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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대안 교육과정

 

 

 

손지희진보교육연구소 회원

 

 

 

 

1. 한국의 공교육과 교육과정의 현 상태, 가져야 할 의문점들

 

1) 교육과정의 과부하

 

지금 학교 교육과정이 처한 상태를 현상적으로 표현해주는 하나의 단어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과부하입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다양화·개별화의 압박입니다. 게다가 학교로 이러저러한 요구들이 쏟아져도 막을 수 없도록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마치 담임들에게 여러 부서의 업무요구가 메신저로 쏟아지듯 학교교육과정으로 소화해야 할 과제들이 해마다 늘어납니다. 이런 현상의 배경에는 90년대 중반부터 이어져온 시장주의의 영향이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개개인들은 교육을 미래를 위한 사회적인 공동의 실천이라고 여기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지위획득의 발판, 경쟁의 장으로 여기도록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다종다양한 개인과 불평등한 구조에서 힘을 발휘하는 계급, 정치사회적 이슈에 의해 생겨나는 요구와 과제를 교육의 과제로 둔갑시켜 학교에 떠밀어버리곤 하는 행태, 개인의 성취를 우선으로 지향하는 개인 중심의 자유주의 교육관, 이 모든 것이 만나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을 과부하 지경으로 차근차근, 깊숙이 빠뜨려왔습니다. 이미 학교의 것으로 만들어져버린 수많은 일들은 집권세력이 바뀌어도 없애지 않는(못하는?) 것도 계속 과부하에 처한 교육과정의 현재에 기여합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아무리 업무 정상화, 업무 경감을 외쳐도 해결이 될 리가 없습니다.

 

문제는 수많은 요구를 교육과정에 넣어 처리하느라 놓치게 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모든 요구와 과제들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 듯 취급되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과정의 핵심 역할은 주변으로 밀리고 다양하게 여러 가지를 하는 것 자체를 마치 미덕인 듯 여기고, 할 일 한 듯 착각하게 됩니다. 또한 학교 안팎의 다양한 요구의 중심 배경에는 입시에서의 필요가 항상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제, 의문을 가져야 합니다. 학교가 이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맞는가? 필요하다고 누군가 주장하면 교육과정에 들여도 좋은가? 제한된 시공간과 인적, 물리적 조건에서 학교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대체불가능한)은 과연 무엇인가? 이러한 의문은 자연스럽게 학교 교육과정의 기본성격 문제로 이어집니다. 학교교육과정의 기본은 보편(공통)인가 개별(개인 요구 맞춤형)인가?

 

2) 입시몰입에 더해진 진로 몰입

 

박근혜 정권 시기, ‘’, ‘운운하면서 진로 교사 제도까지 도입했지만 불충분한 탐색, 발달과정을 거스르는 빠른 결정 강요라는 비교육적 발상을 공식화, 제도화했을 뿐입니다. 실용성을 제1의 덕목으로 추구하는 것 같은 진로 교육, 직업기술교육은 사실 실용성이 없습니다.

말이 좋아 이지 직업 구하기, 취업을 위한 배움만을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을 위해 매진하라는 이야기는 다른 말로 그 외의 것은 불필요하므로 소홀히 해도 좋다거나 효율을 위해 접어두라는 하는 것입니다. 이 틈을 타서 해야 할 것들이 밀려나기도 합니다. 학교 수업을 개인적으로 빠지거나 공통의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각종 체험을 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걸까요? 유초중등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개인적 차이는 물론 있을 수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직업을 생각하기보다는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직업인 이전에 사회적 존재로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보편적 소양이 중요합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얼른 꿈을 가져라, 꿈을 이루기 위해 하루라도 더 빨리 노력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폭력일 수도 있습니다. ‘의 노예입니다.

