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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 페미예요!”

크리스탈(연구소회원)

 

 학교를 옮겼다. 운동장에 등나무와  나무탁자와 의자가 있고, 오래된 건물이라 고즈넉하고 정감이 느껴졌다.  눈에 반했다. 게다가 요즘 같지 않게 아이들이 복도  끝에서 쪼로록 달려와 “선생님, 귀여워요~” 하면서 와락 안겼다. 여기서 교직을 마무리하게 되어서 행복했다.

  수업이었다. 남자아이 둘이 ‘  빙신년아하면서 지들끼리 말싸움을 하길래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추호도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선량한 차별주의자들에게 방금 자신들이 사용한 언어가 주류의 언어이며 ‘장애인 ‘여성 대한 차별을 일상화하고 있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 나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웃자고 했는데 죽자고 덤벼든다는 듯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호되게 나무랬다. 일장연설을 하는데 뒤에 있는  녀석이 실실 쪼개면서 ‘개잼개잼하길래 뒤로 가서 서있으라고 했더니 사물함 위에 갈지자로  눕는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어 교무실로 데리고 가서 담임에게 상황을 설명하는데 갑자기  아이가 나에게 손가락질을 하면서 다른 교사들을 향해 외쳤다. “ 사람, 페미예요!”

 

 규모가 작은 학교다보니 나에게 낙인된 ‘페미라는 주홍글씨는 아이들 사이를 비집고 각자의 인식과 믿고 싶은 만큼의 신념을 보태고 보태서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첨에는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다. 뭔지 모를 싸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별스럽지 않는 것에 반항하는 남자 아이들이 게릴라처럼 튀어 나왔다. 한번은 공부  한다는 어떤 녀석이 “여자는 일도  하는데 남녀의 월급을 똑같이 달라고 하는 것은 억지 아니예요? 무노동 무임금 이잖아요?”라며 따져 물었다. 적절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교정을 하면 수업시간에 수업은 안하고 야단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면서 교장에게 고자질(?) 하거나, “영어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너무 힘들게 한다.”면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위클래스에 상담이 들어왔다고 교감이 면담을 요청하는 상황까지 왔다. 여성 혐오라는 고약한 전염병이 나에 대한 거부반응으로 변이되어 배제와 폭력성을 동반하면서 텃세를 부리며 진화하고 있었다.  와중에 교실에 비치된 페미니즘 관련 서적들이   없어지기도 했다. “마녀사냥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까지 들었다. 교직에 있으면서   번도 아이들과 적대적 관계를 형성한 적이 없다보니 이런 상황이 견딜  없이 괴로웠다. 당장 학교를 때려치울까 하는 마음이 하루에도 수십  불뚝불뚝 일어났다. 하지만 35 교직 인생을 순식간에 흑역사로 도배하면서 학교를 떠날 수는 없다고 나를 다독였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이동한다니까 교장들이 무리하게 방어하는 바람에 교육청 점거까지 하고 업무 분장하는  학교에  터라 교사들도 나에 대한 선입견이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이들이 담임이나 다른 교사에게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털어놓았을 , 우호적이지 않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일탈적인 행동이 발생하면 직접 교사들에게 알리면서 교육권 침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무엇보다 교장, 교감에게 교육권 침해에 대해 단호하고 일관된 태도를 보여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유독  학교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리저리 학교를 둘러보았다. 인터넷상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젠더전쟁 현실로 소환되는  학교만의 특수한 환경이 있다면 제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참에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요소들도 한꺼번에 손을 봐야겠다싶어  가지 눈에 띄는 것만 챙겨서 교직원토론회를 요청했다. 남녀 구분 없이 가나다 순서대로 되어있지 않고 남학생 여학생을 따로 구분해서 일련번호를 매긴 명렬표, 축구동아리에 남학생에 한하여 신청 자격이 주어지는 , 담배에 무슨 남녀 구분이 있다고 ‘남학생이 담배를 피면’, ‘여학생이 담배를 피면으로 시작되는 남학생, 여학생 용이 따로 있는 금연 입간판, 남녀를 따로 나누어 점심을 먹는 교내 식당, 교복에 착용된 고정형 명찰까지 사소하지만 가랑비에  젖듯이 스며드는 젠데 구별 짓기에 대해 전반적인 시정을 요구했다. 당장 없앨  있는 것은 없애고, 내년부터 시정할 것은 시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는 젠더와 관련된 내용이 나오면 여성과 남성을 양분하는 젠더의 차이보다는 동성 내의 계층  문화 자본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풀어서 설명해 주었다. 여성이 여성으로 통칭되는 것이 아니며 남성이 남성으로 통칭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안에 있는 수많은 여성과 남성 안에 수많은 남성이 있다는 것과 양성 외에도 미니멀 섹스와 인터섹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사람을 구분하는 수많은 카테고리(호모카테고리쿠스) 대해 기회가 있을  마다 강조했다. 그래서 남자남자남자, 여자여자여자가 아니라 사람사람사람으로 사람을 봐야한다고. 물론, 아직까지는 ‘함께보다는 ‘차별 이야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불필요한 담론을 마무리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최근, <시사IN> 한국리서치가 2019 3월부터 ‘20 남자 현상 대한 원인과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차례의 기사를 엮어냈다.  번째가 기획동기와 ‘20 남자 현상 무엇인지,  번째는 현상이 어떻게 작용했는지,  번째는  이런 현상이 발생했는지를 분석했다.

