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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발달 위기 현상과 원인

 

조형주 (아동발달위기 연구팀)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정말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교사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학부모의 민원, 학생의 수업 방해, 행정 관리자의 모순 등을 이유로 교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국제 교수-학습 조사 연구2018(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에 따르면 한국 교사의 직무만족도와 자아효능감, 학교만족도가 OECD 평균과 비교했을 때 대체적으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응답 교사의 75%자주 혹은 항상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을 진정 시킨다라고 답했는데 이는 OECD 평균인 6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교사들은 수업 상황에서 학생들의 수업 방해 행위를 직무 수행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자아효능감 마저 떨어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 드러난 교사들의 낮은 직무 만족도와 자아효능감은 최근 몇 년 동안 명예퇴직 교원이 증가하고 있는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명예퇴직 신청은 20173652, 20184639, 20196039명으로 크게 늘고 있는데 명예퇴직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신청자들의 55.8%가 연금이나 자아실현 같은 개인적인 이유가 아닌 직무만족도와 관련되는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명예퇴직 신청 이유로 꼽고 있다. 초중고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현장 교사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교사의 직업만족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교육현장에 무언가 뚜렷한 변화가 있음을 감지하게 해 준다. 앞서 말한 수업 방해 행위(75%), 학생지도 어려움(55.8%) 등의 부정 응답 비율을 바탕으로 판단하면, 교사 개인의 경력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거의 모든 교사가 교육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교사들이 느끼는 학생지도에 대한 어려움은 현재 학령기 아동들과 성인인 교사들과의 상호 작용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현재 교실에서 관찰되는 여러 가지 변화를 파악하고 그 원인과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그 변화를 가져온 원인이 인간 발달의 문제 인지 아니면 시대적 변화인지를 정확하게 현상을 진단해야 한다. 아동에게 일어난 변화를 정상, 비정상으로 구분하기 위한 진단이 아니라 인간발달의 연속선상에서, 기능 숙달과 성장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그에 맞는 대응 방안을 찾기 위한 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또한 만약 이 현상이 시대적 변화 과정라면 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서라도 현상을 진단해 보아야 한다.

인간은 탄생과 동시에 가정과 사회에서 학습을 통한 개체적, 계통적 발달을 시작한다. 아동들은 학령기가 되기 전에 이미 발달을 하고 있으며,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이들을 만날 때는 각자가 유의미한 발달 차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별적 발달의 차이는 역사적으로 언제나 존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유아기 발달의 문제보다는 학령기 아동의 모습을 좀 더 면밀히 관찰하고 분류해 봄으로써 현상을 설명하고 진단해 보고자 한다.

 

비고츠키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기초정신기능(반응적 지각, 반응적 주의, 자연적 기억, 실행적 사고)을 토대로 고등정신기능(범주적 지각, 자발적 주의, 자발적 기억, 개념적 사고)을 발달시킨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교육기관인 학교는 교수-학습을 통하여 아동의 경험적, 일상적인 개념을 과학적 개념을 발달시키는 중요한 기관이며, 학령기 아동은 교사, 또는 학생 상호간 상호작용(교수-학습)을 통해 고등정신기능을 발달시켜 자발적 의지를 가진 주체적 자아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과정인 내적 발달 과정을 거치게 된다. , 학령기는 온전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총체적 발달을 이루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만약 학령기를 거치면서 고등정신기능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성숙한 인간으로 발달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것이 사회 공통의 흐름이 될 경우 미성숙한 어른들의 사회가 예상되며, 이는 사회문화적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단순히 발달의 문제를 현상적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아동 발달 위기의 현상과 원인의 뿌리를 들여다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1. 아동 발달 위기 현상

교육현장에서 직면하는 학생들의 미발달 및 발달지체 현상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다.

 

1) 학생들의 신체 협응 능력이 점차 떨어지고 있다.

