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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모색] 전교조의 위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 2010년, 전교조는 무엇을 할 것인가?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1. 교원평가, 협의체, 전교조의 위기

2005년, 전교조는 교원평가 투쟁을 둘러싼 노선의 갈등으로 격렬한 논란에 휩싸였고, 위원장이 중도에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009년, 교원평가 전면실시와 법제화를 코앞에 두고 전교조는 다시 술렁이고 있다. 하지만 2005년도와 그 양상이 두 가지 측면에서 사뭇 다르다.
2005년에는 교원평가 저지를 위한 강력한 대중 투쟁을(조합원 총투표로 연가투쟁을 결의하였다.) 전개하는 과정에서 노선의 갈등이 일어났다. 하지만 2009년에는 어떤 대중 투쟁도 제대로 조직되지 못하는 상황(단지 일부 지부에서 교원평가 반대 서명이 부분적으로 진행되었을 뿐이다.)이 전개되고 있다. 둘째로 교원평가에 대한 논의가 상층 활동가로 제한되고 있다. 교원평가에 대한 대중적인 논의가 실종되었다. 사실상 교원평가 수용을 전제로 한 협의체 참여방안을 중집에서 대대에 상정하였지만 성원미달로 유회되었으며, 이에 중집에서 다시 협의체 참여를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매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거의 교원평가 수용과 다름없는 중요한 결정을 중집에서 대중적인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도 놀랍고,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마저 손쉽게 짓밟은 것도 역시 놀랍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노선이 옳은가(즉 협의체 참여가 맞나 틀리나)의 문제가 아니며, 현재 본부의 행위가 옳은가 그른가의 판단의 문제도 아니다.(물론 이런 문제는 별도로 꼼꼼하게 분석되고 비판되어야 한다.)
정작 중요한 것은 2005년에서 2009년도로 이런 양상의 변화의 전반적인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교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칠 교원평가에 대하여 대중적인 투쟁은 고사하고 대중적인 논의조차 조직하기 어려운 상황, 민주적인 절차를 쉽게 짓밟아도 조합원의 눈치를 별로 보지 않아도 될 정도로 조합원 대중이 전교조에 대하여 무관심한 상황. 이는 전교조의 위기적 징후이다. 그런데 위기가 단순히 현 집행부의 행위의 결과로만 나타났다고 볼 수는 없다. 전교조의 침체 또는 위기에 대하여 좀 더 총체적인 진단과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지난 회보들에서 전교조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하는 글들을 실었었다. 지난 회보들에 실린 글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지난 20여 년 간의 전교조 운동은 크게 세 개의 부문 즉 학교민주화 투쟁, 참교육실천 운동, 교육개혁 운동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운동은 침체에 빠지거나 한계에 봉착하게 되는데, 각각의 고유한 원인이 있겠지만 공동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였다.
우선 이 세 운동은 한국 교육의 고유한 병리적 현상인 입시경쟁체제의 벽에 부딪히면서 일정한 한계를 노출하게 되고 결국 운동의 추진력이 소진되는 양상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국의 교육현실은 다른 나라에 비하여 입시경쟁이 과잉화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입시경쟁이 교육을 지배하는 압도적인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입시경쟁체제를 넘어설 수 있는(또는 최소한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름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전략이 부재한 교육운동은 입시경쟁체제의 블랙홀에  흡수되거나 매우 제한적인 성과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둘째로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가 강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헤게모니 확대 과정이 정치적 민주화 과정과 중첩되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 집권에 성공한 자유주의 세력이 친자본-노동배제적인 정책을 앞세우면서 강력한 신자유주의적인 정책들을 펼쳐 나갔다. 민주화 세력으로 이미지화되어 있는 자유주의 세력이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해나감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책은 대중의 저항을 약화시키고 반신자유주의 투쟁의 전선을 분열시킬 수 있었다. 결국 진보적 노동운동과 정치운동은 자유주의 세력의 형식적 민주화 정책(또는 의사-복지정책) 과 실질적 신자유주의 정책의 추진이라는 이중적 통치 전술에 대항하여 새로운 노동의 정치와 반신자유주의-진보의 언어를 생산해내지 못한 채 분열을 거듭하면서 영향력을 점차 상실해 나갔다.
