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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교실에서 쓰는 편지 - ‘좋은숲 동무들’ 교실 이야기

임성무(진보교육연구소회원)

 

1일차 - 자연스럽게 부드럽게 놀이처럼 공부하는 2018년을 시작한다.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는 가수 윤선애가 부른 노래이다. 갑자기 이 노래가 생각이 나서 아이들을 보내고 찾아서 들어보았다. ‘첫걸음 디딜 때 웃으면서 가야하리. 앞을 보자 당당히 가자. 자유는 그 꽃을 향한 미소’라는 말이 와 닿았다. 교사들은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난다. 그래서 늘 새롭다. 33년차 교직동안 세 해를 빼고 모두 담임을 했다. 그렇게 많은 해를 담임을 하면서도 또 새학년 준비를 했다. 그런데 올해는 아무 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저 경험대로, 무엇보다 새로 만나는 아이들과의 관계가 맺어지는 대로 자연스럽게 내버려 두고 시작을 했다. 한편으로 이렇게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될까하는 염려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날 보다 30분 일찍 교실에 먼저 왔다. 아이들이 한 둘씩 도착하자 나는 문을 열고 맞았다. 그리고 칠판 앞에 서서 아이들을 오는 대로 나오게 하고는 이름을 묻고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그러면서 이름을 외웠다.

아이들이 다 오고 나서 출석번호를 알려주었다. 딱 한명이 왜 여자들이 앞 번호냐고 물었다. 왜 그런지 짝과 이야기해보고 나서 발표시켰더니 흰 모자를 삐딱하게 써서 눈에 띈 은지가 남자가 앞 번호여서 그렇다고 했다. 교실이든 어디든 질문하고 생각하고 나누면 누군가 답을 찾아낸다.

연구실로 가서 자기 교과서를 챙겨오고, 키대로 줄을 서게 하고나서 왜 이렇게 서야 하는지 또 물었다. 앞이 잘 보이라고 이렇게 서지만 이것도 체육관에서 행사를 할 때만 그렇다고 했다. 그랬더니 민재가 키가 비슷하면 안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사실 어디서든 키대로 설 필요는 없다. 꼭 서야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출석번호나 줄서기에서 꼭 남녀를 구별하고, 신체조건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그만큼 인권을 소중하게 여겨 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시업식에 참가했다. 모든 교사들이 아이들 앞에 서지만 나 혼자 아이들 뒤에 선다. 교사가 앞에서면 뒤의 키 큰 아이들은 장난을 많이 친다. 다른 교사들 때문에 앞의 아이들은 늘 바로 서고, 뒤의 아이들은 내가 있어서 또 바로 선다. 애국가나 교가를 부르면 나는 크게 부른다. 그러면 몇몇 아이들은 웃기도 하고 내 목소리를 흉내 내어 부른다. 아무튼 꼭 이런 형식의 기념식 말고 뭔가 새로운 형식은 없을까 해마다 생각만 하고 만다. 오늘 후배인 새 교장은 아이언맨 가면을 쓰고 첫 인사를 했다. 아이들은 순간 모두들 집중하고 즐거워했다. 권위적이지 않아서 참 좋다.

시업식을 마치고 체육관 무대에 앉아 첫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새 교장에게 가서 차례로 인사를 하고 악수를 했다. 돌아오면서 도서관을 지나오다가 들어가서 ‘시집’을 한 권씩 골라서 교실에 왔다. 그리고 내일 부를 악보를 복사해 두었다. 그냥 새 학년이 뭔가 다르다는 신선함과 앞으로 내가 무엇을 열심히 할지에 대한 신호를 주는 것까지 했다. 내가 고른 시집은 ‘놀아요 선생님’이었다. 아이들은 왜 그 시집을 골랐는지 물어보면 재미있을 것이다.