교실에서 학생들의 움직임을 관찰해 보면 쉬는 시간 의미 없이 교실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린다거나 몸을 흔들면서 곧게 서 있지 못하는 모습, 주변 상황을 돌아보지 못하고 혼자만의 느린 걸음으로 이탈하는 모습, 교실 바닥에 드러눕는 모습 등 자신의 신체를 조정하고 주변과의 교감을 통해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모습들이 많아지고 있다. 마치 신생아의 허우적거림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신생아는 스스로 사지를 가누고, 기고, 두 발로 일어서 세상을 탐색함으로써 삶의 기본이 되는 자발성을 획득한다.

인간의 발달이 자신의 삶에 대해 주체적 자아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신체를 스스로 조절하는 것은 그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학령기에 이르러서도 신체가 잘 조절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종의 발달 지연으로 보인다.

또한 신체의 발달은 단순한 성숙을 넘어 활동 공간의 확장과 관계의 확장을 의미한다. 걷기 시작하면 바깥 활동이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만나는 사람 관계도 많아지게 된다. 장소와 관계의 확장은 경험과 언어의 확장으로 이어지며 이는 인지 발달과 연관된다. 신체를 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은 보통 자신의 상태를 언어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냥’, ‘좋아요, 나빠요등 제한적인 몇 단어로 감정과 상황을 표현하는데 이런 현상은 초등 저학년에서만 관찰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 고학년을 넘어 중학생들에게도 관찰되는 등 점점 발달 지연 현상이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현저히 낮다.

타인의 아픔에 대해 공감하고 위로하기 보다는 웃음이 먼저 터진다거나 수업 중에 발화의 순서나 맥락과 관계없이 불쑥 큰 소리로 말하는 일은 빈번한 일이다. 같은 상황에서 자신이 겪을 때와 남이 겪을 때의 반응을 다르게 인식하고 행동하는데 거리낌이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인데 이는 유아기 자기중심적인 사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여 일어나는 발달 지연 현상이다.

유아기에는 외적말 단계에서 혼잣말 단계를 거치면서 놀이와 언어 자극을 통해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는 바탕을 다진다. 즉 사회적으로 합의된 언어와 그에 따른 개념을 배우게 되면서 발달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아동의 모습은 자기중심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사용하는 어휘 수는 많으나 상황에 적절하게 사용하지 못하는 인지 부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학생의 공감능력 부족으로 인한 행동은 교사에게 심각한 수업 방해 행위이자, 학생 생활 지도의 어려움으로 다가와 결국 교육의 위기를 초래한다. 이런 행위가 지속되면 교수학습 상호작용의 바탕인 교사와 학생 간에 상호 존중의 협력적 관계가 깨지고, 학생이 교사의 선도적 지도를 거부하게 되면, 초기에는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학생이었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부진이 누적되어 결국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학생이 된다. 교수-학습에 있어 공감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발달은 의식이라고 하는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자발성에 기초하며, 또한 오랜 문화역사를 통해 축적되어 온 내용과 방법, 기능을 다루기 때문에 교사의 선도적 지도를 필요로 한다. 따라서 교육관계는 상호 인정과 존중에 기초한 협력적 관계여야 한다. 그럴 때만 발달적 교수-학습 상호작용이 활성화될 수 있다. 현재 교육관계의 위기는 결국 협력이 안 되거나(협력도 일정한 발달을 전제하며 협력 자체가 하나의 발달기능이기도 하다) 상호존중이 위협받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자기중심적 사고 단계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학령기에 접어드는 학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상대방의 말을 듣지 못하는 학생이 많아져 교육적 상호작용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 결과 과도한 공평함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가 공부를 하면 선생님은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해 주어야 하고, 개인의 사정에 상관없이 모든 처우가 똑같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곡된 평등주의를 요구하는 것이다. 가끔은 구성원 모두가 불편하더라도 똑같이 불편하면 공평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반해 교사들은 비록 보상이 자신에게 불공정하고 불리하게 작용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형편에 맞게 알맞은 처우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교육을 내면화한 세대이다. 이를 바탕으로 공교육의 존재 이유도 차별적 지원 정책을 통해 공정한 사회, 결과적 사회 평등을 이루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여기에서 학생과 교사 간 교육적 상호작용이 어려워지게 된다.