교육부문에서도 신자유주의 교육정책들이 집요하게 추진되는데 전교조 내에서도 자유주의 정권과 관계 설정에 대하여 지속적인 논란이 벌어졌으며, 이는 전교조 운동의 전술적 방향을 둘러싼 노선 갈등을 심화시켜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의 반신자유주의 투쟁은 매우 수세적이고 불리한 입장에서 전개되었다. 수구언론과 자유주의 세력이 연합하여 전교조에 대하여 집중적인 이데올로기 공세를 퍼부었으며 이에 대하여 이른바 시민운동세력이라 불리는 중간세력들은 수수방관하였으며 진보적인 노동운동과 정치운동 세력은 전교조를 지원할 만큼 강력한 힘을 갖지 못하였다. 이렇게 수세적이고 고립적인 투쟁이 지속되면서 전교조 조합원 스스로 전교조 투쟁의 정당성에 대해 회의하게 되었으며(이런 회의는 지금까지 지녀왔던 신념에 대해서 포기하는 것이기보다는 우리의 지향점이 너무 이상적인 것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대중으로부터 고립되는 것이 아닐까, 따라서 좀 더 현실과 타협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그 결과 교원평가 자발적 수용론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일부 조합원들은 학교에서 입시교육에 조합원들이 열심히 매진하여 국민대중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활동가들의 피로가 축적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국 3대 영역의 투쟁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입시경쟁체제와 신자유주의적인 시장화 체제가 기형적으로 결합하는 과정에(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원고장인 영국과 미국에서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을 추진하면서 내세운 핵심적인 명분은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경쟁력 강화 담론이었다. 신자유주의적인 사회·경제담론-예를 들어 글로벌 경쟁시대, 지식기반경제, 지식정보화 사회 등 이른바 신경제 시대의 도래-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경제적 환경에 조응하는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거나 세계 경제에서의 위상 약화를 우려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교육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앞세워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정책을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이런 경제-사회 담론과 부분적으로만 접합될 뿐이다. 오히려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은 입시경쟁력 강화와 사교육비 절감 담론과 주요하게 결합된다. 일제고사-성적공개든, 고교 다양화 정책이든, 교원평가든 이를 정당화하는 주요 근거는 학교나 교사의 입시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이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거나 각자의 입시경쟁력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상품의 선택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입시경쟁 체제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숙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교육현실에서는 입시폐지 운동과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대응하지 못함으로써 전교조 운동의 전반적인 활력이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의 정체성 및 실천력의 약화를 초래하는 과정이 동시에 진행되었다.