교실로 와서 나는 ‘놀아요’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내가 하고 싶은 말의 주제는 ‘자유’이다.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 이야기로 시작했다. 존은 매일 지각을 해서 “다시는 지각을 하지 않겠습니다”는 반성문을 빼곡하게 썼지만 지각은 고쳐지지 않았다. 존 버닝햄이 다닌 학교는 써머힐인데 나는 써머힐을 잠깐 소개하고 어떤 교사가 있는 학교가 좋은 학교일까 묻고는 우리가 원하는 학교와 교사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노래 ‘자신의 일은 스스로 하자. 알아서 척척척 스스로 어린이’를 따라 불렀다. 시켜서 하지 말고 스스로 알아서 결정하고 책임지면 될 일이다. 그래서 언제 부터인가 나는 우리 교실에서 규칙을 잘 만들지 않는다.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 문제를 일으키면 회의하고 토론해서 학급규칙을 만들고, 그 규칙에는 벌이 따라 온다는 것을 말했다. 아이들은 벌을 받기 싫어한다. 그러려면 규칙을 안 만들면 되고, 문제가 일어나면 빨리 잘 해결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 다른 사람을 방해하거나 피해를 주어서 생긴다. 교실이나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예를 들어서 설명을 했다.

이제 문제만 없으면 우리는 모든 공부를 놀이처럼 즐겁게 하자고 했다. 그러자 “오늘 공부는 안 해요?”하고 물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공부에 대해서 설명했다. 나는 학교에서 하는 것은 모두 공부라고 말해 주었더니 아이들이 뜨악해 했다. 공부는 교과서를 배우고, 시험을 쳐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어 주고 싶었다. 일 년 삼백육십오일 가운데 190일 학교 공부를 하고, 175일은 학교밖 세상공부를 한다. 부모님들은 공휴일 69일과 휴가를 빼고는 대부분 일을 한다. 그러니 어른들이 더 많이 일을 하고, 우리는 라면을 끓이는 것부터, 밥을 잘 먹는 것, 잘 노는 것 등 삶에 필요한 것을 배우고 익히는 모든 것이 공부이고 잘 배워야 나중에 일이나 생활을 잘 할 수 있으니 공부를 열심히 하자고 했다. 그 대신 학교 공부가 재미있도록 만들자고 했다.

아침에 강성이가 휴대폰을 갖고 와서는 나에게 주었는데 어떻게 할까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교실에 들어 와도 되는지? 실내화가 없으면 운동화를 신고 교실에 와야 할지 맨발로 들어 와야 할지도 이야기 했다. 교과서에 이름을 쓰는 것도 선생님에게 물어야 할지, 사물함에 어떤 것을 넣어야 할지? 알림장은 쓸지 말지? 화장실을 갈 때 선생님 허락을 받고 갈지? 아이들의 질문은 많았고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하고 물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을 수 있다고 하니 4학년이 되었으니 알아서 하자고 했다. 문제만 없다면.

나는 나를 소개했다. 나는 나를 좋은숲이라고 지었는지 설명했다. 그리고 첫 숙제로 자기 이름의 뜻과 한자를 써 오는 숙제를 기초조사표 작성과 함께 냈다. 아이들은 첫날부터 무슨 숙제냐고 했지만 나는 학교에서 다 해결하지 못하면 집에 가서 해야 하는 게 숙제인데 어떻게 하지하고 물었다. 자기 이름의 뜻을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알아도 한자로 쓸 수는 있는 아이는 한 둘 정도이다. 이제 아이들이 자신을 소개하기 위해 작은 종이에 자기를 소개하는 쪽지를 만들었다. 이미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새삼 소개하는 글을 써서 할 필요는 없다. 차차 알아가다가 어느 날 자신을 멋지게 소개하는 공부를 하면 된다. 선생님들을 위해 삼각대 이름표를 꾸몄다. 덜하면 내일 하기로 하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밥은 번호대로 돌아가면서 먹으니 미리 뛰어 갈 필요가 없고, 친구 때문에 뒤로 가는 것은 양보이지만 앞으로 오면 새치기가 되니 주의하라고 했다.