 

 미리 결론을 말하면, ‘20 남자 현상 ‘남성이 차별 받는다 생각하는 25.9% 공고한 남성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이 탄생했으며, 이들은 젠더와 권력(법집행, 여성할당제 ) 만나는 지점에서 단호하고 일관된 적대감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반페미니즘 전사 탄생이다.

   설명을 덧붙이면, ‘반페미니즘의 전사들 설문에서 무엇을 물어도 페미니즘에 대해 냉혹하다. 한국의 결혼제도나 가족을 꾸리는 것도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대답한다. 심지어 한국에서 여성의 소득이 낮은 이유가 성차별 때문이라는 사실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차별보다 남성차별이  심하다는 문항에 순도 100% 합의한다. 초중고 교육과정과 대학입시에서는 여성이  유능하다는  인정해도 업무능력 만큼은 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남성이 임금을  많이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반전은,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여성 지원과 보상 정책에는 64% 동의한다. 덮어놓고 여성혐오는 아니다. 공정을 깨뜨리는 요인이 내부와 외부, 어디에 귀착되느냐를 깐깐하게 따지는데  경계가 너무 인색하고 가혹하다. 노동시장은 공정하게 굴러가지만 국가권력이 개입하는 법집행이나 양성평등 정책은 엉망진창이라는 것이다. 권력개입에 대한 반감과 강한 피해의식을 나타냈다. 슬픈 것은 20 남자든 20 여자든 차등보상을  선호하고 공동의 프로젝트보다는 개인별 성과 평가를 선호한다는 것이다.

 조사결과를 접한 임동균 교수의 설명이 흥미롭다.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국들에서 이른바 밀레니얼 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정성과 약자보호다. 그런데 이게 공정성을 기성세대보다  강조한다기보다는 그거 말고 나머지 사회규범들, 암묵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던 규범들이 줄줄이 해체되어서 그렇다. 공정성 외의 나머지 가치 잣대가 전부 흩어지는 바람에 공정성 잣대 하나가 증폭된다.” 납작한 공정함! 맥락도 구조도 증발한 ‘팩트 폭행 찬사를 받으며 온라인 공간에서 끊임없이 복제된다는 것이다.

 

 통계 분석 중에  눈에  들어오는 부분이 있다. 바로 경쟁에 대한 설명이다. “공정성에 대한 집착과 사회가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결합하면 공정성에 대한 이상한 관념이 등장한다. 객관식 시험에 대한 강한 선호가 형성되는 것이다.  태도가 20 남자의 특징으로 검토되기도 했으나 이것은 세대·성별을 떠나 보편적인 현상이다. ‘객관식 채점이 아닌 평가자의 주관에 의한 평가는 신뢰하기 어렵다.’ 라는 문항에, 20 남자의 76.0% 동의했다“(전체평균은 83.2%).... ‘경쟁에서 이긴 사람이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은 당연하다.’ 라는 문항에 20 남자의 82.1% 동의했다(전체평균77.5%). ‘공정 ‘경쟁 차이를 만들지 않는다.   모든 세대 ·성별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치다. 그런데 경쟁 원리를 수용하는 성향이 높은 정체성 집단이, 경쟁을 활력소가 아니라 피로의 근원으로 보는 성향도 가장 높다. 이런 묘한 관계는 경쟁에 대한 설문 전반에서 비교적 일관되게 등장한다.

