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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과문화] 인간적인 너무나 정치적인..찰리 채플린의 ‘살인광시대"          



은하철도/진보교육연구소연구원
  
폭설과 꽃샘추위라 하기엔 너무도 추운 3월 초부터 전 국민들의 눈과 귀는 부산의 어느 재개발 지역에서 일어난 갓 중학교에 입학하는 한 여학생의 살인사건에 모아졌다. 국민의 우려와 관심 그리고 분노 속에 살해된 시체가 발견되고 며칠 후 현장 근처에서 범인은 체포된다. 사건이 알려지고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미 만천하에 공개된 피의자의 얼굴은 체포 후에 일간지의 1면을 장식하였다. 이미 피의자의 ‘인권’을 운운하는 사람은 사회의 공적으로 몰리며 엽기적 반사회적 행위에 모든 사람들은 치를 떤다. 이후 우리네의 저질 저널리즘은 피의자의 이름에서 착안하여 ‘길에서 태어났다’ 라는 둥 소설을 써대고 모든 이슈를 파묻는다. 마치 작년 한해 계속된 ‘신종 플루’와 흡사하다.
  약발이 떨어질 즈음 군과 청와대 그리고 언론은 ‘천안함’사건을 가지고 또 다른 신종 플루를 재탕하고 있다. 사건 발생 원인에 대한 명료치 않은 국방부의 발표와 계속되는 사고 발생 시간의 변경 그리고 교신기록 등 정보 비공개는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으며 청와대에서의 계속되는 안보장관회의에도 불구하고 선문답식의 청와대와 국방부의 발표는 이러한 의혹과 ‘음모론’이 창궐하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듯하다. 소통의 부재와 통제의 시대에는 항상 희생양이 발생한다. 이러한 희생양을 통해서 대중들은 위안과 안락함을 얻고 권력은 계속해서 자신의 권능을 유지해 간다.

  1950년 초 미국의 매카시 선풍이 있었다. 이 광풍에 가장 피해를 본 연예인은 아마도 희극왕 찰리 채플린일 것이다. 미국으로의 입국이 거절되고 결국 영주권을 포기한 그는 77년 사망할 때까지 할리우드를 떠나 스위스에 정착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찰리 채플린하면 대중적인 이미지로는 꽉 낀 트위드 자켓에 헐렁한 바지, 낡은 중절모에 콧수염 그리고 우스꽝스런 표정과 걸음걸이로 20년대 무성영화시대에 풍미한 코미디언의 모습이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위대한 영화배우, 감독 그리고 제작자로도 기억이 되는 야누스적 인물이다.

희극에서 비극으로 허구에서 실제로

“헤겔은 모든 거대한 역사적 사실과 위대한 인물들은 반복된다고 어딘가에서 얘기했다. 그러나 그가 잊은것이 있다. 처음은 비극이지만 다음번은 희극으로 나타난다.”
- 칼 맑스의 루이보나파르트의 브뤼메르 18일(1852)

  주인공 베르두는 대공황의 여파로 30년간 일했던 은행에서 하루아침에 해고를 당하고 실업자로 전락한다. 파리 근교에 다리를 쓰지 못하는 부인과 어린 자녀를 부양하기 위해 베르두는 돈 많은 미망인들에게 접근하여 신분을 속이고 결혼을 한 후 여인들이 가지고 있는 각종 형태의 재산을 착복하고 살인을 하는 연쇄 살인범이다.
  프랑스 남부에 고급 빌라에서 장미를 키우고 꽃향기를 즐기는 탐미론자이자 채식주의자이지만 꽃밭 옆 보일러에서는 살해한 피해자의 시신을 늘상 태우는 다중인격의 소유자이다.
현재 진행형의 거짓 결혼 생활을 계속하는 와중에 새로운 희생자를 물색하느라 그리고 자신의 부인과 자식에 대한 부양을 위해 늘상 분주하게 프랑스 전역을 종횡무진한다.
  자신의 범죄로 획득한 적지 않은 재산을 주식과 채권 등 투기에 몰빵하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더 나아가 대박을 위한 자금 마련을 위해 다음의 범죄를 이어간다.
결국 위험하게 연명되어온 투기는 주식의 대폭락으로 인해 한탕의 희망은 엄청난 빚으로 바뀌고 결국 베르두는 파산하고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2차 대전을 맞이한다.
전쟁은 전쟁에 참전한 군인을 물론 참전 가족과 일반 민중들에게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엄청난 비극이지만 소수의 부르주아지에게는 일확천금의 신천지를 열어주었다. 국가를 상대로 돈을 빌려주는 거대 은행가들에게는 막대한 이자 수입을 그리고 죽음을 거래하는 무기공장과 군납업자들에게는 한밑천 잡을 수 있는 하루밤 질펀한 노름판에 지나지 않는다.
  마지막 경찰에게 순순히 검거되고 더 이상의 항소를 포기한 베르두에게는 단두대로 가는 일만 남아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베르두는 사형을 앞두고 자본주의에 대한 ‘그’의 생각을 퍼붓는다.
“제가 먹고 살기위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여자 몇을 살해한 것하고 전쟁을 일으키고, 폭탄을 떨어뜨려 무고한 수만의 여성과 아이들을 학살하는 것 중에 어느 것이 더 나쁜 일입니까? 게다가 무수한 폭탄을 만들어 사람들을 죽임으로서 전쟁 중에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무기 공장들은 어떻구요?“
  희극에서 비극으로 영화에서 현실로 전환되는 판갈이의 순간이다. 마지막으로 베르두가 형리에 이끌려 형장으로 무심히 가는 뒷모습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코미디적 인간에서 정치적 인간으로

