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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1-2] 코로나 시기 학교교육/코로나 이후 학교교육



< 코로나 시기 학교교육/코로나 이후 학교교육 >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 팬데믹은 아직 진행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사태는 학교교육에도 커다란 충격을 주면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요청은 두 측면에서 제기된다. 우선은 지속 중인 팬데믹 상황에서 학교교육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라는 것이고 또 하나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또 학교는 어떻게 거듭나야 할 것인가의 것이다. 진행 중인 코로나 시기를 건너뛰고 코로나 이후학교교육을 바로 논하기는 어렵다. 팬데믹 상황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상황이어서 이에 대한 대응이 교육적으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0년 상반기 지금까지 진행된 방식은 많은 문제가 있어 새로운 대응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팬데믹 시기를 겪고 대응하는 과정은 코로나 이후 학교 변화와 내용적, 실천적으로 연결된다. 그런 차원에서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코로나 이후 학교교육이라는 연속되는 두 가지 주제를 함께 다루고자 한다.

 

 

1.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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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팬데믹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팬데믹 상황의 지속은 학교교육에 매우 중대한 문제를 던져 준다. 감염병 분야의 예상대로라면 1학기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2개 학기 정도는 더 팬데믹 상황의 영향 하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그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2020년 상반기와 같은 긴급 처방방식의 대응을 앞으로도 지속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결코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본다. 상반기 긴급 대응은 온라인 수업 무늬만 등교로 요약되는데 원격 수업은 대면 교육에 비해 교육 효과가 감소하고, 격차가 확대되는 문제와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었다. 상반기 수업의 대부분이 원격으로 진행됨으로써 이미 많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상반기와 같은 파행 운영이 반복, 지속된다면 그것은 엄청난 교육적 재앙이 될 것이다. 발달 과정은 앞선 발달이 이후 발달의 토대가 되는 연속성을 지니며 교육과정 또한 학기 간, 학년 간 연계성을 지닌다. 그런데, 코로나 시기 3~4개 학기에 걸쳐 현재와 같은 방식이 계속될 경우 수많은 아동, 청소년의 발달 상황과 교육과정의 괴리가 너무 커져 이후 교육과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문제를 낳게 된다. 예컨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동들이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 3~4개 학기를 겪고 나서 2년 뒤에 초등 3학년 교육과정을 과연 정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는가? 올해 고1 학생이 고3에 입시를 치룬 다음 대학교육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팬데믹 시기 교육적 결손과 공백이 누적될 경우 그것은 해당 시기에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전제 발달과정에 회복하기 어려운 공백과 결손을 남긴다. 이는 수많은 아동, 청소년의 삶 전체를 좌우하고 13~14개에 연령에 해당하는 한 세대 전체의 사회문화적 역량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이다.

 

2020년 상반기 코로나 사태 속 학교 운영의 근본적 문제는 상황은 비상적 상황인데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은 평소에 하던 것을 다 하려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는 점에 있다. 생활기록부에 있는 모든 항목을 다 기재하려다 보니 대부분이 형식적으로 처리되고 제일 중요한 교수-학습은 온라인으로 때우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학교교육과정을 기계적으로 운영하게 된 데는 어떻게 해서든 입시자료를 산출해야 하는 입시교육이 자리하고 있기도 하다. 팬데믹 상황에서 해 오던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가장 중요한 것마저 방기하거나 포기해선 안된다. 상반기는 학교교육의 본질과 핵심을 희생하면서 형식과 입시자료를 건지려는 과정이었다. 모든 것을 다할 수 없다면 그 반대가 되어야 한다. 생기부 항목과 입시자료가 아니라 발달의 관점에서 교육적 핵심과제를 이루는 것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팬데믹 교육과정의 취지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상적 상황에서 보다 안전하게 핵심 과제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자는 것에 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거울삼아 교육적 본질에 보다 충실하면서도 안전한 대응이 요청된다. ‘팬데믹 교육과정이 필요하며 진정한 교육적 유연성과 창조성이 요구되는 때이다.

