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교육혁명의 의의와 현 시기(2020~2022) 과제

 

김학한(교육혁명포럼 운영위원장)

 

1. 교육혁명의 의의

공교육개편의 상을 제시하며 교육혁명운동을 전개해온지 20년이 다가오지만 여전히 입시경쟁교육은 유지되고 있다. 그래서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의 투쟁과 실천은 신기루처럼 사라진 것이 아니라 교육체제 근본적 개편을 위한 동력으로 축적되고 응축되고 있다. 특권학교 폐지, 대학서열화 해소를 내용으로 한 교육혁명은 정권교체에 따라 부침이 있었지만 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향한 전진은 쉼 없이 계속되어 왔다.

 

서열화 된 학교체제는 해방이후 한국교육의 숙명적 유산이었다. 그러나 중학교무시험제 고교평준화체제를 통해 초중등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었으며, 1980년대 전교조 결성이후 입시경쟁교육의 해소는 참교육의 본질적 내용이자 교육대개혁투쟁의 핵심적 과제로 천명되었다.

그렇지만 입시경쟁교육 철폐 투쟁은 1990년대 후반 신자유주의의 등장과 함께 교육시장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였다. 1997IMF 경제위기이후 본격화한 신자유주의 공세는 교육부문에도 상륙하여 교육 시장화와 교육 불평등 심화, 입시 경쟁 교육 강화를 가져왔다. 특히 신자유주의 교육의 진행과정에서 자사고 체제가 전면적으로 출범하면서 고교평준화는 위기적 상황에 직면하기도 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고교다양화 300 정책을 내세우며 자립형사립고를 대거 설립함으로써 사립초-국제중-외고·자사고-명문대학으로 이어지는 서열화 경로가 재조직되었으며, 이와 연동하여 대학서열체제도 고착되었다.

그러나 교육운동진영은 신자유주의 교육 반대 투쟁을 전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신자유주의 교육을 대체할 공교육 개편안을 준비하고 제시하였다. 교육혁명 의제로 대학공공성 강화와 대학서열체제 해소, 고교평준화체제의 재정립과 입시경쟁교육의 해소, 발달과 협력의 교육과정의 정립,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제출하였다. 입시폐지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교육혁명공동행동을 통해 교육혁명대장정을 전개해왔고 진보교육연구소에서는 비고츠키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교육과정 재구성작업을 진행하여 왔다. 그리고 교육혁명을 현실화하기 위하여 교육주체를 넘어서 국민적인 대중운동을 전개하여 왔다.

교육혁명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며, 민주적이고 평등한 사회에서 갖추어야 할 교육체제의 기본 윤곽을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혁명은 자본주의의 교육적 문제점을 극복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해방된 미래 사회의 교육적 토대를 확보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2. 교육혁명의 현 단계 과제

교육체제개편과 관련하여 핵심적 과제는 자사고, 외고, 국제고 등 특권학교의 폐지와 고교평준화 재정립,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대입자격고사의 도입이었다.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입시 경쟁 교육을 종식시키고 교육의 본질을 재정립하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제이기 때문이었다.

교육운동진영이 특권학교 폐지 투쟁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온 결과, 현실에서 국제중의 일반중 전환, 외고, 국제고,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쟁취하기에 이르렀다. 민주진보교육감지역을 중심으로 고교평준화지역을 확대하였으며, 전북교육청과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지정취소 공방을 거치면서 2018년 외고, 자사고 지정취소 시행령을 발표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2025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시행령을 통하여 공식화하고 전환 시기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특권학교 폐지 투쟁은 새로운 국면에 진입하였다. 여기에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학교를 지정 취소하고 교육부가 이에 대해 동의함으로써 영훈 국제중, 대원 국제중도 폐지의 길로 접어들었다.

또한 교육운동진영은 대학서열체제 해소와 대입자격고사 도입을 위한 투쟁을 10여년간 전개하였다. 공교육개편안에서 대학평준화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였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국민운동본부 구성과 사업으로 대중화하기 시작하였으며, 2012년 교육혁명공동행동의 출범 이후 교육혁명 대장정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하였다. 이러한 교육혁명투쟁이 확대되고 고조되면서 진보정당과 자유주의 정당은 대학통합네트워크 건설을 통한 대학서열 해소를 공약으로 내걸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대학체제 개편이 핵심적인 교육의제였지만, 외관적으로는 답보 상태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착상태가 지속되어 대학서열화가 공고해진다면 외고, 자사고와 같은 특권학교들이 교육의 수월성과 학교선택권을 앞세우며 다시 등장할 것이다.

