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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호 왕뒤의 왕

2001.02.08 18:28

정은교 조회 수:1202 추천:2

전교조 위원장 선거를 바라보며... 왕 뒤의 큰 왕

왕 뒤의 큰 왕

정 은 교 (소장)

  전교조 위원장 선거가 곧 다가온다. 이번 선거에 대한 내/우리의 의견을 밝히기 전에, 지난 10. 24 연가투쟁때 이야기를 잠깐 들춰보려 한다. 내가 다니는 학교 분회 이야기다.
  우리 학교는 교사 44명 중에 조합원이 20명인데, 그중 13명이 연가투쟁에 동참했다. 분회보는커녕 분회모임조차 어쩌다 한두 번 꾸렸던 게을러터진 분회장으로서, 조합원의 과반수가 스스로 알아서 나서주었으니 그때처럼 고마울 때가 없었지. 그리고 여지껏은 그저 얌전한 교사들, 자주적 교사단체가 필요하다 싶어 매달 1만원씩 회비를 보태주긴 했어도 그이상 조합일을 내 일로 여겨 떨쳐나서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던 소시민(?)들께서 조합의 운명을 자기 운명으로 여겨 바야흐로 떨쳐 나섰으니 이처럼 대견스러울 데가 또 어디 있으랴. 머리띠나 격한 구호, 함성과는 도무지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조신하고 우아한 몸가짐의 여선생이 이제 당당히 '파업!'을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로 탈바꿈하였으니 말이다. 아마도 전교조가 대중의 참여 속에 '진짜 노동조합'으로 거듭난 것도 바로 그때부터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대견스런 행동이 거저 생겨난 것은 물론 아니다. 교사 집단을 싸그리 헐뜯고 몰아붙이는 미친 개혁바람으로 하여 지난 몇 년간 교사들은 너나없이 울분을 속으로 삭혀야 했고, 그 분노가 있었기에 불법(!) 단체행동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것뿐이랴? 온나라 곳곳에서 모여든 선봉대 교사들이 당차게 시위를 벌이고, 경찰서에 끌려가 알몸까지 벗기우며 헌신적으로 싸웠기에 그 열정이 동료 교사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아닌가.

  연가투쟁 당일날도 그렇다. 비는 까마귀 눈물처럼 추적추적 내리고, 도무지 집회를 벌이기가 마땅치 않은 일진까지 겹쳐, 우리 분회원 중에는 집회 참가를 꺼리는 분도 여럿 있었다. "학교를 박차고 나온 것만도 큰 일 해낸 것이잖아요, 저어어... 집회에는 분회장님이랑 몇 분이서 가시고, 우리는 좀 빼주실 수 없을까요? 좀 이쁘게 봐주세요." "무슨! 그럼 당신은 학교에 돌아가서 '우리, 놀다 왔다.'고 보고할 셈이유? 딴 선생들이 그럼 어떻게 생각하겠수?"   '모처럼' 호기롭게 을러대기까지 하여, 서울역으로 받들고 모시고 행차했것다. 빗줄기 굵어진 서울역, 마음 같아서야 뒷전에 서성이다가 처마가 있는 역 라운지쪽으로 몸을 비키고 싶은 심사도 어디 없으랴마는, 비옷을 건네주니 받아입었고, 남들이 주저앉으니 나도 따라 앉을 밖에. 무릎 아래로는 빗물이 슬슬 차오르고, 하늘을 치어다보니 새천년의 암울한 사회현실을 그 빛깔대로 색칠해 놓은 듯 온통 무너지는 회색빛이었네라.

  분회에서 연가를 결의하기까지도 그리 쉽지는 않았다. 왜 꼭 불법의 시비 붙을 연가까지 해야 하느냐? 옆엣 학교들에서는 잠잠하다던데, 우리만 돌출해서 피곤해지는 것 아니냐? 징계가 없으리라는 법 없는데 다들 각오는 되었느냐? 학부모 여론이 좋지 않을 텐데, 뭐라고 대꾸해야 하나. 지도부에서는 그 공세를 돌파할 대책을 마련해 놓았느냐? 다시 첫머리로 돌아가서, 딴 투쟁방법은 없느냐?... 걱정의 산을 허위허위 넘고, 파란 많은 걱정의 바다를 어렵사리 헤친 뒤에서야 가까스로 '파업하는 전교조 분회'가 탄생한 것이니라.

