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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호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나에 하는 첫 단체교섭

2001.02.08 16:05

김정훈 조회 수:1318 추천:1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나게 하는 첫 단체교섭

불확실성의 시대를 실감나게 하는 첫 단체교섭
- 단체교섭까지 지도·감독하려는 교육부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했나?

김 정 훈(전교조 전북지부 정책실장)

  확실하게 주어진 것이 없다. 교섭 의제에서 교섭의 구체적인 성과물에 대해서까지. '시작이 반'이 아니라 오히려 후퇴만 거듭한 상황. 교육부는 전교조와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별다른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전교조도 첫 교섭의 상을 제대로 그려내지 못했다. 1차적인 책임이 교육부에 있다고 하지만, 학교 현장의 기대만 부풀려 놓고 '바람 빠진 풍선'같은 모양새가 되게끔 상황을 끌어온 전교조의 교섭전략도 점검해야할 때다. 여러 가지 조직 형편을 감안하면 그 누구도 이 '불확실성'에 대한 탈출구를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교섭에 대한 총체적인 상황 평가가 필요하다.

 1. 먼저 다 아는 이야기-교육부, 벗어날 수 없는 책임

  아픈 기억을 잊으려 할 때에는 '세월이 약 '이란 말이 생각난다. 89년 교육대학살과 합법화에 이르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고통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일. 그 선봉장이 바로 교육부라는 사실도 변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난 7월의 합법화 이후 아픈 기억은 뒤로 하고 다가올 새천년을 교육부와 함께 준비하며 교육의 희망을 새롭게 열고자 했다. 이제는 전교조와 교육부가 새로운 세기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던 것. 하지만 단체교섭에 임하는 교육부의 태도를 보면 결코 '세월이 약'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다. 오히려 투쟁의 교훈을 되새길 때가 되었다.

  모범적인 사용자의 상을 제시해야할 교육부가 되려 일반 기업보다 못한 교섭 태도를 보여 왔다. 전교조와 교육부가 전국 단체교섭을 시작한지 반년이 지나도록, 한 세기를 마무리하고 새천년이 열릴 지금까지도 교육부는 단체교섭을 지도·감독하려고만 하고 있다.

 '교육정책은 교섭 사항이 아니다' '임금교섭은 예산이 이미 확정돼 안된다' '교육감 권한 사항 빼고' '법령 등 관계 사항 빼고' 해서 교육부가 교섭할 수 있다고 제시한 사항이 겨우 71개 조항. 여기에서 단체교섭의 효력, 노사관계 조항 등 그야말로 필수적인 교섭사항을 제외하면 실제의 교섭 사항은 서른 개 남짓. 그마저도 교원노조안을 받아들이겠다는 것이 아니다. 전교조가 제안한 전문(前文)에 적힌 '교원의 사회적·경제적 지위의 향상과 민주적 교육개혁의 실현을 위하여 단체협약을 체결한다'는 표현조차 받아들일 수 없다는 교육부! 교원정원 문제, 학급당 학생수 문제 등도 교육정책이라고 강변하는 저 높으신 교육관료분들!

 교원노조를 이런 식으로 '이익집단'으로 묶어두려는 교육부의 속셈을 알다가도 모르겠다. 교원인사는 물론이고 '교육정책'까지 단체교섭의 주요한 사항으로 다루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을 세계화와 국제화를 소리높여 외쳐온 교육부가 모를 턱이 없지 않은가. 교사들과 교육을 논할 수 없다면 대체 누구와 교육을 논하겠단 말인가? 하긴 전국 교섭소위에 나온 교육부 교섭위원 중엔 전문직이 한 명도 없지.   

 '학교 현장 따로, 교육정책 따로' 식의 지난날의 교육정책 하나, '모든 것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지도·감독해야 직성이 풀리는' 해묵은 관료주의 둘, '교육예산은 항상 뒷전, 말로만 힘쓰는' 교육경제 지상주의가 셋. 이게 바로 우리 교육을 위기로 내몬 주범이 아닌가.

 우리는 단체교섭을 통하여 교육개혁의 기반을 다지고 '땅에 떨어진, 아니 땅 속에 묻혀버린' 교사의 사기를 드높이고자 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본교섭을 끈질기게 회피하면서 '고개 가로젓는 목운동'에만 열심이다. 역사적인 정부와의 첫교섭이라는 수식어의 무색함. 저 안하무인의 도도한 보수관료주의.

