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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호 특집1-1] 역동의 2020 정세

2020.01.17 10:31

진보교육 조회 수:71

 

역동의 2020 정세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1. 경제 정세 : 저성장 위기의 지속

< 세계 경제 >

 

* 저성장 위기 심화

세계자본주의는 2008 위기 이후 지속적인 저성장 추세를 이어오고 있다. IMF에 따르면 2019년 세계경제 성장률은 3.0%를 기록했다. 선진자본주의국가들은 0.5~2%(유럽 1.2%, 일본 0.5%, 미국 2.1%) 성장에 머물렀고 신흥국들은 4% 정도의 성장을 보였다. 스마트팩토리로 잘 나간다던 독일은 급격한 경기후퇴를 보였고 일본은 1% 근처로 오르다가 다시 주저앉았다. 저성장 추세 속에서 세계 교역량 증가도 함께 둔화되고 있다. 저성장 추세는 2020년에도 지속되면서 위기를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사정이 나았던 미국이 내림세로 전환하고 있고 그 동안 세계경제의 성장을 떠받들던 중국은 5%대 성장단계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세계자본주의의 저성장 추세는 단기적 경기변동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저출생/고령화 현상의 세계적 확산과 수요 정체 현상과 맞물린 것으로서 앞으로도 지속되는 현단계 자본주의의 구조적 흐름이다. OECD 추산에 의하면 세계경제의 잠재성장률 자체가 3%초반으로 하락했으며 머지않아 2%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선진국의 경기부양 노력과 한계

저성장 흐름에 대응하여 2020년에도 각 국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로 또는 마이너스 금리로 내려간 유럽, 일본은 더 이상 금리정책을 쓰기 어려워 ‘양적 완화’를 펼칠 것으로 전망되며 1%대 금리를 지닌 미국은 양적 완화에 금리정책을 병행할 수도 있다. 한국과 같이 일부 정부 재정에 여력이 있는 나라들은 재정정책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난 수년 간 확인되어 왔듯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를 통한 ‘돈 풀기’ 정책이 실질적인 경기부양으로 연결되지는 못할 것이다. 돈이 아무리 풀려도 노동자, 민중의 소득 증대로 연결되지 않아 저성장의 근본 요인인 ‘소비 정체’ 상황을 타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풀린 돈은 증시와 주택 거품, 그를 통한 부유층의 자산 증가, 그리고 부실 기업과 금융기관의 파산을 지연시키면서 부채 확대를 낳아 왔을 뿐이다. 2008 이후 수년간 금리인하와 양적 완화 정책을 펴온 주요국 중앙은행들도 ‘돈 풀기’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다만 더 이상의 침체를 막기 위한 고육지책임을 밝히고 있다.

아직 완만한 인구성장, 시장확대 등 성장 여력이 남아있는 신흥국들은 3~6%대 성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성장률이 한단계 낮아져 5%대 성장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최근 떠오르는 인도, 베트남 등은 6~7% 성장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도국들은 3~4%대 성장을 보이면서 신흥국 전체는 4% 정도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 저성장 추세의 완만한 지속인가/급격한 하락인가

2020년 세계경제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전망이 병존한다. 하나는 저성장 추세 속에서 각국의 경기부양 노력으로 2019년과 비슷하거나 약간 나아진 3% 초반대 성장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고 다른 하나는 그 동안 지속되어 온 수요 정체 - 저성장 부담이 다소 급격한 경기침체로 전화될 것이라는 견해이다. IMF나 세계은행 등은 주로 전자의 전망을 내놓고 있으며, 일부 경제분석가들은 후자의 전망을 제출하고 있다. 빠른 속도로 경기 후퇴가 나타날 경우 일정한 금융혼란이 불가피하다. 전자의 경우도 미중무역분쟁 완화 등 불확실한 조건들을 전제하고 있는 ‘단서적 전망’일 뿐이다. 단지 2020년이 급격한 경기침체의 시기가 아니고 1~2년 뒤에는 불가피하다고 보는 견해가 상당하다. 그런 점에서 저성장의 완만한 지속이든 다소 급격한 경기후퇴든 세계자본주의의 저성장 축적 위기는 2020년에도 심화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폭발적 양상의 공황의 도래를 예견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요 예측 기법이 발달한 현대자본주의 시스템에서 1930년대와 같은 직접적인 실물 과잉생산 공황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또한 2008년 이후 금융 리스크 관리가 강화되어 왔다는 점에서 금융 공황의 발생 가능성 역시 현재로서는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일정한 금융 혼란의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발생하더라도 2008년보다 그 여파가 작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공황의 발생 여부가 아니라 저출생/저성장의 조건에서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가능성, 현실 적합성이 점점 더 문제가 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경제 단기 변동의 주요 변수는 미중 무역분쟁이다. 2019년 세계경제에 어려움을 더했던 미중 무역분쟁은 소위 ‘1단계 합의’를 이루면서 잠시 휴전했지만 대립은 2020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무역분쟁은 단지 ‘무역불균형’의 문제가 아니라 패권질서와 관련된 것으로서 앞으로 장기간 지속될 사안이다. 다만 격한 대립이 미중 양측 모두에 부담이 되고, 특히 미국 대선 일정과 연계되면서 2020년에는 2019년에 비해 다소 완만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트럼프의 대선 전략, 영국의 브렉시트로 신보호주의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신보호주의가 확산될 경우 교역량 감소를 불러와 세계 경기침체 가능성과 도래 시기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지정학적 세계 정세의 불안정성 확대도 주요 변수이다. 최근 미국의 이란 군부실력자 술레이마니 암살 사건으로 미/이란 충돌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 중동 정세가 격화될 경우 가파른 세계 경기 침체의 격발 요인이 될 수 있다.

