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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호 [담론과 문화] 욱적하니 흥성흥성한 명절날 하루
2022.01.08 02:18
[소리 내어 읽는 백석의 <여우난곬族>]
욱적하니 흥성흥성한 명절날 하루
김진규(진보교육연구소 회원)
「여우난골족」은 백석이 영생고보 영어 교사로 일하기 전 해, 조선일보 재직 시절인 1935년 12월 『조광』 1권에 발표한 시다. 백석이 1912년 7월 1일에 태어났으니, 그의 나이 만 23세 때(생후 23년 5개월쯤)의 작품이다. 첫 시 「정주성」을 조선일보에 발표한 4개월 뒤의 일이다.
이 시는 4연 9행으로 구성됐다. 각 연·행은 ‘1연 1행, 2연 4행, 3연 2행, 4연 2행’이다. 1연은 명절 잔치의 현관으로 가는 장면으로서 잔치의 ‘문 열기’라고 할 수 있다. 2연은 잔치 임자들인데, 고모 셋과 삼촌의 세세한 모습과 특징을 그리며 그에 딸린 식솔도 함께 소개한다. 2연 1행의 ‘신리 고모’는 ‘이씨 집안’으로 시집간 고모로 딸 ‘이녀’와 ‘작은 이녀’의 엄마이고, 2연 2행의 ‘토산 고모’는 ‘승두현’의 후처로 딸 ‘승녀’와 아들 ‘승동이’의 엄마이며, 2현 3행의 ‘큰골 고모’는 ‘홍정표’에게 시집가서 과부가 된 고모로 딸 ‘홍녀’, 그리고 아들 ‘홍동이’와 ‘작은 홍동이’의 엄마이다.
얼굴이 얽은 곰보에다 말까지 더듬는 ‘신리 고모’는 “하루에 베 한 필”을 너끈히 짜내는 고모이고, 짙은 갈색의 살빛에 입술과 젖꼭지가 까만 ‘토산 고모’는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되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노여워하는 빛이 늘 얼굴에 드러나는 고모이며, 하얀 옷을 입은 태가 늘 정한 ‘큰골 고모’는 정주군의 덕언면 중봉동에 사는데, 그곳은 본가 익성동에서 육십 리(24킬로)나 떨어진 아주 먼 해안가이다. 친척과 멀리 떨어져 살며 과부까지 됐으니 “말 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3연은 잔치가 벌어지는 방안 풍경이다. “이 그득히들” 모인 방안에는 코로 느껴지는 새 옷 냄새와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찰떡 같은 음식의 내음새가 풍기고, 만지면 차게 느껴질 두부며 콩나물이며 잔디며 고사리며 도야지 비계가 있다. 이 풍경은 독자(=청자)로 하여금 눈에 보일 듯할 장면과 함께 후각과 촉각을 활성화한다.
4연 1~2행을 읽으면 100여 년 전 우리 겨레의 명절 풍습이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는 것 같다. 우리 민족의 따뜻함과 품격은 욱적하니 흥성흥성한 명절날의 임자가 다름 아닌 아이들이었다는 것에서 느껴진다.
이 시의 특징은 판소리나 사설시조의 가락을 계승했다고들 평가하지만, 그보다는 열거법을 통해 개개의 구체적 사연을 나열하면서도 하나의 문화공동체로 통합해가는 솜씨가 놀랍다. 그 유장한 가락 또한 그러하다. 리듬은 사설시조라기보다는 차라리 서사무가(敍事巫歌)에 가깝다 보인다. 이는 특히 2연 각 행의 뒷부분에서 더욱 도드라진다.
이 시는 구정이든 신정이든 설 명절에 제격이다. 사라져가는 우리 토속어와 전통을 계승 발전시킨 리듬, 공동체의 기억이 그리워질 때에도 읽기에 마침맞은 시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흰 바람벽이 있어 에서 다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 방으로 관심이 옮겨지다. 국수에 반했다. 그러다 최근에 그만 여우난골족에 빠져버렸다.
백석은 역시, 매력적이고 그의 시는 매혹적이다.
여우난골족 / 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출처: 『정본 백석 시집』, 문학동네, 고형진 엮음, 2008(1판 5쇄). 23~24면.)
1. 토속어의 향연 ― ‘시어 의미 확정’
우선 토속어는 아니지만 시 제목 「여우난골족(族)」은, ‘여우가 자주 출몰한다는, 깊디깊은 산골에 뿌리를 둔 친족’이라는 뜻으로, 백석은 여우가 나올 정도로 무척이나 외진 산골의 토속적 마을 이름을 제목으로 삼았다. 실제로 백석의 본적지는,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동 1013호’이다.
이 시에서 친척을 칭하는 토속어로 “엄매, 아배, 진할머니, 진할아버지, 고무, 삼촌, 삼촌엄매, 사촌누이, 사촌동생, 이녀, 작은 이녀, 승녀, 승동이, 홍녀, 홍동이, 작은 홍동이”가 나온다.
‘엄매’와 ‘아배’는, 엄마와 아버지의 평안북도 방언. 그런데 평안도 사투리는, 실제론 ‘압배’나 ‘아빼’처럼 발음이 다소 강한 편이다.
