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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언제가요?
   - 나담임의 3월 일기

강수정 / 성수중
첫째 주 : 이름 외우기, 모둠 만들기
헉... 지각이다! 교무실 생략. 바로 우리 반으로 직행. 근데 이건 뭥니? 교실 안에 있어야 할 아그들이 한 명도 없다! 1교시가 이동수업? 그렇다면! 바로 1교시 수업을 들어가야 하는데. 어느 반이지? 몇 반 안 되니깐 쪼록록 훑어가면서 물어보고 들어가지 뭐. 어라? 근데 5층에 있던 1학년 교실이 3학년 교실이 됐네? 언제 옮겼지? 이 넘의 학교는 회의는 국 끓어 드셨나? 왜? 말도 없이 교실을 옮겨? 옮기길! 근데 이 와중에 오줌이 마려운 건....? 이건 뭐지? 부~~~~~~~~~~ 부~~~~~~~~ 이건 또 뭔 소리? 1교시 끝나는 종소리? 종소리치곤 넘 끈질겨. 이거 혹시... 핸드폰 알람? 이런~ 또 꿈이었군. 대박!
아무리 7년 만의 담임이라도 그렇지! 갓 대학을 졸업하고 아무 것도 모르던 초짜 시절에도 이러지는 않았다. 교직생활 29년 차. 벌떡교사 생활 20여년에 단 한 번도 쫄지 않던 나, 깡수정이 이런 찌질맞은 꿈을 몇 번이나 그것도 번번이 식은땀까지 흘리면서 몰빵하다니. 아유~ 넘사스러워^^::      
오늘이 입학식. 무려 7년 만에 나를 ‘우리! 선생님’이라 불러 줄 ‘우리반! 아이들’이 생기는 날이렸다! 오후 2시에 입학식이니 그 전에 아이들에게 나눠 줄 자료를 준비하려면 서둘러 학교로 가야한다. 음... 무슨 말부터 할까? 갓 중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이니깐 무척 긴장할 테지. 인사는 평화를 전하는 메시지니까. 어차피 생각도 안 나는 말 준비하느라 진 빼는 것 보단 그냥 편안하게 웃어주자. 그러면 자연스럽게 말이 나오겠지. 옷은? 옷은 오랜만에 꽃 분홍 원피스? 콜~!
자료 준비를 끝내고 입학식이 열릴 체육관으로 들어가니 아이들이 주눅 든 얼굴로 마룻바닥에 일렬로 앉아 있다. 바닥이 차가운데... 눈을 둘 데가 없어 민망했다. 진작 알았더라면... 입학식이 시작되고 담임 소개가 끝나고 교장선생님의 훈화가 이어졌다. 그 사이에 학생부장과 동료교사 하나가 아이들 속을 다니면서 머리를 지적한다. 우리 반 아이에게도 뭐라뭐라 한다. 순간 피가 확 솟구쳤지만... 워워~~ 서두르지 말자. 이젠 혼자가 아니니까ㅋ
입학식이 끝나고 아이들과 함께 교실로 들어와 아이들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학부모들이 창문 틈으로 교실을 훔쳐본다. 음... 이건 아니지...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오시라 했다. 담임통신문과 학부모에게 드린 편지글을 나눠 주고, ‘인권이 살아 있는 학급’을 만들겠다고 선포했다. 공개적인 선언을 통해 나도 모르게 본색을 드러내는 나의 못된 권위의식에게 경고의 일침을 날리는 경건한 의식이지. 아, 물론 학교와 학부모에게도.

담임을 뺑뺑이 돌리는 첫 번째 원흉은? 물어보고 자실 것도 없이 아침저녁으로 날아오는 엄청난 유인물 폭격이다. 간단하게 이야기로 해도 될 껄 장차 있을 지도 모를 감사에 대비해서 실적으로 쌓아둬야 한다나? 참 어처구니없어서. 사정없이 나눠주고 걷고, 나눠주고 걷고... 그 넘의 학교평가 탓이다. 교원평가 반대한다! 반대한다!
