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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학부모신문 [참깨]라고 들어보셨나여?

                                                                      조남규 / 오남중

1. 왜 만들게 되었나?
  2007년 6월, 일찍 찾아온 무더위에 시달리며 한 선생님이 “학교 교실마다 온도좀 재서, 서로 비교하는 것을 교사신문에 내자”는 제안을 했다. 그래 6월 중순 분회장총회에서 온도계를 나누어주고 각 학교 4층 교실로 낮 2시경 온도를 재서 보고해달랬더니, 학교마다 다 나온다. 이 학교별 교실온도 비교표를 교사신문(중등남부지회 교사신문 [까치소리] 3호)에 내면서, 또 다른 선생님이 한탄을 하였다. “아, 이런 건 선생들 말고, 학부모랑 학생이 직접 봐야하는 거 아냐?” 그래서 학부모신문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말을 꺼내면 일이 되는 기막힌 이야기...
  지역의 학부모운동조직인 남부교육시민연대와, 거의 학부모가 대부분인 구로생협과, 구로시민센타라는 지역시민조직과, 구로구 금천구 민주노동당, 구로 진보신당 사람들에게 제안서를 돌리고, 2007년 여름부터 준비해서, 가을부터 신문을 만들어 내게 되었다.


“울 학교 급식에 쓰는 쇠고기는 어느 나라건가?”
2. 무슨 내용을 담았나?
  가. 학교별 비교표는 인기 짱이다.
  창간호에는 1면 머리기사로 “학교급식, 직영은 한우, 위탁은 수입육”이라는 제목과 함께, 학교별로 급식형태가 직영인지 위탁인지, 급식비는 얼마인지, 쇠고기는 한우인지 호주산인지 등이 담긴 표를 넣었다. 이 자료는 교육위원에게 부탁하여 전국급식네트웍에서 확보한 자료를 활용하였다.
  같은 창간호에 “초등학교 학습준비물비가 학교예산에 얼마 배정되어있나?”를 조사한 표를 넣었다. 영등포구는 구청에서 학생 1인당 1만원씩 지원하고 있고, 구로구청은 학생 1인당 5천원을 지원하고 있고, 금천구는 지원이 없었다. 이를 전제로 학교별로 적게는 6천원에서 많게는 2만8천원까지 학습준비물비가 책정되어 있었다. 이 비교표는 초등 남부지회 선생님들이 직접 조사한 것이다.

“니네 학교 온수 나오냐? 휴지랑 비누는 있냐?”
  2호에는 “여전히 춥고 불편해요”라는 제목으로 중고등학교에서 온수 나오나 안나오나? 비누, 휴지 있나 없나? 학생용 탈의실, 휴게실, 복사기 있나 없나? 등등을 조사한 표를 실었다. 이런 내용은 학부모도 학부모지만, 학생들이 관심이 더 많다. “어, 우리는 학생용 복사기 없는데, 여기는 있네?” 등등 말들이 쏟아진다.
  3호에는 학교별 교복공동구매 여부와 그 가격을 실었다. 공동구매를 하면 8-9만원을 싸게 살 수 있는데, 학교별로 공동구매 현황을 자세히 비교하는 표를 실으니 관심이 많다. 당연히 옆에는 교복공동구매 사례를 실었다. 금년 초에 다시 조사하니, 교복공동구매학교가 11개교에서 17개교로 늘었다. 요즘의 경제위기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학교별 시설환경개선사업 예산도, 시교육청 예산서를 홈피에서 다운받아 자세히 실었다.

  나. 정책적 내용도 지역 실정에 맞게 담았다.
  국가의 교육정책이나 서울시 교육정책도 그 자체로 다루지 않고, ‘우리 지역에서는 그거하면 무슨 일이 생기나?’라는 관점에서 접근하였다. 그리고 학생이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래서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였다.
  2호에는 중고등학생 611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78%의 학생들이 “입시 때문에 삶이 불행하다”고 답변한 내용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장시간의 학습노동, 58%가 성적이 가장 큰 고민, 문화공간이 필요하다고 응답하는 아이들의 얘기가 설문조사 형식으로 되어있다.
  3호에는 이명박 교육정책인 고교300 프로젝트로 자율형 사립고가 들어오면 남부지역 고등학교가 어떻게 지각변동되는지를 실었다. 그리고 사실상 재단전입금 비율도 거의 형편없는 사정도 자세히 실었다. 이런 걸 실을 때면 편집팀이 모여 자조섞인 한숨을 쉰다. “우리가 지금 위험을 경고하는 거여? 아니면 이런 저런 학교가 뜨니 그리 보내라고 선전해 주는거여?”
  4호에는 학부모 386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실었다. 고교300프로젝트와 대입자율화, 초등영어수업시수증가, 방과후학교에 학원강사도입 등 반대입장이 50-70%였다.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사교육비 걱정없는 나라”를 들었다.
  5호에는 10월 일제고사 이후 학생, 교사, 학부모의 경험담과 의견과 불만들을 실었다. 6호에는 학부모 358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이명박 교육정책 1년에 대하여 만족 : 4%, 불만족 68%를 머릿기사로 실었다.