교육적 상호작용은 교사와 학부모, 학생과 학부모, 학생과 학생, 교사와 교사, 학부모와 학부모 등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지만 핵심은 교사와 학생 관계이다. 이런 관계가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얻어진 총체적 결과물이 교육이고, 이를 통해 아동은 전인격적 발달을 하게 되는데 그 시작인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여 원활한 상호작용을 못하게 된다면 학교 교육, 나아가 아동의 고른 발달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타인을 인식하지 못하는 공감능력 부족은 상호작용에 문제를 일으키고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협력적 관계성은 다양한 사회적 관계 맺기에도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 간 관계의 위기는 교육의 위기이고 교육의 위기는 바로 사회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3) 자기규제가 되지 않는 아동이 늘고 있다.

학습을 하기 위해서는 주의집중과 더불어 자기규제는 필수 조건이다. 자기규제란 장기적인 보상을 얻기 위해 혹은 처벌을 받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 행동, 욕망을 통제하고 단기적인 쾌락과 만족을 미루는 능력을 말한다. , 아동은 학교 규칙을 따르고, 정해진 수업 시간을 지키며, 수업 방해 행위를 스스로 조절하는 등 순간순간 자기규제를 통해 학습에 집중하게 된다. 자기규제를 좀 더 면밀히 살펴본다면 행동주의적 관점, 사회인지적 관점, 언어적 발달에 따른 관점, 사회심리적 관점 등 관점마다 조건과 과정은 다르지만 주장하는 바는 비슷하다. 영유아기 외적 규제를 거쳐 학령기 내적 자기규제로 나아가는 것이 발달의 방향이라고 보는 것이다. 외적 규제는 외부적 보상 기제, 자기규제는 내부적 보상(만족) 기제가 작동하는데 학생들은 기계적 공평공정이라고 주장하면서 교사와의 관계에서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공정이라는 말 속에는 공평하고 올바름이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알 수 있듯이 올바름이라는 내적 가치판단을 포함하고 있다.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학생이라면 외적 규제를 넘어 내적 자기규제가 작동되어 장기적이고 내적 보상을 바탕으로 하는 관계 형성이 가능해져야 좀 더 난이도 있는 수업에도 스스로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현재 다수의 교실에서 외적 자기 규제를 통해서만 학생 통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주체적 학습은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사회적으로 합의된 가치를 내면화하여 스스로에게 적용되는 가치판단 기준을 세우지 못하고 외부 판단 기준에 집착하는 미발달된 모습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4) 수동적인 학습 활동에서만 제한적으로 높은 집중력을 보인다.

학생들은 토론, 활동 중심 학습에서는 집중하지 못하고 어수선하다가도 문제 풀이 시간이 되면 집중하여 기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사고가 필요한 문제도 기계적으로 푼다. 문제 풀이와 시험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 학력, 학벌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의 활용도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고, 학벌에 따른 계층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모습은 자기중심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외적 규제에 의해 움직이는 발달 지연이 일어났을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생들이 학령기동안 가장 많이 접하는 학습방법이 문제 풀이이다. 학년이 바뀌어도, 과목별 담당 선생님이 바뀌어도 조용한 가운데 시험을 보는 상황은 바뀌지 않는다. 새로운 규칙도 필요하지 않고 새로운 생각을 내지 않아도 되는 이 학습방법에 학생들이 집중하는 모습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문제 풀이를 통해 기억재생을 잘하면 그 다음 과정인 창조적인 생각도 잘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정보(기억)를 엮어 논리적, 창조적 사고를 하게 되는데, 비고츠키에 의하면 기억은 자연적 기억과 논리적 기억 2가지로 나누어진다고 한다. 자연적 기억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그대로 개별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이 가득 차면 비워져 쉽게 잊혀 진다.

반면 논리적 기억은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를 자신의 현재 기억과 연결하여 주제별로 저장하기 때문에 저장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자연적 기억과 달리 하나의 실마리를 당기면 많은 정보를 꺼낼 수 있다.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모습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이 문제임을 알 수 있다. 반복학습을 통해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자발성을 얻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또는 기계적으로 문제 풀이를 반복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이전 세대보다 아는 건 많은데 활동중심교육 참여도가 떨어지는 세대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이다.

