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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논란,  아이도 미달된 상품일까?

 

김영희(연구소회원)

 

   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교육의 이슈들  하나가 기초학력 진단평가이다.

 2018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 증가를 이유로 지난 3 정부는 기초학력 내실화 방안을 발표하고 기초학력보장법안을 추진하였다. 법안이 현재 법사위 계류 중임에도 서울시 교육청은 2020 기초학력 보장방안으로 3 1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학력 진단검사 실시 대책을 발표했다. 경쟁과 선별, 배제의 문화 속에서 기초학력 진단검사는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게 될까 두렵다. 지원과 보장 정책들이 실효성이 없을 때는 결국 말뿐인... 10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구태의연한... 다시 일제고사로 흐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매해 3월은  학년 이행기로 ‘학습자 되기준비하기, 평화로운 학급 만들기에 집중해도 모자라는 중요하고 바쁜 시기이다. 아이들과  마주침 하나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이는  때에 느닷없는 시험지라니! 학년  아이들은 부모님과 선생님께, 그리고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자신이 되려는 각오를 새로이 한다.  선생님은 어떤 분이고, 같은 학급 친구들이 누가 되었는지 설렘과 긴장감 속에서 살피며, 자신을 가다듬고 좋은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애쓴다.  긴장감이 너무  때는 등교 거부나 배변, 수면 문제 등을 일으킬 만큼 아이들이 겪는 변화된 환경은 경우에 따라 가혹하기도 하다. 그러한 아이들에게 시험지라는 억세고 성긴 체로 낙오하는 상처주기를 다시 해야 할까?

 

 현장 교사의 반응들은 이렇다.

 “별반 다르지 않은...”

 “ 의미 없네요.”

 “교사를  믿어요?”

 “지원이 시원치 않으니...”

 “교사 관찰로 거르지 못한 학생 거르겠다고요?”

 “우리반 ADHD 학생은 시험은  보지만 지원이 필요해요.”

 “그동안 정서행동특성검사로 정말 진단할  있었는지...”

 “민원천국 대한민국에서 많은 학생들 맞춤형 지원을 실효성 있게  준비되어 있어요?”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들이 학급에 3~4명은  있다. 학습장애, 학습결손, 정서행동 . 원인도 정도도 양상도 다양하다. 태어나면서부터 유전적인 발달의 문제를 가지게  사례도 있지만, 양육자의 불안정이나 정서적인 문제가 아이의 발달을 여러 가지로 저해한 사례, 발달 시기와 맞지 않은 지나친 강압적 조기 교육이 정서적으로나 학습의 주의집중에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는 사례, 양육자와의 상호작용 대신 게임이나 영상매체에 지나친 노출로 촉발된 사례, 가정의 빈곤이나 양육자의 장애로 인해 문화적 경험 없이 방치된 사례  다양하게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유전적, 환경적인 영향이 개인의 기질과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발현되기도 한다.  중에도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며, 의사가 아닌 나로서는 쉽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리기도 어렵다. 병원에 가보기를 권유하기도 조심스럽고, 상담이 성공해도 치료가 쉬운  아니어서 현장에서의 고충은 계속된다. 게다가 학부모 상담이 불편하게 이루어지기기라도 하면 감정적인 민원에 시달리기도 일쑤다. 유아기에 겪었던 발달상의 문제나 가정환경, 양육자의 문제가 전이된 사례 등도 파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알게 되더라도 드러내어 해결하기 까다로운 경우도 많다. 그리고 다양한 원인으로 학습이나 정서의 문제를 안게  아이들과  다른 여러 아이들의 기질이 함께 어우러져 더불어 나타나는 작용들도 있다. 이러한 경우 교사인 내가 어디까지   있고 해야 하는지 무력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아이들을 똑같은 시험지로 진단을 하겠다고 한다. 학부모도 학생도 걱정이다. ‘낙오공포 시달리는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교육상품을 소비하면서 스스로도 노동 상품이 되어 스펙과 학력, 인맥으로 무장하는 현실에서 ‘낙오 결과로 얻어지는 분리와 고립은 사회적인 죽음과 같다. 아이들은 ‘아싸’(아웃사이더) 되지 않기 위해 몸부림친다. 성인이  부모도 겪었고, 겪고 있으며, 성공한 경우든 실패한 경우든 자신의 경험 속에서 아이의 기초학력 진단이라는 판별은 중요한 관문으로 비춰질 것이다. 특히 정서와 학습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공포라고 이야기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아이들에게 행해지는 진단평가의 결과를 학부모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예방과 구제를 위해 사교육에 매달릴 것이 뻔하다.  마저도 여의치 않은 사회적 배려계층의 아이들에게는 학령기 이전의 교육 불평등을 만회할 기회로, 성공과 성취의 욕망을 충족시킬 기회로서 작용하기 전에, 일찍이 소외자, 낙오자가 되어 관계 속에서 열악한 위치에 놓이게 만들 것이 뻔하다. 이로 인한 분노는  담임 교사와 학교 교육에 원망의 화살로 되돌아오며 교육 주체간의 신뢰를 깨뜨릴 우려도 크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모습도 특징도 다양하다. 굳이 범주를 나누자면 나눌 수야 있겠지만 발달 정도와 발현 양상이 같을 수가 없다. 그것은 가르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이 아니다. 나와 아이들의 만남은 과정 속에서도 함께 하는 시간의 온도와 습도, 바람과 소리,  옆을 지나가는 사람들,  무엇 하나 같을  없는 무한한 변수의 우주 속에 유일한 우연이며 변화무쌍한  자체 생명과 같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어제와 오늘의 생각이 다르고, 일으키는 갈등과 공감의 양상이 다르며, 서로의 영향력 속에서 일렁이는 파도처럼 유동적이다.  속에서 후퇴하기도 하지만  걸음 나아가는 힘을 발휘해주기도 한다.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나를 발견하기도 하고 따뜻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함께 살아가고 있음에 감사한다. 깊은 슬픔과 좌절에는 곁에서 함께 한숨지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나에게 그것은 과학에서 말하는 관찰이며, 측정이며, 변인통제이며, 예상이며,  그런 것들을 대신한다. 내겐 그것이 전문성이다. 우리는 서로 말하지 않고도 소통할 때도 있다.  소리로 갈등이 해소되길 기다려보기도 한다. 마냥 게으름을 피우다 한껏 힘을 내어 함께 이루어보기도 한다. 나의 미소는 평가를 대신하고 아이들의 충만한 영혼은 그런 평가조차 중요하지 않을 만큼 스스로 행복해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여유로운 시간 속에서 비로소 자신의 길을 모색할  있다. 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유기체 본연의 발달을 이루며 공동체 속에서 자신을 실현해보고, 다양한 기호와 언어로 세상과 소통해보며 연대해야 한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애써보고, 나에게 맞는 학습 방법을 찾으며 삶을 위한 기초를 다져나가야 한다. 참여와 회복의 기회가 많은 환경 속에서 자신의 판단과 선택의 길을 가며 삶을 산다는 의미를 이해해 나가야 한다. 그러한 교육 환경이어야 기초 학력이 문해력과 사회정서적 역량으로서 진정한 자리를 잡을  있고, 교사의 관찰로 진단하고, 부드럽게 오랜 기간 촘촘하게 지속적으로 지원할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기초학력은 이러한 보살핌이고 지원이고 기다림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공동체의 역량이다. 우리 공동체는 준비되어 있을까?