 

3) 알리바이 만들기용 가치교육

 

교육과정에서 폐지 목소리가 높은 것 중 하나는 창체입니다. 인권, 폭력, , 통일, 생명, 안전, 자치 등 많은 교육이 넘치지만 내실은 없이 시간 떼우기로 흐르기 일쑤입니다. 형식적으로 해야 하니까 하는 것에 불과해 보입니다.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할애되지만 효과는 없어 보입니다. 내용 전달을 넘어 실천의 가능성까지 확장해야 하는 어려운 일이 가치교육이지만 실제로 그만큼 중시한 결과가 오늘날의 교육과정에서의 가치교육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부끄럽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의 후속 세대들에게 올바른 가치체계가 형성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욕심입니다.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가 중요하다고 제기되고 교과 내용의 일부로 도입될 때 전체적인 교과의 구성에 어울리게 들어오는 연구와 신중한 배치도 미흡합니다. 체계성 없이 이러저러한 교과에 내용적 편입되곤 합니다.

여러 가치들이 나열적으로 제시될 뿐 정작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호합니다. 또한 가치 선별, 여러 가치 간 관계 설정과 실질적 추구 없이, 나열 수준입니다. 이렇게 해서는 여러 가치는 공존해야 한다는 정도는 전할 수 있겠지만 어린이, 청소년의 생각과 행동, 실천의 바탕으로 작동할 체계로 자리잡게 하지는 못합니다.

 

 

2. 유네스코 2050 (개념적 도약)

 

202111월 발표된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보고서에서는 교육과정을 직접 하나의 장으로 다루고 있고, 교육 전반에 대한 논의에서도 교육과정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내용들이 있는데 우리가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특히 주목할 내용은 공교육의 목적과 성격에 대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한국의 교육과정은 최근 고교학

점제 도입 시도를 정점으로 하여 교육과정 전반의 제도화 방향이 선택 담론을 바탕으로 한 개별화

에 지나치게 경도되어 있는데 과연 이것이 공교육

 

의 핵심적 역할인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 2050에서는 이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한다는 점에서 국내 교육과정 논의를 되돌아보고 올바른 방향을 잡는 논의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적지 않은 의의가 있습니다.

 

1) 공교육의 목적과 성격

 

* 공교육의 목적과 역할 : “개인의 성공”, “국가 발전” => “사회변혁의 지렛대”.

 

유네스코 2050에서는 다음과 같이 일갈합니다.

 

교육은 공유된 학습 환경에도 불구하고 교실과 교실 구조 내에서 교사가 제공하는 수업에 뿌리를 둔 개인의 성취를 우선시하는 교육적 프로젝트로 간주되었습니다.”

 

또한, 개인의 성취를 우선시하는 교육 흐름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교육은 세상을 변혁하는 동반자로서 학생과 교사의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세상을 변혁하기 위해 신뢰 속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학생과 교사의 능력을 구축

 

학교와 교사가 거부하기 어려웠던 수많은 일들은 학생을 위해서라는 포괄적이면서 애매한 이유로 정당화되기 일쑤였지만 가만히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상당 부분이 실은 개인적 성취를 위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이제는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수많은 과제와 요구 가운데 학교와 교사가 반응하고 호응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 기준이 우리에게는 사실 없었습니다. 그동안 강요된 수많은 것들이 실은 공교육의 기본적인 목적과 역할에서 벗어난 것이거나 교육이 아닌 다른 영역과 공간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일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심지어 어떤 것은 공교육공간에서 공교육 기관의 교사가 해서는 안 될 것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이를 테면 진학을 위해 학생들에게 상급학교가 요구하는 것들을 학교의 교사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해서 하는 것이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 왔지만 이제는 우리는 이런 것부터 의문을 품어야 하는 것입니다.

 

굳이 학교라는 공통의 공간에서 모든 어린이, 청소년, 청년들이 일정 기간을 함께 교육받아야 할 이유를 우리는 근본적으로 생각해보고 학교라는 공간과 그 내에서의 교육과정이 학교라는 공적 기구에 걸맞는 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이에 대한 답으로 유네스코 2050에서는 공유된 이익을 위해 함께 일할 수 있는 개인” ‘지속가능 세계 건설을 위해 협력하는 인간을 강조하는 것에서 어느 정도 찾을 수 있습니다. 유네스코 2050은 개인주의, 국가주의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고 이를 감안할 때, 보고서에서 제시하는 교육적 인간상은 개인의 성취를 위해 학교라는 곳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위해 협력하는 주체적인 지구적 인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교육공동재 개념에 터한 교육과정의 기본 성격

 

위와 같은 공유된 이익을 위한 공동재이라는 교육의 목적과 성격을 실현하는 교육과정은 당연하게도 공동 교육과정이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교육은 공동재라는 개념적 전환과 도약은 교육과정의 공동성, 공통 중심 교육과정의 기본 토대가 됩니다.