 

 

5) 발달의 정도를 예측하기 힘들다.

상대방의 말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자기 생각을 표현할 때 책에서 나올 법한 문어체 또는 어른 말투를 쓴다. 아주 간단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못하면서 가끔은 확장된 사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는 적절한 상호작용과 교수학습에 의한 과학적 개념 형성이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아동의 인지 발달은 풍부한 일상적 개념을 바탕으로 하여, 교수-학습을 통해 습득한 과학적 개념을 통해 일상적 개념의 구조를 재구성하는 쌍방향적, 역동적 작용을 통해 진개념으로 발달해 간다. 그러나 일상적, 경험적 개념이 풍부하더라도 교수-학습(성인과의 다양한 형태의 상호작용)을 통한 과학적 개념으로의 발달 과정이 없으면, 평생 일상적 개념, 의사개념을 진개념으로 착각하는, 과학적 개념의 미발달 단계에 계속 머물게 된다. 앞서 예를 든 공평이라는 단어를 학생들은 공정와 함께 사용한다. 똑같으면 공평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교수-학습을 통해 차이점을 익혀 학교생활에서 교사의 학생에 대한 개별지도를 이해하게 되는 것이 과학적 개념을 형성하는 과정이다. 그러나 교수-학습의 상호작용에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수많은 정보를 검증하지 못한 채 고착화시켜 일상생활에 적용하게 되면, 교사는 학생들이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게 된다.

 

 

6) 전반적으로 주의집중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다.

주의는 지각, 기억, 학습 및 문제해결, 언어이해와 같은 주요 인지 과정에서 인간이 어떤 정보에 집중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의 인지 발달은 주변 정보를 감각을 이용하여 지각하고, 이를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여 창조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때 주의는 아래 표에서 보듯이 지각과 기억 사이에서 중요한 여과기 역할을 하며 정보를 선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인지 발달의 시작은 주의집중에서부터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주의이론에 따르면 인간이 정보를 처리함에 있어 2가지 양상을 보이는데, 그것은 자발적 선택과 비자발적 선택이다. 비자발적 선택은 유지 시간이 매우 짧고 금방 익숙해져 집중효과가 적다. 간단한 예로 갑작스런 경적 소리에 깜짝 놀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수업에서는 소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 탁자를 치거나 박수를 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일시적인 집중일 뿐 논리적 기억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한다.

자발적 선택에 의한 주의집중은 평소 책을 좋아하던 학생이 교사가 읽어주는 동화책에 더욱 집중하여 듣는 것을 말한다. 또 다른 예로 운전 중 통화를 하다가도 길이 막히게 되면 통화를 중단하고 운전에만 더욱 집중하는 것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자발적 선택에 의한 주의집중은 자신의 경험(기억)과 함께 작동하면서 논리적 기억으로 저장되어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교수-학습에 있어 자발적 선택에 의한 주의집중이 중요하다.

참고자료에서 보듯이 주의는 너무 익숙하거나 너무 생소하면 흥미를 갖기 힘들다. 평소에 어렴풋이 알고 있던 사실에 대해 알고 싶은 충동이 생기고 집중하게 된다. 흐릿한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자발적 기억 재생에 문제를 가지고 있거나, 외적 규제 없이는 내적 자기규제가 안되거나, 주변과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런 다양한 발달 위기가 종합적으로 드러난 것이 다수 학생의 주의집중 문제이다. 이는 미발달의 결과이자 발달 지연을 초래하는 시작점이므로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

 

학교 학습의 전제는 자기규제’, ‘자발적 주의’, 기초적 의사소통등의 기초적 발달기능이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학교에서 교수-학습과 집단적 생활이 가능하다. 6세 전후를 이것이 가능해 지는 시기로 보고 입학을 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살펴 본 교실현실은 초등 저학년에서 기초적 발달 기능 형성 정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교수-학습 과정 참여 자체가 어려운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초등 저학년에서부터 교수-학습 상호작용이 어렵게 되고, 이는 초등 고학년, 중학생에서 발달지연, 미발달 현상의 확대로 이어져 교수-학습 관계의 위기로까지 이어지게 됨을 볼 수 있었다.