 이에 대한 분석에서는, 정치철학자 조지프 피시킨의 [병목사회]에서 ‘전사사회 인용한다. “원시부족 사회인 전사사회에서 좋은 직업은 전사뿐이다. 전사가 되어야만 부와 명예를 누릴  있다. 아이가 성인이 되는 해에 치르는 전사시험은 완벽하고 공정하다. 그렇다면  사회는 공정할까? 피시킨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경쟁은 과열되고, 자원은 낭비되고, 원하지 않는 경쟁에 내몰리는 아이들이 쏟아진다. 그럼에도 지원자들은 전사시험을 통과하는  집중하고, 시험의 가치를 기를 쓰고 긍정한다. 그게 유일한 통로라서다. (피시킨의 병목원리) 이런 ’중요한 시험 사회 구조적으로 공정할  없다. 그런데  시험을 거쳐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경쟁에 강하게 몰입하고 경쟁의 가치를 훼손하거나 우회하려드는 어떤 시도든 적대감을 드러낸다.”

 

결국은, ‘공정한 경쟁 훼손하는 시도로 페미니즘이 지목되고 정부가 부추겼다는 이야기다. ‘20 남자, 마이너리티의 탄생 ‘공정한 경쟁 낳은 결과란다.  시점에서 교육을, 학교를 다시 주목해야한다. ‘공정한 전사 시험 없듯이 ‘공정한 입시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착시현상이다. 그런데 공정하게 한다고 꼴갑을 떨면서 학부모를 동반하여 시험감독을 하고, 볼썽사납게 책상을 돌려놓고 시험을 치질 않나, 시험감독 싸인을 정자로 써라, 채점 동그라미를 노랑색, 파랑색, 보라색 순서대로 해라. 웃기고 자빠졌다. 자빠졌어. 지겹다.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다시 페미니즘으로 돌아오자.

20 마이너리티의 탄생? SNS에서는 새삼스런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우리만 몰랐던 공공연한 사실이다. 20 반페미니즘 전사보다  심각한 것이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10대들이다. 학업이 떨어지거나 사고를 칠까 두려워 이성교제는 애당초 거세되었고  때는 정해져 있다. 학교와 학원을 마친 아이들이 쉼이 없이 올인하는 곳은 바로 SNS이다. 경쟁에서 소외되고 억눌린 자아들은 인터넷이라는 가면 속에 안전하게 얼굴을 가리고 각자의 영역으로 들어가 타인을 향해 총을 난사하면서 인정요구를 충족시킨다. 최격전지는 당연히 젠더이다. ‘남성은 일베 vs. 여성은 메갈리아  워마드' 양분되어 피를 뚝뚝 흘리면서 전쟁을 치른다. 게임은 안전할까? 게임은 여학생보다 남학생들이  선호하는 영역이다(시험이 끝나면 대체로 여학생들은 노래방, 남학생들은 게임방으로 향한다). 게임이나 유튜브의 내용이 공공연하게 여성을 대상화하며 하위 계층으로 설정해 놓으면서 혐오를 내재화하고 있다. 놀이를 통해 습득하는 것은 교육을 통해 습득하는 것보다 소구력이 강하다. 모든 게임이 여성을 부적절하게 묘사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그런 묘사가 다수를 차지한다. 아이들의 놀이문화 풍토가 이렇게 혐오덩어리인데  영혼이 제대로 성장하겠는가? 상황은 심각한데  정도와 깊이가 어떤지에 대한 기초자료나 분석 자료 하나 없다. 원인과 현상을 모르니 아직도 정시를 높이네, 수시를 높이네 하면서 정치놀음을 하고 계시다. 제발 아이들에 대한 객관적인 통계자료를 가지고 맥락 있는 대책을 마련하시라. 10 청소년, 그들은 대체 누구냐고요~~!!

 

 수준빨 낮은 남혐과 여혐 담론을 땡치고 아이들과 나의 젠더 전쟁은 평화롭게 진화하고 있다. 아이들의 근접발달영역을    시켜  수준 높은 불화를 만들기 위해 가끔 젠더 경계선에 ‘급진적 펀치 살짝 살짝 날리면서. 우리, 언젠가 각자의 영역에서 거대한 자본에 짱돌을 던지는 동지로 만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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