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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제고사 반대 투쟁을 사회적 거부투쟁으로!

현희승 ∥ 전교조 서울지부 교선국장


  역사상 최초 전국일제고사가 강행된다!

  전국일제고사가 역사상 최초라고? 그렇다면 그 동안에 본 시험은 무엇인가? 이렇게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당연히 그 동안에 본 시험은 다 ‘야매’다. 표집으로 일제고사를 보는 데 보고 싶은 학교가 있으면 봐도 좋다는 뜻이었으나, 충성스런 학교장들이 안 보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설레발을 놓은 것이다.
  올해도 교육과학기술부의 계획에도 분명히 초3·초6·중3·고1 학생들이 보는 10월, 12월 일제고사는 3~5% 표집 일제고사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비표집 학교에 대한 시험을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실제로는 강제로 다보게 하는 것과 개별학생에게 4단계 시험성적표를 배부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달라진 점이 앞으로 벌어질 교육 양극화의 도화선이 될 것이다.
  이제까지 봐 왔던 일제고사는 일종의 ‘여론조사’이다. 여론조사가 이슈에 대해서 소수의 표집만으로 여론을 짐작할 수 있듯이 교육과정 목표의 달성이나 운영의 문제점을 점검하고자 한다면 이제까지와 같이 표집 실시만으로 충분하다.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굳이 전체를 시험보고, 분석하겠다고 하는 것은 본래의 목적인 ‘여론조사’가 아닌 교사와 학생을 감시하고 통제할 ‘교육CCTV’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교과부와 교육청이 갑자기 돌변했다고 느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은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 온 것이다. 2001년 학업성취도 평가 실시를 위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고, 2002년 초3 진단평가를 실시했다. 이후 초6, 중3, 고1까지 확대하면서 3년 주기 학업성취도 평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슬슬 학교에 비표집학교도 볼 수 있다고 흘리고, 은근한 압력으로 대부분의 학교에서 실시하도록 했다. 과목도 2과목에서 5과목으로 서서히 늘더니, 올해 3월에는 전국일제고사 형태로 진단평가를 실시하였다.  
  반면 교사들은 이들의 목적과 의도된 변화에 대응해내지 못 했다. 소수의 거부자들이 존재했지만 대다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정도는...’하는 생각으로 하나 둘씩 넘어가다보니 어느새 처음과는 아주 다른 일제고사가 되었다. 교사들이 점점 둔감해지니 교과부가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그것이 바로 역사상 최초의 “전국일제고사 시행”이다.
  법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어 보이나 달라졌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교육정책에 민감한 교장, 교감의 모습 속에서 알 수 있다. 지방의 어느 학교에서는 중간고사를 취소하고, 10월 일제고사로 대체했다. 수행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물론이요, 웬일로 교장이 교실별로 순시하면서 이번 시험이 학교평가에 반영된다느니, 중요한 시험이라느니 하면서 교사와 학생들을 닦달하고 있다. 뭔가 이제까지 와는 다른 시험이로구나 하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다.
  
