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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현 | 해연중


‘나에게도 아내가 필요하다’란 성차별적인 제목의 한국 영화가 있었다. 그런데 이현숙 선생님을 이야기 하자면 정말 ‘아내’가 필요할 만큼 바쁜 사람이다. 다행스럽게도(?) 부산 지부장 선거에서 낙선해서 그나마 숨은 쉬고 있는 듯하나, 교찾사 부산 지역 모임 “빨간신호등” 대표를 맡아서 여전히 바쁘다. 전교조 결성 당시 교사 풍물패 ‘추임새’ 활동으로 조직 활동을 시작했다가 사정이 생겨 쉬고 있던 중에 2001년 공립서부지회 사무국장을 맡아 조직 활동을 재개했다. 교통사고로 목에 깁스를 하고 병원에 입원해 있는 이현숙 선생님을 공립서부지회 선생님들이 찾아가서 ‘사무국장을 맡아 달라’고 거의 읍소하다시피 부탁했는데, ‘못한다’고 고개를 가로젓고 싶었는데 깁스를 하고 있는 목이 머리의 명령도 듣지 않고 아래위로 끄덕거려지는 통에 사무국장을 맡게 되었다고 한다.
그 해 부산지부는 1년 내내 시교육청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경희여상에서 부당해고 당한 선생님들 복직 투쟁이 3개월 이상 이어졌고, 교육청 점거 농성에…. 지부에서 벌인 일만 해도 엄청났다. 그 일 다 치르고, 온갖 지회 행사까지 도맡는 걸 보며 다들 ‘타고난 조직 일꾼’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현숙 선생님은 참 마음이 따뜻하다. 정작 당신 생일은 기억도 못하고 넘기기 일쑤면서 조합원 생일엔 카드메일로 일일이 축하메세지를 전한다. 함께 이야기 하다가도 잠시의 틈이라도 나면 전화기를 들고 문자를 찍는다. 당연히 앞에 앉은 나에게 날리는 문자는 아니다. 지회 내 조합원에게 안부를 묻는거다.
이태를 사무국장으로 일하고 2003년 공립서부 지회장을 했다. 일년을 네이스 하나에 붙어서 싸웠다. 분회로 직접 찾아 가서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선생님들에 대해 많이 마음 아파했다. 그러면서 학부모와 시민들과 연대해야만 이 싸움에서 우리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민주노총 산하의 단위노조에까지 교선을 갔다. 그러더니 지난 총선 땐 민주노동당 사하지구당에까지 가서 진을 치고, 사하지역 학부모들을 끌어내서 교사․학부모 모임을 만들어 지금 3년 가까이 운영해오고 있다.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바로 시작해야 직성이 풀리나 보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다. 지난 42차 대의원 대회가 끝나고 며칠 후 공립서부지회 분회장 회의가 있었다. 그 때도 회의 후에 향후 투쟁과 관련해서 몇몇 분들과 이야기를 좀 나누어야겠다며 늦은 밤까지 토론을 했다.
어디 그뿐이랴. 사무국장을 하던 2년 동안 부산지부 유치원 조합원이 근무하는 유치원이 서부에 있다는 이유로 서부 조합원들을 동원해서 유치원 행사 지원까지 하고 다니니 성차별적인 발언이라 할지라도 ‘아내’가 필요하단 말이 나올 법도 하지 않은가?
강철은 두드릴수록 단련이 된다고 했던가. 그를 두고 하는 말이리라. 지난 27일 서울로 가는 기차 안에서 여전히 여러 조합원들과 문자로 수다를 떠는 이현숙 선생님을 지켜보면서 노동조합이란 “사람을 만나서 사람을 남기는 일을 하는 곳”이란 생각을 다시 했다. 그 일을 가장 잘 실천하는 사람이 이현숙 선생님이다. 대중을 공동체로 묶어세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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