‘진할머니’와 ‘진할아버지’에서 접두사 ‘진’은, ‘친(親)’의 방언. 고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라는 의미다. 친할머니는 아버지의 엄마, 친할아버지는 아버지의 아버지다.
‘고무’는 고모(姑母)로 아버지의 누이. 평안도 사투리인데, 경상도와 전라도 지방에서도 그리 쓰인다.
‘삼촌엄매’는 삼촌의 엄마로 곧 ‘작은엄마(=숙모)’다.
‘동세’는 ‘동서(同壻)’의 평안도와 강원도의 방언. 동서는, 자매의 남편 사이나, 형제의 아내 사이에 서로 가리키거나 부르는 말이다.
평북 지방에서 아이들을 지칭할 때 쓰는 애칭이 있다. 아버지의 성에다가 딸은 ‘~녀’, 아들은 ‘~동’을 붙여 부른다. 그래서 이씨(李氏) 딸은, ‘이녀(李女)’가 된다. 그처럼 승씨·홍씨의 딸과 아들들은, ‘승녀·홍녀, 승동이·홍동이’이가 된다. 또 그의 동생은 그 앞에 ‘작은’을 붙여서 홍동이 동생의 경우는, ‘작은 홍동이’이가 된다.
백석 시에서 음식이 빠질 수 없다. 젓갈로 반디젓, 떡 종류로 송구떡과 콩가루차떡 그리고 잔디와 무이징게국이 나온다.
‘반디젓’은 ‘밴댕이젓’의 평북 방언이다. ‘송구떡’은 소나무의 속껍질을 물에 여러 날 담가서 송진을 우려낸 뒤, 두들겨서 솜같이 만든 것을 섞어 만든 떡이고, ‘콩가루차떡’은 콩가루 묻힌 찰떡을 이르는 평북 방언이다.
‘잔디’는, 산과 들에서 흔히 자라는 높이 40~120센티미터의 여러해살이풀로서 더덕과 비슷하게 생겼는데, 그 연한 뿌리는 식용한다. 마지막으로 나오는 ‘무이징게국’은, “새우에 무를 썰어 넣어 끓인 국”이다. ‘무이’는 ‘무’의 평남·황해·강원도 방언이고, ‘징게’는 ‘새우’의 사투리다. 그리고 ‘끼때’는 ‘끼니때’ 곧 ‘밥때’로 밥을 먹을 때를 말한다.
명절의 주인공은 단연 아이들이다. 아이들의 저녁술을 놓은 뒤, 밤늦게까지 여러 놀이를 하다가 잔다. 자기 전까지도 아랫목을 차지하려는 자리싸움까지 놀이다. 아이들은 ‘쥐잡이, 숨굴막질, 꼬리잡이, 조아질, 쌈방이 굴리기, 바리깨돌림, 호박떼기, 제비손이구손이’ 여덟 가지 놀이를 한다. ‘숨굴막질’은 숨바꼭질 놀이고, ‘조아질’은 공기놀이다.
‘꼬리잡이: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일렬로 늘어선 대열의 맨 끝 사람을 정해진 술래나 상대편이 잡는 놀이. 두 패로 나뉘어 한패의 우두머리가 상대편 대열의 맨 끝 사람을 잡는 방법과 술래 하나를 정해놓고 술래가 대열의 끝 사람을 잡는 방법, 그리고 대열의 맨 앞사람이 자기 대열의 끝 사람을 잡는 방법 등의 세 가지 놀이 방법이 있다.
’쌈방이 굴리기’는 ‘쌈방이’라는 평북 지방의 토속적 풍물을 굴리면서 노는 것이고, ‘바리깨돌림’은 주발 뚜껑을 돌리며 노는 놀이. 주발 뚜껑을 방바닥에 대고 두 손으로 팽이를 돌리듯 돌려 누가 더 오래 도나 겨룬다. ‘바리깨’는 ‘주발 뚜껑’의 평안 방언이다.
‘호박떼기’은 앞사람의 허리를 잡고 한 줄로 늘어앉아서 하는 놀이, 호박 따는 할멈과 호박 지키는 할멈을 정해놓고 서로 노래를 주고받으며 제일 뒤에 붙어 있는 호박(=아이)을 하나씩 딴다. 꼬리 호박이 떨어지지 않으려고 앞 아이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면, 할멈은 간지럼을 타서 호박을 딴다. 마지막 호박까지 다 따면 놀이는 끝난다. 지역에 따라 이를 ‘수박떼기’ 라고도 한다.
‘제비손이구손이’는 여럿이 두 줄로 마주 앉아 서로 다리를 끼고 다리를 세며 부르는 소리로 노랫말은, 지역마다 다르다. 평양 지방에선 ‘한알동 두알동 삼사니피 오두둑 바두둑 제비사니 구사니 중제비 파리 땅’이라고 부른다. 평안도에서는 평양감사, 군수놀이를 할 때 제일 먼저 이것을 하는데, 소리 끝에 꼽힌 순서에 따라 평양감사, 사령, 개, 돼지, 주인, 도둑을 정한 다음 여러 가지 역할 놀이를 한다.
마지막으로 몇몇 명사와 부사를 살펴보자.