 

* 저성장 위기에 대한 계급적 대응의 세계적 확대

수년간 지속되고 있는 저성장 축적 위기에 대해 자본과 노동 양측에서는 다양한 대응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개별 자본은 저성장이라는 조건에서 더 치열해진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인지자동화 등 기술도입을 통한 구조조정 및 가격경쟁과 부실자본을 합병하면서 덩치를 키우는 집중 전략을 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 IMF, 세계은행 등 사회적 총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들은 개별자본의 구조조정, 기술혁신 도입 등을 촉진시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요를 유지하고 급격한 추락을 막기 위한 경기부양책을 전개할 것이다. 최근 총선에서 승리한 영국보수당은 자신들의 경제철학과 다르게 자본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에 해당하는 ‘생활임금’을 물가상승률(1.5%)보다 4배나 높은 6.2%로 인상(원화로 시간당 13,300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물론 부진한 소비를 조금이라도 확대하기 위해서다. 소비 확대를 위한 각 국의 노력을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금리, 통화정책 부분에서 그나마 남아있던 최소한의 정책수단은 2020년을 경과하면서 더욱 협소해질 가능성이 크며 그 때문에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축적 시스템 구축에 관한 논의도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까지 일부에서 ‘자본주의 4.0’, ‘포용적 자본주의’, ‘자본주의 리셋’ 등 아이디어 차원에서 다양하게 제기되어 온 자본주의 재구조화 논의가 2020년에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가운데 자본주의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와 문제제기 또한 확산되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저성장 위기는 불평등, 양극화, 실업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이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저항이 2019년 하반기 남미, 중동 지역에서 급격히 확대되어 왔고, 프랑스는 2018년 노랑조끼 운동에 이어 2019 하반기에는 연금개편 반대 대규모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삶의 질 하락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대항투쟁은 2020년에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 예상된다.

 

< 국내 경제 >

 

● 뉴노멀 시대 본격화

한국자본주의는 2008년 이후 3%초반-> 2%중후반-> 2%초반으로 빠르게 성장률이 둔화되어 왔고 급기야 2019년에는 2.0% 수준의 성장에 머물고 말았다. 이에 2019년 하반기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한국경제도 ‘저성장/뉴노멀 시대’가 도래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이 2%대까지 떨어졌다"면서 "이를 저성장 뉴노멀(New Normal)로 여기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뉴노멀은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새롭게 나타난 세계 경제의 특징'을 의미하는 말이다. 홍 부총리는 24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 감사에서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과거 3~4%에서 이제 2.5~2.6% 수준까지 내려왔다가 앞으로는 이보다도 더 낮아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2019.10.24. 뉴시스)

 

(LG경제연구원. 2017년)

 

한국자본주의의 저성장/뉴노멀 시대 도래는 선진자본주의국가와 마찬가지로 ‘저출생/고령화’ 인구구조 변화가 가장 근본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구조적 현상이다. 원래 인구는 성장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한국자본주의의 경우 2000년 이후 저출생/고령화로 인구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감소해 왔으며 2020년부터는 감소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하기에 이르렀다. LG경제연구원이 추산한 전망에 의하면 2020~2024년 구간부터 노동, 즉 인구는 -0.4%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기 시작하면서 앞으로 한국자본주의의 잠재성장률 전체를 1%대로 끌어내리는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의 성장감소 요인을 상쇄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고용과 소득 증가가 필요하다. 따라서 대규모 일자리 창출 및 비정규직 해소, 임금 상승과 그를 통한 소비 확대가 이루어져야 하지만 현재의 한국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 성장주의 집착과 그 한계

한국자본주의가 본격적인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정부도 인정하기 시작했지만 ‘성장주의’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2.4% 성장을 목표로 내세웠고 이를 위해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내내 감소해 왔던 수출의 재확대에 주력하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재정 정책을 구사할 것이다. 그리고 탈출구로서 남북교류에 더욱 기대를 걸 것으로 보인다.

한 나라의 GDP는 내수(민간소비+정부지출)+투자+순수출(수출-수입)으로 측정된다. 한국자본주의 성장 문제는 내수와 수출로 가늠해볼 수 있다. 투자는 내수와 수출에 의해 규정된다. 내수와 수출이 확대될 경우 투자도 확대될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8 이후 세계경제의 저성장 추세와 교역량 둔화로 수출 확대를 통한 성장전략은 한계에 처하고 있으며 내수 역시 저출생/고령화 조건에서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는 한 근본적 한계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투자도 확대되기 어렵다.