 

 시험으로 진단받고, 이름도 현란한 학습들을 추천받고 모니터되고, 경쟁의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 속에서 수준에 맞게 주어지는 공동체에 소속되어 즐거움도 보람도 자유 의지로 기인한  착각하며 서비스를 따라가다 보면 그냥 살아본 나보다  나은, 학력과 인맥으로 검증되어 공동체에 바람직한 그런 인재가 되는 것일까? 그것이 삶일까? 아니면 상품일까?

 경쟁과 성공을 향해 달리며 낳는 것은 수많은 낙오자들의 열패감만이 아니다. 그건 우리 모두의 불안이다.

 

 위기의  다른 얼굴은 기회다. 요즘 사회 불평등을 다룬 영화들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보는데 불편하고 찜찜한 감정이 들더라도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만큼 우리 현실에서 직면하는 절실한 문제가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의 사퇴 전후 일어난 논쟁들도 분열과 갈등의 양상에서 근원적인 사회 불평등의 구조적 문제로 나아가야 한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의 공정성이 아니다. 소외와 낙오를 경험하는 아이들의 열패감이 나와  이웃에 무관하지 않으며, 모두가 함께 안녕하고 공존하는 건강한 사회에 대한 거센 요구를 말하는 것이다. 성공과 성취의 욕망에서 자연스레 멀어진 아이들의 슬픔과 절망, 반칙에 무릎 꿇어야 하는 분노를 이제는 건강한 에너지로 바꾸어내야 한다.

 

 불평등과 빈곤은 예전부터 어쩔  없이 역사 속에 짊어져  자연적인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제도에서 비롯된 것이며 개선하고 극복할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다고 믿는다. 모두의 삶이 삶다울  있도록 바꾸어내야 한다.

 

 기초학력 논란은 과학적인 발달 교육과정 설계와 실효성 있고 다양한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 뿐만 아니라 더욱 본질적으로는 최저극빈층 학생 지원을 위한 사회복지, 교육복지 차원의 제도 마련으로부터 시작되어 사회 불평등 해소, 복지사회 구현, 낙오와 배제가 아닌 협력과 공생의 문화, 행복한 삶의 문제로 풀어내야 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 놓인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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