‘벌’은 평평하고 넓은 땅. ‘들’과 비슷한 말이다. 그러나 ‘들’은 거의 논밭으로 이루어진 곳이고, ‘벌’은 논밭뿐 아니라 풀밭과 늪이며 언덕도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벌’이 ‘들’보다 더 넓은 뜻을 지닌다.
‘매감탕’은 ‘메진 감탕’이라는 말인데, ‘매’는 평북 방언에서 ‘메진’, 즉 ‘끈기’가 적은 상태'를 말한다. ‘감탕’이란 “엿을 고아낸 솥을 씻은 단물, 또는 메주를 쑤어낸 솥에 남은 걸쭉한 물”을 말한다. ‘진한 갈색’을 이르는 말.
‘토방돌’은 토방에 쌓았거나 쌓기 위한 돌, 토방이 높을 때 올라서기 좋게 고여놓은 돌이다. 토방은 방에 들어가는 문 앞에 좀 높이 편평하게 다진 흙바닥이다.
‘오리치’ ‘오리 잡는 도구’는 평북 지방의 토속적인 풍물로, 동그란 갈고리 모양으로 된 오리 잡는 도구이다.
‘외양간섶’은 외양간 옆. ‘섶’은 ‘옆’의 평안·함경도 방언이다. ‘아르간’은 아랫간. ‘화디’는 ‘등잔걸이’의 평북 방언. ‘사기방등’ 사기로 만든 등잔, ‘방등’은 ‘등잔’의 평안 방언. ‘홍게닭’ 홍계(紅鷄)닭, 토종닭. ‘텅납새’ ‘추녀’의 평안 방언. ‘아츰’ ‘아침’의 방언. 함경, 경기, 경남, 전남, 강원).
그리고 ‘말수와 같이’는 ‘말할 때마다’라는 뜻이다. 고형진은 “‘말수와 함께’라는 말로, ‘말할 때마다’라는 뜻”이라 한다. 그러나 김수업은 “말소(=말과 소)라고 한다. 고형진에 따르면 “말할 때마다 눈도 껌벅거리는”이고, 김수업에 따르면 “말과 소처럼 눈을 껌벅거리는”이 된다.
‘설게’는 ‘서럽게’의 평북 방언이고, ‘욱적하니’는 “여럿이 한 곳에 모여 북적대며”라는 의미이다.
2. 휴지(休止, pause)
호흡을 동반한 휴지는 세 가지다. 첫째, [//]: 이는 연 뒤의 ‘더 긴 휴지’. 둘째, [/]: 행 뒤의 긴 포즈. 셋째, [/]: 행 중의 보통 포즈. 이들 휴지에서 호흡의 깊이는 각 포즈의 길이와 비례한다. [//] 뒤에는 더 긴 호흡, [/] 뒤에는 긴호흡, [/] 뒤에는 보통 호흡, [√] 뒤에는 짧은 호흡한다. 포즈는 따로 염두에 두지 않는 것이 좋다. 호흡의 길이가 포즈의 길이다. 호흡 따라 포즈 따로는 없다. 호흡의 거리가 포즈의 거리다.
무호흡 휴지는 두 가지다. 첫째, [#]. 이는 주로 주격조사와 목적격 조사 뒤에 쓰인다. 이 휴지의 특징은 물리적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주격조사나 목적격 조사을 낮추었다가 뒤에 이어지는 음절을 높이는 휴지다. 낮추었다가 높인다고 해서 이를 ‘억양 휴지’라고 한다. 예를 들면 “아버지가#방에√들어가셨다”에서 조사 ‘가’와 그 뒤에 이어지는 명사 ‘방’ 사이의 휴지는, ‘물리적 거리가 없는 포즈’다. 우리는 늘 이렇게 말한다. 여기서 조사 ‘가’를 낮추었다 뒤의 음절 ‘방’을 높이는 것으로 그 역할을 다하는 휴지라는 것이다. 무호흡 휴지 둘째는 [√]. 위의 큰 꺽새 [√]은 순간 호흡을 동반하지만, 작은 꺽새([√])는 무호흡 휴지다.
기호 [⁀]. 이것은 붙여 읽으라는 기호다. 글로 쓸 때는 띄어 써야 하지만, 읽을 때는 붙여 읽어야 하는 곳에 이 기호를 사용한다. 수식어와 수식 대상은 붙여 읽어야 한다. “빨간⁀승용차”처럼 말이다.
휴지는 호흡과 밀접할 뿐 아니라 운(韻)과 리듬과도 긴밀히 관련을 맺는다. 휴지에 따라 그 전달력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아래는 휴지를 이 시에 적용한 예다.
띄어 읽기는 위에서 설명한 것 외에 주로 주격조사와 목적격 조사 뒤에서, 장소와 시간을 나타내는 단어 뒤에서, 연결어미에서, 독립언 뒤에서, 부사 뒤에서, 그리고 강조하기 전에 등등에서 띄어 읽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그 이전에 ‘붙여 읽기’를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붙여 읽어야 할 곳은, 주로 수식어와 수식 대상, 지시 관형사와 명사, 소유격이나 동격, 의존명사에서 등등 동일한 의미단위에서 붙여 읽어야 한다.