이렇듯 지난 회보들에서 전교조 위기를 주로 전교조 운동의 방향설정의 오류라는 내적 원인과 신자유주의 헤게모니의 강화라는 외적 요인으로 설명하였다.
그런데 이러한 전교조 운동의 침체와 위기의 과정은 교사 대중의 주체성이나 일상적인 생활양식(이른바 교사 문화)의 변화 과정을 수반하고 있다는 점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교사 문화가 변화하는  주요 양상은 어떤 것이며 이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에 대하여 논할 것이다. 또한 이런 변화의 양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의 문제도 함께 고민해 볼 것이다.

2. 새로운 교사 문화의 양상과 그 흐름
  
1) 새로운 교사 문화의 세 가지 요소 - 개인주의, 소비주의, 자기계발주의

○ 개인주의
  군사독재 시절에 사회구성원들은 개인의 자유(자기만의 공간)를 확보할 수 없었다. 국가권력을 정점으로 하는 다양한 권력체들이 권위주의적 명령-복종의 위계적 연쇄 고리를 형성하여 개인들의 삶을 억압하고 폭력적으로 개입하면서 복종적 주체성을 생산하여 왔다. 위계적 질서는 사회, 직장, 가정 등 모든 공간에서 재생산되었다. 그리고 모든 사회구성원들은 국가나 사회, 직장, 가족 내에서 할당 받은 주체적 위치에서 자기 역할을 수행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개인의 삶은 자기한 속한  권위적 집단에 흡수되었다.
  이런 권위주의적 독재 체제에 대한 대항세력들(민주화 세력)이 대중적-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일 것이다. 1970년대 반유신투쟁을 통해 성장해온 민주화 세력이 1980년대에는 비록 권력을 장악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사회적으로는 주도적 세력으로 성장하였으며, 민주화 이데올로기가 헤게모니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공동체(주의)와 친화성을 지닌다. 민주주의가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는 소수가 독점한 권력을 다수가 공유하는 것을 의미하는 한, 민주주의의 쟁취를 위하여 다수의 공동투쟁과 이를 위한 공동의 조직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리고 민주주의를 지속시키기 위하여 권력의 공유를 위한 공동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따라서 반독재 투쟁을 전개하던 80년대와 민주주의를 현실화시켜내기 위한 투쟁이 지속되었던 90년대는 민주주의와 수평적 공동체주의가 대세를 이루었다. 이 시대에 누구도 민주주의적 대의를 부정하기 힘들었으며(민주주의가 최상의 위치를, 즉 다른 가치들의 의미를 규정하는 가치 중에 가치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논의하고 공동의 실천을 조직하는 것을 자연스러워 하였다.
  그런데 한국 사회에서 민주화 투쟁의 성과는 개인의 형식적 해방은 가져왔으나 개인의 보편적 권리의 확립(보편적 인권)과 해방된 개인의 수평적 공동체의 확립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이를 위해서는 소위 직접민주주의, 현장민주주의로 전진해 나가야 한다.) 대중 위에 군림하는 국가와 자본의 권력은 굳건하게 유지되었다. 단지 국가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에는 일정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제 국가권력은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자의적으로 개입하고, 역할을 강제로 할당하는 권력이 아니라 개인의 자유를 보호하고, 자의적 권력 행사를 자제하고, 개인들이 각자 스스로의 행복 추구를 우선시 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권력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하지만 국가의 폭력적 본질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이전의 국가권력이 항상 폭력적인 모습을 가시적인 특성으로 하였다면 이제 국가의 폭력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다가 필요한 순간만 수면으로 떠오른다. 대신 시장의 기능이 강화된 모습을 보이게 된다.)
개인들은 매우 형식적인 차원이지만 자기가 자유롭게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학교의 경우도 학교 외부의 민주화 투쟁과 학내 민주화 투쟁의 성과가 결합되면서 교육 관료의 권위주의적 독재 체제가 유연한 지배방식으로 변화되었다. 비록 여전히 학교 내에서 교사 개개인이 교육 주체로 행사할 수 있는 자유 또는 권리를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 이전처럼 교육 관료의 불합리한 일방적인 명령과 강요, 인격적 모욕 등으로부터 벗어나 그럭저럭 참을만한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스스로를 자유로운 존재로 표상할 수 있는 공간이 확대되었다.(이는 특히 소비 공간인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 관료와의 대립에 힘을 소모하는 것은 쿨하지 못하거나 과거에 관성에 젖어 있거나, 다른 공간을 찾는데 게으른 사람들이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수많은 자유로운 공간들이 존재하는데.
결국 현대 사회에서 개인주의는 개인의 해방과 개인의 보편적 권리의 보장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보다는(개인의 자유는 수평적인 공동체-정치적이든 경제적이든-의 매개 없이 제대로 보장될 수 없다. 즉 개인과 공동체는 대립적인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것이다) 사람들을 공통의 관심으로부터 후퇴시키거나 주체들을 개별화시키는(즉 타인과의 건강한 관계로부터 후퇴시키는) 부정적인 의미를 많이 담고 있다.

