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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호 [책소개] 2. 미래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

2013.02.13 18:44

진보교육 조회 수:754

[책소개] 2  

미래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
(살림터. 2012년 11월. 심광현, 노명우, 강정석 공저)

천보선 / 진보교육연구소 교육이론분과연구원

* 새로운 시대적 화두-융합과 통섭
융합과 통섭이 새로운 시대적 화두의 하나로 떠오르고 있는 때이다.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분야에서도, 발달을 강조하는 교육분야에서도, 새로움을 생명으로하는 예술분야에서도 심지어 자본과 정치가들마저 융합을 말하고 있다. 2012년 대선정국을 달군 주인공 중 하나인 안철수는 융합정치를 이야기했던가?
이질적으로 보이는 것들이 상호 연결되어 협력할 때 새로운 창조성이 형성된다는 ‘융합’의 시각은 적어도 변증법적 관점에서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아니다. 융합은 총체성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서로 관계 맺는 것들이 고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할 때 단순한 합을 뛰어넘는 새로운 질, 즉 총체성이 형성되며 그것은 창조적 성격을 지닌다.
학문적 차원의 융합-통섭의 전형적 예는 마르크스에게서 잘 보여진다. 마르크스는 철학과 경제학, 역사학 그리고 당시 자연과학적 성과를 총체적으로 결합하는 가운데 자본주의체제를 통찰할 수 있었다. 비고츠키 역시 당대 심리학은 물론이고 예술학, 언어학, 인류학 그리고 역시 자연과학의 성과를 종합하면서 인간의 의식발달 문제를 총체적으로 다루었다.

* 융합-총체성의 창조성
제대로 된 융합과 통섭은 새로운 통찰력, 새로운 창조성을 형성한다. 세계를 분할하고 사람들의 의식을 분할해야 효과적으로 통치할 수 있다고 믿는 지배세력마저 융합과 통섭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융합과 통섭의 부상은 한편으로는 이 시대 지배의 위기를 반영한다. 새로운 차원의 생산성의 위기, 이윤의 위기 그리고 통치의 위기는 그들에게 융합을 통한 새로운 지배의 창조성을 부르짖게 만든다.
따라서 지배세력의 융합은 기만적이며 왜곡된다. 미국으로부터 시작된 융합교육(STEAM교육)은 과학, 수학과 기술에 예술까지 합치고 있지만 기능적 결합에 불과하며 구태여 인문사회분야는 빠뜨리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인문사회학과 자연과학의 진정한 결합을 두려워한다. 따라서 발달은 여전히 편향, 왜곡된다. 인문사회분야가 배제된 총체적 발달은 가능하지 않으며 기능적 창조성마저 제한된다. 이 때문에 상품실현에 초점을 두었던 잡스마저도 과학기술과 예술만이 아니라 인문학의 결합을 강조한 바 있다.
‘분할’이 형태적, 고정적인 지배의 방식이라면 진정한 융합-총체성의 과정은 변증법적이며 해방적인 속성을 지닌다. 진정한 융합-총체성 과정은 철학, 인문사회학, 자연과학과 예술의 총체성을 의미할 뿐 아니라 이론과 실천, 개념과 일상, 추상과 구체의 융합을 의미한다. 이를 통해 본질에 대한 통찰, 새로운 창조성, 새로운 실천력이 창출될 수 있다. 분할이 민중에게 죽었다 깨어나도 돌파하기 힘든 구조였다면(분할의 구조에서 자본과 지배세력의 전문성을 당해낼 수 없었다면) 융합-총체성은 민중에게 유리한 상호작용 방식이다. 소통을 확대하고 협력을 증진시키며 본질에 한 걸음씩 다가가게끔 한다.
위기에 직면한 자본과 지배세력이 융합과 통섭을 자기 의제로 삼기 시작한 반면 진보진영은 문제의식은 내재되어 있으나 아직 이론적, 실천적으로 미진하다. 진정한 변혁을 위한 진정한 변증법적 융합-총체성 과정이 새롭게 전개되어야 한다.

* 교육과정논의의 이론적 비약
이 와중에 진보적 학자들에 의해 그것도 교육과정 문제라는 교육영역에서 융합-총체성의 관점을 전면적으로 담고자 한 책이 하나 나왔다. ‘미래교육의 열쇠-창의적 문화교육’은 두 가지 차원에서 융합-총체성의 관점을 올곧이 실현하고 있다.

우선, 연구과정과 내용에서의 융합-총체성이다. 이 책은 ‘창의적 문화교육’이라고 명명한 새로운 교육과정 수립을 위해 칸트-루소-듀이-비고츠키로 이어지는 근대교육철학의 흐름에 대한 분석, 미하이칙센트하이머와 가드너 등 현대 인지과학과 브루너와 화이트헤드 등 교육방법론의 논의, 복잡계과학 등의 과학철학, 경영학과 사회학 등 다학문적 배경과 성과를 체계적으로 결합시키고 있다. 아마도 교육과정 논의에 관한 한 이 시대 최고의 융합-통섭적 논의라 할 것이다. 이는 핵심저자인 심광현의 철학, 미학에서 인지과학에 이르는 다학문적 배경의 출중함만이 아니라 사회학 등 여러 분야에 걸친 학자들의 공동작업의 소산이기도 하다. 덕분에 지금까지 관점과 경험 차원의 논의에 머물러 왔던 진보진영의 교육과정 논의를 순식간에 한 차원 끌어올려 이론적 근거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내용적 통섭은 학문적 통섭에 그치지 않는다. 저자들은 경기와 서울 등 진보교육감 지역에서 논의되어 온 교육과정 논의를 비판적으로 점유하면서 교육과정 논의를 구체적, 실천적 차원에서 상승시키고 있다.

