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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멀고도  당신, . .

 

한송(진보교육연구소 회원)

 

한국에서부터  쓰던 노트북이 고장이 났다. 미국 오기 직전에  것이라 고작 3 조금 지났는데, 완전 먹통이 되어버려서 복원 시도조차 실패하고 말았다. 그간 종종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갑자기 블루 스크린으로 넘어가 그동안 작업 했던 파일들을 잃어버린 적이 최근 왕왕 있었으니 이렇게 노트북이 망가지는  시간 문제였나 싶다. 서울  ,  근처에 있던 노트북 수리센터가 너무나 간절한 순간이다. (다행히, 지금  순간, 이민자 영어 가르치는 곳에서 작업용으로 배부해준 노트북이 있어, 급하게 한글을 깔고, 마이크로 소프트 오피스 워드 프로그램을 열어 원고 작성 . ㅠㅠ, 원고가 마무리되는 대로 서비스센터가 있는지 알아봐야겠지만, 과연 한국에서 샀던 것이 수리가 될는지 암울하다.)

 

해외생활의 불편함이 다시 한번  치고 들어오는 순간이다.

크고 작은 불편함이야 어디서 살든, 누구에게나 생기게 마련이지만, 이방인으로서 미국에서의 삶에 가장  불편함은, 아마도 병원 이용이 아닐까 한다. 의료서비스 이용시 의료진은 필요한 경우 통역을 제공해야 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일단 가장  불편함은 언어일 것이다. 언어의 불편함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이 바로 미국의 복잡한 의료보험 제도라 단언한다. 일단 용어 자체가 너무 어렵다. 한국어로 열심히 번역을  봐도, 어렵다. 한국의 민간보험을  , 실비 보험이나,  보험 , 아무리 약관을 읽어봐도 이해가  되는 , 이것보다 수천배는  복잡한  미국제도를, 영어로, 생소한 단어들로 이루어진 조건들을 파악한다는  자체가 나에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식코(Sicko) 통해 미국 의료보험의 폐해를 배운  있어서  어렵고,  두려운 듯하다. 특히나   필라델피아는, 매년 미국 병원 랭킹 10위안에 드는 Penn Medicine 유펜 대학병원(Hospital of University of Pennsylvania, HUP) 함께하는 거대한 병원 집합체가 있고, Thomas Jefferson University Hospital, Temple University Hospital, Hahnemann University Hospital, 그리고 미국 어린이 병원 1위에 빛나는 The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CHOP)  내노라하는 병원들이 도시 여기저기에 가득하다. 그럼에도 그림의 떡처럼, 병원 문턱을 넘는 일이 생각만큼 만만치 않은 것이다.

 

<Penn Medicine>

<The children’s Hospital of Philadelphia>

 

그렇지 않아도, 지난주에  년에   Preventive care라고 건강보험 플랜에서 100% 커버해주는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었다. 건강보험회사가 여러 개이고, 보험플랜도 수천 개라 어떤 병원의 어떤 의사가  보험플랜의 네트워크인지 확인해야 하고, 의료보험의 종류에 따라 의사를 만나러 가는 과정이 조금씩 달라서 그것도 확인해야 하는  일이다. 미국 의료보험은 정말이지 비즈니스다. 의료보험의 이익은 모두 의료보험회사가 가져가고 환자들에게는, 미국인들조차 100% 이해할  없는 용어와 조건들로 만들어진 퍼즐인 듯하다.

그래도, 다달이 비싼 보험료를 내니, 아픈 곳은 없어도, 100% 보장해주는 정기 검진은 빠지지 않고 받아야겠다는 생각에, 일단  보험 플랜이 어떤 형태인지 먼저 파악하기로 한다. 1) 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HMO) 2) Preferred Provider Organization(PPO) 3) Exclusive Provider Organization(EPO) 등등.