 

먼저 수출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한국자본주의는 수출 주도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이제 수출을 통한 성장 전략이 구조적으로 용이하지 않은 상황으로 어느새 변화하였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08 위기 이후 세계자본주의는 전반적인 수요 정체로 교역량 증가 둔화가 뚜렷해졌다. 그로 인해 수출주도형 국가의 성장률이 내수주도형 국가에 비해 뒤쳐지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세계자본주의 흐름 자체가 수출로 경제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조건으로 바뀐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자본주의도 2014년을 기점으로 성장기여도가 수출보다 내수 비중이 높아지는 구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2019년 세계무역 감소 및 미중무역분쟁으로 한국자본주의는 12개월간 수출이 감소했으며 2020년의 경우 반도체 경기의 부분적 상승으로 다소 회복될 것이지만 증가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의 신보호주의가 확산될 경우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여전히 한국자본주의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수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도형 경제지만 이제 내수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성장하기 어려운 상황과 구조로 변화된 것이다.

 

내수는 정부지출과 민간소비로 이루어진다. 민간소비의 절대다수는 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로 구성되는 노동자, 민중이 차지한다. 내수 확대를 통한 성장은 소비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 민중의 일자리 확대 및 임금 상승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세계 및 한국자본주의의 동시적 저성장 추세로 인해 생산 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감소하는 중이며 소득은 정체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제조업 일자리 감소(2019년 3월 -2.4%)가 뚜렷하다. 총고용은 미미한 증가(2018년 9월 2709만명, 2019년 9월 2740만명. 1.1% 증가) 속에 아직 유지되고 있는데 이는 최소한의 소비수요 유지를 위해 노인일자리를 확대한 재정정책에 의한 것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자본주의의 그나마의 낮은 성장의 상당부분을 정부지출이 메우고 있다. 2019년의 경우 2.0% 성장의 2/3를 정부 지출이 기여했다.

 

 

그러나 성장과 관련된 정부 재정정책은 일자리의 경우 안정적 일자리 창출보다 비정규직과 고령층 일자리에 몰려 있고 재정의 상당 부분이 건설사업 및 혁신사업 지원 등에 집중되어 있어 일시적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2019년만 해도 61만개의 노인일자리가 공공부문에서 만들어졌다. 성장축인 제조업, 생산인구의 허리연령층인 30, 40대의 고용감소를 정부주도의 일시적인 노인일자리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2017년부터 생산인구 감소는 이미 시작되었고 고령층까지 포함한 15세이상 인구도 머지않아 감소할 예정인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의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대규모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일자리 감소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2020년에도 재정정책으로 내용이 부실한 총고용 유지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일자리의 ‘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고용 창출이 한계적인 상황에서 노동자, 민중의 소득 증대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자유주의 이래 노동소득분배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으며 지니계수도 증가해 왔다. 실질임금은 2000년대 이후 줄곧 GDP성장률 및 생산성 증가에 밑돌아 왔다. 그 결과 전체 민간소비 증가가 정체되고 이는 다시 GDP성장을 제한하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양극화 심화로 중하위층의 소득은 자유주의 정권 아래서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9년만 해도 민간소비는 0%대 초중반 증가에 불과했으며 일자리에 이어 소비마저 정부 지출로 메꾸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자본주의의 저성장 추세는 이미 저성장이 구조화된 상황에서 별다른 변화없이 2020년에도 되풀이될 것으로 보이며 저성장 위기 속에 자본의 반노동 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자본의 경우 저성장 조건에서 아시아나 인수합병과 같은 자본 집중 현상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재벌 지배력이 더욱 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된다. 또한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 등으로 ‘구조조정’ 및 해고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이윤 확보를 위해 임금 인상은 계속 억제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경우 장기간 저성장 속에서 저출생/고령화로 완전고용에 다다렀는데도 임금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과 달리 한국의 경우 청년실업이 다소 완화되더라도 인지자동화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문제가 계속 부각될 것이고 양극화는 심화되어 나갈 것이다.

반면 문재인 정권은 자본의 기술도입 및 구조조정을 지원하면서 정부의 지출 확대로 자본의 고용감소를 공공부문에서 부실한 일자리로 땜빵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매우 한계적이어서 2% 전후의 저성장 상황을 벗어날 수는 없다. 만약 세계적 경기침체가 도래할 경우에는 직접적 타격을 받으면서 경착륙할 수 있다. 개별 자본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땜빵 정책의 지속은 상황을 개선하기는커녕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재정정책으로 땜빵하는 상황을 하염없이 유지할 수도 없다. 그나마 재정적 여력이 있는 동안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창출하고 노동자, 민중의 소득을 증대하는 구조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 저성장 위기에 대한 노동자, 민중의 대응 방향