가정통신문이 여섯 종류나 있는데 그 가운데 식단표를 보니 오늘 점심이 12곡 영양밥이다. 왜 12곡밥이 오늘 식단으로 나왔을까? 아무도 모른다. 오곡밥을 말하니 보름이라고 대답했다. 나는 정월 대 보름이라는 말의 뜻을 찾아서 알아냈다. 아이들은 ’아!‘ 했다. 공부는 이렇게 하나하나 질문하고 알아내고 익히는 것이다. 그래서 숙제로 오늘 대보름달이 뜨는 것을 보기로 했다. 또 점심을 먹으면서 12곡식을 찾는 미션을 하기로 했다. 내 앞에 강성이가 11종의 곡식을 찾아서 숟가락에 얹어서 보여 주었다. 다른 아이들에게도 보여 주고 첫 숙제를 하자고 했다. 나는 9종을 찾았다. 식사 마무리를 공부해야 한다. 다 먹기-깨끗하게 먹기-남으면 한 곳에 다 모으기를 아주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가르쳤다. 민준이가 불평을 하기에 조금 세게 답해 주었지만 모두들 잘 따라 했다. 식습관을 봐도 일을 대하는 태도를 알 수 있다. 식습관을 잘 바꾸어 주는 것도 중요한 공부이다. (2018.3.2. 금)

 

2일차 -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을 실천할 것을 다짐한다.

작년까지 글쓰기를 가르치면서 ‘부담 없이, 거리낌 없이’ 글쓰기와 ‘아침마다 일기쓰기’를 목표로 삼았다. 나는 아이들의 일기를 읽지 않았다. 문집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이 낸 일기만 읽어 보았다. 덕분에 아이들은 무슨 글을 쓰라고 해도 잘 쓰든 못쓰든 후다닥 쓰는 목표에는 어느 정도 도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올해는 목표를 고쳤다. 막 쓴 것을 넘어 잘 쓰게 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에 한편씩 글을 써 내면 꼼꼼하게 읽고 고치고 다듬도록 잔소리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분명하게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들 일기를 절대 읽지 않고 검사도 하지 않는다. 다만 글쓰기 지도를 위해 이렇게 하겠다고 했다. 내 앞에는 두꺼운 ‘이호철의 갈래별 글쓰기 교육’이 작년부터 자리하고 있는데 올해는 자주 펴보려고 한다. 나부터 작년에는 교단 일기를 하루도 빠짐없이 쓰는 게 목표였지만 올해는 좀 더 가치 있는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먼저 며칠 동안 일기쓰기를 꼼꼼하게 버릇이 들도록 지도해 볼 예정이다. 사실 내가 매일 일기를 써보니 일기의 가치는 삶의 기록이다. 이오덕선생님 표현으로는 ’삶을 가꾸는‘ 수단이다. 그러니 글을 통해 아이들을 좀 더 깊이 만나자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생각과 느낌을 잘 표현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글쓰기가 재미있어지고 더 가치 있는 글을 쓰는 힘도 생겨날 것이다.

첫날 “교사는 아이들의 꿈을 찾고 이루도록 돕는 사람이다”라고 했더니 누가 “선생님 꿈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너희들에게 착한 선생님, 친절한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는 것’과 ‘글을 쓰고 시를 써서 작가가 되는 것, 노래를 만들거나 불러서 음반을 내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꾸준하게 쓴 글을 보여주고, 기타를 치면서 노래를 같이 부르면 아이들은 박수를 쳐 주고 인정해 준다. 나는 그렇게 아이들에게 나이가 들어도 자신의 꿈을 이루려하는 작은 모델이 되어 주자는 것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이 교사의 삶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가르침이 진실로 배움에 이르도록 도울 수 있다.