 

유네스코 2050에서는 교육과정을 통해 지식 공동재가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지식 공동재의 진화란 내용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의미할 뿐 아니라 공동성의 강화를 의미합니다. 공동성의 강화란 모든 이의 접근, 이용 가능성을 높이고, 모두의 발달에 도움이 되며, 공동의 과제 해결에 기여하는 정도를 높이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회에서 각 개인은 다양한 분야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지만 사회적 존재가 되는 방식과 기재는 사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공통의 기반을 사회적 존재로서 인간이 자기 실현을 하고 새로운 사회를 창조하는 거대 기획에 함께 하기를 바란다면 절실한 것은 서로 다른 개인들이 함께 공유해야 할 가치와 기능과 지식입니다. 지식, 기능, 가치는 아무리 많은 이가 나누어도 소멸되지 않는 속성이 있습니다. 학교 교육과정은 이 소멸되지 않는 인류의 자산을 후속세대들이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그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시되어야 할 것은 바로 지식공동재가 진화를 계속 하고 그 진화 속에서 전 인류가 상생과 협력을 축으로 주체적으로 함께 창조해 나아갈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공동성을 중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공통의 경험, 공통의 가치가 아니라 제각각의 필요만이 우선시된다면 사회적 실천으로서의 교육은 그 의미를 상실하게 됩니다. 개별적 요구와 필요 때문에 해야 하는 교육이라면 그것은 굳이 공적인 영역에서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이루어질 이유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네스코2050의 교육과정 논의에서 특별히 강조하는 것은 실천성입니다. 이에는 누구나 동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학교로부터 아무리 훌륭한 지식, 기능, 가치를 다룬다해도 현실의 개인들이 이것을 실천과 연결시키지 못한다면 즉 전이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대단한 시간의 낭비이고 실패입니다. 우리 교육과정은 그동안 많은 실패를 해 왔습니다. 특히, 가치교육 영역에서는 실패라고 부르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실천의 문제에 대해서는 담보할 방책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못하고 있었습니다. 유네스코 2050에서는 가치만을 나열하고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을 넘어 실천성을 이야기합니다. 이제 우리 교육에서도 가치교육에서 실천의 문제를 교육적 과제로 삼을 때가 되었습니다. 유네스코2050에서 강력하게 실천을 강조하는 이유는 기후 위기라는 전지구적 상황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교육에서도 이제 인성교육이 중요하다는 형식적 표현을 넘어 훌륭한 인성을 채우는 공동의 가치와 지식, 기능 그리고 이를 사회적 실천에 함께 하는 실천적 주체들을 형성하는 교육과정을 논의해야 할 때입니다.

 

3) 교육공공성에서 교육공동재로의 개념적 전환이 갖는 의미

 

교육공공성 개념은 교육시장화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정립되었고 커다란 실천적 의의를 발휘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시장주의가 쇠퇴하고 자유주의가 헤게모니를 가진 현재 공공성 개념은 자유주의 교육의 일부로 포섭되었다 해도 지나치지 않습

니다. 개인의 성취를 중심에 두는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에서 공공성 개념은 수용이 가능합니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슬라이드6.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280pixel, 세로 720pixel

냐하면 개인의 성취를 위해 교육 공간과 자원을 공적으로 마련하고 지원한다는 식으로 해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시장주의의 수요-공급론과 결합된 결과 온갖 사적 요구와 필요 또한 공적 공간에 들이미는 일들이 벌어진 것은 익히 경험한 바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과학고 가는 스펙을 왜 학교에서 만들어주지 않느냐라는 무리한 요구를 해도 학교는 그것은 학교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대놓고 말하지 못하고 뒤에서 속앓이를 하는 형편입니다. 이미 어린 나이에 진로를 정하고 수업에 충실하지 못하고 외부 활동을 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자료만 제출하면 출석으로 인정해주어야 합니다.