저성장 위기는 노동자, 민중의 생활에 두 가지 다른 조건으로 다가온다. 한 측면은 구조조정, 실질임금 삭감 등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 위협으로 다가오는 것이고 다른 측면은 일자리 창출과 임금상승 요구의 명분이 강화되는 측면이다. 일자리 창출과 불평등 완화는 노동자, 민중의 생존권적 요구일 뿐 아니라 저성장 조건에서 전체 경제 상황의 더 이상의 추락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자리 확대/비정규직 해소 및 정규직화/임금 증대 요구를 사회적 명분을 얻으면서 더욱 강력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 저성장 위기 속 경제투쟁은 개별 사업장 단위 투쟁만이 아니라 노동자, 민중의 집단적 요구로, 사회적 의제로 제기하면서 전개되어야 한다. 일자리의 경우 민간자본의 고용 창출력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지금처럼 일시적 고령층 일자리 중심이 아니라 공공부문에서의 광범한 안정적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한국사회는 OECD 국가 중 정부고용 비중이 가장 낮은 편에 속하며 또한 그나마 정부의 재정 여력이 큰 편에 속한다.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을 강력하게 요구해 나가야 한다.

 

 

 

2. 정치 정세 : 대립구도 전환의 시작

 

1) 2019 정세 흐름

2020년 정세는 2019년 정세의 연속이자 새로운 전개이다. 2019년 정세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 - 저성장 문제의 의제화이다. 2019년은 경기침체와 부동산 문제 등 경제 문제가 핵심적인 정치사회적 의제로 부상한 시기이다. 원래 경제문제가 가장 근본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는 다소 정치사회 정세와 분리된 것으로 다루어져 왔다. 그런데, 2019년은 미중무역분쟁, 한일대립 속에서 해외무역 문제가 크게 부각되었고 저성장 경기침체에 대한 수구/자유주의 책임논쟁이 크게 격화된 해였다. 이 여파 속에서 문재인 정권은 빠르게 우경화되었고 경제담론 파워가 부족한 민중/진보진영은 최저임금제, 주52시간 노동, 노동법 문제 등에 있어 크게 밀리기도 했다. 민중/진보진영의 경제담론 파워 강화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기였다.

둘째, 문재인 정권의 우경화이다. 자본 측 관점의 경제 위기 담론의 확산 속에서 자유주의 정권의 급격한 반노동적 우경화가 진행되었다. 저출생/저성장 조건에 대한 구조적, 총체적 이해 결여로 ‘성장가능성’에 대한 오판 속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방향을 수립했다가 빠르게 철회해 나갔으며, 이후 성장에 대한 집착 속에서 급속하게 친자본/반노동 정책을 노골화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자본 정책 노골화도 성장에 유효하지 않았으며, 재정정책 확대로 그나마 2% 전후의 성장에 그쳤다.

셋째, 북미 협상 및 동북아 구도 재편 교착이다. 2019년 2월 싱가포르 북미협상이 실패하면서 동북아 구도 재편 흐름이 교착상태로 접어들게 되었다. 이후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는 미국에 대해 북한은 ‘계산법’을 바꾸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요구하는 다른 계산법(단계적 진행)을 거의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는 미국 지배계급의 입장과 힘이 약한 상대에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는 트럼프의 협상스타일에 의한 것이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예고했던 북한은 연말을 경과하면서 핵-경제 병진정책으로의 입장선회, 자력갱생을 강조하여 긴장 관계의 지속,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유엔안보리에서 중러 ‘제제 완화’ 제기는 우회로 및 긴장관계의 장기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 변화가능성을 오판하면서 북미협상을 낙관하다가 낙심과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권의 적극적 태도를 보고 금강산관광, 개선공단, 남북철도 등 일부 실제적인 남북경제교류의 진전을 기대한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불허 하에 아무 일도 못하자 실망하고 남한 배제적 태도로 전환했다. 남한이 남북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갈등을 감수해야 하는 문재인 정권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넷째, 수구세력의 재강화/조국 사태의 복잡한 전개이다. 문재인 정권의 반노동 반민중적 본질이 노골화되면서 헤게모니가 약화되는 가운데 조국사태를 계기로 수구세력의 정치적 재강화가 전개되었다. 조국 사태는 사안의 성격상 문재인 정권의 반민중적 성격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건이었으나 부르주아 계급 내 수구/자유주의 세력의 전면적 대립 격화로 전개되었다. 조국 사태를 통해 민중/부르주아 대립선과 부르주아 내 자유주의/수구의 대립선이 이중적으로 표면화되었다. 그러나 현재적 계급 역관계 속에서 정치사회적 현실은 자유주의/수구 대립이 주요하게 전면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아무리 계급적인 성격의 문제도 그를 담아낼 수 있는 정치적, 이념적, 조직적 조건과 결합되지 않으면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전화, 왜곡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국 사태 속에서 주요 계급들은 나름 최대 대중동원 전술을 구사했는데 자유주의와 수구세력이 100만 정도의 동원력을 과시한 반면 노동자, 민중 진영은 노동법 투쟁 속에 최대 10만을 결집하는 정도에 그쳤다. 유튜브와 같은 선전, 선동 공간과 네트워크에서도 커다란 열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조국 사태가 담지한 계급불평등 조차 내용적으로 자유주의적 ‘공정경쟁론’으로 왜곡, 희석되었다. 진보진영의 일부에서만 대학서열화와 불평등 교육구조 문제를 제기했다.