나는 올해 느리고 부드럽게 가르치려고 한다. 오늘은 수업을 위한 몇 가지 약속을 했다. 오랫동안 적용해 온 방법인데 아이들이 교사의 설명을 듣지 않으면 수업하지 않는다. 성경 로마서에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라는 말이 있다. 어떤 공부라도 잘 듣는 들음에서 시작하면 수업은 더 나은 수준에 이르게 된다. 물론 교사도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 주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조건이 이루어지면 아무리 어려운 학습내용도 협력하면서 이해하게 되고, 최소한의 단원 목표에 도달해 나가면서 ‘교과 역량’을 기를 수 있다. 오늘 국어 첫 수업은 문학작품(시나 이야기)을 ‘누리고 즐기기’이다. 이 목표를 내 식으로 풀면 문학작품을 더 잘 누리고 즐기려면 재미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읽고, 더 많은 작품을 읽고, 나도 글로 써 보고, 궁금한 것을 떠 올려 생각을 하고, 감정의 언어를 이용하여 나의 느낌이 무엇인지를 알아채고 친구들과 나누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신의 삶을 시나 이야기 글로 쓰고, 발표를 해 보도록 하면 교육과정에서 세워둔 실천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오늘 아이들과 같이 읽은 시는 ‘아침이 오는 이유’이다. 나는 유아들이 엄마와 나눈 마주이야기 글을 모아서 펴낸 ‘침 튀기지 마세요’ 책의 글을 여러 편 읽어 주었다. 별들이 밤을 다 먹어버려서 아침이 온다는 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아이들은 별이 밤을 다 토해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봄비가 내려 산수유와 매실나무 꽃봉오리에 맺힌 빗방울을 사진으로 담아 아이들과 나누어 보았다. 겨우 이틀 같이 공부했는데 아주 오래 같이 공부한 것처럼 아이들이 편안해 하는 모습이 꽃봉오리처럼 고운 하루이다. (2018.3.5. 월)

 

3일차 - 대구에서만 사라지지 않은 일제평가형 진단검사

오늘은 일제고사형 진단검사(시험)를 치는 날이다. 아침부터 여러 학교에서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활동가들이 교문 앞 일인시위를 했다. 나는 현안에 정신이 없어 오늘 진단검사를 하는지도 잊고 학교에 왔다. 그런데 아마도 대구교육청만 이렇게 일제고사형으로 시행하고 있을 것이다. 평가지는 ‘보안’ 도장이 찍혀서 도착했다.

진단평가는 말 그대로 학생의 학습 수준을 진단하는 것이다. 현재 진단평가는 기초학습부진학생들을 확인하는 수단이다. 교사들은 사실 전 학년도 담임들을 통해 학습 부진학생은 판별할 수 있고, 또 학교는 이미 기초학습이 부족한 느린 학습자를 파악하고 있다. 그러니 별 필요가 없는 예산과 수업시수 낭비일 뿐이다. 그런데도 교육청은 진단검사의 목적에 맞지 않게 한날한시에 검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서열을 메기고 인센티브를 주는 학교평가로 악용해왔다. 그러다보니 학교에서는 학기 초에 부진학생을 선별하고 일 년 동안 가르쳐서 학년말에 구제해야 한다. 그래야 학교평가를 잘 받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구제된 학생들이 겨울방학을 보내고 새 학년이 되면 또 다시 부진학생이 된다. 지금까지 대구교육청은 기초학력부진율로 우수교육청이라는 전시행정에 활용했을 뿐이다. 보통 우스운 일이 아니다. 물론 그런 학생이 있을 수는 있다.

진정한 평가는 학생의 발달과 성장을 돕는 것이어야 한다. 교사가 학생을 진단하는 것은 교사의 고유한 권한이자 책임이며, 교사는 어떻게 노력을 해서든 학생의 부진을 도와야 한다. 그게 전문가인 교사의 할 일이다. 따라서 이런 식의 일제평가는 없어져야 한다. 진단검사는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에게 문진을 하거나 청진기를 들이대는 것이다. 모든 의사들이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일제히 진단검사를 하지 않는다. 단지 일정 나이가 되면 알아서 건강검진을 받게 할 뿐이다. 따라서 설사 교육청 수준에서 진단평가지를 제공하여 전체 현황을 파악하는 것도 의미가 없지는 않지만, 교사에게 서비스로 제공하는데 그쳐야한다.

