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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역동적 국면, ‘교육혁명’을 모색하자
-- 진보교육 편집위원회

일상적인 시기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의 삶과 주변세계를 의식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주변 세계는 마치 자동 기계처럼 커다란 변화 없이 반복을 계속하는 것처럼 보이고 자신의 삶도 이런 주변 세계에 적응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아주 가끔 외부적 사건에 의해 이런 자연스러움이 깨지는 경험을 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삶의 지평에서 일어날 수 있고, 집단적인 삶의 지평에서 일어날 수도 있다.

최근에 두 개의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우선 아랍민중이 갑자기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 사건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아랍민중은 두가지로 이미지화되어 있었다. 하나는 이슬람 종교에 찌들어 근대적 의식을 획득하지 못한 전근대인의 이미지이다. 30~40년씩 독재 정치를 해도, 여전히 왕조가 지배를 해도 묵묵히 순응하는 아랍민중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또 하나는 알카에다로 대표되는 테러리스트의 이미지이다. 이 역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근대적인 대중운동이나 정치적 실천에 의지하기보다는 폭력에 의지하는 초근대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미국을 비롯한 서구세력들은 아랍민중의 이 두 가지 이미지(어쩌면 두 가지 실재)를 적절히 활용하여 아랍세계를 지배할 수 있었으며, 아랍의 자원을 통제할 수 있었다. 실제로 정치적 정당성을 결여한 정권을 매개로 아랍민중을 지배하는 것은 매우 손쉬운 일이었다. 또한 테러활동에 대한 대처를 내세우면서 아랍세계에 무력적-정치적 개입을 할 수 있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순응적 존재로 여겨졌던 아랍 민중들이 스스로가 역사의 주체임을 선언하고 있다. 아랍 민중들도 압제로부터의 해방과 생존의 권리 확대를 추구하는 보편적 주체임을 드러낸 것이다. 아직 아랍 혁명이 어떻게 진화해 나갈지 모른다. 하지만 작금의 아랍 혁명은 자유와 평등을 향한 인간의 지향성이 매우 보편적인 것임을, 그리고 항상 역사의 전면으로 분출될 수 있음 다시 한 번 일깨우고 있다.

또 하나의 사건은 일본 대지진이다. 평상시 자연은 인간이 지배할 수 있는 수동적인 대상으로 다가온다. 기껏해야 춥고, 덥고, 눈과 비가 내리고.. 등등 인간 생활을 약간 불편하게 할지언정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갑자기 자연이 난폭한 힘을 과시하면서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려 든다. 특히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원전이라는 인재가 겹치면서 자연 난폭한 힘의 위력은 훨씬 배가되었다. 이런 사건들을 맞이하여 사람들은 그 동안 조화로운 것으로 여겨왔던 자연, 인간 그리고 기술의 관계가 갑자기 산산조각 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들 관계에 대하여 재사유하도록 강요받는다. 이제 핵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의 표현이 아니라 인간에게 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의 원천으로 전화한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자연스러움은 무엇일까? 사람들이 자연-필연성으로 간주하는 사회적 기제는 무엇일까? 아마 시장, 경쟁, 자본 등이 아닐까? 누구나 시장에 참여하여 경쟁을 하고 이를 통해 승자와 패자로 나누어지는 것을 자연의 법칙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시장의 경쟁을 주도하는 주체가 자본이고 개인은 자본의 힘에 의탁해야지만 생존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물론 2009년 세계 경제 위기로 이런 생각에 많은 균열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시장과 자본이 우리의 삶과 너무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시장의 외부, 자본의 외부를 사유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 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된다. 수구적 보수 세력이 실정을 하면 자연스럽게 자유주의 세력에 대한 지지로 흘러간다. 그러다 자유주의 세력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면 수구적 보수세력에 기대를 걸게 된다. 마치 우리의 선택지는 양자 사이에만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들의 외부에 새로운 선택지는 없는 것인가?

교육은 반드시 경쟁을 시켜야만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인가? 교육은 개인의 출세를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교육비는 개인이 지출해야 하는가? 경쟁 없는 교육, 국가나 사회가 부담하는 교육은 정녕 불가능한 것인가?

아랍 혁명이나 일본의 대지진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금까지 자연스럽게 여겨오던 것이 갑자기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의식될 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된다. 진보세력의 역할은  이런 과정을 의식적으로 촉진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식의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균열을 내는데 진보 세력이 촉매 역할을 해야 한다.
2011~12년은 총선과 대선이 겹치는 정치권력의 재편기이다. 또한 경제 위기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아랍 혁명에서 볼 수 있듯이 세계정세도 매우 유동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된다.
정치, 경제, 교육 모든 부문에서 균열을 내고 단절을 시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단칼에 절단하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할 수 있겠지만 깊숙한 균열과 상처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진보 세력은 이 균열과 상처의 틈바구니에서만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번호에서는 기존의 교육 체제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단절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고민하고자 [특집]을 ‘교육혁명’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역동적 정치공간에서의 교육혁명의 모색과 실천’, ‘교육혁명을 위한 교육패러다임의 전환’을 실었다. 한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인정되어 온 입시경쟁구조와 교육관을 깨뜨리고 교육 부분에 있어서 혁명적 전환을 모색, 실천해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또한 입시구조와 연결된 핵심고리인 [대학체제 개편]에 관련한 글들을 실었다.
그동안 진보적 운동이 위축되고 침체되어온 가운데에서도 교육운동은 투쟁을 통해 축정된 역량을 바탕으로 방어적으로 버텨왔다. 이제 다가오는 역동적 국면 속에서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과감히 시도해야 한다.
운동의 어려움을 탓하며 일상의 ‘자연스러움’으로 묻혀 들어가려는 많은 운동역량들을 다시 결집해 나갈 비전과 실천을 모색하자. ‘교육혁명’을 의제화시키고 그 가능성을 높여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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