 

2. 발달 위기와 교육 관계 위기

 

비고츠키 고등정신기능 중에 자기 몸을 통제할 수 있는 자기 규제와 필요한 곳에 주의를 모으는 자발적 주의는 학교 학습의 전제가 되는 발달기능입니다. 교실 상황에서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이러한 발달기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채 학교에 들어오는 경우들이 많아져서 교수-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초등 저학년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후 학년과 중고교로도 연장되어 전 급별에 걸쳐 긍정적인 교육관계의 형성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나 학부모와의 갈등의 시발점도 이 지점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또한 미발달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발달 왜곡으로 연결되기도 합니다. 발달의 위기가 교사 위기로 전화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현재 초중등교육의 가장 큰 난제는 바로 이 발달 위기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서 초등 교실을 살펴 본 결과 학생의 발달 위기는 교사가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데 있어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 발달 위기상황은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학생이 학교에서 수업과 집단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자기규제’, ‘자발적 주의’, ‘기초적인 소통능력’, ‘내적 말등 기초적인 발달 기능이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자기규제는 자신의 몸을 통제하는 것으로 이 기능이 형성되어야 가만히 자기 자리를 지킬 수 있고 공동체 생활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행동 수칙을 수행할 수 있다. ‘자발적 주의는 필요한 곳에 자신의 주의를 집중하는 것으로 교사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고 교수-학습 프로그램에 일정 시간 참여를 지속할 수 있다. 타인의 말을 듣고 거기에 반응하는 기초적 의사소통이 되어야 교사 및 동료들과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내적 말은 소리 내지 않고 속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 기능이 미처 형성되지 못하면 혼잣말을 계속 하기 때문에 타인의 의사소통과 수업을 방해하게 된다. 물론 초등학교 입학 시기 기초적 발달기능들이 모두 다 충분히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경우 교사의 말에 주목하고 교수-학습 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아직 매우 짧다. 또 일부 아이들은 발달의 속도가 다소 간 더뎌 학습 참여 자체가 어렵기도 하다. 개인차가 있고, 한 개인 안에서도 기능들의 속도 차가 있다. 발달 지연상태로 입학을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학교에서는 발달 기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이런 학생에게 개별적 차원에서 여러 가지 교육적 고려와 노력을 투여하면서 최대한 교수-학습 과정에 참여하도록 도모하여 본격적인 학습이 시작되는 중학년 이후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점차 기초적 발달기능을 갖추지 못하고 입학하는 학생의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발달 지연의 정도도 심해지다 보니 개별적 집중 지원에 의한 발달 지연 해소가 점점 어렵게 되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서 기초적 발달 기능을 더욱 성숙시키고, 이를 토대로 의식적 파악’, ‘논리적 기억기능을 형성하여 중학년 이후 본격적인 학습과정에 들어서야 하는데 발달 지연상태에서 집중 지원을 받지 못한 상태로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연령에 맞는 적절한 기능을 습득하지 못한 미발달 상태’(결핍)로 중학년을 맞이하게 된다.

중학년 이후 학습 난이도가 높아지고, 학습양도 많아지면 이런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기 어려워진다. 수업에 참여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참여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교수-학습 과정과 무관한 행동과 말을 하게 되고 이 상황에서 교사는 주의를 주고 통제를 하려 하게 된다. 이는 교수-학습 관계 형성의 실패가 곧 서로를 적대시하는 대립 관계로 전화되기 쉬움을 의미한다. 발달의 문제가 교육관계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이 상태로 중등교육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개념적 사고형성을 위해 필요한 기능인 의식적 파악, 논리적 기억을 습득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기초적인 발달 기능인 자기규제, 주의집중, 의사소통 능력조차 성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중학생이 입시를 위한 학습을 직접 수행하는데 투입된다면 학습 혐오감을 키워 학습 포기로 이어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더 큰 문제는 교수-학습 관계에서 한 번 이탈한 학생이 발달 기능을 회복하여 재진입하는 것은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탈은 확대되고, 집단적 이탈 현상도 보이며 이를 통제하려는 교사와 갈등을 겪게 되고, 집단적 대립은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또한 중등교육에서 학습포기는 발달 왜곡이라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성장 중인 아동, 청소년이 삶의 가장 중요하고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학교와 교수-학습이라는 공간과 활동에서 소외되고 불행하게 느낄 경우 나름의 생존 방식을 형성하게 된다. 관계를 회피하고 스스로 고립화하거나, 또래집단을 형성해 오로지 자신의 사회적 욕구를 해소하는 관계로 나아가는 발달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