* ‘창의성’ ‘문화’ ‘협력’의 재구성
그리고 핵심 개념인 창의성, 문화, 협력 등에 대한 융합-통섭적 재구성이다. 무엇보다 우선 창의성을 기능적 관점이 아니라 총체성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창의력은 문제발견능력과 문제해결능력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는 별도의 기능이 아니라 풍부한 감수성, 상상력, 가설추리력, 실험정신, 협력정신 등 인간 내부에 잠재된 다중지능전체를 이끌어내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각은 창조성이 고등정신기능이 결합된 총체적 인간의식의 소산이라는 비고츠키의 관점과 동일하며 가드너의 다중지능이론 등 현대인지과학의 성과를 통해 근거를 확고히 한다.
이 책에서의 ‘문화’는 이제 더 이상 통상적으로 일반화된 협소한 ‘문화예술’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비고츠키의 ‘문화역사이론’에서처럼 인류역사의 소산으로서 언어와 기호 등 사회적 노동과 협력의 창조적 생산물의 총체를 의미한다. 따라서 문화교육은 협소한 문화예술체육교육을 넘어 전면적 인간발달을 추구하는 교육과정 전체를 의미하게 된다. 그를 통해 문화교육은 진보진영이 추구해 온 ‘발달의 총체성’이라는 의미를 점유하면서 발달을 위한 ‘매개의 총체성’까지 의미하는 새로운 개념으로 재상승한다. 문화교육은 목표이자 방법까지 내포하는 개념이 된 것이다.
협력의 의미도 확장된다. 이 책에서는 협력에 대한 기존의 논의들, 즉 교사-학생-지역사회 간의 협력에 더해 개개인 내부에 잠재된 다중지능 간의 협력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추가한다. 창의력은 이론과 경험, 실천의 변증법적 결합, 인간 내부의 총체적인 역능의 총화-즉 협력이라는 창의력에 대한 재규정을 협력 의미의 확장으로 연결시킨다. 그리고 다시 문화교육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문화교육은 감성-인성-지성-상상력을 융합시키는 훈련의 장이 된다. 이로써 창의성-문화-협력은 서로 연결된 개념 체제로서 재구성되고 종합되면서 새로운 의미로 확장되면서 재탄생된다.

* 구성과 읽기 : 체계적 풍부함, 설득력 그리고 비고츠키와 덤
이 책은 다음의 장들로 구성되어 있다.

서론: 미래 협력교육의 열쇠, 창의적 문화교육장제1장 미래 사회와 미래 교육제2장 근현대 교육담론의 계보학적 재구성제3장 왜 협력적?창의적 문화교육으로 전환해야 하는가?제4장 인간에 대한 인지과학적 이해제5장 미래의 창의성은 다중지능이다제6장 창의적 문화교육의 개념적 프레임제7장 창의적 문화교육의 교육과정 구성 원리제8장 통합교과 사례 분석결론: 교육혁신을 위한 정책과제 로드맵보론: 창의적 문화교육과 대학교육개혁의 연계를 위한 ‘교육혁명’의 마스터플랜 개요

목차에서 보듯 이 책은 미래사회의 새로운 지형과 역사적 요청들. 근대교육담론의 흐름과 의미분석, 현대인지과학의 성과와 교육과정론의 결합 그리고 문화교육과정의 구성원리와 사례분석, 정책과제 로드맵과 대학개혁 마스터플랜까지 미래학-교육철학-인지과학-교육과정론-사례분석-정책로드맵에 이르는 방대한 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다학문적 배경이 충분하지 않은 서평자 같은 사람들이 그냥 읽기에 쉽지는 않다. 그래서 저자들은 여러 이론들의 핵심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도식화하는 작업을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그래도 물론 그 내용들을 남김없이 이해하기는 만만치 않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적 메시지는 매우 명확하며 설득력을 지닌다. 그것은 진보진영만이 아니라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발휘될 수 있는 설득력이다. 새로이 제고된 이 설득력은 바로 융합-통섭-총체성의 변증법적 과정을 통한 실천적 성과이다.

이 책의 목적으로 본다면 부차적이고, 교육담론의 차원에서는 핵심적인 부분 중의 하나가 비고츠키교육학과의 적극적 결합이다. 저자들은 미래사회를 여는 새로운 교육담론의 아이콘으로서 비고츠키를 위치시키고 있다. 그리고 근접발달영역 등 비고츠키교육학의 주요 관점과 원리를 현대인지과학의 성과와 결합하면서 설명하고 구체적 방법론으로 논의를 진전시키고 있다.(약간의 아쉬움이 있다면 이 책에서는 아직 사회적 구성주의와 비고츠키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은 채 혼재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속적인 융합-총체성의 과정에서 이 부분도 새롭게 재구성될 것이다.)
한 단계 상승된 교육과정논의를 위해, 다학문적 융합과 통섭을 전진시키기 위해 그리고 비고츠키교육학의 실천적 적용의 확대를 위해 소중한 학문적-실천적 성과로서 이 책을 권한다. 융합-총체성의 변증법적 과정은 부분의 합 이상의 창조성을 발휘한다. 이 책을 읽는 분들은 저마다의 실천적 관심과 결합하면서 서평자가 발견한 것 이외의 새로운 의미를, 심지어 저자들이 의도한 것 이상의 의미들을 발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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