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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호 전교조 합법화를 맞아 드리는 말씀

2001.10.12 16:29

조시화 조회 수:1238 추천:2

전교조 합법화를 맞아 드리는 몇 말씀

전교조 합법화를 맞아 드리는 몇 말씀

조 시 화(미국 세인트 토마스대학 교수. 자문교수)

  1980년대는 동유럽과 소련의 붕괴로 세계 전체의 판도가 흔들리던 때였다. 경제면에선 세계 공황이 닥쳐왔고, 특히 미국의 경제헤게모니가 서독/일본에 위협받게 되었다. 이 정치 경제적 위협(...이것이 얼마나 실질적인 위협인지/아닌지는 또 다른 문제다...)에 맞서, 영국과 미국부터 복지국가 정책을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으로 바꾸어 나갔다. 대처와 레이건의 정책이 그것이다. 이때부터 지금껏 '공(公)은 나쁘고, 사(私)는 좋다(Public is bed, Private is good)'는 구호를 내세워, 국가가 떠맡은 공공사업의 사유화(私有化), 비용 감축 같은 '군살빼기 작전'(...무엇이 군살이고, 누굴 위한 작전인가...)이 이뤄졌는데, 특히 의료, 사회복지, 교육 부문이 그 과녁이 되었다. 교육 부문도 기업에서 성공적으로(?) 이뤄진 기법을 끌어들여 구조 조정이 이뤄지는데, 그중에 가장 핵심은 사유화, 탈중앙집권화, 탈규제화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 논리의 도입이다.

이런 격변 속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래도 비판적 이념을 배경으로 하던 노조들이(...교원노조도 포함하여) 위기를 맞고 설 자리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세계를 통틀어, 노동조합원의 숫자가 80, 90년대에 급작스레 줄어드는 추세가 이를 말해주는 한 준거일 수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논리와 신보수주의 정치논리 시대에 교원노조가 어찌해야 살아남을지, 노동조합의 이데올로기 전환이 과연 필요한 것인지, 필요하다면 어디서 새 이념을 찾을지, 어떤 대응책이 현실성 있는지가 노동자들이 맞닥뜨린 역사적인 고민이요, 시대의 과제이다.

교원노조들은 대부분 신자유주의, 신보수주의 교육개혁에 반대한다. 물론 나라마다 그 양상/정도는 달라서, 예컨대 미국과 일본은 정부의 개혁에 동반자/협력자로 지내면서 몇몇 개혁안에만 부분적으로 반대하는 입장/태도인가 하면, 멕시코, 아르헨티나, 캐나다는 '전면 반대'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공통된 점은 아직 교원노조들이 뚜렷하게 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임무는 무엇인가? 먼저 신자유주의-신보수주의 교육개혁의 추세는 세계 공통의 것이라는 점을 살펴, 분석의 대상을 넓혀야 한다. 다들 이미 짚었듯이, 신자유주의는 미국이 끌어가는 세계은행과 IMF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세계화를 실현하는 이데올로기이며, 따라서 신자유주의는 신식민주의로 구실한다.

그러나 이 세계화의 논리는 각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맥락에 따라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실현된다. 따라서 '교육개혁'에 대한 이해와 비판은 세계 경제/정치 변화의 일반성과 각국의 개별성 두 면을 통일하여 파악할 때만 온전해진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Think Tank'의 설립이 요청된다. (교육뿐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정부 정책을 두루 뜯어보고 비판을 넘어 '대안'까지 내놓는 '대안적 전문 연구기관'은 현행 교육개혁의 대응책으로서뿐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회 민주화를 이끄는 데 필수적인 기관이라 하겠다. 교원노조 단독의 상설 연구기관이든, 여러 분야를 총괄하는 것이든, 대안 연구기관의 설립은 비판적인 학자들의 연합을 꾀하고 연구자와 활동가의 연대를 높여 더 체계적인 이념 정립, 폭넓은 대안 마련에 박차를 가하게 한다. 캐나다의 CCPA (Canadian Center for Policy Alternative)와  Park Land Institute, 그리고 멕시코의 경우가 이것이다. 반면에 미국의 경우, 보수진영의 Think Tank는 수두룩한데 비해, 대안적 전문 연구기관은 하나도 없으며 미국 교원노조가 교육개혁에 거의 무비판적이라서(더 크게는 미국에 대안 정치운동이 미약한 탓에) 미래가 밝지 못하다.