○ 소비주의  
그렇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개인들이 자유를 가장 마음껏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지불능력이 있고, 시간적 여유가 있는 한 소비 공간이야말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이 되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한국 사회에도 대중 소비시대가 도래하였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소비의 문화화 현상이 나타난 점이다. 이른바 ‘웰빙’이라는 언표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이제 소비는 단순히 육체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행위를 뛰어넘어 정서적-심미적 충족(맛집 순례부터 각종 기행들까지), 나아가 가치적인 충족까지(생태적 소비, 공정여행까지)를 포괄하게 된다.
또한 소비 과정은(취미-여가 생활까지 포함하여) 사전 정보 수집, 직접적인 소비 활동(향유과정), 사후적인 재향유-공유 활동(개인블로그에서 동호회 회원들의 온-오프 모임까지)까지 일련의 과정으로 조직된다. 이렇듯 새로운 소비문화는 소비에 참여하는 개인들에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애할 것을 요구하며, 그 만큼 다양하고도 깊은 향유의 기쁨을 제공한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생활의 중심이 소비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새로운 소비주의 문화의 중심에 교사가 있다. 교사의 지불 능력은 최상위는 아니지만, 상대적인 시간적 여유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교사 사회 내부에 다양한 소비문화가 확산되었다. (해외여행, 여러 동호회 활동, 각종 여가-취미생활 등등)
교사 내부에서 개인주의 문화와 소비주의 문화가 결합되면서 교사들의 개별화 현상은 심화되고, 교사의 일상생활에서 소비 활동의 중요성이 확대되었다. 이와 동시에 공동의 노력으로 학교문제나 교육문제를 해결하려는 교사 대중의 동력은 이완되기 시작하였다.

○ 자기계발주의
   (서동진의 최근의 책에서 많은 빚을 지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신자유주의 담론이 헤게모니적 지위를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때부터이다. 사실 노동유연화와 구조조정을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담론들을 뒷받침하기 위하여 유포된 담론들이 글로벌 경쟁시대, 지식기반경제, 정보화사회론 등이다. 자본간의 경쟁은 세계적 차원으로 격화되고 소비자의 욕구는 더욱 다양화되고 변덕스럽게 변화되는 상황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포디즘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의 포스트 포디즘(규모의 경제에서 범위의 경제로의 이행, 즉 상품의 공급은 전세계화되지만 끊임없이 상품의 버전 엎을 해야 하는)으로 이행은 필연적이며 포스트-포디즘 체제에서는 복종적이고 성실한 숙련 노동력보다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는 창의적 지식과 지속적으로 변화선상에 놓여 있는 생산과정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한 노동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노동자에게 요구되는 덕목은 성실함, 인내, 숙련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자기계발하는 주체이며, 다기능적 노동력(멀티 플레이어)이다.
신자유주의 담론에 의하면 이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경제 환경의 변화에 의한 필연의 산물이다. 이제 개인은 자기계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며(그래서 다양한 스펙을 쌓아야 하며) 자본으로부터 간택받을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 내가 실업자가 되고, 비정규직이 되는 것은 자기계발에 게으르고 무능력한 탓일 뿐이다.
이미 대학사회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세대들이나(취업을 해야 하는) 직장인들(구조조정을 피해야 하는)사이에서는 다양한 스펙을 갖추기 위한 피나는 자기계발의 노력이 깊게 뿌리내리고 있다. 교사 사회에서 소비문화가 널리 퍼진 반면 자기계발 문화는 교직의 상대적 안정성 때문에 그리 널리 확산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 자기계발 문화에 젖어 있는 신세대 교사들이 학교 현장으로 진입해 오면서, 그리고 교육시장화 정책과 평가시스템이 확대되기 시작하면서 자기계발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다. 젊은 교사들에게서 상위학위를 취득하거나 각종 연수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다양한 스펙을 쌓고 멀티자격증을 따려고 노력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아마 이른 시기에 외국어 수업능력(몰입교육능력)이 중요한 교사의 스펙이 될 것이다. 교원평가, 성과급, 초빙교사제 등 이른바 교원에 대한 평가 기제와 차별적 보수와 인사 제도가 강화될수록 자기계발 문화는 확대될 것이다. 특히 전교조가 신자유주의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는 상황은 이런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할 것이다. 결국 많은 교사들이 자기계발을 통해서만 잘리지 않을 수 있고, 교원평가로 수모당하는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며, 초빙교사 자리라도 한 자리 차지하여 자기가 원하는 학교로 전근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런 자기계발 문화는 구조적인 문제(예를 들어 불평등이나 빈곤 등)를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주체들을 개별화시키는 동시에 경쟁 관계로 밀어 넣는다. 즉 자기계발 문화는 신자유주의 시대에 조응하는 변형된 개인주의이다.
(최근에 부상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 자기계발 문화의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결국 초중등학교 단계부터 다양한 자기계발을 통해 스펙을 쌓기를 요구하는 입시제도이다. 그런데 입학사정관제가 더욱 문제 있는 것은 어린 시절 스펙의 관리가 전적으로 학부모의 능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며, 이는 교육에서의 계급적 불평등을 더욱 확대시킬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교원평가를 지지하는 이유도 교사에 대한 경험적 불신도 한 몫 하겠지만, 자기계발-평가-차별적 보상 시스템에 익숙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