 

이와 같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의 기반을 벗어나지 않은 교육공공성 개념에서는 학교와 교육과정 서열화와도 양립 가능합니다. 왜냐하면 개인적 필요를 교육공공성 개념으로는 제어하지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한국의 중심적 교육담론은 선택담론과 공정담론입니다. 공적인 공간에서 지위획득 경쟁을 하는 이용권을 모두에게 주는 수준에 불과합니다. 다만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되 공정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을 뿐이지만 공정은 어디에서도 실현될 수 없습니다.

반면 유네스코 2050에서 신랄하게 비판한 개인적 성취를 중심에 둔 교육과정의 근거는 교육은 공동재라는 개념입니다. 수많은 개인이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지만 학교에서는 그 각각의 인생을 살아갈 서로 다른 개인들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아주 필수적인 공동의 것을 형성하는 것이 제1의 존재이유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여기에서 선발과 경쟁을 통한 지위획득은 대립적입니다. 왜냐하면 공동의 것을 추구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교육공동재 개념은 공공성 개념이 지닌 공백과 한계를 극복한 수 있는 대안으로서 의미가 큽니다.

 

 

3. 교육공동재 개념에 터한 대안 교육과정

 

교육과정의 세부적인 부분을 손질하는 것도 물론 필요한 작업이고 축적된 내용들도 있지만 유네스코2050을 통해 세부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 앞서 세부적인 대안을 담을 큰 그릇부터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교육의 목적, 교육과정의 기본 성격에 대해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합니다. 유네스코2050에서 말하듯 사회협약이 없이 교육과정을 기존의 방식대로 논의하고 논의와 구성 주체도 바뀌지 않고 그대로라면 우리는 인류가 처한 지구적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위기 극복을 넘어 새로운 대안적 세상을 창조하는 주체 형성을 위한 생산적 교육과정 논의의 출발점은 바로 교육공동재라는 개념입니다.

 

1) ‘주체 형성의 토대로서의 학교 교육이 지닌 힘은 무엇으로부터?

 

인간이라는 존재의 고유성은 사회적 존재이자 창조적 존재라는 사실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관이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이러한 존재적 본성이 이룩되지도 않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인간으로서 형성되는 것이며 인간의 집단적 창조는 자신을 형성하는 토대인 사회적 관계 그 자체를 바꾸어내기도 합니다. 그것이 바로 변혁입니다. 이러한 인간발달의 토대인 사회적 관계와 집단적 창조성에 필요한 지식공동재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입니다. 지식공동재와 사회적 관계의 응축이 바로 학교이기 때문에 학교가 주체 형성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추상적 수준에서는 모든 교육이 지식공동재와 사회적 관계를 동등하게 가지므로 차이점이 드러나지 않지만 주체 형성 과정은 구체의 영역입니다. 어떤 지식과 가치와 기능을 내재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유네스코 2050에서는 현 시기 시대 인식과 그에 따른 교육적 인간상과 교육의 기본 성격을 분명하게 제시했습니다. 우리의 시대 인식은 무엇입니까? 앞으로의 세계는 어떻기를 바랍니까? 이 시대인식과 대안사회의 상에 따라 교육과정에서 유지해야 할 것과 지양해야 할 것과 새롭게 들여와야 할 것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합니다.

 

2) 발달적 관점에 입각한 가치 교육

 

유네스코2050에서는 실천성까지 담보한 교육과정, 가치교육을 강조하지만 주로 청소년 시기의 학생들에 대한 교육과정 논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가치교육은 성급해서도 느긋해서도 안 되는 어려운 영역입니다. 사회적, 시대적으로 필요성이 당장 제기된다고 해서 덥썩 교육과정화해서도 안 되고 반대로 준비가 안 되었다고 해서 미루기만 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가치 교육은 발달적 관점에 터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대전제는 서로 확인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현재 실생활에서의 행동으로, 공동의 사회적 실천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하는 각종 윤리, 덕목 교육이 실패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발달을 고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생에게 적합한 방식을 중학생에게 적용하고 같은 내용을 12년간 반복하는 문제 등이 있습니다. 발달 시기에 맞는 가치 교육의 문제는 교사들이 그 해법을 가장 잘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 교육과정의 핵심 주체는 교사들이어야 하고 여기에 교육공동재 개념에 터한 여러 주체들의 사회적 논의와 이에 따른 사회 협약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3) 교육과정의 공동성을 위한 구성과정, 주체 그리고 조건