 

2) 교육환경으로서의 팬데믹과 팬데믹 시기 교육의 과제

 

* 교육환경으로서의 팬데믹

팬데믹 상황은 교육환경에 매우 커다란 조건 변화를 야기한다.

첫째, 학교 폐쇄와 등교가 번갈아 나타날 수 있는 시기이다. 팬데믹 시기는 안전을 위해 학교를 폐쇄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최대한 안정성을 도모하면서 등교를 할 수 있는 상황이 교대로 나타날 수 있다. 기존의 경험에 비추어본다면 대체로 강도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상황은 학교가 폐쇄되고, ’생활방역상황은 등교가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학교 패쇄 상황과 등교 상황 때 각기 학교와 교육과정을 어떻게 할 것이며 전체로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의 문제를 정식화할 필요가 있다.

둘째, 안전한 등교/안전한 수업이 중요한 시기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등교와 수업을 평소의 밀집 규모와 밀접 방식 그대로 할 수는 없다. 안전성 확보를 위해 학습집단 규모를 줄여야 하고 학교에 머무는 시간도 축소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활동 방식 및 영역에서 제약을 받는다.

셋째, 팬데믹 상황 자체가 주요한 환경이자 교육 내용, 매개, 계기이다. 팬데믹 상황은 방역 문제를 넘어 생태/공동체와 연대/사회문화적 변화 등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 팬데믹 상황 자체가 교육과정에 녹아들어갈 필요가 있다.

넷째, 교육주체들의 생활 변화이다. 학교가 폐쇄될 때는 물론이고, 등교 수업 시기에도 학생들은 언택 환경에 접하는 시간이 훨씬 많아지며 사회적/대면적 접촉과 상호작용이 축소된다. 이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 교사를 포함한 학교교직원들 역시 생활 상 변화가 크다. 새로운 상황에 대한 비상적 대응 자체가 노동 강도를 높이고 방역이라는 새로운 임무는 그를 더한다. 방역 인력을 확충하고 불필요한 일을 최대한 감축해야 안정성과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조건들은 단지 고려가 필요한 작은 변화들이 아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르게 학교를 운영해야할 근본적 조건들이다. 이러한 조건들이 교육과정 운영에서 갖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물리적/시간적/활동방식의 제약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적고’, 같은 일을 하더라도 훨씬 많은 노력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다음의 사실을 결론으로 이끈다. 팬데믹 시기에는 학교교육이 수행해야할 가장 본질적이고 핵심적인 과제에 집중해서 그것만큼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팬데믹 시기 비상 체제로서 핵심교육과정을 운영하자는 의미가 그것이다.

 

*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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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의 임무가 상반기와 같이 형식적 과제들을 기계적으로 완수하는데 있어서는 안된다.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의 임무는 해당 학기 교육과정의 기본 또는 핵심 목표에 초점을 맞춰 그것을 이루는데 두어져야 한다. 과제 및 목표 설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내용적 중요성과 교육과정 수행의 연속성 확보에 두어진다. 교육과정의 기본/핵심 목표는 학년, 학기, 교과별로 연계되어 있다. 때문에 교과 및 활동에서 기본/핵심 목표가 제대로 달성되지 않는다면 다음 학기, 다음 학년 교육과정의 수행이 매우 어려워진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일과적인 것, 양적으로 부족한 것은 나중에 채울 수 있지만 교육과정 연계의 기초가 되는 핵심적 내용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은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것을 추리고 보전하는 과정이고 교육의 연속성을 확보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3)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의 운영 원칙과 방향

 