2) 새로운 교사 문화의 실제적 흐름

새로운 교사 문화의 흐름이 언제부터 형성되었는지 가늠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1997년 외환 위기가 교사의 사회적 지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변화가 교사문화의 새로운 흐름과 연동되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1997년 외환 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거대한 폭풍이 노동자들을 강타하였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을 잃거나 비정규직으로 전락하였으며 청년실업도 대폭 증가하였다. 사기업에서 시작된 구조조정의 바람은 공공부문으로 파급되었지만 교육 부문은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의 도입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의 구조조정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정책이 시행되지는 않았다. 이는 과밀학급-거대학교로 대표되는 열악한 교육환경 즉 교사들이 많이 부족한 상황과 다른 공공부문처럼 민영화를 추진하기 어려운 교육부문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직은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대에 다른 부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안정적인 직업으로 부상되었으며 교직에 대한 사회적인 인기도 상승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상대적인 직업적 만족도가 높아졌을 것이라고 추측이 가능하며 이에 따라 교사 운동의 동력은 약화되는 반면 개인주의나 소비주의 문화가 교사 사회 내부로 쉽게 침투해 나갈 수 있는 토양은 확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의 흐름은 그렇게 나타나지 않았다. 전교조 운동으로 대표되는 교사 운동의 역사적 흐름의 궤도가 교사 문화의 새로운 흐름이 표면화되고 전면화되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였다. 일반적인 노동운동이 80년대 후반에 폭발적인 확대를 경험하다가 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강화된 신자유주의 공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하강 흐름을 탔던 것에 비해하여 전교조는 90년대 후반에 들어 지난 10년 동안의 비합법 상태를 벗어나 합법화되면서 오히려 2000년대 들어 상승의 흐름을 타게 되었다. 이 시기에는 교직의 상대적 안정화에 의한 탈운동적 흐름과 전교조 합법화를 계기로 하는 운동적 흐름이 경합하는 시기였고 오히려 후자의 흐름이 더욱 우세하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합법화 효과가 점차 약화되고 반신자유주의 투쟁이 수세적으로 전개되는 상황 위에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전교조 운동의 전략적·전술적 오류가 더 해지면서 전교조 운동은 급격한 하강의 흐름을 타게 된다. 전교조 운동의 하강 흐름은 교사 사회 내부에서 개인주의-소비주의-자기계발주의 등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 점차 표면으로 부상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다시 전교조의 활동을 제한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게 되었다.