또한 복합어는 붙여 읽되, 만일 두 단어가 하나의 복합어를 이룰 때에 첫 단어의 마지막 음절을 길게 읽어야 한다. 한 단어의 음절과 음절 사이를 폐쇄연접이라 하고, 복합어의 단어와 단어 사이를 개방연접이라고 한다. 한 단어 사이의 음절과 음절은 폐쇄된 것이므로 응당 붙여 읽는다. 복합어도 마찬가지로 붙여 읽는다. 그러나 그 경계를 나타내기 위해 첫 단어의 마지막 음절을 길게 읽음으로써 그 복합어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이런 것을 염두하며 시에 적용해 읽어보자.
1) 휴지의 적용
여우난골족(族) / 백석
명절날/ 나는#엄매√아배#따라,√ 우리집⁀개는#나를#따라/ 진할머니√진할아버지가#있는⁀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솜솜#난/ 말수와⁀같이√ 눈도#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필을#짠다는/ 벌√ 하나√ 건너⁀집엔#복숭아나무가#많은⁀신리⁀고무√ 고무의⁀딸#이녀√ 작은⁀이녀/
열여섯에√ 사십이#넘은⁀홀아비의⁀후처가#된/ 포족족하니√ 성이#잘⁀나는/ 살빛이#매감탕 같은√ 입술과-젖꼭지는#더√ 까만/ 예수쟁이⁀마을√ 가까이⁀사는⁀토산⁀고무√ 고무의⁀딸√ 승녀√아들√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산을#넘어⁀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빨간/ 언제나√ 흰옷이#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짤⁀때가#많은/ 큰골⁀고무√ 고무의⁀딸#홍녀√아들⁀홍동이√작은⁀홍동이/
배나무접을#잘하는/ 주정을#하면√ 토방돌을#뽑는/ 오리치를#잘⁀놓는/ 먼⁀섬에√ 반디젓 담그려⁀가기를#좋아하는⁀삼춘√ 삼춘엄매√사춘누이√사춘동생들//
이⁀그득히들/ 할머니√할아버지가#있는⁀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새옷의⁀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송구떡√콩가루차떡의⁀내음새도#나고/ 끼때의⁀두부와√ 콩나물과√뽂은⁀잔디와√ 고사리와√도야지비계는#모두/ 선득선득하니⁀찬⁀것들이다//
저녁술을#놓은⁀아이들은/ 외양간섶⁀밭마당에√ 달린⁀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하고/ 숨굴막질을#하고√꼬리잡이를#하고√ 가마#타고√시집가는⁀놀음√ 말#타고√장가가는⁀놀음을#하고√ 이렇게/ 밤이#어둡도록/ 북적하니⁀논다/
밤이#깊어가는⁀집안엔/ 엄매는#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이야기하고/ 아이들은#아이들끼리√ 웃간⁀한⁀방을#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굴리고√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사기방등에√ 심지를#멫⁀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멫⁀번이나√ 울어서√ 졸음이#오면/ 아릇목싸움√자리싸움을#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문창에√텅납새의⁀그림자가#치는⁀아츰/ 시누이√ 동세들이#욱적하니√ 흥성거리는⁀부엌으론/ 샛문틈으로√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끓이는√ 맛있는⁀내음새가#올라오도록/ 잔다
3. 뜻-소리’의 조화 ― ‘리듬(=프로조디)’
이 시에서 강세를 품은 리듬의 거점은, ‘마찰음 [ㅅ]-[ㅎ]의 계열체’다. 치경 마찰음 ‘ㅅ’과 후두 마찰음 ‘ㅎ’의 음소로 구성된 저 음절이 반복되며 리듬을 만들어낸다.
“신리고모”는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났고, “복숭아 나무”가 많은 집에 산다. “토산”고모는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됐다. “포족족하니” “성”을 잘 내는 인물로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산다. 딸은 딸의 애칭은 “승녀”다. 큰골고모는 “육십리” 떨어진 “해변가”로 시집을 갔다. 바라뵈이는 산이 “파랗게” 보인다. “흰옷”입은 모습은 정하고, “설게” 우는 이다. 소리와 뜻은 하나다.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송구떡” “콩나물” “고사리”와 같은 음식은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음식들이다. 소리와 뜻은 하나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배나무동산”에서 “숨굴막질”을 하고 “시집가는” 놀이를 한다. 또 “쌈방이 굴리기”와 호박떼기, 제비손이구손이 놀이를 하며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몇 번이나 돋꾼다. “홍게닭” 울어 졸음이 오면 또 “아릇묵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잔다.
아침이 되어 “텅납새(처마)”의 그림자가 치는 아침이 되면 “흥성거리는” 부엌으로는, “샌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국을 끓이는 “내음새”가 올라오기도 한다. 소리와 뜻은 하나다.
시의 핵심어에 반복되는 그 음에 강세를 품은 리듬이 거점이 거한다.
동일한 음절의 반복뿐 아니라, 구문의 반복에 따른 리듬도 생성된다. 1연의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가 그러하다.
강세는 동심원이라 할 수 있고, 그 동심원에서 잔잔히 퍼져가는 잔물결이라고 할 수 할 수 있다.
