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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호 [담론과 문화] MB 시대를 조응하는 MB식 드라마

2009.03.25 15:34

진보교육 조회 수:2153

[담론과 문화]  
        MB 시대를 조응하는 MB식 드라마

                                      진보교육연구소 교육문화분과



<조강지처클럽> <흔들리지마> <너는 내운명> <꽃보다 남자> <아내의 유혹>에 이르는 MB식 드라마는 이젠 더 이상 신기할 것도 없는 일상이다. <아내의 유혹>에서 정교빈이 구은재를 물속에 밀어 넣는 장면이나 ‘용산’에서 철거민을 불구덩이로 모는 장면이나 다를 게 없다. <너는 내운명>에서 시어머니가 새별이에게 보여주는 편견이나 장관이 공교육이 사교육보다 서비스가 덜한 건 교사들 문제라고 보는 담당 장관의 편견이나 다를 게 없다. <꽃보다 남자>에서 과도한 왕따 장면이나 입시로 아이들을 MB식으로 모는 장면이나 다를 게 없다. 문화는 현실을 반영한다. 상부구조 문화가 나름의 독자적 메카니즘을 가지고 있지만 토대로부터 완전한 독립을 이루진 못한다.


드라마의 손익분기점을 고려
시청률 40% 넘나드는 드라마가 있어야 광고료도 짭짤하고 앞뒤 프로그램의 시청률에도 도움을 준다. 한목에 챙기려면 잔잔한 행복보다는 자극적 상황설정이 도움이 된다. 흥행 보증수표 스타의 개런티가 비용의 60%가 되는 것도 손익분기점을 위한 몸부림일 게다. 영세한 프로덕션이 공중파의 외주를 받는 경우 더더욱 그렇다. 방송민영화가 전면화되면 이러한 이익구조는 더욱 힘을 받을 것이고 사라진 <베스트 극장>은 다시 볼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방송사 비용에 비추어 이익실현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드라마 폭력성이 현실 폭력성의 반영일까 원인일까?
아이들이 거칠어지고 과잉폭력으로 흐르는 현실에서 어떤 이들은 그것이 다 게임과 영화 등 문화의 결과라고 단정한다. 하지만 미디어의 폭력성은 증가하였지만 현실의 범죄율은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어서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아이들의 폭력성은 어른들과 사회의 폭력성을 유산으로 받은 측면이 강하다. 어머니는 집나가고, 아버지는 술먹고 때리고, 가정이 해체되면서 겪는 아이들의 정신적 충격은 곧바로 이상행동으로 이어진다. 사회의 폭력성의 원인을 드라마 탓으로만 돌리는 건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는 수단이다.


서열화 반영, 자본 이기주의 반영
<꽃보다 남자>에서 학생들은 정확하게 서열화되어 있다. 그 정점인 구준표는 처음에는 싸가지 없는 역할로 등장하지만 점점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결국 수용자들은 그를 사랑한다. 게다가 준표는 아버지의 과업은 회사 운영을 위해 사랑따위는 접을 수 있다는 이치를 깨닫게 해준다. 자기에 회사에 딸린 식솔이 몇 만이냐며 자신의 희생?을 정당화시킨다. 이젠 회사를 위해 노동조합을 억압했던 과거도 이해된다. 수용자들은 재벌 자식의 모든 행동은 회사 운영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한다.


MB식 드라마를 욕하면서도 사람들은 MB식 드라마를 보고 있다.
담배도 아니고 술도 아닌 것이 사람들을 중독케하는 데는 현실의 욕망을 대리 배설해주기 때문이다. 자신을 금잔디로 아바타화하고 꽃미남의 사랑을 대리만족한다. 또한 구은재를 통해 시댁의 불편함을 달랜다. 그래서 시어머니들은 항상 못됐고 꽃미남은 항상 까칠하지만 여주인공 앞에선 무너진다. 금잔디와 구은재로 호명받지만 그건 진짜 현실이 아니라 가상현실이다.

주체적 종속화의 축소판
극중에서 금잔디는 예쁘지 않다고 하지만 구혜선은 예쁘다. 그리고 회가 거듭할수록 예뻐진다. 구은재도 점만 찍은 게 아니다. 평범한 아줌마의 몸에서 여성의 몸으로 변화한다. 섹슈얼라이제이션이라 하는 소녀가 성인 여성으로 사회화되는 과정이다. 드라마에서 이런 과정이 단시간에 이루어진다. 여성 수용자들도 자신의 삶속에서 섹슈얼라이제이션의 과정을 거친다. 자신의 몸을 예쁘게 가꾸는 행동이 마치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몸이 성적 대상이 되는 것을 동시에 의미한다. 주체적 종속화다. 나이가 들면서도 자신의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려는 스트레스도 사회적으로 부과된 종속이 된다.

점하나 찍으면 나도 구은재처럼 변할 수 있을까?
사실 그 변화하는 과정이 중요하지만 압축적으로 생략된다. 왜냐하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이 아니지만 수용자들은 그런 전제를 쉽게 인정한다. 왜냐하면 나도 변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체적 종속으로 진행되는 섹슈얼라이제이션은 사회적 배경을 배제하면 완전히 자발적 주체화로 오해한다. 그래서 광고에서는 ‘난 소중하니까’라는 카피를 즐겨쓴다.

하여튼 나는 <베스트 극장>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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