 

교육과정은 사회의 복잡성과 빠른 변화를 반영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교사, 학생, 학부모와 사회단체와 전문가 등 다양한 관련 주체들이 존재합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작용하면서 지속적으로 변화해 나가는 하나의 생태 시스템이기도 합니다. 생태 시스템으로서 교육과정 구성 과정 및 방식이 역동적이면서 참여·협력적이어야 합니다. 사회변화에 조응하여 교육과정 또한 지속

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역동적이어야 하, 다양한 주체들의 관점과 이해, 요구가 교육적으로 조절, 통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참여·협력적이어야 합니다.

 

역동적이고 참여·협력적인 교육과정 구성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선, 교육과정 논의 조직, 구성이 교사, 학생, 학부모와 사회단체와 전문가 등 다양한 관련 주체가 참여하는 것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전문가와 관료 중심에서 벗어나 교육현장과 실천 주체가 중심이 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본 틀을 이미 만들어 놓고 각론과 세부적인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방식이 아니라 교육과정 구성 초기부터 교육현장 및 다양한 관련 주체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되어야 합니다. 민주적 참여와 함께 중요한 것은 교육공동재 개념과 가치지향이라는 사회협약입니다. 이런 기준점이 없다면 아마도 교육과정은 여러 가치와 요구의 나열과 절충으로 귀결되고 말 것입니다.

 

4) 변혁적 주체로서의 교사, 교육자이면서 실천가로서의 교사

 

무엇보다도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가는 주체 형성을 위해 교사부터 변혁적 역량을 지닌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합니다. 교사들은 어디선가 만들어진 입시, 교육과정, 교육정책을 수습하는 현장대책반 구실이나 요구받았지 주체로서 인정받고 권한을 부여받은 적이 없습니다. 교육과정을 발달에 입각하여 스스로 실현할 역량은 키워질 새도 없었습니다. 이제 교사들을 교육과정을 실질적 주체로 인정하고 교사들에게 교육과정 개편의 핵심 역할을 부여할 때입니다. 변혁적 교육과정 역량을 발휘하는 교사 공동체가 구성될 때 우리 아이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변혁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교사들은 실천가여야 합니다. 미래의 사회적 주체들에게 실천하라고 하기 이전에 교사들이 각종 사회문제에 대해 과학적, 체계적으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실천을 하는 실천가여야 합니다. 어린이, 청소년들이 부모 다음으로 가장 많이 직접 접하는 성인으로서 현재로부터 함께 실천하고 미래의 동료가 되기 위해서 교사는 실천가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사회협약에 근거하여 교사의 정치적, 행동적 권리는 반드시 보장되어야 합니다.

 

5) 새로운 과제 : 디지털 기술과 교육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발전에 대해 우리 사회 전체는 조급증에 걸린 듯 직접 학교교육에 들이밀기 바쁩니다. 하지만 기술의 변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며 학교교육이 아무리 빨리 대응한다 해도 시차를 극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 직접적으로 새로운 유무형의 테크놀로지를 들여올 때 그러합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교육, 기술 습득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지식공동재의 실현입니다. 그리고 가치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비판적 디지털 리터러시가 학교에서의 목표여야 합니다. 다만 시기와 중요성, 발달 적합성과 전이 가능성의 문제는 고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교에서는 문해력과 수리력 등 앞으로 접하게 될 기술을 수용하고 활용하고 나아가 발전시킬 수 있을 만한 포괄적 역량 형성에 주력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또한 기술과 인간, 자연의 관계에 대해 가져야 할 윤리적 태도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빠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기술은 인간이 만든 것이며 인간이 사용하기에 따라 세계를 나은 방향으로 바꿀 수도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기술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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