남편 직장을 통해 민영 의료보험에 가입 중인 나는 작년에는 HMO 플랜이었다. 주치의를 선정하고, 전문 과목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주치의의 의뢰서(referral) 받아서 전문의에게 가야 한다.  전문의 역시 반드시 보험사와 계약된 의사(in-network) 중에 찾아가야 한다. 작년에 정기 검진을 받기 위해, 주치의를 알아보는데, 의료보험 회사에서 피보험자들을 위해 만들어놓은 웹사이트에서 지역을 입력하고, 네트워크 안에 있는 주치의들을 검색하고, 이왕이면 한국어를 하는 의사였으면 좋겠다는 검색어를 입력했더니 필라델피아 외곽에 있는 집에서 30 정도 운전해서   있는 작은 동네의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떴다. 다시  의사가 새로운 환자를 받는지, 아닌지 다시 확인한  새로운 환자를 받는다는 검색 결과가 뜨면, 의사 사무실로 전화를 한다. 전화로 서로에게 맞는 날짜와 시간을 정하고, (대개 2주에서   정도 걸리는 ) 드디어, 검진을 받으러 간다.

 


 작은 동네가 필라델피아 교외에 있는 곳이라 일단, 깔끔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한국어를 한다는 의사는 재미교포 2세로, 한국어를 띄엄띄엄 하는 수준이라 의료용어와 설명은 모두 영어로 진행이  수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병원 그룹 같은 곳이라, 시설도  현대식이라 뭐랄까 안심(?) 되었다. 뉴스를 보면, 미국은 약값이나 의료기기 이용료, 의료진 봉급, 행정비용  거의 모든  훨씬 비싸고 비효율적인데다 불필요한 의료기기 사용이나 촬영, 수술 등이 많다고 하지만, 내가 체감하는 미국에서의 진료는 생각보다 아날로그식이 많다. 흔히 병원에 가면 먼저 하는 키와 몸무게, 체온과 맥박 체크할 때도, 디지털 저울을 이용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추를 달아 몸무게를 재기도 하고, 체온은 온도계를    밑에 직접 넣어 재고, 맥박도 간호사가 직접  펌프질을 해서 재기도 한다. 정기 검진 또한 100% 의사의 문진과 청진기와 손바닥으로만 체크하고 끝이 난다. 그리고 피검사로 당뇨, 콜레스테롤, 갑상선 수치 등을 확인한다. 피검사도 운이 좋으면 병원 내에 있는 채혈실을 이용할  있지만, 병원 내에  시설이 없는 경우엔 가까운  LabCorp 같은 곳을 찾아가야 한다. 정기검진이 백퍼 의사의 손길로만 이루어지는  의아한 나는 남편에게 첨단기계는 언제 쓰는가 물은 적이 있는데, 정기 검진 결과  정교한 검사가 필요할 경우라는 당연한 답을 들었다. HMO 주치의가 있으니, 이제  자주 방문   같아, 의사 방문 때마다 20달러씩 내는 환자부담금(co-pa) 포함된 플랜에 가입했었다.  요금폭탄이 무섭다는 응급실도 방문 때마다 150 달러co-pay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으나 다달이 내는 보험료가 비쌌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작년에 정기검진 외에 병원을 가지 않은 터라, 올해는 HMO말고 PPO라는 플랜을 가입하기로 했다.

PPO 보험사와 계약된 의사 in-network 뿐만 아니라 계약되지 않은 의사 out-network에게서도 진료를 받을  있다. 주치의를 선정할 필요도 없고, 주치의의 의뢰서도 필요 없다. 다만, out-network 의사를 보게  경우에는 in-network 의사에게서 진료를 받을 때보다 공제금(deductible), 환자 부담금(co-pay)등에 대해서  많은 비용을 내야   있다. 주치의를 정할 필요는 없으나, 어찌됐든 정기 검진하는 의사는 대개 내과, 가정의학과 의사들이라 의사 찾는 것은 주치의 찾는 거랑 다를 바가 없었다. 네트워크 안에 의사를 찾고, 의사 경력을 조회하고,  좋게 환자들의 리뷰와 별점이 있으면 어떤 의사인지 상상할  있어 의사 선택에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 있을 , 마음 편하게  근처 병원 잠깐 가서 진료보고 오는 것에 비하면 이것도 병원 문턱이 엄청 높은 느낌이다.