  현행 교육개혁이 세계적인 현상인 만큼 전교조도 눈길을 세계로 넓혀야 한다. 딴 나라 교원노조와 연대를 강화하여, 미국 자본의 세계 제패와 신식민주의 현상에 어찌 공동 대응할 것인지 머리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북남미 교원노조들이 요즘 들어 '연합 회의'를 열어서 연대를 높이고 공동 대응책을 찾는 것이 본보기가 될 터.

  급한 일은 신자유/신보수주의가 공교육에 미치는 위기/위협을 공론화(公論化)하여 그 담론을 바꿔내는 것이다. "나라들 간의 무자비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신자유주의 교육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식으로 정당화하는 '공포정치 논리'를 뿌리부터 들춰내 그 논리의 이데올로기적 허구성을 대중에게 폭로해야 한다. 이수일씨가 내놓은 '교육 3주체론에 입각한 학교 공동체론'도 좋은 담론인데, 그와 같이 지금의 신자유주의 담론을 여러 모로 '바꿔내는 운동'을 펼쳐야 한다. 이 일에서 유념할 것은 '대안적 담론'이 또다른 '공포정치 논리'에 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컴퓨터 보급/정보화로 학교 자체가 없어진다든둥, 공교육이 해체될 것이라는둥 하는 극단적인 주장이 아니라, '실사구시'에서 얻은 올바른 전망을 토대로 하여 기존의 담론을 비판해야 한다.

'담론 바꾸기 운동'에서 교원노조는 꼭 공교육 문제만이 아니라, 신자유주의가 낳는 전반적인 사회문제에 대해서도 발언할 수 있겠다. 가령 중산층의 몰락, 실질 임금의 감소, 빈곤층의 급증, 노숙자와 가정 파탄 문제 등.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큰 영향을 받는 사회 공공분야의 노조들과 연대를 높이는 것도 전략적인 고려 사항이다. 아르헨티나의 '흰텐트 운동'이 그 예. 전교조도 일찍부터 여러 민주노조와 유대를 다져 왔다는 점에서 모범이 된다.     

  전교조 운동에서 자체 반성해야 할 부분이 '여성민주화' 부분이다. 국제 비교연구 결과에도 나타나 있듯이, 전교조 지도자와 조합원 두루, 여성민주화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다. 교직은 딴 직업에 견주어 여성이 많이 진출해 있고 '교직의 여성화'는 바뀌지 않을 추세다. 교직 내부, 그리고 전교조 안에서 여성평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사회 전체의 여성민주화 운동에서 전교조가 주도성을 발휘해야 한다. '가부장제도'를 혁신하지 않고서 민주화의 토대는 넓혀질 수 없는 것 아닌가.

  '노동 유연화' 정책에 맞서는 저항뿐 아니라, 교원노조는 '교원 교육'에도 적극 개입해야 한다. 이를테면 교원양성 프로그램에 '기술적(technical) 교과'만이 아니나 사회과학적 인식을 높이는 과목(가령 '정치경제학')을 설치하게 압력을 넣는다.

교원노조를 비롯해 노조가 대부분 겪는 문제의 하나는 노조 지도자들이 오랫동안 노조 상임직에 머물면서 관료화 또는 기능직화되는 현상이다. 그럴수록 노조의 정치성이 엷어지고 경제주의로 흐르게 된다. 전교조는 투쟁성, 의식성, 그 자기정체성 면에서 딴 나라 교원노조와는 비교도 안 되는 선진 노조다. 새 세대, 젊은층의 노조 활동가들을 체계적으로 꾸준히 길러내는 노력이야말로 노조의 관료화를 막는 길이겠다.

(※편집자 토: 이 글은 '전교조 토론회'에서 발표한 '토론문'이다. '촉박한 일정 탓에 겅중겅중 쓴 글이라 실을 게 못 된다'고 필자는 사양했지만, 삐딱한 눈길을 감추지 않는 딴 참가자들과 비교되게 진심의 격려를 담은 글이라 일부러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