 

아이들은 시험을 치면 간장을 한다. 5시간 동안 긴장을 하고 나면 아이들은 다른 날 보다 더 긴장한다. 새학년 만남을 하고 겨우 사흘째인데 교사들이 시험지를 내 놓고 아이들을 긴장시키는 것은 폭력일 뿐이다. 기초학습 부진을 파악하는 것은 급하지 않다. 설사 이렇게 하더라도 만남이 어느 정도 이루어 진 때에 했어야 한다. 지금은 아이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학습에 대해 합을 맞추어 나가야 하는 중요한 기간이다. 결국 이틀 동안 참 부드럽고 친절한 교사였던 나는 오늘 진단검사로 그렇고 그런 교사가 되어 버렸다. 참 답답한 하루가 지나갔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같이 산수유, 매화를 보러갔다. 오늘은 경칩이라고 아침에 설명을 했다. 해가 길어지고 땅이 풀리고 벌레들이 깨어나서 다시 한해살이를 시작한다. 사람들도 한해 농사를 준비해야 한다. 점심 산책을 하는데 칠점무당벌레가 깨어 나왔다. 손으로 집어서 수연이 손에 올려두었더니 미소가 ’날아라 무당벌레야‘라고 하자 무당벌레가 포르르 날아갔다. 봄동과 시금치 밭에서 여러 곤충들이 나와서 움직였다. 조팝나무와 히어리, 수선화도 꽃봉오리를 더 크게 해 두고 있었다. 농기구 창고에 가니 주사님이 농기구 걸이를 잘 만들어 놓으셨다. 옆에 쓰레기봉투를 보니 텐트 지주대가 버려져 있어서 교실로 가져와서 아이들과 막대를 세워두고 자리를 옮기며 다음 막대를 짚는 놀이를 했는데 옆 반 후배가 5교시 평가는 안하느냐고 해서 급히 들어와서 영어 진단검사를 했다. (2018.3.6. 화)

 

9일차 - 학교 뜰을 산책하며 생명과 평화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기를 기대한다.

아침에 출근하다가 보리와 밀을 보니 풀잎마다 물방울이 영롱하게 달려 반짝거렸다. 일액현상인데 식물이 필요이상의 물을 흡수하면 강제로 내 보내는 현상을 말한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반 톡에 올렸다. 아이들에게 폰으로 선명하게 사진을 찍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연습을 해 본 뒤에 밖으로 나갔다. 아이들은 너무 예쁘게 사진을 찍었다. 시작이 좋다. 수선화를 찍고 산수유를 찍었다. 황새냉이를 찍으러 갔더니 상자텃밭에 거름을 주고 흙을 갈아 놓아서 사라졌다. 이번에는 주목의 수술 사진을 같이 찍었다. 아직 암꽃은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는 뒤뜰로 가서 산사나무 아래에서 떨어진 산사를 주어보게 했다. 아이들의 질문은 늘 “먹을 수 있어요?”이다. 가을에 내가 강제로 먹게 할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는 꽃대가 마른 채 서있는 노루오줌에서 혹시나 노루오줌 냄새가 나는지 맡아 보았다. 계수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주위에 서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나무 잎이 푸르러지면 다시 와서 사진을 찍고 계수나무를 비교해 보기로 했다.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를 불렀다. 대구 계산성당은 계수나무가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잎이 단정하다. 마지막으로 반송 아래에 자르는 풀의 종류를 세어보았다. 작은 나무 아래 7종류의 풀이 자라고 있다. 이 풀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산책을 할 때마다 관찰하기로 했다. 이름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학교폭력예방교육은 생명평화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다. 폭력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공부했다. 누군가 또는 어떤 일이 나의 나쁜 감정을 건드리면 짜증이 나다가 화가 난다.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화가 충동이나 분노로 나타나면 폭력이 된다. 폭력은 몸과 마음을 다치게 하고, 친구들과 사이를 갈라놓고, 공동체를 긴장하게 하거나 멈추게 하고 위험하게 한다. 선생님이 나타나고, 부모님이 오고, 교장선생님과 경찰이 오는 학교폭력자치위원회가 열리게 되고, 심해지면 경찰서로 가야하고, 검사와 판사, 변호사가 등장하게 된다. 더 심해지면 리얼 감빵생활을 해야 한다. 이쯤 말하면 아이들은 흥미로워도 하지만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친구들의 나쁜 감정을 건드리지 않도록 자극을 하지 말아야 한다. 친구들이 그만해라고 하면 그만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되지 않고 결국 화가 나게 되면 폭력으로 가지 않게 해야 한다. 곁에 있는 친구들이 방관자가 되지 말로 해결사나 도우미가 되어야 한다. 화가 난 친구들을 도와 충동이나 분노의 감정을 조절해서 가라앉혀야 한다. 그러면 교실에서 문제가 해결 되는 것이다. 1단계, 2단계에서 끝내야지 3단계, 4단계로 일이 커지면 안 된다.

