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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신자유주의 시대의 평가 시스템-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



이현/진보교육연구소 소장



1. 들어가며

  가히 평가의 전성시대이다. 얼마 전까지 사람들은 평가하면 으레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학창 시절에 시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는 순간 평가에 대한 부담으로부터도 어느 정도 졸업할 수 있었다. 물론 직장에 취업한 이후에도 평가를 통한 승진 경쟁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취업에 성공하면 크게 불성실하거나 커다란 문제를 일으키지만 않으면 정년이 보장되었고 경력에 따라 임금이 올라갔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대부분의 직장에서 정년 보장은 사라진지 오래이며, 평가에 의한 연봉제와 성과급 임금제가 연공서열에 의한 경력 임금제를 대체하고 있다. 개인평가와 더불어 집단 평가도 크게 확장되고 있다. 모든 학교의 정문 앞을 도배하고 있는 ‘00 분야 우수학교’라는 현수막은 과잉-평가 시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찌 보면 코미디 같아 보이는 평가에 대한 과잉 집착은 자본주의 특히 신자유주의 시대의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성격에서 연유하는 것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는 복지를 상징하는 구호가 아니라 평가를 상징하는 구호로 바뀌어 가고 있다.

2. 테일러주의 이전의 노동자 통제

  자본은 자연을 지배하고 관리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지니고 있다. 자본은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고 드디어는 이를 수량화된 법칙으로 정리해냄으로써 자연을 지배하고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을 확대해 왔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이런 욕망은 비단 자연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회와 개인들을 지배하고 관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자본과 지배계급들은 사회와 개인을 지배하고 관리하기 위한(푸코적 의미에서 통치성) 수많은 담론과 테크놀로지들을 발달시켜 왔는데, 그것들의 중심에는 통계학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근대 국가 기관의 핵심적인 역할 중에 하나가 통계 자료를 수집하거나 산출하고 이를 분석하여 지배와 관리를 위한 정책(즉 담론과 테크놀로지)을 생산하는 것이다. 이에 발맞추어 근대의 사회 과학(특히 대학이나 주요 연구소)은 통계를 어떻게 산출하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를 벗어나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데 자본이 특히 지배하고 관리하고 싶은 강력한 욕망을 가진 대상이 바로 노동력의 담지자로서의 인간이다.
  중세까지 지배계급은 신분적 우위에 기초하여 피지배계급으로부터 강제 부역이나 공납 그리고 각종 형태의 지대 수취를 통해 잉여가치를 수탈해 왔다. 그런데 근대 자본주의 시대의 자본은 피지배계급인 노동자와 계약을 통해 노동력을 구매하여 생산 현장에 투입한다. 문제는 노동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노동력이 지출되어 생산 활동이 전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노동력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할지라도 여전히 노동력을 담지하고 있고 노동력을 지출하는 존재는 노동자이지 자본가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자본가의 입장에서는 노동력을 구매하는 것은 일의 시작에 불과하다. 오히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다음의 과정이다. 어떻게 노동자가 담지하고 있는 노동력을 최대한 지출하도록 하여 더 많은 이윤을 획득할 것인가가 자본가의 사활적인 관심이 될 수밖에 없다.(개별자본이 구매한 노동자의 노동력을 최대한 추출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총자본으로서 국가는 노동력의 전반적인 재생산의 과정을 책임지고 생산 현장에서 자본가가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원활히 추출해 낼 수 있도록 각종 법적-제도적-물리적 지원의 역할을 수행한다.) 자본가는 생산 과정에서 노동자의 노동력 지출을 최대화할 수 있도록 노동자를 관리하고 통제하는 기술을 발달시키는데 커다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을 전후하여 확산되기 시작한 초기 자본주의 시기에는 노동과정에 대한 자본가의 통제력이 매우 미약하였다. 물론 자본가들은 생산 품목과 생산 수량의 결정, 생산수단과 원료 그리고 노동력의 구입, 임금 및 노동일의 결정 등에서 막대한 힘을 행사하였다. 자본가들이 생산수단의 독점이라는 절대적인 우위를 점했던 반면, 노동계급은 자기들의 조직도, 국가권력에 개입할 수 있는 정치적 수단도 거의 갖고 있지 못했다. 이런 힘의 비대칭적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열악한 작업환경,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것이 자본가들이 생산현장에서 절대적인 통제력을 행사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생산 현장에서 노동 과정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한 것은 숙련공들이었다. 자본가들은 생산기술이나 기계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했으며 생산현장에서 실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다양한 현장의 노하우들은 더 더욱이 몰랐다. 그런 지식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숙련공들이었으며 따라서 그들이 생산 현장에서 생산 과정(즉 노동 과정)을 통제했으며 반숙련 및 비숙련 노동자들을 지휘하였다.  
노동자들의 지속적인 투쟁과 사회주의 사상의 보급으로 노동조합이 결성되고 노동자 계급 정당이 출범하자 숙련노동자들은 동료 노동자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숙련노동자들의 전위(활동가)적 역할을 매개로 노동자 계급정당은 노동자 대중들을 급속하게 조직해 나갈 수 있었다. 이것이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유럽에서 사회주의 혁명의 열기의 고조로 나타났으며 그 결과 러시아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최초로 성공하였다.  

