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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호 [특집] 2017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 1. 격변의 시대 - 한국사회의 새로운 재편의 길로
2016.12.20 17:50
[진보교육] 63호 (2016.12.21. 발간)
[특집]
2017 한국사회 전망과 교육노동운동의 방향
1. 격변의 시대 – 한국사회의 새로운 재편의 길로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대격변이 일어났다. 아니 진행 중이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규모 촛불 투쟁은 박근혜 탄핵(소추)를 이끌어냈다. 탄핵 이후에도 민중들의 의지는 멈추지 않고 있다. ‘즉각 퇴진’ ‘탄핵 인용’과 함께 ‘재벌 개혁’ ‘공정한 사회 건설’ ‘헬조선 타파’ ‘70년 적폐 청산’을 외치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탄핵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도 하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격변의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투쟁할 것인가?
탄핵 이후 촛불 정세는 한편으로는 지속적인 퇴진 투쟁으로 또 한편으로는 그 동안 누적되어 온 정치, 사회 개혁 요구가 분출되면서 사회개혁 운동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격변적 정세는 비단 한국사회 만이 아니라 구체적 양상들은 다르지만 여러 나라들에서 나타나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샌더스 돌풍과 트럼프 당선 등이 있었고 그 밖에도 그리스 시리자 집권, 스페인의 포데모스 돌풍 등 급격하고 새로운 정치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공통점은 그 동안 고통 받아 온 각 나라의 민중들이 기존 의 주류 정치세력을 부정하면서 정치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현상의 근저에는 신자유주의 지배질서가 남긴 폐해에 대한 광범한 불만과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지금 펼쳐지고 있는 한국사회의 격변적 정세 역시 기본적으로 마찬가지이다. ‘헬조선’ ‘흙수저론’ 등 누적되어 온 불만에 ‘세월호’ ‘국정교과서’ 등 박근혜 정권의 퇴행적 정치와 최순실 사태에 대한 분노가 결합되어 폭발한 것이다. 이 글에서는 현 단계 격변 정세의 전반적 조건과 성격을 살펴보고 향후 운동의 진로 설정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1. 사상 최대 대중투쟁의 역동적 전개
1) 최순실 사태 그 이상의 에너지
우선 표면적으로 가장 중요한 특징은 양적으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대중투쟁이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촛불 집회는 12월 3일 230만을 비롯 (12월 10일 현재) 7차까지 연인원 75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로 전개되었고 세대와 연령, 지역과 성별, 조직대중과 미조직대중을 가리지 않고 참여하여 그야말로 전 국민적인 투쟁으로 전개되었다. 여타의 역사적인 민중 투쟁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87년 대투쟁 보다 2배의 인원이 참여하였다.
규모도 규모지만 역동적 전개는 더욱 놀라웠다. 최순실 사태 이후 1차 촛불집회 5만에서 출발하여 한 달 만에 200만을 넘기는 폭발적 양상을 보여주었다. 양은 질을 담보하여 투쟁양상이 평화적이었음에도 ‘박근혜 퇴진’을 현실화하도록 강제해 냈다.
이같은 광범한 에너지와 역동성은 표면적 계기인 최순실 사태 이상의 누적된 분노와 힘이 응축되어 있었음을 의미한다. 2016 촛불 투쟁은 세 차원의 동력과 계기가 작용하였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20년 동안 누적되어 온 양극화, 실업과 비정규직 등 생활의 고통, 생존의 고통에 대한 분노이다. 가장 근저에 있는 동인이다. 둘째, 이명박 이후 그리고 박근혜 정권에서 심각한 수준으로 자행되어 온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저항이다. 에너지 그 다음 층위로 정치적 방향을 규정하는 동인이다. 셋째,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최소한의 정당성 파기 사태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이다. 표면적 계기로서 응축되어 온 에너지를 폭발시켰고 수구세력을 제외한 전 계급, 계층을 결합시키는 직접적 동인으로 작용했다. 응축되어 결합된 에너지도 컸고 던져진 인화물질의 폭발력도 압도적이었다.