두 번째 나쁜 감정이 생기는 것은 대부분 신체의 힘, 돈, 자리권력으로 약하고 가난하고 낮은 자리의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이다. 갑질이다. 이런 폭력이 더 무서운 폭력인데 이 폭력을 막는 방법은 약하고 가난하고 낮은 이들이 힘을 뭉치는 것이다. 요즘 뉴스로 보도되는 미투운동이 그렇다. 그런데 사람들은 센 사람들에게 당하면 자기는 폭력을 쓰지 않아야 하는데 센 사람에게는 대들지 못하고는 괜히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찾아서 폭력을 쓰거나, 그것도 안 되면 작은 풀이나 곤충을 못살게 구는 폭력을 쓴다. 며칠 전에도 친구들이 풀밭에 들어가서 아래에 있는 새싹들을 보지 않고 나도 모르게 마구 짓밟았는데 풀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아팠을까? 겨우 겨울을 이기고 봄이라고 땅 밖으로 나왔더니 커다란 사람의 아이가 와서 발로 콱 밟아버렸으니!

이렇게 센 사람들이 약한 사람이나 생명들에게 폭력을 갚아버리는 것은 폭력이 없어지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건 우리 마음속에 평화의 씨앗을 심어서 가꾸어야 줄이거나 없앨 수 있다. 이런 마음은 작은 풀꽃 하나라도 예뻐하는 마음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가르치고, 아이들과 학교 뜰을 산책한다. 아이들 마음속에 생명과 평화의 싹이 자라길 바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오후에 달성농업기술센터를 방문한 학교장이 팬지, 금잔화, 데이지, 크리산세멈, 석죽 등 꽃모종 300포기를 기증받아 왔다. 교사들과 같이 심었다. 마치고 교직원체육일로 배구를 했다. 왁자하게 몸으로 만나니 참 좋다. 작년에 나는 대구 교총회장배 배구대회를 일과 중에 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2018.3.14. 수)

 

12일차 - 시나 노래가 감흥이 있도록 하려면 교사가 잘 이해할수록 더 좋다.

며칠째 봄비가 온다. 오늘 아침 교실은 주말 동안 센 쌀 1만개로 시끌했다. 서로 쌀을 세면서 있었던 방법과 걸린 시간, 재미난 이야기를 친구들과 나누었다. 자세하게 기록해 두기 위해 일기를 썼다. 내가 왜 이런 숙제를 냈을까 하고 다시 물어서 확인해 두었다. 점심시간 때, 다른 반 친구들에게 우리 반은 진짜 이상한 숙제를 한다고 고발성 말을 했다. 다음 주는 쑥과 봄나물을 뜯어야 한다며 옥포 용연사로 갈 거라면서 이런 숙제가 없는 너희 반은 정말 좋은 반이라고 했다. 나는 그냥 듣기만 했다. 쑥떡을 먹고 나면 다 즐거운 일이 된다.

국어 시간에 시 ‘꽃씨’를 꼼꼼하게 무슨 말인지 살펴보았다. 아이들에게 시에 대해서 물으니 시인이 쉬운 말을 아주 꾸며서 말하고 있다고 했다. 씨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 작년 농사짓고 모아 둔 볍씨를 나누어 주고 겉껍질을 까보고, 루페로 씨눈을 관찰하고, 꼭꼭 씹어 먹어 보았다. 그리고 얼마 전 다큐로 보도한 ‘기이한 식물의 세계’ 다큐를 보면서 씨앗이 얼마나 신기한 지를 보았다. 아이들은 놀라워했다. 그리고 나는 모아 둔 씨앗 상자에서 다큐에 나오는 씨앗을 찾아서 보여 주었다. 몇 번 사용할지 모르지만 언젠가 필요한 날을 위해 씨앗을 모아 두었는데 올해는 시 공부를 하면서 먼저 사용되었다. 시 수업이 과학 수업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꽃씨’를 더 실감 나게 읽었다. 그리고 시에 나오는 장면에서 씨앗이 돌아눕고는 눈을 떴다는 부분을 몸으로 표현해 보았다.