우리는 고발한다, 교육부장관과 보수관료주의를. 비교육적인 단체교섭 태도와 단체교섭을 해태하는 부당한 행위를. 그리고 위기에 빠진 교육을 '나 몰라라'하는 교육부의 직무유기에 대하여 그들의 '전가(傳家)의 보도(寶刀)'였던 '법'의 이름으로 고발한다.

 2. 정말 아픈 그러나,

    -'불확실성을 방치'한 전교조의 교섭 전략 - 교섭을 교섭으로 풀려고 하지 않았나?

   우리는 교육부가 고분고분, 말 그대로 신사답게 나오리라 기대한 것인가. '교육부가 정부가 모범적인 사용자'의 자세를 보여줄 수 있다고 본 것인가. 그렇지 않다. 교섭의 출발부터 우리는 현재의 교육부의 태도를 예감하고 있었다. 교육부의 교원단체들에 대한 '등거리 전략'조차 허울에 불과하고 '전교조 힘 빼기' 시나리오에 충실할 것임을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교섭의 초반부터 '모범적인 사용자'의 자세를 촉구하는 것말고 별다른 무기를 찾으려 하지 않았다. 한교조와의 교섭위원 선정에서도 <교섭 우선>에 의한 교섭으로, 교육부와의 교섭이 난관에 봉착해도 교섭으로 해결하려하지 않았는가 묻고 싶다. 여러 동지들이 '교섭 초반부터의 구체적 투쟁 전술의 병행'을 요구했는데도 시기를 놓치고 만 것이다. 갑자기 조합원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교조의 힘'을 교육부와 신규 조합원이 느낄 수 있어야 했다. 기존 조합원의 활동력과 투쟁력을 전국적인 단일 대오로 묶어 교섭과 투쟁의 병행 전선에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

  두 번째 생각, 교섭안을 단계적으로 이슈화하려 했던 것도 문제. 전교조교섭안-40대 요구-12대 요구-핵심요구 식의 단계적 이슈화 전술이 함정에 빠진 셈이 아닌가. 이건 나 자신에게도 질책하고 싶은 부분이다. 교육부가 총체적 요지부동 전술로 나올 때 '빙산을 가르는 정(釘)'이 필요했던 것. 초반부터 교섭의제 공방이 아니라 '핵심 획득과제'에 대한 집중적이고 끈질긴 이슈화가 있어야 했다. 복잡하지 않은 '칼로 무우를  자르는듯'한 명쾌한 '교섭 획득과제'를 제시하면서 9-10월에 대중투쟁을 배치했다면 학교 현장의 분위기는 달랐을 것 아닌가. 가느다란 한줄기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미련은 없었는가. 투쟁도 이슈화도 교육부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원칙적인 전략 부분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자를 때 잘라야 한다.  

  홍보 부족! 홍보는 사업 부문 조합 재정 투자의 1순위라는 세 번째 화두. 언론을 통한 여론 형성 부분도 중요한 지점이지만 전교조의 단체교섭 과정을 '빠르게, 즐겁게, 투쟁 상황에선 분노할 수 있게' 만들어줄 홍보물이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본부의 인력(人力) 부족 등의 상황이 안타깝지만 학교 현장에 다가서는 교섭 홍보물이 전교조신문과 팩스 속보와 1종의 포스터, 전교조신문 속보 1회 정도였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전국교섭과 지역교섭이 함께 함정에 빠진 상황의 난해함, 이것을 학교 현장은 모두 이해하기 힘들어 한다는 현실이 세 번째. 전국교섭과 지역교섭에 대한 '조화로운 배치'를 놓쳤다. 한교조가 문제? 그러나 지역교섭의 전술을 통일하고 전국교섭의 상황과 함께 복무하게 하거나, 지역교섭 공동 요구 사항을 설정하는 부분이 지지부진 했다. 12월 현재, 방학을 앞둔 지역 교섭은 훨씬 난감하여 만감이 엇갈린다. 각개약진 중!

  이제 해를 넘기고 새천년이 온다는데. '대중동력을 기초로 한 선도 투쟁'을 조금만 빨리, 전국 통일로 했더라면 등등의 아쉬움을 새기면서, 교육부의 신자유주의와 교육자본논리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 마련에서부터 다시 출발할 것을 바란다. 단체교섭에 대한 조합원 모두의 공감대(共感帶)를 시급히 총화하면서.