그 결과 현직 대통력 탄핵이라는 지각 변동이 현실화되었고 급격한 정치질서 재편이 시작되고 있다. 오랜 기간 응축되어 온 에너지의 폭발이라는 점에서 현 단계 정세와 투쟁은 단지 박근혜 1인의 퇴진이라는 것에 머물 수 없다. 후퇴한 민주주의의 회복은 물론이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요구와 에너지의 표출로 나아가야 한다.
민주주의와 사회개혁에 대한 대중의 광범한 에너지가 밑바닥에 들끓고 있음은 이번 촛불 투쟁 이전에 이미 지난 4월 총선에서도 표출된 바 있다. 새로운 사회질서를 향한 에너지의 분출이라는 점에서 현 단계 격동 정세는 이번 사태만이 아니라 지난 총선에서부터 시작되어 탄핵을 정점으로 이후 대선 및 개헌논의가 마무리되는 시기 때까지의 보다 중기적 과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2) 실질적 민주주의를 향한 또 하나의 민주 혁명
많은 언론과 평론가들은 이번 촛불 투쟁을 또 하나의 ‘민주 혁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확한 규정은 한참 뒤에야 내려지겠지만 그 양상으로 볼 때 가히 ‘혁명’적 이라고 할 만하며 내용적으로 ‘민주주의 회복 내지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에서 ‘민주 혁명’으로 성격 규정할 수 있다고 본다. 대규모 대중 투쟁으로 일정한 정치적 승리를 안아 온 것으로 본다면 이번 촛불 민주 혁명은 4.19와 87년에 이어 3번째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 촛불 항쟁은 어떤 민주주의 과제를 제출하고 있는가? 그것은 87년 투쟁을 통해 수립된 절차적 민주주의의 한계를 넘어 민중이 참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실질적 민주주의의 실현이 될 것이다. 2016 촛불 항쟁 속에서 민중은, '권력은 민중(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민주공화정’ 정신이 단지 문구가 아니라 실제화 되어야 한다는 의지를 표출했으며, 제도권 정치를 넘어 직접 행동으로 의지를 관철시켰다. 87년 체제가 ‘직선제 개헌’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및 대의체제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라는 ‘절차’ 문제가 중심적 의제였다면, 이번 촛불 투쟁은 권력의 작동 방식 문제가 중심 문제가 되었고 제도권 대의 정치의 한계를 넘어 참여와 직접 민주주의 확장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2016 촛불 항쟁은 이미 성공하고 있는 민주 혁명이다. 민주 혁명의 성공은 4.19 혁명과 87년 민주화 대투쟁에서 보이듯 광범한 민주개혁, 사회개혁 운동을 촉진한다. 응축된 에너지와 민주 혁명의 성공이라는 조건을 어떻게 결합하고 투쟁할 것인가의 문제가 향후 정세의 주된 과제이다. 탄핵을 넘어 민중의 삶 개선, 보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 실질적 민주주의의 확장의 폭과 깊이 그리고 실현 정도는 이후 실천과 운동에 달려있다.