다섯째, 선거법 개정/공수처법 통과이다. 선거법, 공수처법 등 형식적 민주주의의 부분적 진전을 둘러싼 대립이 조국 사태 이후 격화되다가 2019년 연말 패스트트랙으로 통과되었다. 이 과정은 자한당의 수구적 성격, 문재인 정권의 자유주의적 성격을 뚜렷이 부각시키면서 자유주의 세력의 헤게모니가 재강화되는 것으로 귀결되었다. 민중, 진보진영은 핵심 정세의 주변과 부속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연동형 비례대표를 제한적으로 적용한 선거법 개정과 공수처 등 법조 개혁은 형식적 민주주의의 부분적 진전으로 볼 수 있으며 이후 민중, 진보진영 진출의 정치적 조건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2020 정세의 주요 요소 : 대립축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을까?

현 단계 정세를 바라보는 주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아직 혁명적 정세냐 아니냐가 주요 판단 지점은 아니다. 계급적 관점에서 현재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구 대 자유주의’라는 자본 분파 간 대립이 중심축을 이루고 자본/민중 대립이 주변화, 부분화, 잠재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지형은 자본 내 분파 대립을 과잉확대, 왜곡하며 자본/민중의 근본적 대립을 지속적으로 축소, 주변화한다. 현 단계 정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왜곡된 정치적 대립지형의 변화 가능성, 중심적 대립축의 이동 가능성이다. 중심 대립축의 이동은 삶의 조건에 대한 대응과정에서 나타나는 민중의 대중적 투쟁과 급진화,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출 여부에 의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점에서 2020년은 중심 대립축의 전환이 시작되는 역동적 시기가 될 수 있느냐 여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 생각된다.

 

* 주요 조건과 요소

2020년 정치지형을 둘러싼 주요 조건과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세계 및 한국자본주의의 저성장 위기 지속이다. 현재 자본주의가 맞고 있는 저성장 위기는 그 동안 자본과 지배계급이 통상적이고 반복적으로 다루어 왔던 문제가 아니며 새로운 대응을 필요로 하는 문제이다. 둘째, 동북아 정세 교착 및 변동 가능성. 셋째, 그리고 총선이다. 이 중 저성장 위기에 대한 각 계급들의 인식과 대응은 정세를 움직이는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요소이다. 한편 정치 지형에 대한 직접적 영향은 4월 총선 국면의 전개 및 결과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 판단된다. ‘동북아 정세’ 변수 역시 정치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지만 간접적 측면이 강하다.

2020 시기는 중심 대립축의 이동과 관련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될 수 있는 역동적 시기가 될 수 있는가가 핵심이 되는 시기라 보여진다. 그것은 크게 세 요인들에 의해서 가능할 수 있다. 첫째, 저성장 위기 속에서 심화, 확대되는 자본/민중의 대립, 삶의 질 확보를 위한 투쟁의 정치화 정도이다. 경제투쟁 만으로는 부족하다. 경제적 문제도 정치의제화해 나갈 때 자본/민중 대립이 부각될 수 있다. 둘째, 진보진영의 정치적 진출에 대한 대중적 열망의 확산 정도이다. 촛불 투쟁은 수구정권의 ‘정치적 퇴행’과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분노와 저항의 성격을 지닌 것이었는데 ‘정치적 퇴행’에 대한 분노 부분은 어느 정도 해소되어 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반민중적 신자유주의 정책’에 저항 부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고통이 되고 있으며 자유주의 정권의 우경화로 현 정권을 통한 개선 전망은 오히려 상실되어 왔다. 그에 따라 민중의 이해,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진보적 정치세력의 부상에 대한 열망이 분출될 수 있다. 셋째, 매우 제한적이지만 연동형 비례를 결합한 선거법 개정으로 진보진영 정치세력화의 현실적 조건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2020 총선 속에서 자본/민중 대립이 얼마나 부각되고 진보진영 정치세력화가 얼마나 실현되는가에 따라 대립축 이동의 전환이 새롭게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정의당이 상당히 개량화되어 있고, 그 외 진보정당은 매우 미약하지만 자본의 입장만이 일방적으로 관철되어 온 기존 정치 지형에서 일정한 공간을 확보하고, 자본에 대항하는 민중의 요구를 의제화해 나간다면 새로운 전환의 시작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2020 정세를 규정하는 주요 요소들은 각 기 일정한 독자성을 지닌 사안들이기도 하지만 서로 연관되어 맞물리면서 총체적인 2020 정세를 구성해 나갈 것이다.

 

3) 저성장 위기에 대한 각 계급들의 대응방향

저출생/저성장/인지자동화 시대라는 새로운 변화 속에서 각 계급들은 다음의 대응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라 예상된다.