  교육양극화 악순환의 도화선 - 전국일제고사

  전국일제고사가 정착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많은 선전물과 구호에 나오는 ‘교육양극화 심화’, ‘학교, 교사, 학생 성적으로 줄세우기’, ‘입시전쟁, 사교육비 폭탄’이라는 말들은 어떤 의미일까?
  2008년 10,12월에 전국일제고사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동시에 실시한 후, 단계 등급 성적표를 받게 된다면, 2008년 겨울방학부터 아이들은 보다 강도 높은 사교육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시험성적표가 배부되자마자 일간지에 성적 상위등급이 많은 지역별 그래프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3월이 되자마자 또 일제고사를 봐야 한다. 3월 일제고사는 시도교육청으로 권한이 넘어가면서 백분율 성적표 등이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부모, 학생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계속 못 하는 지역으로 낙인찍히면 이사를 가야할 것 같은 데 집값은 엄두도 안 나고 학부모는 가난해서, 아이는 공부 못 해서 서로에게 미안함만 남는다.
  이제 전국 또는 시도 일제고사는 가장 중요한 시험이 된다. 교육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평가는 가르친 사람이 직접 내고, 피드백 하는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이론적인 것은 고리타분하게 변할지 모른다. 일제고사 맞춤식 학교 수업이 성행하고, 교과서 대신 문제집을 풀고, 초등에 월말고사가 부활한다.(사실 벌써 이러고 있는 곳들도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의 키팅 선생님은 아니더라도 뭔가 가슴에 남는 교육을 하고자 했던 교사의 꿈은 간데없다. 학부모와 아이들의 관심사는 점수와 등수이고, 학교는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시험성적 매겨서 통지표 나눠주는 곳이요, 학원이 공부하는 곳이다.
  2009년 일제고사를 보면 다른 게 하나 늘게 된다. 소위 인터넷 성적공개법이라 불리는 ‘학교정보공개법’이다. 일제고사 실시 후 학교홈페이지에 시험에 대한 4단계 비율이 공개되는 것이다. 시간 많고, 돈 많은 언론사가 있으면 당연히 전국 학교 일제고사로 줄세우기는 더 이상 우려가 아니다. 동아일보에서 전국 교원노조 가입현황을 학교별로 정리할 정성이면 충분히 가능하다. 공부 잘 하는 동네, 못 하는 동네, 그 동네 중에서도 또 잘 하는 학교, 못 하는 학교, 그 학교 중에서도 잘 하는 학생, 못 하는 학생이 줄에 줄을 이을 것이다. 5% 정도는 웃고 다니겠지만 나머지 95%는 절망과 좌절의 반복이다.
  여기에 2010년부터 서울시교육청은 고교선택제를 한다고 하니 중학교에서는 좋은 고등학교 더 보낼려고 난리요, 고등학교에서는 대학을 잘 보내는 고등학교라고 선전해야 아이들이 지원을 많이 할 테니 또 난리일 게다. 평준화 세대인 나도 수십 년 전 비평준화 시절 그 학교가 삼류고였다는 얘기를 3년 동안 듣고 자랐는데, 다시 또 일류고, 이류고, 삼류고가 생기고 학교 안에선 상중하 우열반이 있으니 경쟁을 가장해서 아이들을 밖에서는 교복으로 안에서는 반으로 주홍글씨를 새겨놓고 초죽음으로 몰아가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교과부는 일제고사를 근거로 공부 못 하는 학교에 복지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섰다. 공부 못 하는 학교에 지원 대신 폐교를 단행한 미셸 리 워싱턴 교육감 흉내를 내려는 공정택 교육감은 공부 못 하는 학교는 퇴출해야 한다고 언론에 대고 큰 소리다. 학교 간 교육환경과 수준을 양극화시키고, 특권층만을 위한 해바라기를 하고, 나머지는 무너지던가 말던가 책임지기 싫다는 것이다. 올 11월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한나라당이 ‘교원평가법’을 상정해서 통과시킨다고 하니 통과할 경우 2~3년 후 일제고사, 학교서열화, 예산 차등지원과 만나면 우리가 우려했던 대로 교사도 풍전등화 신세가 되고, 교육청, 교장은 성적올리기 하나로 교사, 학부모, 교사를 한 손에 쥐고 흔든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이로서 공교육체제가 완전히 무너진다는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나 책에서만 보던 특권층 소수사립학교와 다수의 낙후한 공립학교가 한국의 현실이 될 것이다.