“전쟁 이후 이런 선동이 횡행하는 것을 본적이 없다. 그들은 미국 황색언론의 선동을 근거로 나에 대한 중상모략을 일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더이상 미국에서 영화를 만들수는 없다. 나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한다”
- 찰리 채플린(1952년)

  영국에서 할리우드로 이주한 후 무성영화 전성기인 20년대 채플린은 우스꽝스러운 외모와 어처구니 없는 설정, 그리고 우아한 슬랩스틱 코미디로 인하여 일약 스타덤에 오르게 된다. 아마도 우리들이 알아왔던 채플린의 코미디언으로서의 이미지는 이 당시의 영화들에 의해 주입되었으리라. 그러나 대공황이후 30년대 채플린의 영화는 커다란 전환을 하게 되고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담게 되었다.
  1936년 자본주의를 거대한 기계로 그리고 인간을 그 기계의 부속물로 풍자한 ‘모던타임즈’나 1940년 2차 세계대전 발발 직후 히틀러를 풍자한 ‘위대한 독재자’가 바로 이런 전환기의 채플린의 대표작이다. 특히나 ‘위대한 독재자’에서 독재자 ‘힌켈’과 유태인 이발사 1인 2역을 소화한 채플린은 독재자와 평범한 이발사라는 거울 이미지를 통해 정치가 - 독재자의 허상을 폭로하고 있다.(실제로 히틀러와 채플린은 생일이 며칠 차이가 나는 동년배이며 키와 몸무게가 같다고 한다. 채플린의 콧수염을 히틀러가 벤치마킹한 것은 아닌지.....)

코미디가 현실이 되어.....

  4월 1일 만우절을 맞이하여 어느 인터넷 매체는 ‘만우절 특집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글을 게재하였다. 1200톤급 대형 초계함이 한미 군사 훈련 와중에 원인불명으로 수심 20여미터 서해 바다에 침몰하였는데 청와대는 물론 국방부도 열흘이 넘도록 원인을 모르고 음모론만 커지고 있다는 사실, 안중근 의사 100주기인 해에 공영방송에서 어느 독점 재벌 기업의 창업주 탄생 100주년 기념 열린음악회를 한다는 사실과 의자에게 거짓말 탐지기를 써야만 할 상황을 만들어 놓은 전 총리 뇌물 수수 공판 등.....
  마지막으로 이글에서는 거짓말 같은 현실로 몇 가지를 나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4.4%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2 지방선거에서 딴나라당이 우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기 대통령 부동의 1위는 딴나라당 박근혜라고 한다.

  어느 개그맨이 개그 프로에 나와 우리의 교육, 경제, 정치, 사회에 대해서 울분을 토하면 그러면 정치권에서는 개그만 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독점 재벌은 1등만이 기억되다고 선전하는가 하면 어느 개그맨은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술 기운을 빌어 소리를 친다. 주객과 전후 인과가 다 전도되고 리얼과 픽션의 경계가 모호한 형국이다.
살인광 베르두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기전 일갈한 말은 21세기 현재도 진행중이며 희극과 비극의 도가니가 바로 우리네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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