1) ‘마찰음 [ㅅ]-[ㅎ]’의 계열체
(1) ‘치경 마찰음 [ㅅ] 분절체’의 강세
① 솜솜 [솜솜] ② 신리 [실리]
③ 열여섯에 [열여서세] ④ 사십이 [사시비]
⑤ 성 [성] ⑥ 살빛이 [살삐치]
⑦ 예수쟁이 [예수쟁이] ⑧ 사는 [사는]
⑨ 토산 [토산] ⑩ 승녀 [승녀]
⑪ 승동이 [승동이] ⑫ 산을 [사늘]
⑬ 설게 [설게] ⑭ 삼촌 [삼춘]
⑮ 사춘 [사춘] ⑯ 동생 [동생]
⑰ 새옷의 [새오싀] ⑱ 내음새 [내음새]
⑲ 송구떡 [송구떡] ⑳ 고사리 [고사리]
㉑ 선득선득 [선득선득] ㉒ 외양간섶 [외양간섶]
㉓ 배나무동산에서 [배나무동사네서] ㉔ 숨굴막질 [숨굴막질]
㉕ 시집 [시집] ㉖ 제비손이구손이 [제비소니구소니]
㉗ 사기방등 [사기방등] ㉘ 심지 [심지]
㉙ 시누이 [시누이] ㉚ 동세 [동세]
㉛ 흥성거리는 [흥성거리는] ㉜ 샛문틈 [샌문틈]
(2) ‘치경 마찰음 [ㅆ] 분절체’의 강세
① 말수 [말쑤] ② 입술이 [입쑤리]
③ 육십리 [육씸리] ④ 저녁술을 [저녁쑤를]
⑤ 쌈방이 [쌈방이] ⑥ 아릇묵싸움 [아륻묵싸움]
⑦ 자리싸움 [자리싸움]
(3) ‘치경 마찰음 [ㅅ] 분절체’의 반향
① 흰옷이 [히노시] ② 울어서 [우러서]
③ 그래서는 [그래서는]
(4) ‘후두 마찰음 [ㅎ] 분절체’의 강세
① 진할머니 [진할머니] ② 진할아버지 [진할아버지]
③ 하루 [하루] ④ 한 필 [한 필]
⑤ 하나 [하나] ⑥ 홀아비 [홀아비]
⑦ 후처 [후처] ⑧ 해변에서 [해벼네서]
⑨ 흰옷이 [힌노시] ⑩ 홍녀 [홍녀]
⑪ 홍동이 [홍동이] ⑫ 하고 [하고]
⑬ 한 방을 [한 방을] ⑭ 호박떼기 [호박떼기]]
⑮ 화디 [화디] ⑯ 홍게닭 [홍게닭]
⑰ 히드득거리다 [히드득거리다] ⑱ 흥성거리는 [흥성거리는]
(5) ‘[ㅎ]이 내포된 [ㅋ/ㅌ/ㅍ] 분절체’의 강세
① 큰집 [큰집] ② 그득히들 [그드키들]
③ 코끝 [코끝] ④ 큰골 [큰골]
⑤ 콩가루차떡 [콩가루차떡] ⑥ 콩나물 [콩나물]
⑦ 부엌으론 [부어크론] ⑧ 토산 [토산]
⑨ 토방돌 [토방돌] ⑩ 타고 [타고]
⑪ 텅납새 [텅납새] ⑫ 샛문틈 [샛문틈]
⑬ 장지문틈 [장지문틈] ⑭ 깊어가는 [기퍼가는]
⑮ 파랗게 [파라케] ⑯ 필 [필]
⑰ 포족족하니 [포족족하니]
1) ‘치경 마찰음 [ㅅ] 분절체’ 리듬의 적용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실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2) ‘후두 마찰음 [ㅎ(ㅋ/ㅌㅍ)] 분절체’ 리듬의 적용
‘ㅋ/ㅌ/ㅍ’은 ‘ㅎ’의 자연부류다. 유사한 음가라는 것이다. ‘ㅋ’은 [ㄱ+ㅎ], ‘ㅌ’은 [ㄷ+ㅎ], ‘ㅍ’은 [ㅂ+ㅎ]이다. 이 세 음소는 ‘ㅎ’을 내포한다. 리듬을 생성하는 반복은 동어반복이 아니라, ‘유사 반복’ 또는 ‘유음 반복’이다. 따라서 이 세 음소가 든 음절의 반복에서 리듬이 생겨난다. 바로 거기에 강세를 품은 리듬의 거점이 있다. 하여 이 음절을 강조해 읽을 때 비로소 시의 리듬이, 현대시의 리듬은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소리와 뜻은 하나다. 나아가 소리의 반복이 의미를 생성하기도 한다. 문자로 드러내지 못하는 부분을 저 리듬으로 드러내기도 한다는 말이다. 시의 리듬은 배치고, 조직이다. 리듬의 거점을 염두에 두며 읽어보자.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집엔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섯에 사십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십리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빨간 언제나 흰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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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발음
1) 표준발음
(1) 연음법칙(連音法則)
① 작은 [자근] ② 열여섯에 [열여서세]
③ 사십이 [사시비] ④ 넘은 [너믄]
⑤ 같은 [가튼] ⑥ 산을 [사늘]
⑦ 넘어 [너머] ⑧ 해변에서 [해벼네서]
⑨ 흰옷이 [히노시] ⑩ 코끝이 [코끄치]
⑪ 말 끝에 [말 끄테] ⑫ 눈물을 [눈무를]
⑬ 배나무접을 [배나무저블] ⑭ 토방돌을 [토방또를]
⑮ 섬에 [서메] ⑯ 방안에서는 [방아네서는]
⑰ 새옷의 [새오싀] ⑱ 차떡의 [차떠긔]
⑲ 저녁술을 [저녁수를] ⑳ 아이들은 [아이드른]
㉑ 쥐잡이를 [쥐자비를] ㉒ 꼬리잡이를 [꼬리자비를]
㉓ 놀음 [노름] ㉔ 놀음을 [노르믈]
㉕ 깊어가는 [기퍼가는] ㉕ 집안엔 [지바넨]
㉖ 제비손이구손이 [제비소니구소니] ㉗ 홍게닭이 [홍게달기]
㉘ 울어서 [우러서] ㉙ 졸음이 [조르미]
㉚ 자리싸움을 [자리싸우믈] ㉛ 잠이 [자미]
㉜ 동세들이 [동세드리] ㉝ 부엌으론 [부어크론]