한편 교육운동 진영은 유초증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 강화를 제기하며 유아교육 공교육화와 초중등교육의 무상화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왔다. 사회 전체적으로 저출생과 결합하여 누리교육과정 예산이 편성되어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진행되었으며 2021년에는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이 완료되는 등 교육공공성 강화에 일대 전진을 이루었다.

따라서 현 단계 교육혁명의 핵심과제는 고등학교를 넘어서서 대학까지 무상화와 평준화를 이루는 것이다. 대학평준화가 진행됨에 따라 입시경쟁교육의 필요성이 소멸되면서 줄세우기 상대평가인 수능시험은 대입자격고사로 전환되어 나갈 것이다.

대학무상화는 유초중등교육 무상화를 바탕으로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적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등교육의 무상화가 2021년에 달성됨으로써 고등교육의 무상화를 이룰 수 있는 조건이 성숙하고 있다. 고등학교가 사부담 공교육비로 운영되는 상황에서는 대학교육의 무상화를 요구하기에는 순서상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고등교육의 무상화는 이미 사회운동적으로 반값등록금 운동-등록금 폐지 투쟁을 통해서 진행되어왔던 의제이다. 사회적 생산력이 뒷받침할 수 있는 한 고등교육은 확대되고 국가적 책임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대학생들의 반값등록금 운동으로 국가장학금이 도입되었는데, 이러한 성과를 기초로 대학교육을 무상화하는 운동을 한 단계 상승시켜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현재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대학구조 개편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대학구조조정으로 대학을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고등교육의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한 지렛대로서 고등교육 재정을 확보하여야 한다. 무엇보다도 대학의 무상화를 통한 대학 공공성 강화는 대학서열화 해소의 강력한 기반이 될 것이다.

 

 

3. 대학평준화의 현실적 경로와 2020~2022년 당면과제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의 과제를 쟁취하기 위하여 2020년 대학무상화 대학평준화추진운동본부가 출범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추진본부는 이러한 과제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당면의 과제로 제출하고 있다.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추진 국민운동본부'대학구조개편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로의 구성과 전환을 통해 대학평준화체제를 수립하고 고등학교까지 무상화가 2021년에 완결되고 고등교육기관 입학율이 88%에 이르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무상화와 공공성 강화를 추동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미 대학평준화의 한국적 경로는 진보 정당뿐 아니라 집권여당의 공약에 담긴 상황으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어떤 경로를 거쳐 현실화할 것인가가 과제로 남아 있다. 대학통합네트워크 경로는 선 국립대통합네트워크 + 후 공영형 사립대와 통합이라는 순차적 경로와 국립대+공영형 사립대의 동시 통합이라는 일괄적, 동시적 경로가 있다. 후자의 경우는 동일 지역 국립대+동일지역 사립대(공영형 사립대로 전환)를 통한 권역별 네트워크구성 방안과 전국적 차원에서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의 공동선발 체제 수립과 이후 권역별 체제를 구성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대학 통합네트워크 구성 경로

 

경로1) 국공립-사립 동시추진방안

1단계

거점 국립대학 + 정부책임형사립대학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성(공통교양과정, 1년 후 전공 진입, 공동학위제, 교수 및 학생의 자유이동)

 

경로2) 국공립대 우선추진 방안

1단계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성

+

공영형 사립대학 추진과정

 

10개의 거점 국립대학을 중심으로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구성(공통교양과정, 1년 후 전공 진입, 공동학위제, 교수 및 학생의 자유이동, 통합국립대 내의 특성화)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 등 정부책임형사립대로 전환

 

2단계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성

공영형 사립대학과 국공립대와 통합 네트워크 형성

 

 

어떤 경로가 현실화 될 것인지는 대학 주체들과 국민대중의 공감과 지지 정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또한 대학서열화 해소를 둘러싼 공방 양상에 따라 어떤 순서와 규모로 제도가 갖추어질 지가 결정될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사립대 규모, 특히 수도권 지역 사립대의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 등으로 인해 대학통합네트워크는 국립대와 공영형 사립대의 결합을 통해 구축될 수밖에 없다.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 추진본부는 2020년에 두 가지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첫째, 정기국회시기에 맞추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제정 및 고등교육예산 확보를 사회적 쟁점으로 부각 시키는 투쟁이다. 고등교육 재정 교부금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중앙뿐 아니라 권역별로 연쇄적으로 개최하여 고등교육재정의 대폭 확충의 필요성 여론화 할 계획이다. 2020년 사회적 쟁점화를 바탕으로 2021년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촉구 각 단체 대표자 입법 청원 서명, 고등교육재정 확대방안 토론회,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대중서명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구도이다.