3) 대중 투쟁의 새로운 양상
2016년 촛불 투쟁에서는 놀라운 규모와 역동성 외에도 언론에서 분석하듯 축제 같은 평화집회, 가족단위 참여, 자율적 집단 통제 등 새로운 양상들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들 새로운 양상들은 민중 투쟁의 역사가 새롭게 변화, 전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16 촛불 혁명에 대한 보다 풍부하고 체계적인 분석은 추후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다음의 특징적 지점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0 집단지성의 진화
"촛불이 들불로"…750만 촛불 일군 집단지성의 힘(이데일리, 2016,12,12)
집단지성의 발휘가 이번 촛불투쟁을 일구었다고 한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대규모 투쟁을 성사시켰을 뿐 아니라 “정치권의 셈법을 앞지르는"(주간경향. 2016.12.14)르는 현상들도 나타났다. 특히 퇴진시기와 방식을 국회로 떠넘긴 박근혜의 3차 담화는 예전 같으면 제도 정당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도 ‘이 정도면 됐다’고 헷갈릴 만한 일이었다. 조선일보 등 일부 보수 세력은 개헌 논의를 매개로 한 보수 주도 정계 개편 구도 실현을 거의 확신하는 듯 했다. 그러나 광장의 촛불시민들은 단 하루도 걸리지 않아 담화의 숨은 의도와 본질을 파헤치고 공유했으며 즉각 퇴진의 결의를 재확산시켰다. 그 결과 예상을 뛰어넘은 230만의 6차 촛불집회가 이루어졌고 결국 국회 탄핵을 강제시켰다. 기존의 관성적 예측과 행동방식을 뛰어 넘는 높은 수준의 집단지성이 발휘된 것이다.
집단지성의 진화는 이번 촛불투쟁에서 다른 몇 가지 지점에서도 확인된다. 집회장소의 자율적 정리 등은 물론이고 뚜렷한 리더나 지도자가 없는 가운데에서도 투쟁 방향이 공유되었으며, 공유된 전술 방식에 대한 자율적 집단 통제가 유지되었다.
이 같은 집단지성의 진화는 sns가 토대가 되면서 오프라인과의 결합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고, 무엇보다 보수 언론과 정치가들의 왜곡에 쉽게 현혹되지 않을 만큼 민중의 의식수준이 향상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지난 총선도 보수 언론의 왜곡된 선전, 선동과 정치권의 셈을 뛰어 넘는 집단지성이 발휘의 결과였다. 민중의 의식 향상과 결합된 집단지성의 향후 정치 지형 변화의 조건이 될 것이며 새로운 대중투쟁의 가능성을 예고해 준다고 할 것이다.
0 직접 민주주의적 양상과 의지 표출
광장 민주주의로도 불리는 촛불 투쟁은 민중들이 자신들의 의사를 직접 표현하는 직접민주주의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또한 탄핵 여부에 흔들리던 제도권 정치세력을 대중의 힘으로 통제해 냄으로써 대의제의 한계를 보여준 동시에 직접민주주의의 의지를 표출하였다.
따라서 촛불 항쟁 이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 민중의 의사를 보다 실질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는 방향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동네 민주주의’와 대의제의 결합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전세계적으로 대의제 민주주의는 엘리트가 스스로를 위한 정치를 행하면서 위기에 처했다”며 “촛불 집회 과정에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사무실 앞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요구했던 것처럼 의원들과 시민들이 접점을 넓히는 ‘동네 민주주의가 필요한 건 사실”이라며 직접민주주의 도입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촛불 이후는 대의제-동네 민주주의 투트랙으로‘, 헤럴드경제. 2016.12.12.)
대의제의 한계를 넘어서는 직접민주주의의 방식과 형태는 ‘동네 민주주의’ 외에도 인터넷 기반을 활용한 플랫폼 민주주의 등 더 다양하게 모색될 필요가 있으며 민중의 의사, 의지가 올바로 조직되는 실질적 민주주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 신자유주의 이후 세계정세의 격변
격변적 정세는 구체적 양상은 다르지만 한국사회 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범세계적 현상이다.
1) 주류질서의 해체와 아웃사이더/새로운 정치 세력의 등장
최근 많은 나라들에서 예상치 못했던 정치적 지각 변동이 발생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의 트럼프 당선 사례 등 기존 정치 질서를 뒤흔드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에서는 이런 현상들을 유럽과 미국의 반이민 정서와 결합한 극우세력의 대두로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사실이 아니다. ‘반이민 극우 세력’만이 아니라 스페인의 포데모스,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등 ‘새로운 좌파 세력’의 부상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그리스에서는 경제 위기 속에서 시리자라는 새로운 좌파 정권이 들어서기도 했다.