  그때, 분회모임에서 열띤 토론 벌일 때, 내게 문득 일어난 생각은 이것이다. '조직의 주인은 요구하는 것이 많다.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 조합비나 보태주고 성원이나 보내는 소극적인 조합원들은 전교조 본부랑 지부에게 따져묻는 일이 별로 없다. '그럭저럭 잘 하겠지, 뭐.'하고 너그럽게, 아니 무관심하게 보아넘긴다. 하지만 교장 교감에게 맞서가며 어떤 행동을 벌여야 하는 조합원들은 전교조 지도부에게 너그럽지 못하다. "당신들, 전술을 제대로 짠 거야? 현장 사정 제대로 알기나 해?" 이것저것 따져 묻는 분회원들에게 본부를 변호하느라 쩔쩔매면서도 나는 내심 반가웠다. 이들이 '우리가 전교조의 주인이노라.'고 표현하는 광경이었으니까. "우리가 지금 행동에 나섬으로써 비로소 전교조가 성립하는 것이오. 당신들 설거지꾼들은 우리를 위해 최대한 봉사하시오!"

  그렇다! 곧 다가올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후보들을 가늠하는 잣대는 바로 이것이 되어야 한다.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랜 연조를 쌓고 이름을 높였느냐가 아니라, 행동하는 조합원들을 위해 얼마나 헌신할 자세가 되어 있느냐, 또 대중투쟁을 앞장서 이끌 과학적인 전술관을 갖추고 있느냐!   전교조 지도부 사정을 알고 싶어하지 않는 소극적인 조합원들이 그저 막연한 인상에 따라 '이미지 선거'에 임하고, 그것이 선거 판도를 좌우하는 그런 선거가 되어서는 선거가 오히려 전교조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행동하는 조합원'들로 하여금, 상부의 지도력에 대해 냉엄히 토론케 하라! 그 결과로서, 후보들 면면을 판단케 하라! 선거가 투쟁이 되게 하라!

  우리는 전교조 지난 집행부의 지도력에 대해 너무나 실망이 크다. 단체교섭에 애걸복걸 매달린다 해서, 연임(連任)을 가능케 해줄 무슨 탐스런 열매가 굴러오리라 믿었다면 현실을 한참 잘못 파악한 것이다. YS든 DJ든, 신자유주의/보수주의 구랏발/짬뽕 정권이 노동계급에게 무슨 양보나 타협이나 베풀 건덕지가 도무지 없다는 사실을 23시간 59분 잊고 지내지 않고서야, 어찌 그런 황당한 미련 속에 해를 보낼 수 있는가. 유상덕씨와 김진경씨가 한동안 문건 속에 열심히 써댔던 이른바 '조합주의'라는 것이 설 자리는 우리 사회 어디에도 없다. '조합주의'라는 것의 본질은 '노/사 타협'이다. 유럽에서는 그것이 어느 만큼 실현되기도 했다. 100% 찬양할 이념은 아니지만, 말뜻 그대로 실현된다면 나름의 가치는 물론 있다. 하지만 한국의 자본과 국가관료는 그럴 능력도, 마음도 없다. 몸 뺏기고, 돈 뺏기고, 줏대와 정신마저 뺏기고, 끝끝내 배반당한 뒤라야 그 사실을 시인할 셈인가? 이부영씨는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겠노라, 집회장에서는 큰 소리로 공언했으면서도, 얼마 전 정부에서 '인력개발정책위원회'인가 뭔가 급조해 만들 때 그 위원이 돼 주십사 위촉이 오자 냉큼 받아들였다. 그 이름만 들어도 무엇하는 곳인지 알렷다. 산업계 인사들, 다시 말해 자본의 앞잡이들이 방방거리고, 교육계 인사들은 옆자리에 국으로 처박히는 곳! '교육'을 '인력 개발'쯤으로 격하시키는 자리! 유능 엔지니어 양성할 궁리는 열심이지만, 미숙련/반숙련 노동자들과 룸펜프롤레타리아, 이민노동자들의 운명에 대해서는 별로 고민하지 않는 자리! 혼자서라도 적진(敵陣)에 들어가 싸우겠다구요? 에이, 여보슈! 전교조에 물 먹여놓고 무슨 변명이 가능하겠소?