  다. 시의적절한 지역소식들을 담았다.
  시의적절한 지역소식들은 뭐가 있을까? 제목만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호-2007. 10. 3>
* 피씨방은 밤10시까지인데, 학원은 몇시까지 하나?
* 우리학교 직영급식 처음 한 이야기...
* 학교급식조례제정 운동 현황 보고
* 구로시민센타 동아리, 좋은 아빠들 모임 - “아빠의 메아리” 소개.
* 학교에 사서교사가 필요하다
* 아이들과 함께 체험학습으로 국회의사당에 다녀와서
* 선생님이 추천하는 좋은 책
* 우리 구청은 학교에 얼마나 지원하나?

<2호-2007. 12. 5)>
* 학교서열화, 고교까지 확산되나?
* 시흥지역에 중학교를 만들어주세요...
* 의무교육에 웬 학교운영지원비?
* 친환경급식을 꿈꾸는 학부모들의 모임 소개
*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없는 세상을 물려주고 싶어요-홈에버 조합원
* 엄마들이 읽으면 좋은 책
* 구로초 은행나무 지킬 것인가? 포기할 것인가?
* 대선 앞두고, 각 후보 교육정책 요약비교
* 사랑이 담긴 대화법
* 영어마을 적자메우는 데 아이들이 이용당한다...

<3호-2008. 3. 5>
* 서울시 학교운영지원비 5% 인상
* 교복공동구매 사례기
* 2008년 각 구청 교육경비보조금 비교표
* 이명박 교육정책 분석
* 학교운영위가 살아야 학교가 산다.
* 초보 초딩엄마들의 울 아이 학교 보내기
* 먹거리 칼럼. 우리 밀을 살리자
* 학부모-교사간 편지 : 사춘기인지 방황... - 주체성 형성중. 기다려야...
* 우둥불 공연예술놀이터 안내

<4호-2008. 9. 16>
* 내 아이의 일제고사를 거부한다.
* 학교운영지원비 납부를 거부합니다.
* 문래초, 친환경급식 사례 소개
*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자전거 대행진 소개
* 부모심리 테스트. 나의 양육태도는?
* 학부모회비는 ‘계륵’
* 서울시 교육감 선거 결과
* 아른다운 지리산 종주 이야기

<5호-2008. 12. 15>
* 구로구청 2009년 교육부문 예산안 분석
* 새터교회 벼룩시장 이야기
* 담배와 발암물질
* 아이들 꿈뺏는 일제고사-학부모 기고
* 일제고사 그 후 이야기 - 학생기고
* 제2회 참깨 강좌 이야기
* 남부지역 학생토론회 지상중계 - 좋은교사란 있나 없나?
* 핀란드 교육의 비결은?
* 고교선택제로 고교가 갈라지고 있다.
* 우리지역 가까운 박물관 투어 안내

<6호-2009. 3. 2>
* 교복공동구매, 경제위기 속 확산
* 교육감 선거자금 ‘편파수사’ 중단하라
* 학교별 환경개선사업 예산 현황
* 학부모설문결과 : 일제고사 파면해임 - 잘못했다 82%
* 일제고사 이래서 싫어요 - 학생토론회
* 일제고사 무단결석 - 취소 소송중
* 공부방 한 아이의 위대한 졸업
* 우리집 가훈을 바꿔놓은 책 - 호모 쿵푸스
* 새내기 학부모 강좌 후기
* 남부청소년 아카데미 소개

3. 남은과제
 
  남들은 [참깨]보면 ‘이런 대단한 걸 어떻게 만드느냐?’고 칭찬 반, 부러움 반 말한다. 얼핏보면 대단해 보이거나 폼나 보이지만 그리 무슨 효과가 당장 있는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니 이런 신문을 만들겠다고 덤비는 것도 일하는 방법이겠지만, 다른 방법도 모색해 보길 권한다. 지역에 괜찮은 지역신문이 있으면 거기 1쪽을 전세내서 교육부문으로 특화하는 것도 괜찮을 게다. 꼭 신문이어야 하는 것도 아닐게다. 지역에 교육을 주제로 한 사랑방이 있어서, 거기서 입으로 눈으로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게다. 구체적인 문제를 가지고 움직이고, 느슨하지만 소통하는 네트웍을 형성하고, 필요하면 벌떼처럼 일어나는 것! 이것이 촛불에서 우리가 배운게 아니까 싶다.
  애초에 이런 저런 학교 소식들을 편하게, 생생하게 학부모들이 받아보고 알았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생각에서 시작하였다. 때로는 힘들기도 하고, 때로는 보람도 느끼면서 점점 욕심이 생긴다. 이걸 매개로 지역학부모모임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CMS로 만들어 정기회원에게 발송하고 싶다는... 1년에 네 번 내는 계간이 아니라 최소한 월간이고 싶다는... 갈길은 아직 멀다. 욕심을 부리지 말고 천천히 한걸음씩만 가야지라고 마음을 다잡는다.
  이런 거 만들며, 서로 만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것만도 어디인가? 3월초 6호 냈으니, 한숨 돌리고 4월부터 다시 편집회의다. 이번에는 뭘 실을까? 기자 눈에는 모든 게 기사거리로만 보인다. 궁금한 게 있으면 여기로 연락주시라. nkcho@chol.com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