㉞ 틈으로 [트므로] ㉟ 뽂은 [뽁근]
(2) 경음화(硬音化) 현상
① 백석 [백썩] ② 별자국이 [별짜구기]
③ 껌벅거리는 [껌벅꺼리는] ④ 포족족하니 [포족쪼카니]
⑤ 살빛이 [살삐치] ⑥ 입술 [입쑬]
⑦ 젖꼭지는 [젇꼭찌는] ⑧ 육십이 [육씨비]
⑨ 있다 [읻따] ⑩ 설게 [설께]
⑪ 안간에들 [안까네들] ⑫ 외양간섶 [외양깐섭]
⑬ 토방돌을 [토방또를] ⑭ 숨굴막질을 [숨꿀막찌를]
⑮ 어둡도록 [어둡또록] ⑯ 아르간 [아르깐]
⑰ 웃고 [욷꼬] ⑱ 웃간 [욷깐]
⑲ 잡고 [잡꼬] ⑳ 멫 번[멛 뻔]
㉑ 돋구고 [돋꾸고] ㉒ 히드득거리다 [히드득꺼리다]
㉓ 텅납새 [텅납쌔] ㉔ 욱적하니 [욱쩌카니]
㉕ 무이징게국을 [무이징겓꾸글] ㉕ 외양간섶 [외양깐섭]
㉖ 숨굴막질을 [숨꿀막찌를] ㉗ 어둡또록 [어둡도록]
㉘ 아르간 [아르깐] ㉙ 웃고 [욷꼬]
㉚ 웃간 [욷깐] ㉛ 잡고 [잡꼬]
㉜ 멫 번[멛 뻔] ㉝ 돋구고 [돋꾸고]
㉞ 텅납새 [텅납쌔] ㉟ 욱적하니 [욱쩌카니]
㊱ 무이징게국을 [무이징게꾸글] ㊲ 콩가루 [콩까루]
㊳ 숨굴막질을 [숨꿀막찔]
(3) 격음화(激音化) 현상
① 그득히들 [그드키들] ② 선득선득하니 [선득선드카니]
③ 북적하니 [북쩌카니] ④ 욱적하니 [욱쩌카니]
(4) ‘ㅎ’ 탈락 현상
① 많은 [마는] ② 파랗게 [파라케]
③ 좋아하는 [조아하는] ④ 놓은 [노은]
⑤ 이렇게 [이러케] ⑥ 끓이는 [끄리는]
⑦ 놓은 [노은] ⑧ 이렇게 [이러케]
⑨ 끓이는 [끄리는]
(5) 비음화(鼻音化) 현상
① 뽑는 [뽐는]
(5) 역행동화
① 신리 [실리] ② 놓는 [논는]
(6) 받침 변화
① 코끝이 [코끄치] ② 밭마당 [받마당]
③ 아릇목 [아륻목] ④ 샛문 [샏문]
⑤ 있는 [읻는]
2) 표준발음의 적용
여우난골족 / 백썩[백석]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읻는[있는] 큰지브로[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짜구기[별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가치[같이] 눈도 껌뻑거리는[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피를[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 지벤[집엔] 복숭아나무가 마는[많은] 실리[신리] 고무 고무의 딸 이녀 자근[작은] 이녀
열여서세[열여섯에] 사시비[사십이] 너믄[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쪼카니[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삐치[살빛이] 매감탕 가튼[같은] 입쑬과[입술과] 젇꼭찌는[젖꼭지는] 더 까만 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 고무 고무의 딸 승녀 아들 승동이
육씹[육십]리라고 해서 파라케[파랗게] 뵈이는 사늘[산을] 너머 읻따는[넘어 있다는] 해벼네서[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끄치[코끝이] 빨간 언제나 히노시[흰옷이] 정하든 말끄테[말끝에] 설께[설게] 눈무를[눈물을] 짤 때가 마는[많은] 큰골 고무 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자근[작은] 홍동이
배나무저블[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또를[토방돌을] 뽐는[뽑는] 오리치를 잘 논는[놓는] 먼 서메[섬에] 반디젇[반디젓] 담그려 가기를 조아하는[좋아하는] 삼춘 삼춘엄매 사춘누이 사춘동생들
이 그드키들[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가네들[안간에들] 모여서 방아네서는[방안에서는] 새오싀[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까루차떠긔[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뽁근[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는 모두 선득선드카니[선득선득하니] 찬 걷뜨리다[것들이다]
저녁수를[저녁술을] 노은[놓은] 아이드른[아이들은] 외양깐섭[외양간섶] 받마당[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에서 쥐자비를[쥐잡이를] 하고 숨꿀막찌를[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자비를[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노름[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노르믈[놀음을] 하고 이러케[이렇게] 밤이 어둡또록[어둡도록] 북쩌카니[북적하니] 논다