3.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에서의 평가

   노동과정과 생산현장을 통제할 수 있는 과학적 관리(또는 경영) 방안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테일러이다. 그는 자본가와 노동자의 협력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인간 노력의 낭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특히 노동자(즉 숙련공)가 노동 과정을 통제하기 때문에 ‘은밀한 태업’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여 작업의 비효율성이 증가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그는 노동자로부터 노동현장에 대한 통제권을 박탈하여 자본가와 그의 대리인인 관리자들의 손에 그것을 집중시킬 방안을 고민하였으며, 노동자의 주먹구구식 작업 방식을 대신할 과학을 개발하는데 집중하였다. 만약 노동자들의 현장 경험을 대신할 과학적 관리 방안이 마련된다면 자본가들이 좀 더 손쉽게 노동 과정을 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생산 현장에서 노동자의 노동력의 지출을 최대화하여 좀 더 많은 잉여노동을 추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는 노동과정에서 일어나는 동작과 시간을 연구하여 불필요한 동작을 과감히 제거하고 모든 동작별 소요시간을 측정하여 하루의 적정한 작업량을 계산하고 그에 따라 작업량을 할당하도록 하였다. 또한 기계장치의 표준화를 통해 가장 효율적인 공구 형태와 사용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규격화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과학적 관리를 전담할 전문적인 관리 조직을 건설할 것을 제안하였다.
이러한 테일주의는 노동자들(숙련공)의 생산 현장에 대한 통제력을 약화시킴으로써 당시에 고양되고 있었던 노동계급의 투쟁을 봉쇄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었으며, 상대적 잉여가치의 확대를 위해 경쟁적으로 대규모 기계장치를 도입하고 있었던 자본가들에게 노동과정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제공하였다.

   포드주의는 테일러주의의 기초 위에 새로운 기술 혁신을 통해 개발된 컨베이어 벨트에 의한 어셈블리 라인을 도입한 것이다. 어셈블리 라인은 급속한 생산력의 증가를 가져옴으로써 필요노동시간을 줄이고 잉여가치 창출을 위한 노동시간을 현저히 증가시켰다. 그리하여 대량생산-대량소비 시대를 열 수 있는 생산력을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는 탈숙련화, 구상노동과 실행노동의 철저한 분리, 단순동작을 반복하는 단조로운 노동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특히 어셈블리 라인은 인간이 노동의 리듬을 조절하고 기계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의 속도가 기계의 속도에 종속되고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통제하는 양상을 보임으로써 노동의 소외현상을 극대화시켰다. 노동자는 더 이상 생산과 노동의 능동적 주체가 아니라 자본가-관리자들의 일방적인 명령에 복종하는 수동적 실행자의 위치와 기계의 부속물로서의 지위를 강요당하였다.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 하에서 노동자에 대한 평가 시스템은 비교적 단순하다. 이미 표준화된 작업 공정에 따라 개별 노동자의 역할과 노동량이 할당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자에 대한 평가는 주어진 시간에 주어진 목표량을 수행하였는지, 그리고 불량률이 어느 정도인지 등 비교적 가시적이고 측정하기 쉬운 몇 가지 지표에 의해 수행되었다. 따라서 목표 수행을 독려하고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유인책으로서 성과급제가 부분적으로 도입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경력과 노동시간에 따른 임금제가 일반적인 형태였다.
특히 테일러주의와 포드주의의 도입에 의한 생산력의 급격한 혁신과 이를 쫓아가지 못하는 유효수요 사이의 괴리가 1929년 경제 대공황의 주요한 원인 중에 하나로 간주되면서 노동자들의 집단적인 임금 교섭(즉 노동조합의 인정과 교섭권과 행동권의 부여)을 허용하게 되자, 개별 노동자의 평가에 의한 차별적인 성과임금제는 크게 확산되지 못하였다. 적어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노동관리 시스템으로서의 테일러-포드주의와 노자간의 생산적이고 상생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케인주의가 결합한 양상이 1960년대까지 지속되었다.