둘째 수능시기 대입자격고사와 수능절대평가 전환을 요구하는 투쟁이다. 수능시기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 교육혁명공동행동과 청소년단체 대학입시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은 수능폐지 페스티벌,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통해 수능 자격고사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 등교수업에 공백이 있고 온라인 수업으로 인해 줄세우기식 상대평가의 문제점이 증폭된 상황에서 수능절대평가로의 전면 전환과 대입자격고사를 촉구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는 2021~2022년 대입제도 개편-대입자격고사 도입 투쟁의 전초전으로서의 의미를 가질 것이다.

 

20222월 치러지는 대선 일정을 역산하면, 2021년 상반기부터 대선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 국면에서 각 정당과 후보들이 새로운 사회의 청사진을 발표하면서 교육주체와 국민대중의 역동성은 높아질 것이다. 대선 국면이 형성되면 자유주의정당에서도 교육 개혁의 속도와 범위를 둘러싸고 다양한 스펙트럼이 나타날 것이며, 진보정당은 더욱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개편방안을 의제화할 것이다.

지난 대선 이후 교육혁명 공약의 불이행으로 끝났다면 새로운 대선 이후에는 대학서열화가 끝나도록 대중적인 교육혁명 투쟁을 준비하여야 한다. 대중의 역동적인 요구에 정치권이 대학통합네트워크를 공약할 수밖에 없었다면, 동시에 대선 공약을 불이행하고 있는 것도 대중운동의 역동성의 한계를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무상화·대학평준화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정치를 집어삼킬 정도로 교육주체를 중심으로 한 대중의 역동적 진출을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28 담론과 문화> 눈동자의 몽상록 - 무너지는 가족, 무너지는 세상 file 진보교육 2021.01.23 44
1327 담론과 문화> 김진규의 시이야기 - 시(詩)로 부르는 3월의 역사 file 진보교육 2021.01.23 896
1326 [만평] 난중일기 10화 - 새해 맞이 file 진보교육 2021.01.23 32
1325 현장에서> 배움 중심 수업의 측면에서 바라본 실시간 화상 수업의 한계 file 진보교육 2021.01.23 133
1324 현장에서> 비고츠키 공부로 코로나 19 헤쳐가기 file 진보교육 2021.01.23 82
1323 현장에서> 한국 교원은 계속 비정규직화되는 중입니다. file 진보교육 2021.01.23 91
1322 [책이야기]능력에 따른 차별은 공정하다는 믿음에 대하여 file 진보교육 2021.01.23 10086
1321 <78호 권두언> 미래교육의 향방을 좌우할 관건적 시기가 도래했다. file 진보교육 2020.11.15 77
1320 78-특집] 팬데믹-대선 국면과 교육 변화 file 진보교육 2020.11.15 67
» 78-특집] 교육혁명의 의의와 현 시기(2020~2022) 과제. file 진보교육 2020.11.15 71
1318 78-특집] 미래교육 大戰이 시작되다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
1317 <기고> 저출생/고령화 시대와 교육의 변화 file 진보교육 2020.11.15 90
1316 <번역> 심리학에서 도구적 방법 file 진보교육 2020.11.15 196
1315 78-담론과 문화> 결정론적 세계관의 기초 : F=ma 이해하기 file 진보교육 2020.11.15 88
1314 78-담론과 문화> 탈감정사회 감정 없는 인물들 file 진보교육 2020.11.15 166
1313 78-담론과 문화> 안녕, 클리토리스!^^ file 진보교육 2020.11.15 99568
1312 78-담론과 문화> 뽕짝 권하는 사회 file 진보교육 2020.11.15 91
1311 78-담론과 문화> ‘싹 없는 진보’가 타산지석 file 진보교육 2020.11.15 63
1310 78- 담론과 문화> ‘올해 읽을 시 여섯 편과 11월 읽는 시 한 편’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
1309 [만평] 9화-코로나19 일기 '97년생 김교사' file 진보교육 2020.11.15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