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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호 [기고] ‘박근혜표 노조탄압’ 어떻게 될까

2013.04.15 16:52

진보교육 조회 수:605

‘박근혜표 노조탄압’ 어떻게 될까

이승철 /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 정책위원장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은 가장 제왕적인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일지도 모른다. ‘과반 지지 대통령’과 ‘원내 과반 여당’을 확보해 강력한 정책추진력을 손아귀에 넣었다. 2012년 새누리당 비대위와 총선을 거치면서 자신을 중심으로 한 지도체제 구축도 완료됐다. 특유의 ‘측근정치’는 인수위 기간에도 내내 힘을 발휘했다. 야당의 반발로 내각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화난 얼굴로 대국민 담화 카메라 앞에 서서 여당을 독촉하고 야당을 제압하는 모습은 국민 뇌리에 인상 깊이 박혔다. 통상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과 국정 주도력이 높아지는 시기가 정권 초기라는 점에 비춰볼 때,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조건에 비해, 내놓는 정책은 빈약하기 그지없다. 인수위가 발표했던 ‘박근혜 정부 국정비전 및 국정목표’ 자료집에 공개된 ‘140개 국정목표’를 봐도 그렇다. 노사관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노동정책과 관련해선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의 페이지가 나와 있을 뿐이다. 그나마 ‘노사정 대화를 통한 해결’ 이상의 내용을 찾아볼 수 없다. 각종 노동현안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지난 정부부터 이어온 노동자 투쟁이 모두 그대로이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직까지 요지부동이다. 과연 ‘박근혜표 노조탄압’은 어떤 모습일지 짐작해 보자.

‘법질서 바로세우기’를 무기로 한 민주노조운동 탄압

박근혜의 노동정책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창조경제론’으로 표현된 박근혜 경제정책에 주목해야 한다. 박근혜에게 노동정책이란 경제정책 실현을 위한 부수적 과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효율성의 실현을 위한 관리의 대상이다. 인수위 시절 박근혜가 출전시킨 민주노총 대화창구는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이었다는 점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그녀에게 노동은 ‘국민대통합을 이루기 위해 만나야 할 시끄러운 사람들’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박근혜 정부에서의 노동정책 위상은 딱 이 수준이다.
창조경제론은 140개 국정과제의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탄생부터 지금까지 줄곧 ‘구체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률 70% 달성’이란 목표가 제시됐으나, 경로와 방법은 알 수 없다. 박근혜는 이에 대해 ‘창조경제론은 과거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내부경선 시절 주장했던) 줄푸세 정책과 다르지 않다’는 설명을 하고 있다. 즉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는’ 정책의 진화형이 자신의 경제민주화이자 창조경제론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법질서 세우기’를 강조해 온 박근혜는 매우 보수적인 사회 규율을 강조하고 실천할 것이다. 즉 자신이 제시하는 복지정책의 수용을 요구하면서, 이의 한계나 정책전환을 요구하는 조직노동자의 저항과 투쟁에 매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과거 이명박 정권의 노조탄압은 매우 실용적인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정 지역에서 거점 역할을 하는 노조에 탄압이 집중됐다.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제도 시행을 통해 상급단체 재정악화와 같은 효과가 있었지만, 최악의 노동기본권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조합 상급단체에 직접 가해진 탄압은 많지 않았다. 반면 박근혜 정부 들어 노조탄압의 양상이 ‘조직된 민주노조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세’로 발전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해고자 조합원 자격을 명분으로 진행되고 있는 전교조에 대한 탄압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만 적절한 대응이 가능하다. 보수진영에게 전교조는 ‘진보 이데올로기의 아이콘’이란 점에서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이데올로기 탄압의 첫 신호탄인 셈이다. 노조법과 교원노조법의 ‘조합원 정의 규정’만 바꾸면 해결될 것이란 기대는 이런 측면에서 순진한 생각이다. 대응기조를 전면적인 ‘노동기본권 쟁취’로 끌어 올려야 한다.

‘제한적-시혜적 복지정책’을 무기로 한 노동자 계급 분리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복지정책이다. 여기에 주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박근혜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와 정리해고 문제 등 핵심적인 노동정책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기존 조직노동자와 미조직 노동자를 가르기 위한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근혜가 대선 기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발표했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 비정규직 차별 철폐, 등의 공약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 현상 심화에 따른 갈등이 ‘특별한 관리’를 필요로 할 정도로 첨예해 진 상황에서 제기됐다는 점에서 모르쇠로 일관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공약들은 ‘이명박과의 차별성’을 드러내기 위한 의도도 있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체제의 안정적인 유지와 재생산을 위해 지배세력이 취할 수밖에 없는 최소한의 처신이라고 해석된다. 또 한국 경제의 저성장 국면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이익률과 자본의 지불능력이 일정정도 유지되고 있는 만큼, 복지공약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될 가능성은 낮다.
박근혜는 대선 기간 ‘비정규직 차별 철폐’,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와 같은 공약은 경제위기 시대 폭발하고 있는 사회적 갈등을 관리하기 위한 보수진영의 전략으로 이해되며, 그렇다면 (원칙적 수준의 해결은 아니더라도) 일정정도 공약 실현을 위한 가시적인 조치들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증세 반대와 노동유연화 전략의 유지 속에 나타날 수 있는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노동과 정권-자본의 대립은 피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조직노동자의 저항을 몰아세우며,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복지정책을 이미지화 해 이 둘을 분리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한 정부 초기 대표적인 움직임은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다. 최근 정부는 대통령 공약사항 이행의 차원에서 덤프트럭 운전노동자와 콜센터 노동자 등 일부 직종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청문회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는 노동자성 인정보다 사회보험 적용 확대로 풀어야 한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노조법 2조 개정을 피해 산재보험 특례에 몇몇 업종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우회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전형적인 제한적-시혜적 접근 방식이다. 민주노총은 이와 같은 정부의 입법 움직임에 대해 비판하고 저항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특수고용 노동자의 노동자성 인정’과 같은 원칙적 태도를 여전히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 과정에서 민주노총을 공격하며 미조직 특수고용 노동자를 분리시키려 할 것이다.