교육의 기본은 아동을 이해하는 것이겠지? 하루빨리 아이들의 상태를 파악해야한다. 여러 상황 속에서 다양하게 드러나는 아동의 행동을 관찰하여 아동의 발달 상태를 진단하고 교사와 아동의 협력적 관계를 통해 아동의 고등정신능력을 발달시키는 것. 서당개 3년이면 풍월 읊는다고 비고츠키셈나 3년이 나에게 갈춰 준 핵심사항이지.ㅋ 무엇보다 아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연결해서 외워야 하는데... 나의 뇌상태가 그닥 좋지 않아 완전 걱정이다. TV리모콘을 냉장고 안에 넣는 사람, 컴퓨터 켜 놓고 무엇 땜에 켰는지 모르는 일이 하루에도 3-4회 상시적으로 일어나는 사람! 바로 나다. 근데, 참~ 신통도 하지~ 궁하면 통한다더니 그 말이 딱이다. 딱 하루 만에 다 외워버렸다. 믿습니다~ㅋ  

초딩에서 갓 올라 온 아그들이라 하나에서 열까지 사정없이 물어댄다. 지시하지 않으면 단 하나도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들. 영혼이 없는 교육의 결과다. 이 아이들을 어찌할꼬~ 이 상태로 두면 일 년 내내 담임바라기로 살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학급자치의 틀을 만들어야지. 모둠조직? 학급헌법? 학급 급훈? 뭐하나 만만찮다. 뭣부터 해얄지 마음만 바쁘고 정리가 안 돼~~~ 엄청 인기 있는 교사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서울지부 정책기획국장 유성희샘에게 그날그날 할 일을 실시간 정리하여 메일이나 문자를 쏴라고 부탁을 하고 우리 반 외부 부담임으로 임명했다. 크하하~ 기왕 내친 김에 한 인권한다는 본부 참실 일꾼 조영선샘도 부담임으로 임명. 좌성희 우영선! 거 괜찮은데? ^0^
유성희(샘 명칭 생략)의 배후조정으로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둠 조직. 며칠 되지 않는 중학교 생활동안 꼭 해야 할 목록을 쭉 늘어놓고 5개로 분류해서 5개의 모둠을 정하고 아이들의 적성(?)에 맞게 조정했던 것이지. 모둠원을 구성하여, 모둠회의를 통해 모둠장을 뽑고 역할분담을 하고, 모둠 규칙을 정하고, 모둠소개서를 만드느라 난리도 아니었다. 후문에 의하면 이날 회의 시간이 1시간 40분이었다고 아우성이다. 어쩌겠노? 아그들아~ 학급의 꽃은 모둠인걸. 꽃 피기가 어디 그리 쉽더냐?

둘째 주 : 학급헌법 만들기    
모둠 조직하느라 정신없는데 입학한지 4일 만에 학급회장을 뽑으랍신다. 선관위원 뽑고 선거 일정 공지해야하고, 후보자 입후보, 선거 공보물, 정책토론회, 선거유세도 해야 하는데 무슨 수로? 그것도 달랑 4일 만에? “뭔 말이야, 학교야? 어이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다른 반 회장 뽑는 날 우리 반은 묵묵히 모둠회의를 진행한 거다.  참 신통방통한 것은 우리 반을 제외한 모든 반이 그 날짜에 맞춰 회장선거를 한방에 훅 끝냈다는 거. 한마디로 나만 무능력한 담임된 거지.
학급회장은 모둠별 추천을 받아 모두 5명이 출마했고 2명은 사퇴했다. 번호를 추첨하고 후보자와 지지자들이 중심이 되어 공약사항을 만들고 선거 공보물을 제작해 교실에 부착 완료. 참 보기 좋다. 공약 사항 중에 ‘효율적인 모둠 운영을 통해 민주적인 학급을 만들겠다’는 혼자보기 아까운 기가 막힌 문구도 출현했다. 며칠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담임의 심중을 정확히 짚어 내다니. 아~ ‘종례 없는 행복한 교실을 만들겠다’라는 공약사항도 등장하셨다!