 이제 불확실성에서 벗어나자 . 그리고 '단체교섭,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세로 '교육부를 압박하고 학교 현장의 요구와 분노를 탄탄하게 엮어낼' 수 있는 전술을 함께 고민하자. 확실한 무기를 움켜쥐고, 때론 사납게 부려 쓰면서 '단체교섭에서 최소한 성과라도 획득'하길 원하는 학교 현장의 바램에 동승(同乘)하자.

  지금이 시작이다. '새천년의 교육, 희망 만들기'를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국민의 요구에 의한 본격적인 전교조 단체교섭 승리를 위한 실천적인 행동으로 시작하자.

  도교육청과 3차례 예비교섭 진행했으나...

-도교육청 '교육부바라기'와 본교섭 개시에 대한 회피로 일관  

 지난 11월 6일, 11월 18일, 그리고 11월 24일에 전북 교원노조 공동교섭단과 도교육청은 3차례의 예비교섭을 치렀다. 세차례의 예비교섭에서 전교조 전북지부는 하루바삐 본교섭을 열 것을 줄기차게 요구했다. 교원정원 축소, 인사규정 개정 등 시급한 전북교육 현안을 다루기 위해서! '교섭요구서 제출이 본교섭 개최 예정 30일 전'이라는 교원노조법의 정신에 충실하자는 것이 교원노조 측의 제안이었다.

  11월 6일의 첫 예비교섭은 예비교섭 의제와 도교육청 쪽의 예비교섭위원에 대한 논의로 진행되었다. 2차 예비교섭에서는 도교육청과 교원노조쪽의 교섭위원 수를 각각 10명으로 합의한 것을 빼고는 별다른 성과가 없었다.  

 11월 24일 오후 2시부터 11월 25일 새벽 3시까지 장장 13시간에 걸친 3차 예비교섭은 합의서조차 작성하지 못한 채 끝을 맺었다. 도교육청쪽은 1차 예비교섭에서 합의한 예비교섭 의제에 포함되지도 않은 '교섭의제 선정 및 선정원칙'을 들고 나왔다. 교원노조는 본교섭의 교섭의제는 1차 본교섭에서 '교원노조 공동교섭안'이 공식으로 올라온 다음에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미 '교섭의제 선정 공방'으로 상당한 시간을 허비한 전국교섭을 거울 삼아 전북의 단체교섭은 교원노조안 중 시급하면서도 양쪽 서로 간에 논의가 가능한 현안부터 진행하자는 것이 전교조 전북지부의 주장이었다.

  3차 예비교섭에서 교섭요구서를 제출한지 30일 안에 본교섭을 열자는 전교조의 제안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섭안 제출 3주후 쯤이나 본교섭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마저도 날짜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 도교육청의 답변이었다. 도교육청은 교섭위원의 교섭활동 보장을 위한 기간제교사 파견도 어렵다면서 이에 대한 대안도 전혀 내놓지 않았다. 한편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본교섭 운영과 관련하여 전교조 전북지부는 본교섭의 정기적 운영과 본교섭의 원활한 진행을 위하여 사안에 따라 책임있는 교섭소위를 운영하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대하여 도교육청은 '본교섭은 2회로 제한하자'면서 처음은 상견례로 또 한번은 협약체결로 하고 교섭소위 중심으로 운영 하자고 주장하였고, 회의 시간까지도 2시간으로 제한하자고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노조측은 본교섭 운영 등에 관한 사항은 1차 본교섭에서 다루고 이미 교섭위원 수를 합의한 만큼 곧바로 본교섭 개시 날짜를 확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본교섭 개최 일정에 대한  아무런 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결국 다음 예비교섭 일자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도교육청 교섭위원들이 먼저 자리를 뜨고 말았다.

 3차 예비교섭에서 도교육청은 산적한 전북교육현안을 외면한 채 3차 예비교섭을 파행으로 이끌었으며, 도교육청의 교섭위원들은 세세한 사항까지도 권한을 위임받지 못한 협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전교조 전북지부는 본교섭을 질질 끈 모든 책임이 도교육청에 있으며, 이는 전북교육 현안에 대한 도교육감의 해결 의지가 없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교육부와 다른 시도 교육청의 교섭 진행 상황만 눈치 살피는 도교육청의 교섭 자세는 전형적인 관료주의와 무사안일주의가 아닐 수 없다. 한편 전교조 전북지부는 3차 예비교섭이 파행으로 끝나자 다양한 대중 투쟁과 행동을 예고하면서, 단체교섭과 별도로 전북교육 현안 해결을 위한 교육감 회동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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