 

 

올해 우리가 선택한 의료보험 플랜은 작년에 비해 다달이 내는 보험료가 현저히 낮으나, 공제금(deductible) 엄청 높았다. Deductible 보험가입자가 연간 병원비에서 부담해야할 최소금액이라고 하는데, 내가 이해하는 말로는 병원비 지출을 이만큼 해야 이제 의료보험 혜택을 받을  있는 금액이다. 정기검진 같은 것은 대개 모든 의료보험이 100% 보장을  주지만,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일반 진료에 대해서는 공제금만큼 의료비 지출을 해야,  이후로 플랜에 명시된 환자  %부담, 보험  %부담 규정대로 지출을 하는 것이다. 물론 공제금 전에도 의료보험 회사가 병원측과 협의를 통해 병원비를 책정하기 때문에, 아예 의료보험이 없는  보다는 낫지만, 어찌됐든 공제금만큼 지출을 해야  이후 보험혜택을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 공제금을 6000달러로 책정해 놨다면, 내가 의료비로 6000달러를 지출하기 전까지는 의료보험 혜택을 본다고 말할  없는  같다. 그럼에도 부지런히(?) 병원을 다녀서  공제금을 채웠다 하더라도, 일년이 지나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이다. 그래서 High Deductible이라 함은, 병원에  가고   있다는 건강을 자부하는 사람들이나, 웬만하면 병원을  가리라 작정하는 사람들, 다달이 지출되는 의료보험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선택하는 플랜인  같다. 웬만한  아니면, 대개 사람들은 약국에서 처방전 필요 없는 약으로 버티던지, 아니면 urgent care라고 동네 의원 같은 곳인데, 응급실처럼 예약 없이도 바로 이용이 가능하고, 자잘한 병치례에 처방전을 받거나, 간단한 처치가 필요한 경우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도 의료보험 네트워크이면, 대략 100 달러 안에서 해결이 되는  같다.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의료보험은 그냥 일반 병원 의료이고, 치과와 안과 의료보험은 따로 가입해야 한다. 이것도 직장을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치과와 안과 보험은 일반 의료보험에 비하면 생각보다 그리 비싸지는 않다. 이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아프면 자가치료를 많이 하고, (약국에 파는 다양한 치과 치료도구들), 약으로 버티거나. 그래서인지,  곳은 의외로 치아 상태가 부실하고, 치아가 빠져있는 상태로 지내는 사람들을 은근히 많이 본다. 우리 엄마의  미국 방문  질문이 이거였다.  사람들 앞니가  빠져있는데도 치료를  하고 있을까…  

그럼에도   가지, 미국 의료보험의 장점 하나를 굳이 고른다면, Out of Pocket Maximum 이라고 1 동안 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모든 병원비의 최대 한도액이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중대한 병에 걸리고, 엄청난 치료를 받아도  년간 지불하는 최대치인 Out of pocket 금액까지만 지불하면 된다. 초과금액은 전부 보험사에서 부담하는 거라, 일단, 의료보험이 있어 out of pocket 금액까지만  형편이 된다면 가정의 경제파탄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있다는 것이다. 의료보험이 있다면. 그러나 반대로 의료보험이 없는 수많은 사람들은, 가족  누군가 병에 걸리면,  그대로 신용불량자로 거리에  앉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나마 오바마 케어로 의무적으로 의료보험에 들도록 했으나, 이마저도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자꾸 흔들고 있으니 걱정이다. 수많은 미국인이 Universal healthcare(전국민 의료보장) 원하고, 내년 미국 대선 후보로 나온 민주당 후보들도 각기 다른 결의 전국민 의료보장을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순간도, 누군가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비현실적이라고, 그러기에 너무 멀리 왔다, 국가 부담이 너무 크다 등의 이유로, 누군가는 국가가 개인인 국민에게 의료보험을 강제할 권리가 없다며, 의료보험의 계약과 해지는 전적으로 개인의 권리이고 자유라며 날을 세운다.