여기서 팬데믹 시기 학교와 교육과정 운영 방안을 상세하게 다루기는 어렵다. 몇 가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운영 원칙과 방향을 제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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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등교보다 안전이 우선이며, 등교 수업은 제대로 진행되어야 한다. 가장 먼저 확립되어야 할 문제는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한다는 점이다. 학습은 좀 늦추어져도 되지만 안전은 유보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두 가치가 부딪칠 경우 우리는 안전이 먼저라는 원칙을 택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1주일에 하루와 같은 위험한 등교는 교육적 실익도 없다. 그리고 등교가 가능하다고 판단되어 등교 수업이 이루어질 경우에는 제대로 된 대면 교수-학습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 학교교육과정은 대면 교수-학습을 기본으로 수행하고, 학교 폐쇄 시에는 원격시스템 등을 활용한 학습지원체제를 운영한다. 진도는 등교시 대면 교육으로 진행하고, 온라인 개학은 예습, 복습과 자율학습 지원 개념으로 설정하자는 것이다. 원격 학습은 학교 폐쇄 상황에서 그나마 무엇인가 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기는 하지만 수업 불참 현상 확산, 학습 효과 저하, 격차 확대의 문제를 지님으로써 정상적인 학교교육 수행 수단으로서는 기본적 한계를 지닌다. 가장 중심적인 교육활동은 기본적으로 대면 교육을 통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적 결손과 격차를 가장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학교 폐쇄 시 진행되는 원격 학습은 학습 지원 체제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원격 학습을 통해 예습, 복습과 다양한 학습지원 활동을 전개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팬데믹 시기 대면 교육과 원격 학습은 상호보완적으로 결합될 수 있다.

 

셋째, 안전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등교수업은 최대한 안전하면서도 대면 교수-학습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안전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안전성 확보를 위한 거리두기와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면성은 상충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면적 교수-학습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라도 안정성이 최대한 확보되어야 한다. 상반기 등교수업의 문제는 안정성이 불충분하여 대면적 교수-학습의 지속성을 마련하기 어려웠다는데 있다. 이 때문에 무늬만 등교 상황을 벗어나기 어려웠고 대면 교수-학습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정한 시사점을 주는데, ‘번갈아등교 수업을 하는 기간 중 학교에서의 집단 감염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는 점이다. 이는 분반 등 학습집단 규모를 줄여 운영한다면 번갈아 등교대신 어느 정도 안전한 지속적 등교가 가능함을 의미한다. 동 시간대 학생 규모는 번갈아 등교와 같기 때문이다.

 

넷째, 필수적이고 핵심적인 목표와 내용 중심의 핵심교육과정을 운영한다. 핵심교육과정은 핵심적이고 필수적인 발달적 교육 목표를 보전, 도모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한국의 교육과정은 많은 양과 난이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줄일 수 있는 여지가 제법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과정 재구성과 운영에 대한 학교 및 교사 자율성 확대가 필요하다. 핵심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은 팬데믹 시기 학교교육과정을 실효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일 뿐 아니라 이후 교육과정 개편을 위한 실천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될 것이다. 한편 교육과정 구성과 관련 팬데믹 상황 자체가 매우 중요한 교육 자료, 내용, 계기로 설정될 수 있다. 팬데믹 상황은 생생한 문화역사적 조건이자 자료이다. 팬데믹 상황에 대한 이해부터 생태, 사회적 연대, 안전과 삶의 질, 새로운 사회변화 등 다양한 내용과 가치를 접목할 수 있다. 교과별로도 내용적 구성이 가능하고 주제 학습도 도모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팬데믹 시기 학기, 학사 일정을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팬데믹 시기 학교운영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학기, 학사 일정 문제이다. 평소 학기 시작일과 종료일은 정해져 있다. 그러나 비상 시기인 팬데믹 상황 속에서 이를 기계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 평소의 속도와 일정으로 학기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육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는데, 정해진 기간에 맞추어 학기를 종료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학기 종료의 기준은 해당 학기 핵심적 교육목표 달성을 위한 실제적 과정의 진행 여부, 이후 교육과정과의 실제적 연계 여부가 되어야 하며 그에 따라 상황에 맞게 탄력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사회 전체가 멈추기도 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정해진 시기에 반드시 학기가 종료되어야 할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여섯째, 이 시기 활동과 평가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별도의 선발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 팬데믹 시기 평가는 활동 및 교과에서 해당 학기 기본/핵심 목표 달성 여부에 집중되어야 하며 또한 자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 매우 중요한 점이 이 시기 활동과 평가가 입시 자료 구성에 종속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입시자료로 활용된다고 할 경우 형식화된 평가 항목과 기준이 내용적 본질을 침해, 지배할 수밖에 없고 2020년 상반기와 같은 본말전도 현상이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자료를 구성하고 활용하는 것 자체가 쉽지도, 타당하지도 않다. 이 시기 활동 및 평가 자료들은 평소와는 전혀 다른 조건과 과정 속에서 구성된 것이다. 따라서 학습 시기가 다른 집단과 비교할 수 없다. 무엇보다 여러 제약으로 인해 활동 자체를 의미있게 진행하기 어려워 자료 구성 자체가 쉽지 않다. 따라서 팬데믹 시기에 맞는 별도의 선발 방식이 마련되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서열적 입시 자체가 폐지되어야 하지만 과도기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팬데믹 상황을 감안한 별도의 선발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4) 학교 재 폐쇄 시 : 수능 및 대입 일정 연기, 가을 학기제 도입 검토

