담자, 동조자 되지 않기 등 성폭력에 저항할 줄 아는 시민성 교육이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을 확인한다. 더불어 가해자가 되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성차별적인 사회 구조와 강간 문화 및 성 착취 구조를 비판적으로 사유하는 것, 통념에 의해 피해자를 탓하지 않는 것,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스스로의 성적 자기 결정 능력을 키우는 것 모두를 포괄해야 한다. 그 내용을 담지 않는다면 성별을 떠나’, ‘가해를 두둔하는 건 아니지만’, ‘쉽게 돈을 벌려고 한 이들 또한 잘못했으며’, ‘일탈계를 만들어 음란물을 제작해 올린 피해자들도 처벌해야 한다’, ‘성매매를 합법화해야 한다라는 식의 강간문화와 성착취 구조를 재생산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올 것이다. 결국 핵심은 기존의 성규범화 교육을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포괄적 성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 성폭력 예방 교육이 아니라, 성적인 존재로서의 존엄을 확인하며 비폭력을 상상하는 교육 현장이 실현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코 지금의 성폭력 예방 교육을 외연적으로 확대하는 것에 머물러선 안 된다.

 

첫째,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통해 청소년에게 강간 문화를 교육한 자신의 과오부터 인정해야 한다.

2015년 교육부가 전국의 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표준안남성의 성에 대한 욕망은 때와 장소에 관계없이 나타난다(초등)”, “데이트 성폭력은 여자가 데이트 비용을 내지 않아서 생긴다(고등)” 등의 설명을 나열하고 있다. 이 외에도 성차별, 성별 고정 관념, 성별 이중규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성소수자차별 등을 담고 있다. ‘n번방가해에 가담한 10~20대 남자 청소년을 끔찍한 악마나 특별한 예외상태로 보는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그들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괴물이 결코 아니다. 우리 사회의 성차별과 남성 중심문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강간 문화와 성 착취 구조가 그들을 키워낸 토양이자 양분이다. 이러한 토양을 제공한 교육부는 표준안을 전면 폐기하고, 성규범화 교육의 재발 및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할 것이다.

 

둘째, 여성가족부와 교육부는 성폭력 예방 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닌 질적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앞으로의 성폭력 예방교육은 폭력의 잔혹함을 강조하기보다 성적 동의를 주요하게 다뤄야 한다. 성폭력의 정의와 사례를 나열하고 피해자 되지 않기에 초점이 맞춰진 성폭력 예방교육은 실질적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폭력으로서의 성을 강조해 두려움을 확산하고 피해에 노출되지 않게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길 여지가 높다. 지금의 ‘n번방가해자들 혹은 피해자를 탓하는 이들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 우리 사회는 동의가 성폭력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성교육을 통해 만나는 많은 청소년은 강요에 의한 동의와 자유로운 의사 결정으로써의 동의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정확하게는 그 안에 권력을 인지하지 못하며, 친밀한 관계일수록 더욱 그런 경향이 높게 나타난다. 그러니 현실의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성적 동의를 얘기해야 한다. 잔인하고 폭력적인 성이 아닌, 안전한 성관계와 평등과 존중의 관계 맺기를 다룸으로써 타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존중하고 자신의 성적 자기 결정 능력을 향상하는 성교육이 실현되어야한다.

 

셋째, 교육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업하여 양육자 대상의 디지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고 배포해야 한다.

청소년 자녀를 둔 양육자들은 현 상황에 큰 불안을 느끼고 있다. 사설 성교육 기관을 이용하여 수십만원에 달하는 강사비를 지불하며 스터디룸을 빌려 성교육 과외를 시행한다. 또한 시중 성교육 도서를 보면 아동청소년과 양육자를 대상으로 하는 도서가 다수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공교육에서 다루는 성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가 할 수 있는 것을 개별적으로찾는다. 거대한 사회적 폭력을 개인이 짊어지고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여성가족부와 협업하여 양육자를 위한 디지털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여, 양육자를 포함한 여러 공동체와 협력을 통해 학교 성교육이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넷째, 남자 청소년의 성평등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

폭력과 위험한 성을 강조해 청소년의 성행동을 통제하는 현행 학교 성교육은 실효성과 만족도를 모두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차별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키기도 어렵다. ‘n번방이 교육계에 남긴 과제는 명확하다. 바로 남자 청소년의 인권과 성평등 감수성을 향상시켜 성평등의 주체로 성장시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소년에게 인권과 성평등, 반폭력, 민주시민성에 기반하는 포괄적 성교육이 보장되어야 한다. 포괄적 성교육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여성 혐오와 성적 대상화, 강간 문화, 성착취 구조의 토양을 거부할 교육적 기회 또한 그들의 권리이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인권과 성평등에 기반한 섹슈얼리티 교육(국제인권법 사회권 규약은 포괄적 성교육을 권고)

 