초등학교 입학 당시 기초적 기능 발달 지연미발달로 이어지고 결국 교수-학습 이탈관계의 위기를 거쳐 발달 왜곡에 이르게 되었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확대되어 집단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을 아동 발달 위기라고 판단한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 속에서 입학 초기 기초기능발달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하지만 발달 격차에 관계없이 이 고리를 끊고 학생들이 모든 교수-학습 과정에 참여케 하여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교육의 목표이자 안정적인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 기초 발달기능이 조금 미약한 경우 속도가 더딘 것을 빨리 만회하고 동료들과 함께 발달의 도정을 밟아 나갈 수 있도록 모든 인적, 물적 지원을 투입해야 한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초등고학년, 중등교육 발달 결핍 상태에서 만회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3. 아동 발달 위기의 원인

발달 위기와 관계 위기를 불러오는 발달 지연 현상의 원인은 무엇일까?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구조와 급변하는 사회, 개별적 상황 등을 고려하면 단정적으로 원인을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초등학교 입학 초기 만나는 아동의 발달 격차에 초점을 맞추어 발달 지연의 원인을 찾고자 한다.

 

1) 양육자 요인의 변화이다.

인간은 생물학적 인간으로 태어났기에 신체적으로는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사회문화적 상호 작용을 통해서만 인간으로 성장발달이 가능하다. 늑대인간의 예에서 보듯이 사회문화적 관계가 배제된 환경에서는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은 인간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영유아 시기는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기에 기본적인 돌봄이 필요한 시기이고 더불어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이 시작되는 시기이므로 매우 중요하다.

역사문화적으로 영유아기 상호 작용의 모습은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하다.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여 보편적으로 영유아는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 발달한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구체적인 형태는 다양하게 바뀌고 있다. 우리 사회는 빠른 산업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노동 시간의 확대를 거쳐 최근에는 일과 삶의 균형감을 가지는 움직임까지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전에는 부모(특히 어머니)를 중심으로 한 양육 형태에서 이제는 부모, 조부모, 양육 전문 인력 등 다양한 양육 형태를 보이고 있다. 또한 영유아 전체 시기를 볼 때 양육자 변화가 크게 없는 경우도 있고, 안정적인 양육자를 구하지 못하면 잦은 양육자 변경을 겪기도 한다. 이 모든 양육 환경은 입학 당시 초기기능의 발달 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발달 지연을 일으키는 개별적 상황과 원인에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입학생 중 발달 지연 학생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원인 중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가족 형태의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 보고자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가족 형태가 나타났지만 대부분 아동은 부모와 주변 양육자의 도움으로 정상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발달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발달 지연을 보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 늘어나는 것도 현실이므로 가족 형태 변화에 다시 주목하게 되었다.

다양한 가족 형태로 바뀌면서 영유아 시절 성인과의 접촉 시간과 접촉자 수가 절대적으로 적어지고, 이에 따라 발달에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상호 작용 또한 부족해지게 되었다. 예전 대가족이거나 마을 문화가 존재할 때 영유아는 많은 성인을 만나고 그를 통해 각자가 가진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화와 맞벌이의 증가, 노동환경 악화로 영유아 시기 중요한 발달 과제인 애착관계를 제대로 형성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어른과의 대면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게 되었다.