  일반 조합원들은 '민주노총!' 하면 까마득 높은 기관으로 느낀다. 당연히 전교조보다는 더 투철하고 지도력이 높으리라 지레짐작한다. 천만의 말씀이올시다. 김대중정권 들어서면서 '노사정 위원회'가 떴지. 무엇하는 곳인가? 노/사/정이 '타협'하는 곳이다. 제대로 타협하기만 한다면야, '조합주의'가 설 자리도 얼마큼 생기제. 그런데 민주노총이 무엇을 타협해 주었는가? 전교조 인정받고, 저희 단체의 합법성을 보장받는 대신에, '정리 해고'에 도장을 찍어 주었니라. 그 둘이 서로 맞교환될 성질의 것이었던가? 합법성이란 결국에는 싸워서 얻는 것이지, 보장받는 것이 아니잖은가. '정리 해고' 말이 나왔는데, 민주노총이 실업자, 반(半)실업자들의 운명을 자기것으로 받아들여 싸워내지 못한다면, 혹시나 그 사실이 분명해지는 순간부터 우리는 민주노총에 대한 기대를 끊어야 한다. 조합의 혜택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들만 위하는 노동조직은 이미 노동운동의 대의(大義)를 저버린 조직 아닌가. 요즘 민주노총에서는 한국노총 본을 받아, '정부의 지원금' 타먹을 궁리가 한창이라는 걱정스런 소문도 들리더라.   신자유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한국에서 노사정위원회가 설 자리는 없다. 정권에 농락 당하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이지. 요즘 밑으로부터 투쟁 열기가 올라오는 까닭에, 정권과는 도저히 짝짜꿍 맞출 수 없는 현실이라서, 위원장 단병호씨도 나름으로 최선을 다하고는 있다더라만, 민주노총 전체의 지도력을 따지자면 도저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없다. 노동운동쪽에서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지도부를 싸그리 불신하는 활동가들이 많다. 물론 노동운동이 힘 받기 어려운 조건임은 감안해야겠지만, 어쨌거나 그 두 단체가 제대로 일해내고 있지는 못하다는 얘기다. 그러니 이수호씨가 한때 민주노총 지도부로 봉직했다는 것은 결코 자랑스런 이력이 되지 못한다.     

    물론 지도부 한둘의 허물만 들추어 전교조의 무기력함을 설명하는 것은 빈약한 설명방식이다. 이부영씨의 갈팡질팡과 이수호씨의 속 빈 강정을 타박하기 전에, 전교조 주변과 내부 곳곳에 도사린 퇴행적인 흐름들을 꿰뚫을 줄 알아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교육연구소와 월간 '우리교육'은 오래 전부터 친정부 노선을 분명히 해왔다. 이들이 전교조쪽에 주는 메시지는 '정권이 시키는 대로 따르라.'는 것이었다. 왜? 합법화의 은혜를 베풀어 주었으니까. 질문 하나. 전교조의 노동3권 완전보장과 교원의 계약직화는 서로 등가(等價)교환이 가능한 품목들인가?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일반 교사들에게 따귀 맞을 짓이다. 35만 교원전체의 운명과 맞바꿔도 될 만큼, 전교조가 거룩한 조직인가?  훌륭한 조직이긴 해도 거룩한 조직은 아니다. 그런 사고방식을 행여나 품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의 운동관은 대단히 수상한 것이다. 민주노총쪽의 (반면) 교훈을 벌써 잊었단 말인가? 그런데 이것이 대단한 진리라도 되는 양, '노동3권을 줄 테니,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라!' 설파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전교조 주변에 꽤 있다. 그 명분은 또 있지. 아이들을 위한 것이노라!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에 껍벅 죽으라는 얘기다. 오 마이 갓! 그게 한국교육연구소쪽에서 '대놓고' 내뱉는 말이요, 「우리교육」 리더들이 슬금슬금 교사들 '눈치 봐가며' 꺼내고 싶어하는 말이다.

  걱정해야할 흐름은 이처럼 적(敵)의 논리를 슬슬 퍼뜨리는 쪽만이 아니다. 전교조 전체의 운명은 살피지 않고, 저희 부문의 눈앞의 고민에만 매달려 있는 딱한 분들도 있다. 선거때만 되면 이들은 '로비스트'로 나선다. "딴 것에는 우리, 관심 없어! 우리 원하는 대로 해줄 거야, 말 거야? 그것만 답해! 우리 요구에 퇴짜 놓으면 당장 낙선운동 들어갈 거야!!" 물론 이렇게 '막가파'처럼 행동하는 분은 몇 사람 안 된다. 하지만 이 몇 분이 끼치는 영향이 적지 않고, 눈앞의 득표를 위해 원칙 없이 영합하는 흐름도 있기 때문에 따끔한 일깨움이 필요하다.

  전교조는 지금 정권에 맞서, 흔들림없이 지켜내야할 한 방향이 있지 않은가. 공교육을 뒤흔드는 7차 교육과정과 맞서는 싸움이 얼마나 쉽지 않은 일인지는, 일찍이 5년전에 계획되고 거의 3년전에 고시된 7차 과정에 대해,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여론을 불러낸 실정임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한데 뭉쳐서 싸워도 될까말까한 일을, 서로 각방 살림 차려서 어찌 해낼꼬? 내 얘기는 초등/사립의 고민을 묵살하자는 얘기가 결코 아니다. 천만에, 만만에! 다만, 조직을 따로 꾸려서, 초등위원장, 중등위원장, 사립위원장 따로 굴러가게 하고, 전교조 위원장은 바지저고리로 만들어버리고, 한정된 역량을 세 조각으로 갈랐으니 저마다 집행력 부족으로 골골거리게 만들고, 투쟁의 힘을 한데 모으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해 버리고, '전교조호'야 난파되건 말건 그 길로 가자고 지조 굳게(?) 외쳐대고.... 이렇게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조직 문제를 손대려는 '눈먼 흐름'을 경계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목청 높이는 그룹 중에는 활동가로서 자신의 지위를 최우선으로 챙기는, 사심 많은 분도 없으란 법 없다.   