 

코로나 2차 유행으로 학교를 다시 폐쇄해야 할 상황이 닥칠 경우 기존의 운영 방식과 일정을 고수하는 것은 교육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타당하지 않다. 상반기 상황만으로도 큰 문제인데 2학기에도 다시 학교를 폐쇄하게 될 경우 2020학년은 1년 전체가 교육적 공백과 파행으로 점철되는 것이다. 또한 입시의 공정성, 자료의 정당성 문제가 더 심각해지며 심지어 입시 자료의 산출 가능성마저 문제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2차 유행과 수능 일정이 겹치는 상황이라면 시험 자체를 치르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학사, 학기 일정, 입시 일정을 전면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렇게 될 경우 가을 학기제 도입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2020학년도 전체의 결손과 공백을 보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참에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어 온 학기 전환 필요성과도 결합할 수 있다.

 

 

2. 코로나19 이후 교육

 

1) 변화의 불가피성

 

교육 변화의 필요성은 코로나 이전부터 있어 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교육적 과제를 제기하는 한편 변화의 조건들을 확대함으로써 이후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대에 뒤떨어진 기존의 입시교육체제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문제점이 제기되어 왔는데 이번 코로나 사태 속에서 지금의 입시체제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지속 가능성의 한계까지 보이고 있다. 또한 코로나 사태는 감염병에 매우 취약한 학교현실을 드러냄으로써 안전한 학교체제 구축이라는 과제를 새롭게 제기한다. 한편 온라인 수업 경험은 대면 교육의 가치와 의의를 확인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대면 교육의 중심성을 지키면서 디지털 기술 활용으로 교육 활동 전체를 더 풍부하게 하는 것도 하나의 과제이다. 또한, 사회 전체 차원에서도 코로나 이후 커다란 변화와 새로운 과제들이 제기되는데, 이와 접목할 필요성이 있다.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 변화의 불가피성, 필요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변화의 방향이다. 이미 변화 방향을 둘러싼 대립과 쟁점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있다. 가장 주요한 대립은 입시냐/발달이냐원격/대면 교육문제라 생각된다.

 

2) 입시 교육에서 발달 교육으로

 

(1) 입시체제 해체는 불가피

감염병 사태에도 유연한 조정과 대처가 불가능했던 핵심 원인은 입시였다. 이 와중에 생기부에 기록할 평가 자료를 산출하기 위해 억지로 여러 가지를 형식적으로 진행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학교교육의 공백기에도 사교육시장은 활발히 돌아갔으며 계층 간의 사교육 격차는 이전보다 더 벌어졌을 것으로 예상이 된다. 그 동안의 양극화와는 다른 차원의 교육양극화 구조가 만들어질 위험성을 확인했다. 한편 코로나 상황 속에서 산출되는 입시자료는 정당성이 의문시되고 있으며 수능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코로나 2차 유행 시기와 수능 시기가 맞물릴 경우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르는 것 자체가 문제될 수도 있다. 이래저래 기존의 입시체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대학서열구조 폐기와 입시 폐지와 함께 교육평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물론 학교내 평가는 입시변화 없이는 불가능하다. 절대평가로의 전환, 일제식 정기고사 폐지, 교사별 평가체제 정립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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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모든 아동, 청소년의 전면적 발달을 도모하는 공교육의 확립으로