후보 정책토론회는 아이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식 수준을 읽는 몇 가지 좋은 자료를 줬다. 물론, 아이들은 죽을 맛이었겠지만. 수업 후 세 명의 후보가 앞으로 나와 의자에 앉고 선관위 위원장이 토론회 사회를 맡았는데 예상외로 진행이 매끄러웠다. 그리고 후보 공약 사항의 허구성을 눈치 채고 연속적으로 반복되는 질문 공세를 해댔다. 끼어들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었고, 날카로운 질문도 예리한 답변도 없었지만. 아이들의 복잡체적인 사고를 읽을 수 있었다. 정신적 혁명기인 저들의 뇌에 생생하게 각인될 교사로서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꼈다. 이날 정책토론회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이란다. 우리 반 아그들 말로는, 이대로 가면 반이 원자폭탄 받을 꺼 라나 뭐나? 뭔가 반동의 조짐이 느껴졌다!         회장부회장 선거가 끝나마자 회장부회장에게 학급 헌법과 급훈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아그들은 회장이 있으니 이제는 지네가 알아서 하겠단다. 선생님은 회의에 들어오지 말라는 말이다. ‘벌써 학생 자치 게임 끝난 거야? 음... 좋아좋아~ 글치만 너무 진도 빠른 거 아냐?’싶었다. 역시. 학급헌법 회의가 있는 날 아이들은 10분 만에 회의를 끝내고 청소까지 내팽개친 채 모두 런어웨이 해버렸다! 혼자 교실을 청소하면서 이일을 어떻게 풀까? 집중 연구에 들어갔다. 성질대로 하자면 내일 아침에 바로 복수혈전이지만 인권적인 교실을 만들겠다는 고급 선언을 한 내가 질 낮게 놀 수 없지. 이런저런 궁리를 하면서 청소를 하는데 지나가는 옆 반 얘가 ‘6반 선생님 너무 불쌍해’하면서 나 들으라고 소리친다. 음... 그래 바로 이 기조야.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반전을 노려야 지? 이런 고등수법은 내 머리에 없지. 음... 그렇다면 조영선한테! ‘회장 부회장을 불러 어제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하다고 조용히 물어보고 잘한 것은 칭찬해주고, 부족한 것은 이렇게 하면 어떻겠나 제안한 다음 청소는 안 했던데 어떻게 됐어? 물어보고 다시 전체 아이들에게 자초지종을 물어 보세요’ 컴 고장났을 때 껐다 켜는 게 상책이라더니 이건 뭐 그것보다 더 간단하네. 물론 시키는 대로 한 거지. 결과는? 우리 반 아그들이 담임을 왕따시키고 지네끼리 훌륭한 학급 헌법을 탄생시킨 역사적인 일이 일어난 거지. 중학교에 입학한지 딱 2주 만에. 나의 탁월한 영도력 때문이라기에는 너무 진도가 빠르지만 사실인 걸 어쩌겠노? 히히... 너무 신기해 어떻게 만들었냐고 이 얘 저 얘 물어봤더니 하나같이 ‘저희가 요!’라면서 잘난 체 한다. 내용은 차치하고 아무리 봐도 신통방통한 물건이다. 고것들 참!    

학급헌법제1호 모든 문제나 이견은 다수결로 결정하나 소수의 의견 또한 무시하지 않는다.
제2호 회장 부회장은 준비물이나 숙제를 아침 조회 시간 마다 확인하여 벌점 없는 교실을          만들도록 한다.
제3호 칠판을 잘 정리하여 분필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하고 선생님들께서도 쾌적한 환경에         서 교육하실 수 있도록 한다.
제4호 출석부를 우리집 등본이라 생각하고 잘 관리한다.
제5호 해야 할 일을 미루지 않아 모든 일을 그때그때 처리하여 모범적인 성수인이 된다.
제6호 자기 할 일을 미루지 않아 스스로 해결하여 성실하게 공부한다.
제7호 반의 주인은 회장 부회장 선생님이 아닌 학생이며, 잘못이 있을 시 시정 가능하다.
제8호 학생은 학업에 열중하며, 수업 분위기를 흐트러놓지 않는다.
제9호 종례를 빨리 끝내기 위해 반 전체가 협조한다.