4. 신자유주의, 새로운 노동 관리 시스템의 등장
  - 평가의 전면화와 노동유연화-

1)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이 필요한 원인들

  1970년대 들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새로운 노동 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할 필요성을 부추기는 여러 가지 요인이 등장하였다.
첫째, 1970년대 들어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서 이윤율의 경향적 하락 현상에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특히 두 번에 걸친 오일쇼크와 케인주의적 복지정책에 의한 재정 적자의 심화는 자본의 축적 위기를 더욱 심화시켰다. 따라서 선진자본주의 국가들에서는 지금까지의 노자간의 생산적인 파트너십을 강조해왔던 노동자 관리 시스템을 포기하고 잉여가치 착취를 더욱 강화할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성이 발생하였다..
둘째로 68혁명으로 표출된 소외된 노동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분쇄할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이 필요해졌다. 68혁명은 다양한 성격이 혼재한 사회운동이지만 소외된 노동에 대한 저항과 거부가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자본은 집단화된 대중 노동자들을 개별화시킬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게 되었다.
셋째로 새로운 생산기술과 노동의 형태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 관리 시스템의 도입이 절실해졌다. 사무직 노동자와 서비스직 노동자가 급증하였는데 생산직 노동자의 관리에 적합한 테일러-포드주의적인 노동관리 시스템으로는 이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특히 극소전자혁명으로 불리는 노동과정에서의 컴퓨터의 도입은 단일한 공간 내에서 분업이나 어셈블리 라인에서의 노동과는 전혀 다른 개별적인 노동 형태를 창출하였다. 대공장 중심의 생산 현장에서는 감시와 관찰 그리고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지표들을 가지고 노동을 쉽게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있었지만 사무노동과 서비스 노동은 감시나 관찰이 용이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동의 성과를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어려움이 발생하였다. 또한 컴퓨터라는 생산수단은 대공장의 기계 장치 하의 분업체계와는 다르게 노동을 개별화·독립화 시키는 경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적 조건과 노동의 형태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이 절실히 필요해 졌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생산과 소비 패턴의 등장을 꼽을 수 있다. 자본축적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자본간의 경쟁이 격화되자 자본들은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게 되는데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여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기존의 소품종 대량 생산 체계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로 전화하게 된다.(이는 또한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망을 충족한 대중들에게 소비의 심미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과 동전의 양면을 이루고 있다.) 동일 제품의 생산 규모를 계속 확대해 나가기보다는(규모의 경제)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뿌려 소비자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려는 형태(범위의 경제)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포드주의 하에서는 거의 평생 동안 단일한 라인에서 동일  제품을 생산하는 기존의 형태에서 다양한 라인에서 다양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2) 포스트 포디즘 논란