밤이 기퍼가는[깊어가는] 지바넨[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깐[아르간]에서들 욷꼬[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욷깐[웃간] 한 방을 잡꼬[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소니구소니[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러케[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멛 뻔[멫 번]이나 돋꾸고[돋구고] 홍게달기[홍게닭이] 멛 뻔[멫 번]이나 우러서[울어서] 조르미[졸음이] 오면 아륻목[아릇목]싸움 자리싸우믈[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꺼리다[히드득거리다] 자미[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쌔[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드리[동세들이] 욱쩌카니[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어크론[부엌으론] 샏문트므로[샛문틈으로] 장지문트므로[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꾸글[무이징게국을] 끄리는[끓이는] 마싣는[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5. 가락 ― ‘소리의 길이와 강세’
영어가 강약 악센트이고, 중국어는 고저 악센트의 언어라면, 우리말은 장단 악센트라고 할 수 있다. 소리의 길이가 핵심이다. 그 길이에 따라 고저와 강세가 규정받는 언어다. 우리말은 동일한 음이 고저와 강약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지 않지만, 장단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장음 눈(雪) [눈ː]과 단음 눈(眼) [눈]이 구별되는 것처럼. 음의 길이를 적확하게 발화할수록 시의 리듬도 리듬이지만, 그전에 아름다운 우리말을 구현할 수 있다. 참 아름다운 말이다. 차츰 장단의 희미해지고 있지만, 시낭송을 통해 아름다운 우리말을 더욱 가꿀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우리말의 가락을 느껴보자.
1) 장모음(長母音) ― ‘[ː]’
① 개 [개ː] ② 건너 [건ː너]
③ 많은 [마ː는] ④ 성 [성ː]
⑤ 해변 [해ː변] ⑥ 예수쟁이 [예ː수-쟁이]
⑦ 과부 [과ː부] ⑧ 언제나 [언ː제나]
⑨ 먼 [먼ː] ⑩ 섬 [섬ː]
⑪ 새옷의 [새ː-오싀] ⑫ 좋아하는 [조ː아하는]
⑬ 모두 [모ː두] ⑭ 가마 [가ː마]
⑮ 논다 [논ː다] ⑯ 제비손이구손이 [제ː비-소니-구소니]
⑰ 그림자 [그ː림자] ⑱ 육십리 [육း심-리ː]
⑲ 신리 [실း-리ː] ⑳ 후처 [후ː처]
㉑ 사십 [사ː십] ㉒ 사는 [사ː는]
㉓ 토방돌을 [토방-또ː를] ㉔ 담그려 [담ː그려]
2) 장자음(長子音) ― ‘[း]’
① 별자국 [별း-짜국] ② 말수 [말း쑤]
③ 잘 나는 [잘း 나는] ④ 빨간 [빨း간]
⑤ 작은 [자း근] ⑥ 설게 [설း께]
⑦ 말끝에 [말း-끄테] ⑧ 굴리고 [굴ː리고]
⑨ 여우난골족 [여우-난골း족] ⑩ 명절날 [명절း-날]
⑪ 백석 [백း-썩] ⑫ 진할머니 [진-할း머니]
⑬ 얼굴 [얼း굴] ⑭ 껌벅거리는 [껌벅း꺼리는]
⑮ 열여섯 [열း-여섯] ⑯ 포족족하니 [포족း쪼카니]
⑰ 살빛이[살း-삐치] ⑱ 입술[입း-쑬]
⑲ 젖꼭지 [젇း-꼭찌] ⑳ 파랗게 [파락း케]
㉑ 있다는 [읻း따는] ㉒ 짤 때 [짤း 때]
㉓ 잘 하는 [잘း 하는] ㉔ 그득히들 [그득း키들]
㉕ 할머니 [할း-머니] ㉖ 인절미 [인절း미]
㉗ 선득선득 [선득း-선득] ㉘ 뽂은 [뽁း끈]
㉙ 이렇게 [이럭း케] ㉚ 어둡도록 [어둡း또록]
㉛ 북적하니 [북း쩌:카니] ㉜ 바리깨돌림 [바리깨-돌း림]
㉝ 밭마당 [받း-마당]
3) 개방연접 ― ‘[-]’
① 예수쟁이 [예ː수-쟁이] ② 새옷의 [새ː-오싀]
③ 제비손이구손이 [제ː비소니-구소니] ④ 육십리 [육း심-리ː]
⑤ 토방돌을 [토방-또ː를] ⑥ 별자국 [별း-짜국]
⑦ 말끝에 [말း-끄테] ⑧ 여우난골족 [여우난골း-족]
⑨ 명절날 [명절း-날] ⑩ 백석 [백း-썩]
⑪ 진할머니 [진-할း머니] ⑫ 열여섯 [열း-여섯]
⑮ 살빛이[살း-삐치] ⑰ 입술[입း-쑬]
⑱ 젖꼭지 [젇း-꼭찌] ⑲ 할머니 [할း-머니]
㉕ 선득선득 [선득း-선득] ㉗ 바리깨돌림 [바리깨-돌း림]
㉜ 밭마당 [받း-마당] ㉝ 신리 [실း-리ː]
⑲ 꼬리잡이 [꼬리-잡း이] ⑳ 큰집 [큰-집]
㉑ 우리집 [우리-집] ㉒ 복숭아나무[복숭아-나무]
㉓ 홀아비[홀-ʹ아비ː] ㉔ 매감탕 [매감-탕]
㉕ 토산 [토-산] ㉖ 코끝 [코-끝]
㉗ 흰옷 [흰-옷] ㉘ 큰-골[큰골]
㉙ 배나무접 [배-나무-접း] ㉚ 오리치 [오리-치]
㉛ 반디젓 [반디-젓] ㉜ 삼춘엄매 [삼촌-엄매]