  가지 다행인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통해 의료보험을 가입하는 터라, (물론 풀타임 직장인에 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은 파트타임은  혜택조차 없다)  곳에서 해고는 의료보험 해지와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를 보완하는 제도가 이미 1986년에 미의회를 통과했었다는 사실이다. 남편 친구가 직장에서 해고가 되면서, 나는  친구의 의료보험이 생각보다 많이 걱정이 되었다. 오히려 당사자인  친구는 6개월간 실업급여를 받으며 천천히 구직활동에 나설 거라고 하면서, 의료보험을 묻는 내게 COBRA 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이것은 COBRA(Consolidated Omnibus Budget Reconciliation Act) 규정된 직장의료보험적용연장(Continuation Coverage) 제도(이하 COBRA 직장의료보험적용연장제도)이다. COBRA 따르면, 주어진 조건에 따라 18개월에서 36개월까지 의료보험이 연장된다.  직장을 구하기 전까지 다행히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있는 것이다.  

 지난주에 새로운 보험 플랜을 가지고 정기 검진을 받았다. 내과 검진과 부인과 검진. 물론, 같은 의사였지만, 각각 다른 날짜를 지정해서  번을 내원했다. 검진은 예상했듯 의사의 질문과 손바닥 검진으로 끝났고, 필라델피아 시내에 있는 나름  병원이라 채혈실은 건물 안에 있었으나, 사람이 많아 채혈실  대기실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고, 나는 당연히 한국에서 그랬듯, 채혈실 간호사들이 컴퓨터로 넘어온 정보를 가지고 안내를 하겠거니 하고 기다리고 있던 , 채혈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가, 다음은 누구실까요? 라고 오히려 환자들에게 되물어서, 환자들끼리 서로 얼굴만 바라보고, 도대체 누가 먼저 와서 앉아있었지? 하는 침묵의  초가 지나고, 간호사 가장 가까이 앉아있던 내게, 그럼 그냥 니가 들어올래? 하는 통에 멋쩍게 채혈실 입장을 했다. 그리고는 소변검사 안내를 받았다. 환자가 직접 화장실에 비치되어있는 플라스틱통에 네임펜으로 이름을 작성한  소변을 채취하여 검사실 선반에 두고 가라는 짧은 안내. 그리고 일주일  전화통화로 모든  정상이라는 말로 검진이 종료되었다. 자세한 수치 결과는 어떻게 확인하냐는 질문에서야, 원하는 경우에 이메일이나 프린트물로 받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하나 있다. 혹시 의문의 청구서가 날아올지 모를 일이다. 정기 검진은 100% 보험이 커버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검진 중간 중간, 의사가  검사도  볼래? 라고 당연하게 물어보고, 그게 정기 검진 항목 이상의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아니라서  보험 커버가 되는지 물어본다고 해도 놓치는 것이 있을  있는 것이다.

사실,   전남편이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의사 질문 중에 혹시 복용하는 약이나 앓고 있던 병이 있느냐는 질문에 상세히 이야기를 했고, 이것은 의사가 환자의 병력을 알아야 한다는 합리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 168달러가 청구가 되었다. 이유는, 의사와 정기 검진  나눈 대화의 의사기록이 병원의 Billing office 넘어가면서 모든 내용에 일종의 코드 번호를 매기는데   정기 검진의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코드가 들어가면서 청구가  것이다. 너무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라 의문을 제기했으나 다시 보험회사와 병원 측의 검토 결과, 자기네들은 보험플랜에 따라, 모든 항목을 절차에 따라 처리했으며, 의사 기록의 항목에 붙은 코드 또한 적법한 과정에 의한 것으로 이것은 일반 검진의 항목으로 병원비를 청구한다고 답변이 왔고, 돈은 빠져나갔다. 남편이 급하게  처방전이 필요하여 진료를 예약하려던  담당 의사 스케줄이    달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 급하게 다른 의사를 찾던 , 이틀  화상진료로 처방전을 발급해  의사를 찾았다. In-network 의사라 다행이었지만, 10~15 화상진료  300달러가 넘는 청구서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미국의 보건 비용 지출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20%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 평균치의  배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미 천문학적인 의료비용을 치르고 있는 마당에, 전국민 의료보험을 만든다는 상상만으로도   요금폭탄을 지출하게  것이라는 두려움은 진정… (나는 의료전문가도, 보험전문가도 아니지만)  시장의  손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근에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의료보험 공약을 지켜보는 것과 시민들의 반응도 흥미롭다.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곳에선 비현실적이고, 이상적인 아이디어로 호도되는 것인가. 가끔, 한국에는 Universal Healthcare 있어, 라는  문장이 얼마나 자랑스러운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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