음악 시간에는 종달새의 하루 노래를 부르기 전에 기타를 치면서 ‘봄이 오는 길’, ‘꿈꾸지 않으면’ 노래를 같이 불렀다. 내 기타 실력은 형편이 없지만 아이들은 늘 칭찬을 해 준다. ‘이 세상 어디에나’를 부르면서 헌법 제1조의 민주와 공화국에 대해서 설명하고, 헌법 제10조의 행복할 권리도 가르쳐 주면서 불렀다. 그런 뒤에 종달새의 하루를 발성법을 조금씩 연습을 시키고 녹음을 했다. 수정이가 “선생님 종달새의 하루가 아니고 이틀이 되었어요”라고 해서 빨리 다음 노래로 넘어 갔다. 나물노래이다. 나무노래와 같이 가르치면 된다. 이 노래를 다 부르고 나면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봄나물을 뜯으러 가게 될 것이다. 나는 학교 숲에 자라는 풀들을 찾아가는 공부를 준비하면 된다. 아이들에게 이런 시나 노래를 가르치면서 시와 노래에 나오는 낱말이나 문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감흥이 떨어진다. 하지만 교사들은 내가 가르치는 시나 노래에 나오는 새나 풀이나 나무의 이름이나 생태를 잘 알고 간단하게나마 설명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교사들이 자연을 잘 알도록 연수기회를 스스로 많이 갖고, 연수프로그램도 만들면 좋겠다. 늘 말하지만 나는 교사들이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수록 더 즐겁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로이킴의 봄봄봄,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앤딩은 아이들도 너무 잘 따라 부른다. 나도 오후에 봄노래를 틀어 두니 괜히 봄이 오는 길을 따라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고 싶다. 퇴근시간 지나면 오카리나로 ’남촌‘을 연주하고 퇴근해야겠다. (2018.3.19. 월)

 

19일차 - 학교 공개의 날 ; 학부모와 교사의 첫 만남

학교 공개의 날이어서 아침에 아이들은 하트모양 포스트잇에 부모님께 드리는 감사의 글을 써서 뒷문 앞에 붙여두었다. 수업을 마치고 갈 때는 부모님들이 나비모양에 글을 써서 답을 했다. 부모님들이 오시는 날은 아이들은 저절로 들뜬다. 복도에서 얼마나 떠드는지 세 명이나 혼냈더니 시무룩하거나 새침해졌다. 그래서 일부러 풀어 주려고 1교시 수업을 하면서 칭찬을 해 주었다.

1교시는 사회 축척과 방위표에 대한 공부를 했다. 축척을 이용해서 지도의 실제 거리를 재어 보았다. 그러다가 일정한 비율로 줄이지 않았을 때를 상상하면서 다음 미술 시간에 그려보기로 했다. 생각만 해도 재미가 있다. 방위표를 가르치고는 군대에서 하는 독도법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아이들이 실감이 나서 재미있어했다. 아마도 집에 가면 아버지들에게 물어 볼지도 모르겠다. 자가 없을 경우, 나침반이 없을 경우 어떻게 할지도 생각해 보았다.

