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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제교사 차별시정은 아직도 멀었다>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올해는 기간제교사제도가 도입된 지 25년째가 되는 해다. 그동안 기간제교사들의 눈물과 희생으로 기간제교사들의 처우 개선은 상당 부분 이루어졌다. 이와 함께 기간제교사의 규모도 계속적으로 증가하여 2021년 기준으로 기간제교사는 총 61,994명이며 이는 전체 교원의 14.6%, 중등교원의 17%를 차지한다. 이처럼 해마다 기간제교사의 규모는 늘어나지만, 여전히 사회나 학교 현장에서는 기간제교사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존재한다.

 

얼마 전 강남의 한 사립 중학교에서 행정실장이 기간제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다. 기간제교사는 이 학교에서 5년째 근무 중이었다. 평소에 서로 늘 부대끼고 같이 일하던 사이였는데, 술자리에서 기간제교사가 술취한 정규교사를 말린다고 행정실장이 어디 기간제교사가 감히 정규교사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냐가 폭행의 이유였다. 정규교사는 기간제교사보다 한참 어린 교사였다. 물론 어린 교사라고 함부로 대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술자리에서 취한 교사에게 동료로서 말리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다. 단순히 정규교사의 이름을 불렀다고 기간제교사가 폭행을 당할 이유는 없다.

폭행이 난무하던 자리에 교감도 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느 누구도 행정실장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피해 기간제교사는 이후에도 행정실장의 사과를 요구했지만, 교감은 이 사건을 단순히 개인 간 다툼으로 치부해버렸다. 억울했던 기간제교사는 이 사건을 교육청에도 알렸으나, 교육청 역시도 미온적인 태도였다. 어디에도 호소할 데가 없었던 기간제교사는 지인을 통해 언론사에 알렸고, 언론에서 이 사실을 보도하자 그제야 학교는 기간제교사를 회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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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의 억울한 사연은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지역 모 사립학교에서 정규교사보다 기간제교사들이 수업시수가 더 많다는 제보가 있었다. 전교조 조합원을 통해 알아본 결과 이러한 제보가 사실이었고, 기간제특위에서는 기간제교사에게만 수업시수가 많은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여 수업시수를 조정한 사건도 있었다.

 

이외에도 추석연휴만 계약일수에서 빼는 일명 쪼개기 계약도 여전히 존재한다. 해당 정규 교사는 추석연휴만 빼고 휴직을 하는 것이 정규교사의 권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권리가 누군가의 권리를 침해한다면 이는 권리남용이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권리충돌을 만들어내는 구조가 바뀌어야 하지만, 구조가 바뀌기 전이라도 교사라면 자신의 권리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에 대한 감수성은 지녀야 한다. 명절 성과금은 그 해에 근무했던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다. 이러한 상식이 없는 교사에게 우리의 아이들을 맡겨도 될지 의문이 든다.

 

최근에는 한국교직원공제회 가입대상에 기간제교사를 배제한 것에 기간제교사들은 분개하고 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1971년에 대한교원공제회법(현재 <한국교직원공제회법>)에 의해 설립된 정부가 보장하는 교직원 복지기관이다. 교직원의 생활안정과 복리증진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기간제교사도 가입대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한국교직원공제회의 기본 금융서비스인 장기저축급여는 교직원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다른 금융기관에 비해 저축 금리가 높고 안정적인 것이 장점이다. 장기저축급여는 3만원부터 가입이 가능하고, 한도액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장기저축급여 범위 내에서는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회원이 위기에 처했을 때는 저리의 대여도 해주고 있다. 퇴직 후 연금 등을 받지 못하는 기간에는 장기저축급여로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고, 비과세가 적용되거나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장점도 있다.

결혼, 출산, 사망 등의 경조사에는 축하나 위로 서비스도 있고,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운영하거나 제휴를 맺은 리조트에서는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결혼식 등 행사를 한국교직원공제회관에서 치를 경우에도 할인 혜택이 있으며, 최근에는 교직원 치유 심리상담 프로그램도 최대 5회까지 제공하여 큰 호응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로 인해 초중고 정규직 교원의 90% 이상이 한국교직원공제회에 가입이 되어 있다. 교육공무직원도 무기계약으로 전환이 이뤄진 후 한국교직원공제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변경되었다.

물론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제공하는 복지는 정규교사를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가입을 해야 혜택이 있으므로 기간제교사들에게 복지혜택이 많은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초에 가입을 배제하는 것은 기간제교사들에게 차별로 다가온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대부분의 교직원은 공제회에 가입을 할 수 있지만, 기간제교사들만 가입할 수 없다는 것은 기간제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기간제교사를 교직원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상실감을 안겨 준다.

이에 전국기간제교사노조에서 한국교직원공제회 가입 허용을 요구하는 서명을 기간제교사에게 받았는데, 4천명이나 서명을 했다. 전교조에서도 기간제교사에게 한국교직원공제회 가입을 허용하라는 서명을 받아 기자회견을 하고 공제회측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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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한국교직원공제회가 기간제교사의 가입을 허용하더라도 가입하려는 교사는 많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 기간제교사의 가입을 허용한다는 의미는 기간제교사의 이익 실현보다 기간제교사도 교사로 인정하는 것이다. 기간제교사는 실제로 교사의 책임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다만 매년 재계약을 해야 하므로 고용에서 불안정적일 뿐이다. 현재는 기간제교사가 없다면 학교는 돌아가지 않는다.

 

기간제교사제도가 25년째 지속되는 만큼 기간제교사의 역할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간제교사가 좀 더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이제까지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 방안에 대한 여러 의견들이 있다. 기간제교사를 정규직교사로 전환하자는 의견부터 기간제교사를 부정기전보교사로 교육청에서 채용하여 필요한 학교에 배치하자는 의견, 기간제교사 자리까지 임용시험으로 선출하되, 기간제교사에게는 경력에 따른 가산점을 주자는 의견까지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에 대한 제안들은 많았다. 그러나 기간제교사들 사이에서 여러 이견이 존재하여 하나의 단일한 주장으로 모아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또한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은 정규교사들과 연대해야 가능한 일이므로 여러 교사들의 의견도 중요하다. 따라서 전교조에서는 기간제교사의 고용안정을 위해 고용안정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도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정규교사 채용은 더욱 줄어들고 필요한 자리에 기간제교사를 늘릴 것이다. 또한 고교학점제가 본격화되면, 기간제교사뿐만 아니라 시간강사도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비하여 지금부터라도 학교 현장의 비정규교사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어떤 일자리든 노동자를 위해서나 노동의 질을 위해서라도 고용안정은 중요하다. 특히 교사직은 교사의 신념과 사기에 따라 제공되는 교육노동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일자리가 불안정한 상태에선 좋은 교육을 구상하거나 제공하기 어렵다. 당장에 비정규 교사를 줄이는 것이 어렵다고 방치하면 좋은 교육을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기간제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차별시정은 기간제교사도 고용안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다. 교육당국의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교육당국은 여러 교육주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비정규직 교원자리를 줄여야 한다. 이러한 논의를 전교조가 앞장서서 진행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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