3세 이상 영유아의 약 93%가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고, 이용시간은 하루 9시간 이상이 가장 많았다. (통계청, e-나라지표 참고) 이는 영유아 시기 발달에 있어 부모 다음으로 큰 영향을 주는 의미 있는 양육자는 시설의 보육교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영유아 시기 보육교사 1인당 아동 수는 7~15명이고 야외놀이 시에는 그 이상의 아동을 돌보고 있다.(한국일보, 2020.12.14.일자 보도) 이는 단순한 보육교사의 업무과중의 관점을 넘어 아동 발달적 관점에서 본다면 국가적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영유아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양육자(보육교사)와 정서적 교감을 나누고, 말을 주고받고, 함께 놀이를 하면서 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지낼 수 있는 환경인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돌봐야 하는 아동이 많다보니 1인당 대면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고, 그 시간조차 개별접촉보다는 학교 수업시간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가장 의미 있는 부모와의 관계는 맞벌이로 인해 시간이 줄고, 예전 마을에서 만나던 성인에 해당하는 보육교사와의 시간에서 영유아 발달에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이 영유아와 주 양육자 간 상호작용 부족 현상은 발달 초기 정서적 안정감, 감각, 언어, 의사소통 기능 발달에 많은 문제를 초래하게 되어 학령기 발달에도 문제를 야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영유아기 언어 발달 문제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되고, 언어 발달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자기규제, 주의집중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한 인지 발달 측면뿐만 아니라 영유아기 안정된 애착 관계를 통한 정서 발달은 이후 독립된 인격체로 발달하는데 있어 가장 기본이 된다. 최초의 관계 맺기가 불안하면 이후 만나게 되는 또래와의 관계 맺기는 더욱 힘들어 지고, 의사소통 기능 발달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사회 변화는 교육 대위기를 초래하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사회 구조가 되었다. 이에 교육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현 상황에 맞는 교육과정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학생이 될 준비가 되지 못하고 미발달 된 채로 학령기를 맞이하는 아동들에게 교수-학습을 통한 고등정신기능발달은 기대할 수 없고, 그것을 행하는 교사는 자아효능감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계속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가족 형태의 변화는 사회구조적 변화이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사회 계층에 따라 초기 양육 환경은 큰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학교는 교육과정 수정을 통해 지연 된 발달 기능을 조속히 만회하여 자기규제’, ‘주의집중’, ‘언어발달을 통한 의사소통등 학생 될 준비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2) 자극 매체의 변화이다.

영유아가 처음 접하는 매체가 문자와 그림에서 빠른 시각적 자극인 동영상으로 변화하였다. 동영상이 가지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호 작용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끼어드는 것에 대해 분노를 하게 된다. 또한 영상은 빠른 시청각 자극이기 때문에 쉽게 익숙해진다. 따라서 이후 학습에 있어 더 강한 자극을 주지 않으면 외적 동기 유발조차 어렵다. 지속적 학습을 위한 최종목표는 내적동기인데 영상은 외적 동기 유발조차 어려우니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영상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노출 순서, 노출 시기, 노출 시간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문자와 영상 정보의 처리 용량을 보면 확실히 문자 정보 처리 용량이 크다. , 의미적 자극이 되어 인지 발달을 활성화 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상 매체에 먼저 노출된 아동은 문자정보를 정보로 인식하지 못한다. 너무나 낯선 정보이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 문자 매체를 통한 인지발달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문자를 정보로 인식할 때까지는 영상매체는 피해야 한다. 영상매체 중에서도 스마트기기는 매우 강한 자극이면서 중독성이 강하다. 따라서 자기 조절이 완벽하게 통제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면 발달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선 2가지 문제로 인해 노출 시간 및 빈도를 조절해야 할 것이다.

 

3) 놀이 문화의 변화이다.