 

* 자유주의 정권

자유주의 정권은 저성장 시대 진입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총체적 인식 및 대응 전략 부재로 기존의 성장주의 전략을 땜빵식으로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권은 내년도 성장 목표를 2.4%로 제시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과제로 경제상황 돌파 방안으로 투자활성화 총력 매진, 국내 소비·관광 중심의 내수 진작, 국민 생활·안전을 위한 건설투자 확대, 수출회복 지원 및 적극적 대외진출, 수출회복 지원 및 적극적 대외진출, 지역혁신을 통한 지역경제 활력제고, 리스크 관리 등 경제안정 기반 구축 등을 추진하고 4대 정책방안으로 혁신동력강화, 경제체질 개선, 포용기반 확충, 미래 선제대응 등 세부 방향을 설정했다.”(뉴스1. 2019.12.19)

 

문재인 정권은 2020년 경제정책 주요 과제를 발표했는데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제상황돌파’라는 슬로건에서 보이듯 저성장 침제에 상당한 위기감을 보이면서 여전히 성장주의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둘째, 그를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확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2020년 정부예산은 512조로 2019년에 비해 9% 증가하였고 이는 세입 대비 77조원 적자 예산이다. 이 중 상당 부분이 성장 유지를 위한 일자리와 사회간접자본 예산이다. 총 94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최근 40대 일자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일시고용인 노인일자리가 74만개로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 정부 예산의 60%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면서 총선 효과를 최대화하려 한다. 셋째, 이후 성장 동력 확보에 주요한 방향을 잡고 있다. 인지자동화 기술혁신사업에 초점을 두면서 기업투자지원, 에너지분야 등에 전년에 비해 26%가 증가한 23조를 배정하고 있다. 4대주요 정책방안 중 3가지가 기술혁신과 구조조정에 대한 것이고 이와 관련 소위 DNA(데이터, 네트워크, AI)를 강조하고 있다. 넷째, 규제완화, 임금피크제 등 능력급제 도입 등 신자유주의 정책이라 할만 것도 결합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우선 저성장 침체에 대응하면서 인지자동화 기술혁신을 통해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자유주의 정권의 확장적 재정정책은 현재 정부재정 외에 성장을 유지할 수 없는 저출생/저성장 조건을 반영한다. 그러나 노인일자리 등 비정규 단기고용 중심의 일자리 정책과 사회간접자본 분야 증가에서 보이듯 일시적 땜빵 정책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일자리와 소비 감소를 불러오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결합하는 모순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정책의 단기적 성격, 모순성은 저성장 위기를 둘러싼 사회변화에 대한 구조적, 총체적 인식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현재의 저성장 위기를 일시적인 것으로 오인하면서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자본 경쟁력을 강화한다면 성장주의 전략을 지속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한편 주요한 문제 중의 하나로 ‘저출생 대책’ 발표가 있다. 득표전략 때문에 총선 이후로 발표를 미룬 저출생 대책에는 교원정원 축소, 연금 개혁 등 예민한 정책들이 포함될 것이며 하반기 주요한 쟁점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 자본 측

경제단체들은 주로 독점자본 및 개별자본의 이해를 표현한다. 그들은 이윤 확대를 위한 자신들의 이해를 정부 정책을 통해 관철하고자 한다. 그러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확산하고자 하고 있다.

 

“현경연은 … 법인세 인하, 투자 관련 세액 공제 확대 등 기업에 대한 조세감면 정책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 민간 경제의 활력을 높이기 위해 기업 환경 개선에 정책적 비중을 높여야 한다”면서 … 규제 완화, 산업별 맞춤형 대책 등을 주문했다.“(M이코노미뉴스. 2019.12.03)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 지난 2~3년 동안 추진된 노동정책은 기업 경영 리스크를 높였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근로시간 단축 및 임금 인상 정책이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키는 역효과를 냈다는 것이다. 이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임금, 고용형태 등에서 유연성이 보장되는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탄력근로 및 선택근로의 단위(정산)기간을 연장하는 등 유연근로시간제도 전반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파이낸셜뉴스.2019.12.20)

 

현대경제연구원은 정부에 법인세 감면, 규제 완화 등 자본지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신성장 동력 확보를 강조하고 있다. 전경련은 그나마의 최저임금, 주52시간노동제를 공격하면서 노동유연화정책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자본은 저성장 침체의 조건에서 자본 수익 창출을 위한 세금 감면, 규제 완화, 노동유연화 확대를 요구하는 한편 위기 관리를 위해 ‘구조조정’을 시행해 나가겠다는 것을 방향으로 설정하고 있다. 저성장 자본축적 위기는 자본의 집중과 구조조정을 유발하게 되는데 이미 현실이 되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자동차 산업 구조조정이 추진 중이다. 또한 반노동 이데올로기 강화를 지속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안정적 일자리 확대와 소득상승이 저성장 시대 총자본의 주요한 대응방안임에도 이들에게는 사회적 총자본의 시각조차 부재하다. 오직 수익 확대를 위한 개별자본의 요구를 표출할 뿐이며 이는 이후 자본/노동의 대립이 더욱 확산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 수구세력

