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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과 문화> 코로나로 인한 동물전시산업의 쇠퇴와 동물인권에 대한 단상



코로나로 인한 동물전시산업 쇠퇴와 동물인권에 대한 단상

 

이성우(구미 도량초)

 

얼마 전 뉴스에서 코로나 때문에 동물원의 동물들이 굶어 죽을 판국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수익 감소로 인해 먹이 살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너무 웃기는 말이다. 동물들 걱정이 되면 동물이 원래 있던 곳으로 보내주면 된다. 그게 유일한 인도적 실천이다. 동물의 입장에서 동물원은 동물감옥 외에 아무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아무 죄도 없이 무기수로 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갇혀 있다. 그러니 동물원 측이 코로나 때문에 동물 걱정을 늘어놓는 것은 고양이 쥐 걱정하는 격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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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366pixel, 세로 768pixel

 

1983, 세 살 박이 범고래가 인간들에게 납치되어 세계 최대의 아쿠아리움 씨랜드에 팔린다. 씨랜드가 틸리쿰이라 이름 붙인 이 아기고래를 잡는 과정이 비인간의 극치를 치닫는다. 떼를 지어 헤엄쳐가는 고래들을 공중에서 헬기로 관측 상황을 쾌속정에 알려주고 마침내 막다른 골목으로 고래 떼를 몰아넣은 뒤 새끼만 포획하는 것이다. 어미는 운송비가 비싸서 포획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때 어른 고래들은 그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지 않고 새끼 고래가 끌려가는 상황을 울면서 끝까지 지켜보았다고 한다.

이렇듯 고래는 인간만큼이나 지력과 감수성이 발달해 있다. 그래서 수족관에 갇힌 고래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 결과 씨랜드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 아니 범고래 틸리쿰은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발동하여 세 명의 조련사를 죽였다. [블랙 피쉬]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는 인간의 탐욕에 의해 틸리쿰이 망가져가고 그 분노심이 인간을 향한 공격으로 연결되는 슬프고도 무서운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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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50pixel, 세로 497pixel

 

위의 사진은 씨랜드에서 쇼를 벌이고 있는 틸리쿰의 모습이다. 수많은 관객들의 환호 속에 행복한 미소를 짓는 듯하지만 그것은 우리 인간의 착각일 뿐이다. 이러한 착시현상으로 인해 글머리에서 제기한 SBS 뉴스의 관점에서 보듯 많은 사람들이 동물인권을 인간에 의한 보살핌의 문제로 몰고 가는 우를 범한다.

2013, 제돌이라는 이름의 돌고래가 서울대공원에서 방류될 때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좁은 공간에 돌고래를 가둬놓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것은 비인도적이라는 여론이 일자 대공원 측에서 제돌이의 방류를 놓고 설문조사를 벌였는데, 뜻밖에도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왔다. 반대 이유는 제돌이가 야생에 던져지면 위험하다거나 굶어죽을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한국 최고의 동물생태학자인 최재천 교수의 말이 우리 정수리를 내리친다.

 

만약 당사자인 고래에게 너 밖에 나가면 위험한데 어쩔 거냐? 이곳에서 안전하고 배부른 삶을 살래 아니면 위험해도 바다로 돌아갈래?” 라고 묻는다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바다로 나가겠다고 답할 것이다!

(흥미로운 이 영상을 못 보신 분은, 구글에서 님아, 그 수족관에 가지 마시오로 검색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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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626pixel, 세로 415pixel

다시 코로나 시국의 동물원 이야기로 돌아가자. 뉴스에서 보도한 사진 속의 사자는 내 고향 대구의 달성공원에 있는 불쌍한 친구다. 볼거리가 없었던 나 어릴 적에 달성공원은 로망 그 자체였다. 그런데 문화산업이 발달한 지금도 동물원이나 아쿠아리움은 아이들의 선한 동심을 자극하여 가족단위의 방문을 유인한다. 이런 호응에 힘입어 동물전시산업이 발달해가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을 향한 아이들의 선량한 호기심과 애정 충족이 틸리쿰이나 제돌이와 같은 동물형제들의 비극을 대가로 이루어지는 것은 엄청난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부모들은 아이의 지적 호기심과 선한 감수성을 충족시켜줄 마음에서 비싼 비용으로 멀리 있는 동물원을 찾지만, 이러한 교육적 입장이 실질적으로는 반인륜적인 탐욕과 악행을 돕는 점에서 엄청난 반교육적 실천을 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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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705pixel, 세로 410pixel

 

동물원에 갇힌 동물형제들도 대부분 틸리쿰과 제돌이와 같이 고도의 지능과 감성을 지닌 고등동물들이다. 호랑이는 하루에 30킬로미터를 달려야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런 백수의 왕이 좁은 울타리 속에 갇혀 있으니 얼마나 심한 스트레스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겠는가? 이런 맥락에서 코로나로 인해 동물원에 발길이 끊겨 동물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다는 걱정을 늘어놓는 것이 과연 동물을 위한 선량한 고민일지 생각해보자. 그에 대한 답을 못 내리겠다면 동물에게 물어보자. 동물들이 가장 원하는 것이 뭘까? 두 말할 것도 없이,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현재의 동물들이 동물원에서 다 굶어죽는다 하더라도 진정으로 동물을 생각한다면 동물원을 찾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후속되는 동물들의 고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전시산업이 흥할수록 동물들의 불행도 커져가고 그 역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로 다른 것은 걱정하더라도 동물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동물전시산업이 쇠퇴하여 동물형제들이 동물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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