입시체제를 해체하는 과정은 모든 아동, 청소년의 전면적 발달을 도모하는 발달 중심 교육을 정립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발달 중심 교육은 학교의 핵심 기능이 상급학교 선발과 경쟁에 의한 사회적 지위 부여가 아니라 이 사회의 주체가 되는 구성원들의 전면적 발달을 돕고 지원하는 것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발달 중심 교육은 교육적 본질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문제일 뿐 아니라 사회변화에 따른 시대적 요청과도 맞닿아 있다. 첫째, 저출생/고령화 시대는 모든 개개인의 가치가 소중한 사회가 됨을 의미한다. 따라서 경쟁과 선발을 통해 일부를 취하고 나머지는 낙오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최대한 모든 구성원의 잠재적 능력을 키우는 것이 사회적 역량을 최대화하는 교육체제여야 한다. 또한 생애 길이가 확장되는 상황에서 교육연한 또한 확대되고 생애교육의 차원으로 발전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미 대중화된 대학교육을 공교육의 범주로 확장할 필요가 있고 생애 내내 교육기회를 가질 수 있는 시스템 구축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둘째, 인지자동화 시대는 정보와 기술의 빠른 변화를 의미하여 이러한 변화에 주체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보편적이고 유연하며 창조적인 역량을 필요로 한다. 이를 위해 학교교육이 보편적 발달 과제를 더욱 충실하게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발달 중심 교육은 이러한 시대 변화와도 결합된다. 셋째, 코로나 사태는 생태, 안전, 평화, 연대의 가치와 과제를 새롭게 강화시키고 있다. 발달 중심 교육은 이러한 시대적 가치와 과제와 결합하면서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

 

3) 안전한 학교, 질 높은 교육

 

코로나 사태는 감염병 사태에 취약한 학교 환경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여러 사회조직 중 학교는 가장 취약한 공간 중의 하나였고 이 때문에 학교는 다른 사회조직들보다 더 늦게 열어야 했으며 등교 개학 이후로도 1주일에 하루, 격주 간격 등으로 번갈아 등교를 해야 했다. 이 같은 경험은 학교를 가장 안전한 곳으로 만들어야 앞으로 감염병 사태가 재발하더라도 교육활동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 안전한 학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학습집단 규모의 축소가 필요하다. ‘과밀학급’, ‘거대학교는 이전에 비해 완화되었지만 안전한 교육의 조건에는 매우 미흡하다. 영국의 경우 코로나 시기 학급당 규모를 15명 이하로 운영하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한국의 경우도 교실 크기에 비추어 볼 때 학급 규모를 15명 이하로 할 경우 어느 정도 거리 두기가 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학급당 학생수와 학교규모의 문제는 안전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그 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질 높은 교육의 조건이기도 하다. 교사는 집단 속에서 개별 교육을 결합하는 것이 용이해 지고 상호작용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 기회에 위생의 문제에서 안전한 학교로의 변모만이 아니라 교육적 관계에서도 긍정적 변화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편 학교의 공동체성 강화 문제도 제기된다. 학교에는 그동안 스포츠클럽, 자유학기, 방과후 교육, 수준별 수업 등 비정상적 교육과정 정책에서 발생하는 비정규인력이 많아져 왔다. 그런데 비정규직 학교노동자는 학생들의 안전 및 학습 관리를 나누기 어려워 정작 인력이 많이 필요한 비상시기에 대처할 수 없는 고용 구조임이 드러났다. 코로나19와 같은 비상상황은 물론 평상시 학교의 안전성의 측면에서도 학교를 구성하는 노동자 전반의 정규직화가 필요하다.