제10호 원활한 교육활동을 위해 준비물을 잘 챙긴다.


셋째 주 : 학부모총회
화욜은 학부모 총회가 있고, 수욜부터는 학급상담이다. 학부모 총회를 한다고 모든 교사들의 수업을 5,6교시로 몰빵하고, 1교시부터 4교시까지는 30분 수업, 5,6교시는 45분 수업을 한단다. 덕분에 없던 5교시 수업이 갑자기 생겼다. 우씨~ 학부모 총회면 총회지 뭣 땜에 교육과정을 비틀어서 운영하냐고요오~~? 이것도 교원평가 때문이란다. 그럼 더 용서가 안 되지. 열 받기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 좋지! ‘경쟁교육 반대, 교원평가 반대’라고 크게 프린트를 뽑아 5교시 수업을 들어갔다. 아이들이 당연히 뭐냐고 묻는다. 간단히 설명해주고, 학부모님들이 들어오시면 그때 상세하게 설명하겠노라고 했다. 근데.... 불행히도 한 분도 수업에 안 들어 온 거다.
우리 반은 8분의 어머니들이 학부모 총회에 오셨는데 총회 전에 담임과의 면담이 있었다. 교사가 앞에 앉고 학부모들이 모두 나를 보고 있으면 어색할 것 같아 나를 포함해서 둥글게 앉았다.
‘아이들이 중학교 와서 적응하느라 힘들어 하죠? 보통 1학년들은 3월에 감기몸살에 많이 걸리더라고요. 집도 코앞에 있다가 길게는 20분 넘게 걸어 다니는 아이들도 있고요. 더구나 우리 반 아이들은 담임이 종례를 길게 해서 힘들다고 하죠? (엄마들이 동시동작으로 예~~!) 아무래도 3월은 종례가 길 수 밖에 없어요. 서로 다른 아이들이 모두 일 년을 같이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공동생활에 대한 규칙도 세워야하고요. 어쩔 수 없어요(딱 짤라 말했다) 이제 역할분담이 정해지고, 지네 스스로 학급 자치를 하고 지네끼리 모둠 종례를 하면 엄청 빨리 끝날 껄요.  
준서 어머니세요? 준서 참 귀엽대요. 정신줄 놓은 앤 줄 알았는데 상황 판단도 잘하고 어떤 순간에는 심각하더라고요. 모든 얘들한테 거리낌 없이 장난치고 늘 스마일이에요(예, 그래서 걱정이에요), 아니, 그게 뭐 걱정이에요? 3월에 아이들이 서로 어울리지 못해서 소외되기도 하는데 차라리 그게 걱정이죠. 준서는 스스럼없이 모든 아이들에게 친근하고 그래서  회장이 됐잖아요. 결정적인 순간에 쿨하니깐 걱정 안하셔도 될 꺼 예요. 더구나 회장이 되었으니 회장 역할을 통해 준서에게 필요한 전체를 아우르는 통합적인 판단력이 생기지 않을까요.
민성이 어머니시죠? 민성이 참 귀엽더라고요. 웃는 모습이 어찌나 순수하고 귀여운지... 제가 홀딱 반 했어요^^(^^) 근데 집중력이 조금 부족해요. 뭐, 민성이만 그런 건 아니고요... 대부분의 아이들이 오래 집중하지 못해요. 우리 교육이 아동의 발달을 질적 성장으로 바라보지 않고 과도한 지식을 대량으로 주입하는 교육이다 보니 아이들이 집중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에요. 교육이 집중력이나 주의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떨어뜨리게 만드는 거죠. 그게 장기화되면 습관화으로 굳어져 어느 틈엔가 다른 사람 말을 귀 기울이지 않게 되고 결국 서로 자기 말만 하는 사회를 형성하죠.  
아, 태민이 어머님요? 태민이는 지난 번 정책 토론회때 보니까 질문도 꽤 많이 하고 어휘력도 좋고, 예리한 구석이 있더라고요. 아직 논리가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이래저래 아는 게 많아요.(예. 독서를 많이 해서 그런가 봐요) 언어가 아이들의 정신 발달에 중요한 요소예요. 아이들은 자신들이 알고 있는 단어 수 만큼 생각하고 말하거든요. 어휘력이 풍부하면 생각도 풍부하고 깊어지죠. 그래서 독서나 토론, 친구관계가 중요해요. 저는 독서교육에 관심이 많고 중요하게 생각해요.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가정방문이 끝나면 우리 반이 독서 동아리가 되어 같이 책을 읽으려고 해요.