3) mb의 집권 :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의 전면화 - 교사의 존재 조건의 변화
  mb 집권은 전교조의 하강 흐름을 더욱 빠르게 하였다. 집권 초기 촛불투쟁을 통해 터져 나온 대중의 저항을 무사히(?) 넘긴 mb 정권은 극단적인 친자본-반노동의 정치를 감행하고 있다. 노동운동에 대하여 과잉탄압을 자행하는 동시에 노동조합 활동 자체를 봉쇄하기 위한 각종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교조 활동에 대해서도 일제고사 투쟁에 대한 과잉 징계와 탄압, 시국선언에 대한 대규모 배제 징계, 조합비 원천징수 봉쇄 등 탄압과 봉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교조에 대한 강경 정책은 분노와 저항을 촉발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조합원과 활동가들을 위축시키고 무력감을 강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지만 우리가 더 눈여겨 보아야할 지점은 mb 집권 이후 신자유주의 교육 정책이 전면화되면서 교사의 존재 조건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 시대에 상대적 안정성을 누려왔던 교직 사회에 불안정성이 점차 증대하고 있으며 교사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 여러 제도와 정책들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일제고사의 전면화와 성적 공개 등을 계기로 중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방과후-방학중 보충-자율학습이 부활하여 교사의 노동 강도가 급격하게 강화되고 있으며 일상적인 성적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교사의 소비문화 확산에 주요한 토양이었던 시간적 여유라는 조건을 침식하게 될 것이다.
또한 교육과정 자율화와 자율학교의 증대에 따라 입시중심의 교육과정이 확대됨에 따라 교과 구조조정의 압력이 점차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교원평가가 현장에 정착되면 교사들은 평가의 기제에 전면적으로 노출되면서 더욱 직접적인 구조조정의 압력을 느끼게 될 것이며 직접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라도 서열화와 차별화의 압박과 치욕을 일상적으로 견뎌내야 할 것이다.
교장 독재 체제의 강화도 교사들의 일상적인 삶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사나 학교 운영에 있어서 교장의 권한이 대폭 강화되고 학교간 경쟁 기제가 심화됨으로써 교육관료의 권위주의적 교사 통제와 학교운영 방식이 점차 부활하고 있다. 학교민주화 투쟁의 성과로 누려왔던 교사의 제한적인 참여의 권리마저 부정당하면서 학교 운영에 있어서의 일방적 독주와 비합리성이 더욱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교사들의 자율적인 공간은 더욱 축소될 것이며 집단적 저항의 필요성은 증가할 것이다.



새로운 교사 문화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주의해야할 지점들

우선 새로운 교사 문화의 등장을 교사의 가치관이나 교육관의 변화와 직접 연결시키는 것에 대하여 주의해야 한다.
개인주의-소비주의-자기계발주의 등 새로운 교사문화의 확대가 곧바로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나 교육관이 보수화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도한 해석이다. 새로운 문화적 경향성의 확대는 교사들의 일상적인 관심 분야에 일정한 변화를 초래한다. 개인적인 삶에서 소비활동이나 취미-여가 생활의 비중이 높아지게 되며 공적인 공동의 활동보다는 사적인 생활을 우선시하는 삶의 스타일을 확산시킨다. 이는 교사대중이나 조합원들로 하여금 조합활동에 소극적이게 만들어 전교조 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침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을 교사들의 가치관의 보수화나 반동화와 구분해야 하는 이유는 보수화나 반동화는 전교조 운동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가 아니라 반대의 입장으로 전환을 의미하며 그것도 매우 비가역적이라는 것을 전제하는 것이다. 반면에 새로운 문화의 흐름은 전교조 활동과 양립 불가능한 것도 아니며, 비가역적인 흐름도 아니다.

  다음으로는 새로운 문화의 흐름이 일방적인(비가역적인)성격을 띠기보다는 매우 복합적이고 갈등적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사실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교사문화의 소비주의적 성격이 강화되는 것이 교사가 완전히 소비주의에 포섭되어 교육적 고민들을 포기하였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교사들이 학교라는 교육의 공간을 벗어날 수 없는 한, 교사들은 학생들과 갈등적인 관계에서 벗어나 좋은 만남 즉 교육적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교사들은 소비주의적 경향성과 좋은 교사가 되고자 하는 열망을 동시에 지닌 모순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에 소비주의적 경향성이 확대되는 것은 교육을 통해 보람과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조건이 약화되면서 삭막한 현실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의 수단으로 소비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이는 우리의 교육의 현실이 개선되면 얼마든지 교사들이 소비의 공간으로부터 교육의 공간으로 다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문제나 교육문제를 집단적 해결하려는 교사의 의지도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에는 여전히 권위주의적이며 비합리적인 관행이 심각하며, 교육문제는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음을 교사들은 실감할 수밖에 없다. 단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전망이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에 개인의 사적 공간으로 도피하려는 경향성이 강화되는 것이지 학교문제와 교육문제가 별로 심각하지 않기 때문에 공적 관심으로부터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계발주의의 확산도 일종의 불안의 징후이지 자발적인 수용의 결과 아니다. 자기를 압박하는 무언의 압력에 떠밀려 보험 드는 심정으로 자기 계발의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새로운 문화적 흐름이 교사대중을 전면적으로 포섭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문화적 흐름의 확산은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과 다르게 매우 불안정하고 균열적이며 모순적이다. 또한 그 자체로 필연적이고 비가역적인 흐름도 아니다. 정치·경제·이데올로기적인 지형의 변화나 정세적인 국면과 이에 대응하는 주체의 운동적 대응에 따라 흐름의 방향이 역전될 수 있는 매우 유동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3. 그러면 어디서부터 반격할 것인가?