  무엇을 주저하는가
  
  전국일제고사 강행을 중단시키는 투쟁은 단지 일제고사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교육양극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독 ‘일제고사’ 강행 중단 투쟁에 대해서는 약한 모습을 보인다. 무엇이 우리를 주저하게 하는가.
  첫째, 나의 과오를 인정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전국의 99%의 교사들은 그동안 암암리에 일제고사를 봐 왔다. 표집학급이 아니었어도 교장이 봐야 한다고 하면 그냥 봐 왔고, 과목이 늘어나도 문제는 알지만 그대로 봐왔다는 사실이 있다. 그러기에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거부한다는 게 민망하고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둘째, 학부모, 학생과외 관계를 너무 의식한다는 것이다. 내가 전국의 대표 참교육교사도 아닌데 일제고사를 거부하면 학부모, 학생이 어떻게 생각할까? 징계에 대한 위협보다 학교장과의 설전보다 학부모, 학생의 반응이 나의 실천을 더욱 두렵게 한다. 옆반에서 문제지를 열심히 풀어 점수라도 올릴 것 같으면 내가 이래도 되나 그런 생각에 불안하기도 하고..
  하지만, 일단 경험해 보라고 하고 싶다. 2005년 100명이 넘는 서울초등교사들이 일제고사를 거부할 때에도 조건은 똑같았다. 나의 과오를 인정하는 데에서 새로운 나는 시작되고, 학생, 학부모와의 관계도 나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교육과정이 뭔지, 평가란 무엇인지 제대로 알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경험하고 나면 다음단계가 보인다. 작년까지 찍소리 안 하고 시험보더니 왜 그러냐고 교장 교감이 물어보면 “1년 사이 많은 것을 깨달았어요. 일제고사가 나쁘다는 걸 알았거든요.”라고 웃으면서 이야기하자.

  교사의 저항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의 저항으로

  지난 4년간의 경험은 교사로서 내 삶을 바꾸어 놓았다. 하지만 일제고사를 더 바꾸어 놓지는 못 했다. 그 동안 우려했던 전국일제고사의 본격적 시행을 눈앞에 두고, 4년 간 우리의 투쟁을 뛰어넘는 투쟁이 필요한 시점이다.
  ‘가르친 사람이 가르친 내용으로 직접 평가를 하는 것’이 교육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평가이다. 초등에서는 각종 수행평가로 중고등학교에서는 중간·기말고사와 수행평가로 대표되는 평가들이다. 초등에서의 그 동안의 일제고사 투쟁은 가르친 사람이 가르친 내용으로 평가를 하는 것이 맞기에 학년에서 동일하게 보는 시험은 교육과정을 획일화하고, 담임평가권을 위배하기 때문에 거부해 왔다.
  전국일제고사는 이런 의미로 본다면 사실 쓸데없는 시험이다. 교육평가의 기본적인 내용에 맞지 않을 뿐 더러 단일한 내용으로 전국 학생들을 줄 세운다는 위험한 발상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의 업무로 치면 반교육적인 잡무의 위상이라고 할까. 그러므로 전국일제고사는 교사들에게는 평가권과 교육권을 크게 훼손한다. 당연히 저항해야 한다. 힘들지만 자신의 교육권과 평가권을 지키기 위해 전국일제고사에 저항하는 동지들이 있다.
  전국일제고사에 대한 저항권은 단지 교사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쓸데없는 시험 때문에 사교육비 쏟아 부어야 하고, 학원에 저당 잡혀야 하는 학부모, 학생들 역시 이 시험이 부당하다며 저항할 권리가 있다. 대학입학을 좌우하는 수능도 신청서를 접수하고, 학교현장체험학습도 내가 가기 싫다면 학교에서 대체프로그램을 마련하는데, 이 쓸데없는 시험을 왜 정규시간에 누가 강제로 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가칭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모임에서는 일제고사 보는 날 ‘시험 대신 소풍을’ 가는 저항을, 청소년들은 시험 안 볼 권리를 청소년에게 달라는 기자회견과 선전전, 그리고 당일 프로그램 운영을 기획하고 있다.
  이제 전국일제고사에 대한 저항은 교사의 저항을 넘어 학부모, 학생의 저항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번 투쟁의 결과는 이후 입시폐지 운동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으로 교육3주체가 동시에 전국일제고사의 문제점을 알리고 직접 저항을 하는 것이기에 사회적으로 일제고사에 대해 입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와 경험이 될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가진 두려움을 조금만 넘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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