혁진이 어머니세요. 혁진이는 큰 노트북을 가지고 학교에 왔더라고요. 핸드폰도 상당히 좋은 것을 가지고 있던데... 핸드폰이 단순한 전화 기능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으로 나가는 통로이고 숨통이긴 한데 아이들이 너무 핸드폰에 얽매여 있어요. 게다가 핸드폰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좋은데 대부분 게임이나 카톡만 하죠. 어떤 얘들은 게임이나 카톡을 하느라 밤을 새는 얘들도 있어요. 잠자는 동안에 뇌가 쉬지 않고 낮 동안 보고 듣고 배운 것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는데... 걱정이예요. 그렇다고 안 사줄 수 도 없고, 사주자니 골치고... 언제 핸드폰을 주제로 아이들과 한번 토론을 하려고 해요.
원영이 어머니세요. 원영이는 회장 선거에 나왔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어요. 정책토론회 때 보니까 굉장히 당차고 자기주장이 강한 듯 보여요. 강한 것이 어쩌면 자신감 부족이나 타인에 대한 경계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기위해 외피를 단단히 하는 경우도 있어서 잘 살펴보셔야 해요(아...선생님이 참 잘 보셨어요. 사실은...원영이가 초등학교때 전학을 왔거든요. 그 과정에서 아이들과 문제가 많았어요. 다음에 자세히 말씀 드릴께요)  
희윤이 어머니시죠. 희윤이는 원영이와 친하고 서로 같은 자리에 앉았는데 어머님들은 같은 자리에 앉으셨네요.(웃음) 희윤이는 밝고 애교스럽고 구김이 없는 아이더라고요. 자기말도 할 줄 알고,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요. 원영이랑 친하게 지내서 서로 궁합이 잘 맞는 것 같아요.
성민이 어머니시죠. 성민이랑 똑 닮으셨네요. 성민이는 없는 듯이 앉아 있어요. 주의 집중하는 시간이 정말 길더라고요. 친구에 대한 배려나 예의도 아주 바르고요. 정서적으로 안정이 된 것 같아요. 공부 잘할 것 같아요.(그래요? ^0^) 키는 작지만 아주 다부져요.(안 그래도 얘가 작아서 걱정이에요. 혹시 아이들 사이에서 치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안심이네요)  
용준이 어머니세요? 용준이는 아주 듬직하던데요. 옆에서 종환이가 계속 유혹을 하는데도 끄떡도 안하고 수업에 집중하더라고요. 안정적이고 과묵하고요. 친해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친군가 봐요. 별 말은 없지만 그래도 가끔 일부러 저한테로 슬쩍 왔다가 눈을 맞추고 가요. 후...
아직 아이들 파악이 제대로 안됐어요. 또 집에서 하는 행동이 또 다를 수도 있고요. 아이들의 행동을 잘 관찰해 주세요. 어머님들하고 자주 연락하면서 서로 아이들 이야기 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몰래 자주 통화하고 친하게 지내욤^^ 아참! ‘양육쇼크’라는 책 한번 읽어보세요. 아이들 이해하는데 도움도 될 꺼예요. 그럼...