1) 일제고사-교원평가-학교장 독재 체제의 부활 : 굴복인가? 저항인가?
  향후 2~3년은 전교조 운동은 물론이고 교사의 삶과 한국 교육의 흐름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2009년까지 mb 정권은 사실 거의 모든 신자유주의적인 교육제도를 완비하였다. 집권 첫 해인 2008년에 일제고사와 성적공개, 2009년에는 자사고 도입 등 학교시장화 정책과 학교장의 자의적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학교자율화 정책을 추진하였으며, 제도화의 마지막 과제로 교원평가 법제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불행하게도 전교조와 교육운동 진영은 제도화의 단계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저지하는데 실패하였다.
지금까지는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한 담론 공방이 중심을 이루었다면 이제는 각종 신자유주의 정책이 교육 현장에서 양산하는 각종 문제들을 중심으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교육시장화와 상품화를 중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교육 문제를 더욱 심화될 것이기 때문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은 더욱 확대되어 나갈 것이다.
그런데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과 갈등은 지배 권력과 교사들 사이에서 일어날 것이다. 이전까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교사들에게는 이념적인 문제(옳은가 그른가)이거나 부차적인 문제(성과급처럼 그럭저럭 참을만한)였다면 이제부터는 심각한 현실의 문제로 다가올 것이다.
교원평가를 중심으로 하는 평가체제가 더욱 확대되고 정교하게 되면서 교사간의 서열화와 차별화의 기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확대된 권력을 지니게 된 교육 관료들은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의 목을 더욱 옥죌 것이다. 교사간 경쟁, 학교간 경쟁의 강화로 교사들의 노동강도는 강화될 것이며 항상적인 경쟁에 노출되면서 심각한 심리적 압박을 받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학교 현장에서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교사들의 불만이 축적되고 자생적인 저항도 일어날 것이다. 문제는 이런 불만과 저항을 얼마나 폭넓게 조직하여 대중적인 흐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교조 차원의 치밀한 교육·선전 활동과 투쟁을 조직하기 위한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교사 대중과 조합원들의 자신감이 저하되어 있는 상황에서 대중적 흐름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대중의 저항을 촉발시킬 정치적 기획이나 선도적 투쟁들을 배치해 나가야 하며, 분산된 저항의 흐름을 묶어주고 증폭시켜 줄 수 있는 조직적 방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물론 이런 저항을 통하여 단기간 내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일거에 중단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교사의 저항만으로 신자유주의 정책을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좀 더 광범위한 사회적 주체의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의 대중적 저항의 흐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이다. 만약 교사들의 대중적 저항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교사들이 신자유주의 정책에 순응하고 이에 길들여진다면 교사의 주체적 성격에 커다란 변형이 일어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던 유동성이 강한 문화적 경향성(개인주의-소비주의 등)을 넘어 비가역적 성격을 지닌 새로운 주체 형성의 단계로 나갈 위험성이 크다. 공동적 협력의 경험을 완전히 상실하고 개별적 살아남기 경쟁을 내면화한 주체, 지배 권력이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하여여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자발적으로 나서는 순응적이면서도 개별화된 주체.... 다양한 평가시스템과 경쟁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고 교사들이 이에 순응하는 과정이 일정 기간 지속된다면 필연적으로 새로운 주체성이 형성될 것이며 이는 쉽게 반전시킬 수 없는 강력한 흐름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또한 mb 정권의 무리한 공세에 대한 대중적 저항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교사대중의 패배감과 무력감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전교조에 대한 신뢰는 더욱 약화될 것이다. 이는 결국 전교조 운동의 주체 동력을 지속적으로 약화시키면서 전교조 운동(교사운동)의 구조적인 위기와 장기적인 침체로 귀결될 것이다.

