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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습지기행을 다녀와서

2003.05.03 13:27

조혜선 조회 수:1268 추천:4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가면 무전여행, 국토순례 같은 것은 한번 씩 다 해보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

습지기행을 다녀와서

조혜선 연구소 회원


필자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대학에 가면 무전여행, 국토순례 같은 것은 번씩 해보는 알았다. 그런데 막상 대학생이 되고 보니,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의지가 따라주지 못해서였기도 하지만, 좀더 핑계를 대자면 주변에서 그런 제안을 하는 사람도 없었다. 실제 어학연수나 해외배낭여행은 종종 갔다오는 친구들이 있어도 우리나라를 두루 돌아보는 여행은 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졸업을 하고 3년이 지나고 지난 1, '환경'이라는 필자의 관심사를 매개로 열흘 한반도 서해와 남해를 돌아보는 기행에 참여할 있었다.

기행은 그동안의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환경을 생각하는 전국교사모임'과 '습지보전연대'에서 함께 주관했던지라 습지에 대해 비교적 전문적 이해와 인식의 바탕을 얻을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임진강에서 출발하여 해안선을 따라 낙동강까지 이동하는 열흘동안 거의 매일 6, 7시경에 일어나 일정을 시작했고, 때까지 현장을 돌아다니며 새와 주변 환경에 대해 관찰을 하고 설명을 들은 숙소에 돌아와서는 조별로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우리나라 하구와 갯벌을 다녀본 결과, 아쉽게도 우리 습지의 앞날은 그다지 밝지 않았다. 어느 하나 개발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어, 자연 그대로의 원형을 거의 잃었거나, 잃어가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서는 물이 강에서 바다로 밀려갔다가 바다에서 다시 강으로 밀려오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와 함께 이동하는 모래, 진흙, 유기물, 무기염류 등이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결과 우리나라 하구의 모습, 바로 물과 육지의 경계인 습지의 모습을 만들었다. 지역마다 다른 기후·지리적 조건에 따라 다양한 모습의 습지가 형성되었고, 이는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되어 주었다. 인간은 바로 생명의 땅에 기반하여 생존할 있었고, 지역마다 독특한 문화를 이루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것은 무엇이었던가. 말라가고 있는 갯벌, 그렇게 해서 만든 땅에 지어진 공장과 도로, 대규모 농경지에 의해 강과 바다, 강과 육지는 단절되어 있었고,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곳에 살고 있어야 수많은 생명들은 자취를 감추어가고 마찬가지로 자연의 일부인 인간들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망해사 전망대에서 내려다본 드넓은 만경강 하구, 거기서 캐온 모시조개 꾸러미를 등에 아주머니들을 보며, 대만에서부터 2년을 헤엄쳐 만경·동진강으로 온다는 실뱀장어 이야기를 들으며, 곳이 새만금 방조제에 의해 사라진다는 생각에 얼마나 가슴이 막혀왔는지 모른다.

하지만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던가. 일본, 유럽 등에서는 이미 파괴된 자연을 원래의 모습으로 복구해주는 작업을 꾸준히 추진 중에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도 지혜를 모아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 나가야 때다. 우리가 기행을 하면서 만난 분들, 지역에서 습지를 지키기 위해 주말마다 현장조사를 하고, 개발에 맞서 집회를 하고, 천막농성을 하던 뜨거운 가슴을 지닌 분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리고 외로이 생존을 위한 날개짓을 하던 새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우리가 들의 몸짓을 기억하고 함께 나간다면 자연의 축복 속에서 삶의 진정한 풍요를 누릴 날에 걸음 가까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살펴보지 않을 없다. '환경교육'이라는 개념이 도입된 얼마 되지 않은 학교 현장에는 아직 한계가 많이 존재한다. 필자가 이번 기행에 참여하면서 자연이 파괴되고 있는 모습도 많이 보았지만, 도시에서 보지 못했던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 또한 많이 보았다. 그럴 때마다 느꼈던 것은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아이들에게 있어서 '자연'은 인간과 함께 공존해야할 무엇이 아니라, 시험문제를 풀기 위해 알아야 대상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입시, 취업 자신 하나만의 미래를 생각하도록 강요받는 잠재적 교육과정 속에서 우리가 속한 사회, 환경의 미래를 사고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히 무리가 아닐까? 이러한 현실에서 아이들에게 자연을 접하고 풍요로움과 경이로움을 직접 체험할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그대로 ' 교육'이 아닐 없다. 통일전망대에서 기러기의 똥을 직접 만져보고 냄새도 맡아보면서 그들이 무엇을 먹는지, 어떤 서식처를 필요로 하는지를 손끝으로 느꼈다. 강에서 흘러드는 오염물질로 인해 굴양식에 피해를 주민들과 옛날 맛을 기억하고 날아든 외로운 검은머리물떼새를 보면서 갯벌을 보존하고 그리로 흘러드는 강을 보호해야 하는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百聞不如一見(백문불여일견), 白見不如一行(백견불여일행), 百行不如一覺(백행불여일각) 아니던가. 직접 체험을 통한 환경교육은 우리의 아이들, 특히 회색 도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교육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아직까지 자연을 체험할 있는 교육과정 체계가 제대로 잡혀 있지 못하다. 학교에서의 체험학습은 담임교사의 재량에 맡겨지고 있으나 예산이나 프로그램 지원이 거의 전무해 많은 교사들에게 부담이 되고 있다. 그나마 의지가 있는 교사가 있어도 지하철로 이동할 있는 거리 내에서 해결할 것을 강요하는 관리자에 의해 의욕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시민단체나 교사 개인, 교사 단체 등에서 학교 외적으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 예산지원을 받기가 어려워 대부분 참여하는 학생들이 개인부담을 해야한다. 이렇게 되면 체험 환경교육은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의 영역으로 남을 수밖에 없어진다. 또한 대학별로 수시모집 비율을 늘려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의 여러 단체에서 시행하는 자연체험 프로그램이 점수를 따기 위한 입시에 이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있는가.

자연은 넉넉하다. 넉넉함은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한다. 사실상 토지, 대기, 모든 것이 누군가의 사적 소유물이라고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는 몇몇 소수가 땅을 소유하고 있고,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우리의 자연이 파헤쳐지고 있다. 숲의 나무를 베어 골프장을 만들면 숲의 정화 작용이 감소하여 대기오염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고 토양과 수질은 농약으로 오염될 것이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은 오염된 공기나 물의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들은 고급 정수기를 있고, 맑은 공기가 있는 곳에 전원주택을 지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난개발로 산이 깎여 홍수 피해가 잦아져도 산밑에 지은 아파트는 물에 잠기지 않는다. 땅값이 저지대에 밖에 없는 사람들만이 피해를 본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도시의 열악한 환경조건에서 사는 학생들에게 풍요롭고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체험하게 해주고 자신들이 땅의 미래에 대해 상상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리고 기회의 보장은 당연히 공교육의 영역 안에서 이루어져야 것이다. 그들에게 회색빛 하늘과 도시만을 안고 살아가게 하는 것은 교육의 임무방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