㉝ 사춘누이 [사춘-누이] ㉞ 사춘동생 [사춘-동생]
㉟ 안간 [안-간] ㊱ 송구떡 [송구-떡]
㊲ 콩가루차떡 [콩-가루-차-떡] ㊳ 끼때 [끼-때]
㊴ 콩나물 [콩-나물] ㊵ 도야지비계 [도야지-비계]
㊶ 저녁술 [저녁-술] ㊷ 외양간섶 [외양-간-섶]
㊸ 배나무동산 [배-나무-동산] ㊹ 숨굴막질 [숨굴막-질]
3) 표현적 장음 ― ‘[:]’
① 솜솜 [솜:솜:] ② 까만 [까:만]
4) 강세(强勢) [ʹ]
① 고무 [ʹ고무ː] ② 승녀 [ʹ승녀ː]
③ 아이 [ʹ아이ː]
2) 표준발음의 적용
여우-난골း-족[여우난골족] / 백း-썩[백석]
명절း-날[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집[우리집] 개ː[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진할머니] 진진-하라버지[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큰집]으로 가면
얼း구레[얼굴에] 별း-짜구기[별자국이] 솜:솜:[솜솜] 난 말း쑤[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꺼리는[껌벅거리는] 하루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ː너[건너] 집엔 복숭아-나무[복숭아나무]가 마ː는[많은] 실း-리ː[신리] ʹ고무ː[고무] ʹ고무ː[고무]의 딸 이녀 작은 이녀
열း-여서세[열여섯에] 사ː십비[사십이] 넘은 홀-ʹ아비ː[홀아비]의 후ː처[후처]가 된 포족း쪼카니[포족족하지] 성ː[성]이 잘 나는 살း-삐치[살빛이] 매감-탕[매감탕] 같은 입း-쑬[입술]과 젇း-꼭찌[젖꼭지]는 더 까:만[까만] 예ː수-쟁이[예수쟁이] 마을 가까이 사ː는[사는] 토-산[토산] ʹ고무ː[고무] ʹ고무ː[고무]의 딸 ʹ승녀ː[승녀] 아들 승동이
육း심-리ː[육십리]라고 해서 파락း케[파랗게] 뵈이는 산을 넘어 읻း따는[있다는] 해ː변[해변]에서 과ː부[과부]가 된 코-끝끄치[코끝이] 빨း간[빨간] 언ː제나[언제나] 흰-오시[흰옷이] 정하든 말း-끄테[말끝에] 설း께[설게] 눈물을 짤း 때[짤 때]가 마ː는[많은] 큰-골[큰골] ʹ고무ː[고무] ʹ고무ː[고무]의 딸 홍녀 아들 홍동이 자း근[작은] 홍동이
배나무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또ː를[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ː[먼] 서ː메[섬에] 반디젓 담ː그려 가기를 조ː아하는[좋아하는] 삼촌 삼촌-엄매[삼춘엄매 ] 사춘-누이[사춘누이] 사춘-동생사춘동생들
이 그득း키들[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가네[안간에]들 모여서 방안에서는 새ː-오싀[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인절미] 송구-떡[송구떡] 콩-가루-차-떡[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끼때]의 두부와 콩-나물[콩나물]과 뽁း끈[뽂은]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계[도야지비계]는 모ː두[모두] 선득း-선득[선득선득]하니 찬 것들이다
저녁-술[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섶[외양간섶] 받း-마당[밭마당]에 달린 배-나무-동산[배나무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꼬리잡이]를 하고 가ː마 타고 시집가는 놀음 말 타고 장가가는 놀음을 하고 이렇게 밤이 어둡း또록[어둡도록] 북း쩌:카니[북적하니] 논ː다[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ʹ아이ː드른[아이들은] ʹ아이ː[아이]들끼리 웃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ː리고[굴리고] 바리깨-돌း림[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ː비-소니-구소니[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럭း케[이렇게] 화디의 사기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돋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졸음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거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ː림자[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틈으로 장지문틈으로 무이징게국을 끓이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