자한당으로 대표되는 부르주아의 수구 분파는 한물 간 신자유주의적 인식과 처방을 세력 재결집의 방안으로 설정하고 있다. 자한당은 2019년 ‘민부론’이라는 노골적 신자유주의 정책방안을 제출한 바 있으며. 자유주의 정권의 재정확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공격하고 있다. 수구세력은 ‘저성장 위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지만 이들의 비판은 정치적인 것으로 정당한 상황인식과 거리가 멀며 처방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들이다. 이들은 저성장 위기의 책임을 소득주도 성장론과 최저임금, 주52시간 노동제 등 부분적 개량정책에 돌리면서 신자유주의적 퇴행을 도모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과 공격은 이미 현실적합성을 상실한 것이지만 자유주의 정권의 우경화를 촉진하는 것으로 작용해 왔다. 2020년에도 자유주의 정권은 수구세력의 공격을 반노동적 우경화의 조건으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 진보진영

2019년 민주노총은 조합원 규모에서 한국노총을 누르고 제1노총이 되었다. 2019년 노동자, 민중 진영은 비정규직 투쟁 지속, 경사노위 불참, 문재인 정권의 반노동적 개혁 후퇴에 대한 비판, 노동법개악 저지투쟁 등을 전개해 왔다. 그러나 나름 투쟁전선을 견인해 왔지만 촛불투쟁의 지평을 정치사회적, 경제적 성과로 연결하고 정권의 우경화를 저지하는데 한계적이었다. 경제 문제에 대한 담론 파워를 보다 확대할 필요가 있다.

2020년에는 노동운동의 경우 노동법 개악과 저성장 시대 자본집중과 인지자동화 도입에 따른 구조조정에 대한 대응이 주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진행하면서 일자리와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공세적 투쟁으로 전환할 필요 있다. 또한 저성장 시대 자본주의의 적합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대안사회 건설의 필요성에 대한 선전을 새롭게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 생각된다.

 

* 주요 대립 지점과 흐름

경제 문제의 정치화에 있어 2020년은 구조조정 및 일자리 문제와 노동법 개악이 핵심적인 것으로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총선 이후 저출생 대응 관련 교원정원 문제, 연금 개혁 등이 주요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자본 분파 간 지배방식을 둘러싼 자유주의/수구 갈등도 지속될 것이다. 기업 세금감면, 포용성장 등 문재인 정권의 정책방향, 노동유연화 폭과 속도 등을 둘러싸고 대립을 전개할 것이다. 자본/민중 대립투쟁을 강화, 확대하면서 자유주의/수구 간 대립을 넘어 대립의 중심축을 이동시켜 나가는 방침이 필요하다.

한편, 성장주의에 대한 집착은 자본과 정권 만이 아니라 아직까지는 일반 대중들도 전반적으로 같이하는 상황이다. 자유주의 정권은 성장 회복에 주력하는 모습을 통해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한편 4차산업혁명을 기치로 향후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이데올로기적 동원 전략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자리 확충, 구조조정 반대 등 개별 사안에 대한 입장을 제출하는 차원을 넘어 성장주의 자체에 대한 비판과 대안적 경제 시스템과 정책에 대한 논의와 담론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4) 4월 총선 국면과 이후

선거법 통과로 현재는 이미 총선국면에 돌입한 상황이다. 4월 총선은 진보진영 정치세력화, ‘수구/자유주의 대립축’에서 ‘자본/민중 대립축’으로의 중심축 이동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선거법이 누더기가 되고 비례의석수도 늘지 않아 이미 한계가 주어져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최초로 다당제로 진입하는 시작점이 될 수는 있다. 정의당 의석이 일정하게 확대될 것이고. 그외 진보정당 진출도 가능할 수 있다. 물론 총선 국면의 중심축은 여전히 자유주의/수구 대립이 차지하고 있다. 수구세력과 자유주의세력은 정치적 명운을 건 전면 대립을 진행 중이며 민주당은 내심 독자 과반을 추구하고 있고 자한당은 정권과의 대립 격화와 보수대통합을 추진하면서 수구세력의 결집을 꾀하는 중이다.

총선 국면을 바라보는 주요 지점들은 다음의 것들이다. 첫째, 기존의 보수 양당 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얼마나 마련할 수 있는 가이다. 이는 진보 정치세력의 진출 정도에 좌우된다. 바미당, 민평당 등의 보수 군소정당들은 자본 분파일 뿐 아니라 언제든지 보수 양당에 흡수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별 의미가 없다. 둘째, 자유주의/수구 세력 간 역학관계 변화 정도이다. 둘 모두 자본 분파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가장 주요한 정치적 대립축을 형성하고 있고 지배방식의 차이도 민중 및 진보진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이 된다. 셋째, 내용적으로 저출생/저성장/인지자동화 등 커다란 사회변화에 대한 의제 형성 정도이다. 저성장 축적 위기 등 사회변화에 대한 일정한 인식들이 있다. 정치적 역동성 확대 속에서 각 계급 및 세력들의 다양한 진단과 대응방안이 제출될 것이다. 극우에서 좌파까지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20대 총선보다 유리해진 조건에서 의석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으로 과반 확보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자한당은 수구 중심의 보수통합을 추진할 것이지만 스펙트럼 분화와 정치적 이해 차이,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잘해야 대통합이 아닌 소통합에 그칠 공산이 크다. 또한 비례 위성정당으로 나름 최대한의 의석 차지를 추구할 것이나 명분이 약해 실제적인 득은 한계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수정당 의석은 상당히 잠식할 것으로 보인다(예컨대 비례 위성정당 20% 득표시 연동형 캡 30석중 최소 10~12석 정도 잠식).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정의당은 비례정당 득표에서 10%대 초반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나오는데 그럴 경우 비례 위성정당의 득표 정도에 따라 10석대 초반에서 후반까지 가능하다.