이들 정치 현상의 공통점은 민중의 불만과 분노에 기반한 기존 주류 정치 질서에 대한 거부와 대안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우파정부든 좌파정부든 좌우를 가리지 않고 기성의 주류 정치세력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주류 세력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정치 세력의 부상하고 있다. 다만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부상하는 주요 정치 세력이 극우이거나 새로운 좌파인 것이다. 따라서 현 단계 세계정세의 주요 특징을 극우 세력의 대두로만 파악하는 것은 일면적이며 ‘기존 주류 정치질서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좌우 정치세력이 각축하면서 부상’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어게인 1930? 주류 언론 등 일부에서는 극우세력이 부상하고 있는 현 단계 세계정세에 대해 경제 위기 속에서 파시즘이 부상했던 1930년대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실제 비슷한 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 기존 시스템의 위기와 경제 위기를 배경한다는 점(1930년대는 대공황) 둘째, 그 과정에서 인종주의, 소수자 혐오 등 극우 세력이 발호했다는 점. 셋째, 저학력 노동자, 농민층의 다수가 극우 세력에 동조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 때와는 엄연히 다른 점들도 존재한다. 첫째, 파시즘에 대한 역사적 경험으로 극우 세력의 부상에 대한 광범한 경계가 존재한다. 둘째, 새로운 좌파 정치세력 부상 현상도 만만치 않다. 포데모스(스페인), 해적당(아이슬란드) 등이 그러하며 성공하지 못했지만 미국의 샌더스 돌풍도 마찬가지이다. 셋째, 민중의 정치의식 수준이 그 때와는 매우 다르다는 점이다. 민중의 교육 정도 및 의식 향상은 매우 중요한 역사적 조건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 이런 조건들을 감안할 때 1930년대처럼 광범하고 압도적인 방식으로 극우 세력이 부상해 나가기는 쉽지 않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극우 세력이 부분적, 일시적으로 부상할 수는 있겠지만 확장성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 최근 오스트리아에서는 극우 대선 후보가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그를 경계하는 흐름으로 좌파 녹색당 후보가 큰 표 차로 당선되기도 했다. 패퇴하는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빈 공간을 새로운 좌우 세력이 각축하는 상황에서 그 결말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새로운 대안을 누가 어떻게 창출해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 |
2)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패퇴와 범세계적 유동 정세
세계정세의 격변에는 수십년 간 누적되어 온 신자유주의 모순과 폐해가 기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8년 경제 위기 이후 그 동안 고통 받아 온 기층의 분노와 요구가 분출되면서 기존 주류 정치질서에 대한 불신이 광범하게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만들어낸 큰 변화를 반영하는 정치 현상이다. 1930년대 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케인스 경제이론을 바탕으로 한 사회보장 및 복지 확대, 경제 부흥, 그리고 1980년대 이래 ‘레이거노믹스’로 알려진 신자유주의적 경제체제, 그 뒤를 이은 세계화의 가속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여러 경제 환경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다.” (최장집, [한겨레21] 1138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 인터뷰(상) '트럼프 현상' 원인과 미국 정치 변화를 말하다‘에서)
2) 한국사회 재구성을 향해 : 87-97체제를 넘어 새로운 사회를 향한 17체제 수립으로!!
“달라진 촛불집회 모습, 퇴진에서 시국개선으로”(세계일보, 2016.12.10.)
[7차 촛불집회]"750만 촛불 혁명..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서울경제, 2016,12.11)
“104만 7차 촛불 '활활'.."헌재 압박·즉각 퇴진·사회개혁"”박근혜 게이트' 넘어 사회구조 개혁 열망“(News1, 2016.12.10.)
격변기 정세에서 진보 진영의 크게 3가지 차원에서 제기된다.
첫째, 97체제의 극복, 즉 신자유주의 폐기이다. 비정상적 박근혜 표 정책 폐기에 결코 머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