‘사회적 대화’를 무기로 한 노사관계 재편

박근혜가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아마도 노동을 ‘사회적 대화’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고용창출과 비정규직 보호, 노동기본권 강화 등 노사관계 주요 쟁점들에 대해 ‘노사정위원회 사회적 대타협’만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이미 지난 1999년 노사정위원회 탈퇴 결정 이후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박근혜 체제 하의 노사정위원회 참가도 사실상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런 상황을 박근혜 정부가 모를 리가 없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의 사회적 대화 정책은 민주노총이 불참하고 있는 ‘반쪽짜리 위원회’를 통해 민주노총을 원천배제하며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이거나, 혹은 양노총 체제를 보다 큰 폭으로 재편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22일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사정 대타협을 주문한 뒤 벌어진 일련의 상황은 한국노총을 통해 반쪽짜리 노사정 합의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이 선택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근혜의 한국노총 방문 직후인 2월 28일 경총은 ‘한국노총과 노사 대타협을 추진 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노총과 경총 임원 10여명은 3월 6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겸한 술자리를 가졌다. 한국노총이 주최하는 5.1절 마라톤 대회에 경총 임직원이 참여할 것이라는 뉴스가 보도됐고, 민주노총을 탈퇴한 대표적인 어용노조인 KT노조가 한국노총에 전격 가입했다. 정부와 경총, 한국노총 사이에 ‘빅딜’이 조만간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노동계 전반에 넓게 퍼진지도 오래다.
사실 한국에서는 정권의 성격을 막론하고 ‘사회적 합의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한 정부와 자본의 노력이 끊이지 않아왔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와 노사정위원회, 노사민정위원회, 지역노사민정위원회 등 이름만 바뀌었을 뿐, 김영삼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은 모두 하나같이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리고 이렇게 구성된 사회적 합의기구는 정리해고 도입이나 무파업 선언 등으로 이어졌다. 사회적 합의주의는 ‘국가의 개입을 통한 노사협조주의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사회적 합의주의는 노동자의 투쟁이 폭발하는 시기나 자본의 구조적 위기가 증폭되는 시기,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드러나는 시기마다 예외 없이 등장했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의 발목을 잡고, 그들을 ‘노사정 합의사항’이란 틀 속에 가두는 효과를 보여 왔으며, 이에 반발하는 투쟁조직을 사회적으로 배제하는 무기로 활용돼 왔다. 또 노동운동을 제도의 틀 안에 가둬 투쟁력을 거세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노조 내에 관료주의와 상층협상 위주의 사업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돼 왔다.

현안문제엔 ‘모르쇠’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투쟁과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정규직화 투쟁, 유성기업 노조탄압 분쇄 투쟁 등, 노조탄압에 맞선 농성과 고공시위가 오랜 기간 계속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대답도 없다. 박근혜 정부 스스로 강조하고 있는 ‘사회적 대화’의 가장 우선적인 전제는 ‘현안 문제 해결’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외면하고 있는 상황 스스로가 ‘박근혜표 사회적 대화’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드러낸다.
이런 상황에서 특별한 계기가 생기지 않는 이상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노조 사수투쟁과 비정규직 투쟁 전선은 한동안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투쟁을 전개하는 가운데 반전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현재 ‘해당 사업장-전국적 여론의 지지지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투쟁전선에 ‘지역적-산업적 투쟁’이 추가돼야 하며, 이를 통해 실질적인 전국투쟁전선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만이 ‘법질서 바로 세우기’ 차원에서 펼쳐질 민주노조운동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공세를 막아낼 전선 구축도 가능하다.
선별적 복지정책을 무기로 기존 조직노동운동과 미조직 노동자를 분리하려는 시도가 거세질 것인 만큼, 이에 맞선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앞으로 제시될 박근혜식 노동-복지정책의 본질과 효과를 면밀히 파악하고, 노동계급을 분화시켜 규율하려는 정권의 움직임에 맞서 계급 내부가 흔들리지 않도록 교육과 선전을 강화할 필요가 높다. 활동가를 중심으로 한 사업장-지역 내 조직을 강화해 이데올로기 공세에 맞설 수 있는 체질개선을 이뤄내야 한다.
급속히 약화된 민주노총의 지도력과 집행력 회복 역시 매우 중요한 과제이자 대응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