물론 아직 총선은 3개월 정도가 남았정치세력 간 합종연횡, 이슈 변화와 파이팅, 위성 정당 효과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에 실제 결과는 가봐야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진보진영이 어느 정도 진출하고 어떤 진보적 의제를 형성해 내는가는 이후 정치 정세를 규정하는 핵심 조건으로 작용할 것이다. 결과에 대한 분석 속에서 총선 이후 새롭고 구체적인 대응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5) 한반도 정세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협상이 교착 중이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을 추구하는데 비해 미국은 북한의 일방적 굴복을 강요하고 있다. 북한은 계산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그럴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한반도 평화국면 조성은 민중적 요구인 동시에 자유주의 정권에게도 중요하다. 한반도 정세 재편 및 남북교류 활성화는 성장주의를 지속할 수 있는 심리적 조건을 활성화하고 자유주의의 정치적 헤게모니를 강화, 확대할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북미협상 교착에 따라 남북관계도 동결 중이다.

교착 속에서 북한은 2019년 말 나흘 동안 진행된 전원회의를 통해 다시 ‘경제-핵 병진’ 정책으로의 회귀를 시사하면서 ‘자력갱생’과 ‘전략무기 개발’을 강조하고 그를 위한 ‘정면돌파’를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다만 “비핵화를 원한다면 제제를 풀라”고 미국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협상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북한은 일단 실제 행동을 통해 파고를 만들고 협상력 제고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미국 지배층의 여론 및 트럼프 협상 스타일에 비추어 볼 때 극적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다. 대선은 오히려 단계적 협상 가능성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현 상황에서 단계적 접근방식의 타결은 공화당 강경파와 민주당 양쪽 모두로부터 공격을 받아 득표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미 언론에서는 재선이 확실시되는 상황이 아닌 한 2020년 중 협상 타결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2020년 북미관계는 기본적으로 협상 교착 속에서 긴장이 유지, 강화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한반도 정세와 관련된 변수 중의 하나는 중, 러이다. 제제 완화에 대해 중, 러가 실질적으로 움직인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 중, 러는 2019년말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한 제제완화를 제기한 바 있다. 물론 미국이 반대하면서 무산되었지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 러가 실질적으로 제제를 완화하면서 경제교류를 확대할 경우 북한이 ‘우회로’를 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미국과의 긴장을 제한적으로 유지하면서 경제발전에 매진하는 장기전에 돌입할 수 있다. 문재인정권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또 하나의 변수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권은 단계적 접근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어 미국과 다른 입장이다. 또한 정권 내 일부에서는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철도 문제 등을 선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보는 흐름이 존재하기도 한다. 실제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를 약속하기도 했으나 미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문재인 정권은 북미협상 및 남북관계 진전을 강렬히 추구하면서도 한미동맹에 묶일 수밖에 없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최근 남한의 능동적 역할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데 4월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확대될 수 있다. 북미협상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정세는 2020 미 대선 이후에야 비로소 그 윤곽이 잡혀 나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복잡한 역학 관계 및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극적인 상황 전환 가능성도 상존한다.

 

6) 기본 역관계와 추이 전망

자본 내 자유주의/수구 분파의 대립이 주요한 대립축으로 나타날 만큼 현재의 기본적 정치 지형은 자본의 일방적 우위, 민중의 절대적 열세이다. 현 단계 정치 정세의 가장 주요한 지점은 정세의 중심축이 기존의 수구/자유주의 대립에서 자본/민중 대립으로의 전환이 시작될 수 있는가, 전환이 시작된다면 어떻게 얼마나 일어날 수 있는가라는 점이다. 그와 2020년 정세는 크게 2가지 요소에 의해 정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경제의 정치화라는 측면에서 투쟁의 전개, 대중적 급진화 정도이다. 2020년에는 자본주의의 저성장, 축적 위기 속에서 자본의 이해와 전체 민중의 이해 대립이 이전에 비해 새롭게 표면화될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적합성,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가 확산되면서 경제사회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과 결합한다면 대중적 급진화가 확대될 수 있다.

둘째, 총선에서 진보진영의 일정한 공간 확보 여부이다. 현재의 절대적 열세를 단번에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전환을 위한 최소한의 계기가 마련할 수 있다. 기존 진보정당이 개량화와 정치적 힘의 부재 등의 문제가 있지만 일정한 교두보가 확보되고 공간확대의 가능성이 확인된다면 이후 민중적 요구의 의제화가 진전될 수 있을 것이다.

2020년은 저성장 위기에 따른 대중적 급진화와 진보진영의 정치적 공간 확대를 도모할 수 있는 역동적 시기이다. 더욱이 이 두 측면이 함께 맞물려 진행된다면 ‘수구/자유주의’ 대립에서 ‘자본/민중’ 대립으로의 축이 이동하기 시작하는 새로운 전환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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