넷째 주 : 가정방문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도 단축수업을 하고 모든 학급에서 상담을 한다. 아이들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이와 담임이 달랑 얼굴을 마주하고 호구조사를 한다? 오 노노노노노노! 그게 무슨 면담일까? 취조 지. 차라리 봄바람 쐬면서 떡볶이 사먹고 수다 떠는 게  바로 내 스따일~ 그래서 생각한 것이 가정방문이다. 가정방문한 기억이 가물가물한 만큼 아이들도 많이 변했겠지. 내 기억속의 가정방문은 ‘참기름 한 병’이다. 하루 생활하기도 빠듯한 생활에 선생님이 집에 오셨다고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아끼던 참기름 한 병을 내 주던 우리 반 아이의 할머니! 물론 싸가지 없게 거절했지만 그때 만난 부모님과 아이들 생각으로 가정방문의 향수를 느끼기엔 요즘은 너무 많이 변한 것 같다. 그때는 사는 게 고만고만했는데... 요즘처럼 사는 게 힘들 때 괜히 가정방문을 갔다가 개고생하고 욕먹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하지만 부정적인 측면보다는 가정방문이 주는 교육적인 효과를 포기하기에 내가 너무 의욕적이지.^^ 그 대신 치밀한 준비는 기본! 무조건 밀어붙이는 내 스타일을 접고 이번에는 대뇌의 미래장을 사용하여 미리 가상현실을 구현하여 하나하나 시뮬레이션해보는 거지. 가정통신문 작성 OK! 떡볶이 값 지원 OK! 에브리씽즈 Gooooood! 근데 내 대뇌에 미발달된 한 가지 문제점 발견. 바로 가정방문 지도 만들기(나~ 화성녀임)다. 요거는 역시 최근 가정방문 유경험자인 유성희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상책이지! 슈렉에 나오는 ‘눈 큰 고양이’ 표정 한방 지으면 유성희가 손수 만들어 줄 꺼를~ 크하하. 역쉬 예상 적중^^ 귀여운 유성희 앙~
  가정방문을 희망하는 아이들은 27명 중에 10명. 모두 남학생들이다. 사춘기 초절정 여자 아그들답다~ 오케! 유성희의 지도(이것은 guide)를 받아 완성한 가정방문 지도(이것은 map)를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고 같이 다닐 모둠을 만들라고 했다. 여자 아그들은 두 모둠으로 나누어 같은 동네 아그들끼리 집 앞까지 가서 집만 확인하고 동네 피자집이나 떡볶이 집 가서 수다를 떠는 것으로 콜! 남자 아그들은 가정방문 할 아그들과 안 할 아그들을 적절히 섞어 세 모둠으로 나누어 진행하기로 했다.  
첫 날은 여자 애들 다섯 명이 한 모둠이 되어 학교를 출발하여 한 집 한 집 찍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열어갔다. 한 사람 씩 때론 여러 명 씩. 봄볕을 쬐면서 조잘조잘거리는 아이들 목소리 웃음소리가 갓 피어난 개나리 꽃 같다. 집 앞(?)만 갔지만 학교를 끼고 아이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한 바퀴 뱅 도는 재미도 쏠쏠했다. 피자집에서 피자 두 판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학교와 마을의 관계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교사와 마을의 관계에 대해서도.
  둘째 날은 학교에서 가장 가까이 사는 혁진이, 수현이, 민석이네 집을 거쳐 큰 길을 건너 민성이네와 경연이네 집으로 가는 날이었다. 민성이와 경연이는 자전거를 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따라왔다. 혁진이네 집은 2층인데 가장 넓은 방은 혁진이와 동생의 공부방이었다. 부모님의 아이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 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혁진이네 엄마가 아이들 먹으라고 식탁에 빵과 과일을 정성껏 마련해 두셨다. 혁진이네 집에서 마룻바닥에 깔아놓은 이불을 덮고 핸드폰으로 게임도 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수현이네 집은 와이파이가 터지는 곳이라 신나게 카톡을 해댔다. 수현이네 집을 나와 민석이네 집으로 가는데 평소 아무 말 없이 유심히 나를 관찰만 하던 민석이가 작은 소리로 ‘가정방문이 이렇게 좋은 거였어? 너무 좋아... 이 좋은 걸 왜 몰랐지? 가정방문 또 언제 하는 거야?’ 너무 행복해서 자기도 모르게 자기의 마음을 밖으로 새어나오게 한 것이 부끄러웠는지 내가 쳐다보자 민석이의 얼굴이 순간 빨개졌다. 참 예쁘다. 우리 민석이.
다음 주에 세 번의 가정방문이 더 남아있다. 아이들은 나에게 또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기대된다. 몸은 고되지만 마음은 봄. 날.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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