  우리는 조희주/문성호 동지를 지지한다. 이 말뜻은 지난 집행부에서 이부영집행부에 실망을 품고, '새 지도력 건설'을 심각한 과제로 받아들인 8-10개 지부장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뜻이다.(울산, 충남, 전북, 대전, 강원, 서울, 부산, 충북, 인천, 경남의 안종복 지부장후보). 우리는 조희주 동지가 100% 잘 해낼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는다. 가령 서울지부장으로서 조희주 동지는 못해낸 일도 많았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 여건을 좀 떠올려 주시라. 초등/중등/사립 각 지회로 산산이 나뉘어 지부회의에 모여든 지회장 숫자가 스물이 넘고, 지부집행부까지 30명 가까운 인원이 어찌 긴밀하게 회의를 진행하겠는가. 스무남짓의 지회사무실마다 다 꾸리고 나면 지부에 올라와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조희주동지는 한동안 사람 만날 때마다 '어디 (지부에 올라와 일할) 사람 없소?' 입버릇처럼 중얼댔다. 교과모임은 교과모임대로 굴러가고, 다들 흩어져 있는데 무슨 통일된 대오가 꾸려지겠는가. 비합법 조직으로 느슨하게 굴러가던 시절에 잘못 다져놓은 틀 속에서 어찌 단숨에 활기가 솟아오르겠는가.

  물론 그렇더라도 더 잘해낼 여지가 얼마쯤 더 있었겠지. 질책받을 부분이 전혀 없으리라는, 모든 것이 '오류' 아닌 '한계'였노라는 강변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런 대목을 '구체적으로' 찝어서 밝혀주는 동지가 있다면 우리는 기꺼이 인정한다.

  하지만 그를 지지할 충분한 이유는 분명히 있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투쟁열기를 사심없이 받아들여 앞장설 <사람됨 하나>가 리더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기 때문이다. 가진 살림 워낙 없어, 벤츠 또는 벤츠 비슷한 차량이 아니라 간신히 티코를 얻어서 몰고 다니는 사람. '명망'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설령 정권쪽의 변절 유혹, 스카웃 손길이 뻗쳐온다해도 도무지 변절할 수 없는 사람. 주변 동지들이 왜 자신을 앞장세우는지 너무나 분명히 알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뜻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사람. 저 자신의 명망 덕분에 진출해온 것이 아니라, 비타협적인 싸움을 바라는 여러 동지들의 뜻을 받들어 그 활력 속에서 리더가 된 사람.

세부적인 능력 면에서는 부족한 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은 기성 부르조아정당들처럼 인물 몇몇에 의존하여 꾸려가는 조직이 아니니만큼, 그 점에 대해서는 염려 붙들어 매놔도 된다. 우리 전교조는 여럿이 함께 가야하는 조직 아닌가.              

  우리 운동의 정세가 교섭테이블에서 열심히, 화기애매하게 입씨름 벌이는 것쯤으로도 무언가 열매를 얻어낼 수 있는, 유복한 호시절이라면 좋겠다. 정권과 체제에 맞서, 사력(死力)을 다해 싸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시절이라면 참 좋겠다. 교원노조의 본분이 그저 '교과연구' 열심히 하는 것으로 족하다면, 왜 십여년 고락을 같이 해온 동지들끼리 "너네, 참 못났다! 너네가 앞장 서면 크게 탈나니까 좀 뒷전에 물러나 줘!" 타박을 하겠는가.

  『봉준이가 운다, 무식하게 무식하게 / 일자 무식하게, 아, 한문만 알았던들

부드럽게 우는 법만 알았던들 / 왕 뒤에 큰 왕이 있고 / 큰 왕의 채찍! ...』(황동규의 '삼남에 내리는 눈'에서)

  '통일교육' 제대로 하고, '교과 실천' 제대로 하기 위해서도, '잡무 거부 싸움' 제대로 벌이고, 권위적인 교장에게 바른 말 한번 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왕 뒤의 큰 왕'까지 과학적으로 인식해야 하고, 우리의 운동에 세계사적인 뜻을 매길 줄 알아야 한다. 파울로 프레이리가 가르치는 '무장된 사랑', 칼춤을 출 줄 알아야 한다. 전교조 7만 조합원의 뜻을 한데 행동으로 모아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도력'과 '노선'을 문제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회보에서, 이처럼 노골적으로 여러 활동가들을 타박하면서까지 나서는 것이다. 우리는 '전교조호'의 난파를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이처럼 거친 육성을 내보낸다. 양해하시라! 아, 우리는 도저히 부드럽게 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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