놀이는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그 형태나 의미가 달라지는데 유아기의 놀이는 자기규제를 터득하고, 대상에서 의미를 분리하여 자기중심적 말을 발달시키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아이들이 놀이에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조건이 따른다. 여러 명이 모여서 같은 규칙을 잘 지키면서 놀이에 충실할 때 즐거움이 얻어지는 것이다. 즉 규칙을 따르는 자기규제를 통해 지연된 만족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규칙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놀이를 위해 모인 아동들끼리 자발적으로 만들어 내는 자유의 영역이라는 것 또한 아동 발달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혼자서 놀이를 하는 경우에도 이 경험을 떠올리며 여러 명을 등장시켜 각자 역할에 충실하도록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지키면서 즐거워한다. 또한 이 과정에서 언어 발달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놀이를 위해서는 주관적 언어만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또래집단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사회적으로 합의된 의미의 말을 사용하게 되고, 서로 합의만 된다면 주어진 사물은 다양한 의미로 변화하여 사용할 수 있기에 언어 발달을 이끌게 된다. 앞서 양육환경과 자극 매체의 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발달 지연 문제도 유아기의 놀이를 통해 많은 부분 해결될 수 있다. 성인 또는 또래와의 상호 작용과 즐거운 경험을 통해 정서적 안정감과 의사소통 능력 형성, 만족 지연을 통한 자기규제, 자발적 주의집중까지 얻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다.

그러나 현재 유아기 놀이 문화는 이러한 기능을 하기에는 너무 많이 변질되어 있다. 또래와 함께 하지 않아도 되는 놀이, 사물에서 의미를 추출해 내지 않아도 될 만큼 완성형 장난감, 언어적 상호 작용이 필요 없는 놀잇감(게임기)이 유아기 놀이 문화로 바뀌어 버렸다. 놀이를 통해 사고를 확장하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놀이가 아니라 한 번 놀면 흩어 없어지기 때문에 별다른 주의집중이 필요 없는 놀이가 대부분이다.

놀이 문화의 변질은 아동 발달 위기를 초래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서적 안정감과 인지적 발달을 함께 이끌 수 있으며, 각 발달 단계마다 다양한 활동으로 변형될 수 있으므로 교사는 놀이 문화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4) 인간에 대한 발달적 관점이 없다.

발달을 바라볼 때 연속적인 양적 누적이라고 보는 관점과 불연속적인 질적 변화로 관점이 있다. 전자는 아동에게 많은 지식을 기억하면 어른과 같은 사고를 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고, 후자는 아동의 기억은 시각적 기억이고 어른의 기억은 논리적, 언어적 기억이기에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관점이다. 인간의 발달을 관찰한 결과 현대교육학에서는 후자의 관점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더해 비고츠키는 인간 발달 과정을 제시하고 다른 단계로의 도약과 이행에 자세하게 설명하였다. 도약 시기의 불안정함을 병리적 현상(문제 행동)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발달에서의 위기는 다음 단계로 질적 변화하기 위한 중요한 시기이므로 그에 맞는 적절한 교육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이처럼 발달은 질적 변화의 도약 과정이며, 도약 이후 이전 단계의 활동은 다음 단계 활동으로 교체되고 이를 발달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령이 되었다고 해서 도약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표를 통해 알 수 있다. 발달 단계별 적절한 선도활동을 해 줘야 다음 단계로 도약이 가능하고 이에 따른 새로운 기능 발달도 함께 이루어지게 됨을 알 수 있다.

조기교육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놀이와 역할극 활동을 통해 자기규제와 주의집중, 의사소통 능력을 길러야 초중등 교육에 필요한 자발성을 갖추게 된다. 조기교육은 말을 하게 되는 순간 모든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학습 기억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어른의 어휘를 경험케 하면 발달이 될 거라는 관점인 것이다. 학습 난이도가 낮을 때는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나 점차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없게 된다. 오히려 일곱 살의 위기를 거치면서 형성해야 할 학습 기초기능인 자기규제, 주의집중, 의사소통능력, 정서적 공감 능력 등에서 발달 지연을 보이게 되고, 이런 상태로 입학하게 된다.

사회적 변화에 따라 유아교육기관에 다니는 시기는 빨라지고 있는데 교육기관 종사자들이 발달적 관점을 가지지 않은 채 학부모와 만나게 된다면 그들의 무분별한 학습 요구에 사회 전반적으로 영유아는 조기교육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현재 초등학교의 어려움으로 바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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