다섯째, 평등하고 안전한 학교를 위해 학교와 시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성평등한 교육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2018년 스쿨미투 운동이 점화되었지만, 피해 청소년의 절박한 요청에 아직 제대로 된 응답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와 처벌, 재발 방지의 과정을 제대로 보여주는 것과 함께 피해 청소년을 둘러싸고 있는 주요한 공간인 학교가 성별 고정관념을 반추하고 성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으로 학교와 시교육청, 그리고 교육부는 성평등 교육 추진 법률 제정’, ‘성평등 교육 진행’, ‘스쿨미투 관련 학생 해결 창구 조성’, ‘교원양성과정에서 성평등 교육 의무화등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청소년이 평등하고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가는 주체로 설 수 있도록 정부는 추진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18세 선거권을 얻는 청소년, 그러나 정치적 주체로서 청소년의 권리는 더 확장되어야 한다. 청소년을 학생, 즉 피교육자로서 교육의 대상으로만 위치 지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정책생산자로 청소년 주체의 권력을 만들어내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교육부의 보건 중심의 성교육 정책은 성평등 가치를 확장하는 민주 시민 교육 정책과 통합되어야 한다. 여성가족부의 아동 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설치된 성교육 전문기관은 성평등 사회를 만들어가는 청소년 주체를 키우는 정책 전달 체계로서 기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성평등교육추진전담과를 만들어 아동청소년의 성교육권 확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0.04.02.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을위한네트워크

아하!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탁틴내일, 한국청소년성문화센터협의회(전국 58개소),

한국여성민우회, 장애여성공감, 청소년성소수자위기지원센터띵동, 한국다양성연구소,

무지개행동(22개소), 초록상상,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국124개소), 인천여성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여성위원회, 초등성평등연구회

 

위 성명을 보면, 그동안 교육계에서 해왔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지 않는 성폭력 예방교육에서 성적인 존재로서의 존엄을 확인하며 비폭력이 이루어지기 위한 성교육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은 그동안 성폭력 교육이 일종의 엄벌주의를 강조해 청소년의 성행동을 통제하는 것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뛰어넘는 인권으로서의 성교육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강조하는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기존의 성교육 담론보다 획기적이다.

그럼에도 네 번째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남자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감수성 향상을 위해 적극적 조치를 시행하자는 얘기에 대한 부분은 좀 더 풍부하게 이해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한 부분을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기본적으로 가져왔던 남성과 여성을 지배-피지배관계, 또는 적대적 관계로 규정하는 인식론을 바탕으로 한다면 포괄적 성교육은 다시 남성을 잠재적인 가해자로 인식하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현재적인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서 남성이 여성을 성상품화 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왜곡된 성인식의 결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된 성인식을 해결하는 방법은 남자 청소년들에게 적극적인 인권교육과 성평등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여성의 삭제된 시민적 권리를 올바르게 인식시켜 여성과 남성의 새로운 관계를 구성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소년기의 성교육은 무엇을 담아야 하는가?

 

성교육은 남자 청소년들에게 성평등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성적 욕구를 통해 자신의 성욕을 인식하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으로 승화시키는 교육이여야 한다. 또한 남성 청소년의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지만, 여성 청소년이 그동안 사회적으로 억압되어 있던 자신의 성욕을 이해하게 되고, 불편한 접촉이나 폭력적 언사에 명확한 분노와 거부를 표현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 바람직한 성교육은 청소년기 여학생과 남학생의 바람직한 관계 형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몇 가지 단상을 제시하면, 여성들을 위한 권리로 주장되어야 하는 것은 기존의 인간적 존엄성에 대한 부정적 권리인 여성들의 육체 또는 이미지의 상업적 이용을 중단함과 동시에 여성으로서 인간적 동일성에 대한 긍정적인 권리인 시민적 지위를 주어 여성이 원하는 한 비혼을 선택해도 독신 여성들에게 조세 또는 기타의 제도적 제한을 없애 스스로 독립된 인간의 권리를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관계나 사회상을 인식하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즉 성평등 교육의 과제는 남성이 누린 지위를 여성에게 이식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성적 차이에 기반하여 각자 성별화된 권리를 고안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등한 관계를 재구성할 수 있는 주체적인 힘을 키우는 일이다. 따라서 올바른 성교육은 단순히 성범죄를 예방하거나 여성혐오에 대한 편견을 벗어나게 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성평등 교육이 청소년의 발달단계에 맞게 구성되어야 하며 도덕적인 호소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성억압과 삭제된 여성의 시민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내포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규범적인 접근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오히려 과학적으로 생물학적 변화와 심리적 변화 그리고 역사적으로 여성의 성욕이 어떻게 억압되어 왔는지, 남성의 성욕이 어떻게 왜곡되어 왔는지를 교육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 공동체 내에서 학생들간의 민주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자치활동과 문화활동이 필요하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포괄적성교육.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00pixel, 세로 600pixel 그러나 한국의 성교육은 임신·출산 중심의 지식을 가르치고, 이마저도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에 2000년대부터 시작된 UNESCO포괄적 성교육의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UNESCO의 포괄적 성교육은 한마디로 정의하면 청소년기의 발달 단계에 맞는 지속적인 성평등 교육을 청소년들의 성적 자기 결정권, 의사소통능력 등 권리 중심의 성교육이다. 청소년을 단순히 임신과 성매매에서 보호하려는 대상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을 단계에 맞게 성적 주체로 키워나가려는 노력이 한국의 성교육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더 강조되어야 할 것은 성교육이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해야 하며, ‘여성주의가 아닌 보편주의의 관점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즉 여성과 남성의 분리적인 관점이나 하나의 교과로 자리잡기 보다는 모든 교과에 남성중심적인 사고를 제거한 내용을 반영하여 교육해야 하며, 여성과 남성의 성 차이를 평등적인 관점으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새로운 윤리를 교육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역사과목에서 여성 중심의 역사가 보강되어야 하며, 윤리과목에서 남녀 간의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내용이 보강되어야 한다. 성교육이 제대로 진행되려면 대입만을 대비하는 입시위주의 학교가 아닌 새로운 관계 형성을 위한 사랑의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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