이처럼 보다 나은 교육과 사회를 위해 제기되어 온 교육환경 개선, 노동권 강화 과제가 안전한 학교 구축을 위한 과제와 다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 지형변화는 교육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저출생 추세 속에서 조금만 교사를 더 확충하고 고용구조를 개선해 나간다면 충분히 학급당 인원수를 감축하고 작은 학교를 지향하면서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4) 더하여

 

* 인지자동화와 교육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인지자동화 기술 도입의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폭도 넓어질 것이다. 인지자동화와 같은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지고 퍼져나가는 시대에 교육의 역할과 새로운 기술의 교육에서의 위치와 활용에 대해 진보진영의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 인지자동화 기술까지 가지 않더라도 온라인 수업과정에서 많은 교사들은 여러 기술과 온라인 비대면 접촉을 경험하였고 이후 등교가 재개되어도 일부에 대해서는 활용 가능성이 확대될 것이라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교육의 대면적 본질과 가치는 지켜져야 한다는 점이다. 원격 기술이 교육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것인지 아니면 교육적 본질을 훼손하면서 학교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것이 될지를 가르는 기준은 교과교육 이수 수단여부에 있다고 생각된다. 원격 기술이 지금까지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웠던 공간, 분야를 개척하는 것일 때는 교육을 더 풍부하게 하는 것이 되지만 대면 교육이 필요하고 가능한 것을 대체하는 수단이 될 때는 질을 떨어뜨리고 교육 격차를 확대하는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원격/대면의 문제는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주요한 쟁점 중의 하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며 교육의 대면적 본질을 지키면서 활용 수단으로 원격 기술을 올바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은 발달 중심 교육을 정립하는 과정의 하나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

사회적 돌봄 시스템 구축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된다. 돌봄 기능을 오롯이 개별 양육자에게만 떠맡기지 말고 사회적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것은 돌봄을 통해 어떤 가치를 그 사회가 추구하는 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영유아기를 중요한 발달의 시기로 보고 발달 시기에 맞는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유아 뿐만 아니라 아동, 청소년에 대한 돌봄의 필요성도 커지는 상황에서 영유아에서 청소년에 이르는 전반적인 돌봄시스템을 사회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요청된다. 이 문제 역시 코로나19 이전부터 상존해 있던 문제이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돌봄 문제 역시 과제로 제기되면서 제대로 된 시스템이 구축되는 것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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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 특집1-4] 지속가능한 대면수업을 위한 교원수급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file 진보교육 2020.08.17 89
1299 [만평] 난중일기 8화 file 진보교육 2020.08.17 52
1298 특집2-1] 팬데믹 초등교육과정 제안 file 진보교육 2020.08.17 83
1297 특집2-2> 팬데믹 시기, 중학교 교육과정 재구성 file 진보교육 2020.08.17 76
1296 특집2-3] 감염병 대유행 시기, 고등학교 비상 교육과정 운영 file 진보교육 2020.08.17 65
1295 번역> 행동심리학의 문제로서 의식 file 진보교육 2020.08.17 7509
1294 담론과 문화> 파멸의 질주를 멈춘 소녀, 나우시카의 후예들 file 진보교육 2020.08.17 111
1293 담론과 문화> 코로나로 인한 동물전시산업의 쇠퇴와 동물인권에 대한 단상 file 진보교육 2020.08.17 55
1292 담론과 문화> 미숙한 아이들의 <인간 수업> file 진보교육 2020.08.17 94
1291 담론과 문화> 디지털 성폭력과 청소년 성교육 file 진보교육 2020.08.17 176
1290 담론과 문화> 예의와 윤리 file 진보교육 2020.08.17 59
1289 담론과 문화> 코로나 교단일기 file 진보교육 2020.08.17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