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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원은 계속 비정규직화되는 중입니다.

 

박영진(기간제교사 활동가)

 

2020년 교육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중고등학생 희망 직업순위 1위는 (비율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13년째 교사이다. 학생들이 교사가 되고자 하는 이유는 가장 친숙한 직업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직업안정성에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비정규직 교원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에 의하면 2000년대 중등학교 기간제교원 비율은 전체교사의 3%였으나, 현재는 전체교원의 16%이며, 사립으로만 한정하면 4명 중 1명이 기간제교원이다.

 

<기간제교원 비율 변화 추이>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기간제교사의비율변화추이(고등학교).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49pixel, 세로 179pixel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기간제교사의비율변화추이(중학교).pn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265pixel, 세로 214pixel

(이미지 출처: 한겨레 2020.01.08.일자)

 

그러나 시간강사까지 포함하면 비정규직 교원수는 더 늘어난다. 아래 표를 보면 알 수 있듯 기간제교원와 강사를 모두 합한 수는 초등학교를 제외하고 최근 3년 동안에도 계속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8

2019

2020

 

기간제교원

강사

기간제교원

강사

기간제교원

강사

초등학교

7,443

1,556

9,024

1,348

8,472

1,194

중학교

16,134

3,192

16,889

2,874

18,678

1,923

고등학교

20,519

1,672

22,058

1,754

23,557

1,445

합계

50,516

53,947

55,269

 

이렇게 된 원인은 교육부가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교원정책에 대해서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교원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많고, 한정된 교직에 비해 교원자격증을 가진 예비교사들을 우후죽순 배출하다 보니, 교육부는 언제나 필요한 인적자원을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정규 교원이 되는 일도 어렵지만, 기간제교원이나 시간강사를 구하는 일도 쉽지 않다. 2018년 기준으로 교원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총 정원은 28,414(사범대학정원 9,651, 일반교직과정 5,662, 교육대학원 교직과정 13,191)인데, 작년 중등임용시험에서 뽑은 인원은 겨우 3,529명으로 정원대비 12% 정도만 정규교원으로 선발하였고, 누적된 자격증 소지자를 모집단으로 하면 극히 일부만 정규교원으로 선발된다.

 

비정규 교원의 확대는 사회적 수요에 힘입어 과도한 교원 자격증 남발과 이를 해결하지 않고, ‘교직의 다양화라는 이름으로 교직을 개방하는 정책과 관련이 있다. 정부정책에서 처음으로 교직의 다양화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김영삼 정부부터이다. 1995년 김영삼 정부는 5.31 교육개혁안을 수립하는데, 3차 교육개혁안(1996.8.20.)가운데 교직사회 활성화를 위한 교원정책 개혁을 목표로 교원자질 향상을 위한 양성제도의 개혁, 교직의 개방화·다양화, 현장교육의 전문성과 질적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 교원복지 체계의 개선 등을 포함하였다.

이러한 기조는 이후 정부에서도 계속 유지 되었다. 1998년 김대중 정부도 교육 관련 5대 추진과제를 발표하였다. 이중 교원 근무 여건 개선 및 인사제도 개선을 통한 우수 교원 확보대책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수 교원 확보를 위해 학년별 교과별 교사 전담 연구실을 확보하고 교원 직급을 다단계화하며, 능력별 승진 기회를 확대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199962교육 발전 5개년 계획을 발표하고 학교 현장 중심의 우수 교원 양성 체제 확립. 신축적이고 개방적인 임용제도 구축 등의 과제가 포함되어 있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도 교육 자율화의 기조하에 교원 정책목표로서 학교장 임용방식의 다양화 및 단위 교원채용 확대를 추진하였다(교육과학기술부, 2008). 이명박 정부는 형식적 교사의 자격이나 체계화된 교사 교육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대학 기반의 교사교육과 달리 개방형 교사충원제도나 현장 중심의 교사 교육제도를 선호했다. 이 시기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사 자격증이 없는 특정 분야의 외부 전문가가 단기에 교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사양성특별과정을 설치하는 등 대학졸업자의 교사 자격증 취득경로를 확대하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기존 교원 임용의 경우 대통령이 교육부장관에게 위임하여 임용하게 했는데, 학교 지역 단위 교원 임용제도를 도입하여 학교장의 교원임용 권한을 확대하게 된다.

이는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다. 교육부는 지난 2020105일에 코로나 이후, 미래교육 전환을 위한 10대 정책과제()‘을 발표했다. 이 내용을 보면 학령인구 감축에 따른 미래 수요에 대응한 적정규모 교원수급 정책을 추진한다고 하면서 기간제교원 제도를 교육수요변화에 따른 탄력적 교원수급을 위한 제도로 개선(?)하고, 고교학점제에 따른 교원 자격에 표시 교과가 없는 분야의 경우 교원양성이 될 때까지 관련 분야 전문가를 한시적으로 학교장이 임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 담당교사 등을 한시적으로 임용한다는 내용도 있다.

 

지난 25년 동안 교육개혁의 주요 과제였던 교원개혁 정책은 한마디로 말하면 비정규직 양산정책이었던 것이다. 교원자질 향상을 하려면 우선 교원을 양성하는 대학의 교육과정을 개혁하거나 임용시험을 개혁했어야 했는데, 예비교원은 계속 확대 재생산하면서 정규교사는 퇴직교사만큼 뽑지 않고,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른 교원 수요를 비정규직 교원으로만 채웠던 결과이다. 이러한 정책은 지금도 사그라들지 않고, 오히려 더 확산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2025년부터 전면화하려는 고교학점제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이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하게 하는 제도인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은 제도이다. 작년에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4년제 대학생 2,146명을 대상으로 진로 결정 시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결과 전체 응답자 중 46.9%가 아직도 어떤 일을 할지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국과 주요국의 평균 근속기간 차이만 보더라도 한국은 OECD평균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이직률이 높다.