드디어 2교시 부모님들이 오셨다. 아침에 의자를 구해 와서 자기 자리 옆에 두었다가 부모님들이 오면 모시고 앉히라고 했다. 먼저 쑥떡을 가운데 두고 이야기로 시작을 했다. 환영하는 노래로 종달새의 하루를 고운 목소리로 불렀다. 그리고 어제 약속한 대로 부모님 그리기를 했다. 관찰을 잘 하도록 머리카락과 눈썹 수를 세면서 그리라고 했다. 아이들은 눈을 먼저 그려야 얼굴을 크게 그리게 된다. 안 그러면 얼굴을 구석에다가 작게 그리는 아이들이 많다. 이제 부모님과 마주앉게 하고 그리기 시작했다. 아이가 엄마 얼굴을 이렇게 긴 시간을 본 적이 있을까 싶어 물었더니 김민준이 “자주 봐요” 했다. “엄마가 꾸중할 때, 특히 내가 문제집을 풀 때 답지를 보고 풀었는지 물으면 엄마 얼굴 똑바로 쳐다보고 말해”라고 한다고 해서 다들 공감하며 웃었다. 그 사이 나는 엄마들에게 핸드드립커피를 나누어 주었다. 오늘 아침에 아내가 상담을 할 때 차라도 한잔씩 하면 더 잘 된다며 새벽 일찍 일어나 보온병 세 통에 담아 주었다. 나누어 주면서 “아내가 늙은 교사가 젊은 부모들에게 잘 보이라고 만들어 주었으니 잘 마시라”고 말해 주었다. 아이와 부모가 마주 앉은 모습이 참 아름다워서 나는 사진을 찍어 주었다. 사이사이 잘 그린 아이의 그림을 소개해 주고 친구들 작품을 보고 와서 자기 그림을 그리도록 했다. 그림을 어느 정도 그리다보니 수업 마침 종이 쳤다. 아이들에게 쑥떡을 나누어 주고 먹게 했다. 그리고 부모님들에게도 쑥떡을 나누어 주었다. 쌀 1만개 세고, 쑥을 뜯으며 “뭐 이런 선생이 있노하고 생각했지요?” 하니 다들 웃으셨다. 그렇게 쑥떡은 우리 반을 하나로 만들어 주었다. 마치면서 다함께 ‘도요새’ 노래를 같이 불렀다. 노래를 마치자 부모님들은 박수와 환호를 했다.

학부모와 교사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신나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의 열정에 감사드립니다. 자연과 늘 가깝게 지내시고 아이들에게 그 자연을 늘 애기해 주시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고 감사합니다. 기타치시면서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 존경이 우러나네요. 요즘 보기 드문 선생님의 모습에 우리 아이들이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기쁘네요. 잊지 못할 4학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놓입니다. 전학을 와서 걱정이 많았는데 한 해 동안 걱정 없을 것 같습니다. 강림초 교육을 믿습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 짧지만 고마운 글은 교사에게 큰 격려가 된다. 이렇게 첫 만남은 학교와 교사를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하면 된다.

 

슬기로운 교사는 학생들 위에 있다. 그런데 그들이 무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학생들을 앞에서 이끈다. 그런데 그들이 조종당한다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학생들은 그를 존경한다. 그가 배움의 場에서 학생들의 성적을 놓고 겨루지 않기 때문에 그들도 그와 겨루지 않는다. 그는 교실 뒤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배움의 도 12장 ’교실 뒤에서 가르침‘)

 

슬기로운 교사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가 하지 않는 일이 없다.

보통교사는 언제나 바쁘다. 그런데 아직 못한 일이 많다.

인자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런데 아직 못한 일이 좀 있다.

고지식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런데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엄격한 교사는 무엇인가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폭력을 쓴다. (배움의 도 38장 ’뛰어난 가르침‘)

 

훌륭한 교사는 학습계획을 부드럽게 짠다. 교재에 묶여 진도 나가는 데만 급급하지 않는다.

훌륭한 교사는 선입견에 얽매이지 않고 눈앞에 일어나는 것에 대하여 언제나 마음을 열어 놓는다.

탁월한 교사는 모든 학생이 가까이 하기 쉬운 교사요. 그 누구도 거절하지 않는다. (배움의 도 22장 ’부드럽게‘)

 

아이들이 복도에 전시해 둔 그림을 보면서 아이와 부모님 사이에 오고 갔을 눈빛에 담긴 사랑을 상상해 보았다. 겨우 한 시간이지만 오늘 첫 만남 수업은 쑥떡만큼 진한 감동을 주었다. (2018.3.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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