위에서 언급한 새로운 변화에 대한 최초의 이론적 대응은 포스트 포디즘 논리로 나타났다. 포스트 포디즘은 주로 네 번째 원인에 기초하여 논리를 구축해 나갔다. 이 논리에 의하면 다품종 소량 생산 시대는 관리자의 명령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노동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테일러-포드주의 하에 나타났던 구상노동과 실행노동의 분리, 위계적인 서열화(명령하는 관리자와 복종하는 노동자로) 현상 등이 극복되면서 노동의 극단적인 소외 현상이 사라질 것이며, 생산현장의 민주화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하지만 포스트 포디즘의 대표적인 사례로 열거되었던 토요티즘의 실체에서 드러나듯이 포스트 포디즘은 포디즘의 문제점을 극복한 것이 아님은 물론, 포디즘을 약간 변형한 것에 불과하였다. 구상노동과 실행노동의 분리를 극복하면서 노동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 다양한 제품 생산 라인에서 일할 수 있도록 다기능적인 실행노동 능력을 요구하였을 뿐이다. 또한 다양한 제품에 대한 시장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노동유연성을 확대하려 했으며 이를 위해 쉽게 고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나 파견 노동자를 대규모로 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사무직이나 서비스직 등 이른바 비물질적 노동 분야는 어떤 현상이 일어났을까? 노동과정에서 그들의 자율성이나 주체성이 증가하였을까? 그리고 그들이 존재하고 있는 노동 공간은 좀 더 민주화되었을까? 언뜻 보면 일부 직장에서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되고, 연공 서열 중심의 위계적인 승진 질서를 파괴하는 파격적인 인사가 단행되고, 위계적인 조직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수평적인 팀제가 확산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현상에만 매몰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쉽게 측정할 수 없는 사무-서비스 노동을 양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각종 평가 시스템이 도입되었으며, 평가 결과에 따른 차별적인 보상 체계가 더욱 강력하게 작동하면서 노동자들은 각종 평가의 시선에 노출되면서 상시적인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게 되었으며 무한 경쟁의 늪에서 허덕이게 되었다.

3)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  - 평가와 경쟁의 전면화-      
자본축적의 위기, 노동의 소외에 대한 노동자의 저항, 사무-서비스 노동의 확대, 노동유연성의 확대 필요성 등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노동관리 시스템으로 자본이 채택한 것이 평가와 경쟁을 전면화시키는 새로운 노동관리 기술이다.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는 몇 가지 특성이 존재한다.

우선 테일러주의적 평가가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면(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주어진 시간 내에 할당된 작업을 수행했는가, 불량률은 얼마인가 등) 신자유주의적인 평가는 성과는 물론이고 노동 과정까지 평가한다. 신자유주의적 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는 균형성과표(BSC)나 자기목표관리제(MBO) 등에 나타난 평가리스트를 보면 노동과정 전체를 매우 세분화하여 평가 항목이 작성되고 있음을 많은 회사의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외형적인 성과를 얼마나 냈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노동자의 노동과정 전체는 물론 태도나 의지, 품성까지도 평가하려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둘째로 테일주의적 평가가 주로 관리자(감독자)에 의한 평가가 중심이라면 신자유주의적 평가는 관리자에 의한 평가는 물론이고 동료평가, 자기평가, 고객평가 등 다면적인 평가를 실시하여 마치 평가의 합리성을 제고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면서 노동자들을 평가의 촘촘한 그물망에 포박한다. 노동자는 전체의 노동 과정 속에서 항상적으로 평가의 시선에 노출된다. 심지어는 직무와 관련된 학습과 연수, 외국어 인증시험이나 각종 자격증 획득 등이 평가 항목에 포함됨으로써 일상생활까지 평가받게 된다.
셋째로 테일러주의적 평가가 제한적인 차별적 보상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면(예를 들어 경력직 임금을 기본으로 하면서 불량률이 낮으면 일정한 포상을 해주는) 신자유주의 평가는 전면적인 차별적 보상시스템과 연결되어 있다. 정리해고에서부터 차별적 임금 시스템인 연봉제에 이르기까지 임금이나 노동에 대한 보상의 결정에 있어서 노동시간이나 경력보다 평가의 결과가 더욱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자유주의적 평가는 노동유연화를 위한 핵심적인 기제로 작동하고 있으며, 노동자 간의 경쟁을 전면화하고 극대화시킨다.
넷째로 신자유주의적 평가는 차별적 보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 스스로의 자기 혁신과 자기계발을 요구하는 기제로 작동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노동자들은 자기 혁신과 개선책에 대한 대안을 제출해야 하며 이는 또 다시 다음 평가의 기준으로 작동한다.
마지막으로 신자유주의 평가의 최근 경향성은 개인별 평가에다가 팀별-라인별-기관별 평가를 적절하게 결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개인 간 경쟁은 물론 집단 간 경쟁을 통해 경쟁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위한 전략임은 물론이다. 집단 간 경쟁은 집단에 속해 있는 개인들의 행위 하나 하나가 집단 전체 구성원들의 경쟁에서의 승패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리를 유포시킴으로써 노동자 개개인을 경쟁의 사슬에 더욱 강하게 묶어 놓은 역할을 한다.
물론 위와 같은 특성을 지닌 신자유주의 평가 시스템이 모든 분야에서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어셈블리 라인을 중심으로 하는 공장에서는 테일러주의적 평가가 우세할 수도 있다. 보험판매와 같은 영업직의 경우에는 영업실적이라는 가시저인 성과가 평가의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전체 산업영역을 점차로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신자유주의 평가 시스템 정착되게 되면 노동자들의 공통의 이해는 점차 작아질 수밖에 없다.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임금은 집단적 교섭보다는 개별적인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 이제 임금 인상은 집단적인 교섭과 쟁의가 아니라 개인적인 자기 노력을 통해 좀 더 높은 평가를 받음으로써 가능해진다. 집단적 주체로서 노동계급은 해체되고 개별적인 노동자만 남을 위험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제 동료 노동자는 공동의 이해를 실현하기 위해 함께 연대해야 할 동지가 아니라 평가를 놓고 서로 다투어야할 경쟁 상대이거나 그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서비스해야할 고객에 불과하다.    
다양한 평가 시선에 노출되면서 노동자는 항상적으로 긴장해야 한다. 그는 관리자의 명령에 타율적으로 복종하는 노예가 아니라 평가 시선에 자발적으로 굴복하는 노예가 되어야 한다. 잘리지 않기 위하여, 한 푼이라도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위하여 그는 오늘도 무모한 경쟁의 대열에 합류하여 자기의 노동력을 자발적으로 최대한 지출해야 한다. 그의 노동이나 삶의 목적은 오로지 하나다. ‘평가 즉 경쟁에서 살아남기’  