 

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한국과 주요국의 평균 근속기간 차이(중기이코노미).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00pixel, 세로 467pixel

(출처: 2017년 중기이코노미)

 

상황이 이럴진대, 고등학교에서 진로를 정하고 이에 맞는 선택과목을 듣게 하는 것이 과연 학생들이 진로를 정하는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또한 고교학점제의 과목들을 살펴보면 국어, 수학, 영어와 같은 기초교과와 생활교양, 전문교과1, 전문교과2, 체육예술교과, 탐구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초교과는 내용을 세분화해서 선택과목으로 만들고 교양교과나 전문교과는 대학에서 배우는 전공의 입문 과정의 반복이다. 이러한 과목을 이수했다고 학생이 원하는 학과에 진학하는 것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나마 전문교과2는 특성화고에서 필요한 내용일지 몰라도 이러한 내용은 대학에도 관련 학과 커리큘럼에 개설되어 있다.

 

<고교학점제 일부 과목 예시>

교양교과

철학, 논리학, 심리학, 교육학, 종교학, 진로와 직업, 보건, 환경, 실용경제, 논술 등

전문교과1

과학: 생명과학 실험, 지구과학 실험, 화학 실험

예술: 드로잉, 문장론, 미술 전공 실기

외국어: 심화 영어 독해

전문교과2 중에서

보건·복지 영역

보건·복지: ·유아 놀이 지도, ·유아 교수 방법, ·유아 건강·안전·영양지도, 대인 복지 서비스, 사회 복지 시설 실무, 인간 발달, 보육 원리와 보육 교사, 보육 과정, 아동 생활 지도, 아동 복지, 보육 실습, 생활 서비스 산업의 이해, 복지 서비스의 기초, 사회 복지 시설의 이해, 공중 보건, 간호의 기초, 보건 간호, 기초 간호 임상 실무 등

(*고교학점제의 교과영역은 기초, 생활교양, 시도교육청인정과목, 전문교과1, 전문교과2(보건·복지영역, 경영·금융영역, 디자인·문화콘텐츠영역, 미용·관광·레저 영역, 음식조리, 건설, 기계영역, 재료영역, 화학공업영역, 섬유·의류영역, 전기·전자영역, 정보·통신영역, 식품가공영역, 인쇄·출판·공예영역, 환경·안전영역, 농림·수산·해양영역, 선박운항 영역), 체육, 예술, 탐구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다양한 과목들을 누가 가르칠 것인가이다. 관련 과목 자격증이 모두 사범대나 교육대학에 개설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개설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몇몇 수강생들을 위해 정규교원을 충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기간제교원제도 조차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기간제교원채용을 교원 자격증이 없어도 필요한 과목으로 채용하거나 여러 학교의 순회교사로 채용하겠다는 의미이다. 경우에 따라 선택과목의 수업시간이 너무 적게 설정되면 시간강사를 채용하겠다는 의미이다.

그동안 기간제교원 처우보다 상대적으로 고등학교 시간강사의 처우에 대해서는 여론화되지 못했지만, 시간강사의 처우도 상당히 열악하다. 교육청에 따라 시간당 2만원에서 3만원 사이를 받는데, 수업시간만 적용되고 수업 준비하는 시간이나 과제를 검토하는 시간은 제외된다. 고교학점제가 되어 시간강사가 채용되면, (현재도 그렇지만) 평가까지 모두 해당과목 시간강사의 몫이다. 그럼에도 수업시간 이외의 강사료는 지급되지 않는다. 또한 1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면 받을 수 있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는 웬만하면 주당 14시간으로 시간강사를 채용한다. 이렇게 교사의 특성상 수업시간 외에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함에도 시간강사의 처우는 열악하다. 그런데 고교학점제가 본격화되면 선택과목이 방대한 만큼 정규교원은 줄어들 것이고, 기간제교원 자리도 시간강사화 될 가능성이 불 보듯 뻔하다.

고교학점제는 그 취지부터 학생들의 진로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 제도가 본격화된다면 현장의 비정규직 교원의 비율만 증가할 것이다. 교육정책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그 제도의 취지가 현실을 개선할 수 있어야 하고, 제반 조건이 갖추어졌을 때 의미가 있다. 학생들의 진로를 좌우하는 것은 고교학점제의 도입이 아니라 직업 안정성과 임금 및 노동조건 등과 같은 처우이므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맞는 일을 찾아가도록 하려면 직업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일이 급선무이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은 오히려 선택과목을 다양화하기 보다는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내실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알아차리는 일도 다양한 선택과목을 배운다고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주체적인 삶의 태도를 갖게 해야 알 수 있다. 더구나 성인 이직률이 많은 한국에서는 오히려 한 가지 방향의 심화된 교육보다는 여러 가지 기초적인 지식을 습득하여 한국이 세계 속에서 어떠한 위상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깨닫게 하는 인문적인 소양교육이나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하여 바람직한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판교육이 더 중요하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고교학점제 정책은 제고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정책을 수립할 때 교원에 대한 정책을 동시에 수립해야 한다. 모든 직업이 그렇지만, 특히 교사직은 끊임없이 여러 연수를 통해 훌륭한 교육자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 하므로 고용안정은 필수적이다. 비정규직 교원이 필요하더라도 이를 최소화해야 하며, 비정규직 교원을 전제로 한 교육정책은 제대로 된 정책이라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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