5. 나아가며

올해 학교 현장에 전면적으로 도입되는 교원평가는 신자유주의 평가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느다. 교원평가도 일반적인 신자유주의 평가와 마찬가지로 관리자 평가, 동료평가, 고객(학생·학부모)평가, 자기 평가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교사 개인별 평가와 학교평가라는 집단 평가를 적절하게 결합시키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특수성도 있는데
우선 교원평가의 경우에는 평가의 결과를 당장은 차별적인 보상 체계와 연결시키지 않겠다한다. 하지만 교원평가의 결과를 멀지 않아 차별적 보상 체계와 연결시킬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둘째로 객관적인 성과를 평가에 활용하는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신자유주의적인 평가에서도 가시적인 성과들을 하나의 평가 요소로 사용하는데 교사에게 객관적인 성과지표는 학생들의 성적이 될 것이다. 입시경쟁 과열과 과도한 사교육비라는 한국적 특수 상황 때문에 교원평가에 학생 성적이라는 객관적 성과 지표를 사용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이것도 멀지 않은 미래에 연계시키려고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로 교원평가의 경우 고객 평가에 있어서 특수성이 존재한다. 교원평가에서 고객으로 호명되는 학생·학부모와 교사와의 관계는 일반 기업에서 노동자와 고객과의 관계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교원평가 도입에 대한 찬성하는 여론의 기저에는 고객평가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막상 이것이 시행된다면 평가를 받는 교사는 물론이고 평가를 하는 학생과 학부모도 학생·학부모 평가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따라서 교원평가의 핵심적인 요소를 차지하고 있는 고객평가가 오히려 교원평가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많은 교사들 심지어는 진보적이라고 자처하는 교사 활동가들 사이에 교원평가는 교사에게는 나쁜 것이지만 학생과 학부모 또는 우리 사회의 교육에는 좋거나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평가는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인간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리와 통제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교육주체 간의 상호 협력과 소통이며, 교육 주체들의 요구에 따라 교육을 재편할 수 있는 실제적인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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