이렇듯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현실화되는 과정은 전교조 운동의 위기이자 기회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대중적 저항의 흐름을 조직할 수 있다면 이전의 이완되어 왔던 교사대중의 주체적 동력을 다시 복원시켜내고 mb 정권의 과잉 공세에 의해 형성된 패배감과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반면, 지금까지의 관성처럼 대중적 투쟁을 회피하고 통일적인 실천을 조직하는 것을 방기한다면 전교조는 장기 침체의 국면으로 빠져 들어갈 수도 있다.

교육감 선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2010년은 지자체 선거와 교육감 선거가 있는 해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전교조의 주요한 활동 공간이 될 것이다. 내년의 선거 공간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내년 전교조 의 사업을 구상하는데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우선 내년 지자체 선거의 전반적인 성격을 살펴보면
첫째, 지차체 선거는 권력의 전반적인 재편이 아니라 부분적인 재편의 성격이 강하며 현정권에 대한 중간 평가의 성격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으며
둘째, 현 정권에 대한 평가를 진보정치 세력이 주도하기보다는 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구도 즉 한나라당 대 민주당의 대립구도가 중심적 구도를 형성할 것이며
셋째, 진보정치 세력이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과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됨

교육감 선거의 경우에는
첫째, 지자체 선거에 비해서 정당인 및 정당의 개입 금지, 후보자의 교육경력 요구 등 때문에 교육운동 진영의 개입의 여지가 상대적으로 넓으나
둘째, 작년에는 민주당의 주도가 아니라 아래로부터 촛불항쟁이 발발하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교육감 선거가 치러지면서 민주당이 독자적 행보를 하기가 어려웠음에 반하여 올해선거에서는 지자체 선거와 맞물려 적극적으로 개입하려 할 것임
셋째,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 관계 설정, 진보후보의 위상과 성격, 연대의 범위 및 원칙  등이 심각하게 논란이 될 것임

따라서 이 두 가지를 종합하여 내년 선거를 살펴보면
첫째, 이 번 선거는 전반적으로 진보진영의 상승이 아니라 한계를 확인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즉 대중운동의 기반 없는 선거 정당의 한계가 드러나는 계기가 되면서 다시 한 번 진보운동의 진로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는 계기가 될 것임
둘째, 교육감 선거의 경우 진보 독자 후보 전술의 경우 당선 가능성에 커다란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며, 민주당과의 연대의 경우에는 교육운동 특히 전교조 운동의 원칙에 커다란 훼손(교원평가, 자사고, 성적 공개 등을 제대로 거론하기 힘들 것임)을 감수해야 하는 딜레마의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 높음
셋째, 교육감 선거가 선거 결과(즉 당선)로서 의미를 지니려면 민주당 후보가 아니라 진보후보가 일정 지역에 당선되어 반신자유주의 연대를 형성하여 신자유주의 정책에 균열을 내고 교육운동진영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지만, 하지만 사실상 이것은 불가능함

이런 상황에서 전교조 일부에서 제기되는 선거 올인론(사실상 대중사업과 대중투쟁을 방기하고 선거에 모든 조직력을 쏟아 붓는 것)은 몇가지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됨
첫째, 실제로 조합원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는 실천이 제한적임. 선거운동이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후원금 지원이나 가까운 지인 설득 이외에 적극적인 선거운동 참여 방법이 사실상 없다는 점
둘째, 비슷한 맥락에서 선거전술 자체가 대중이 스스로 주체화되는 과정이기보다는 대리인 선출하는 제한된 실천에 불과하기 때문에 선거 과정을 통한 대중의 주체화에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
셋째, 이런 한계 속에서도 선거에 올인하려면, 일정한 수준 이상이 성과를 통해 대중에게 자신감과 승리의 전망을 불어넣어주어야 하는데 그걸 기대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 따라서 선거에서 나타나기 쉬운 패턴 즉 기대-실망의 순환적 반복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 (선거에 대한 과도한 기대 → 실망 - 선거의 결과가 좋지 않거나, 지지후보가 당선되었더라도 그의 이후 행적에 대한 실망)

따라서 선거전술의 위상의 재정립이 필요한데
첫째, 내년 전술의 구성 속에 대중투쟁을 우선시 하면서 선거 전술을 부차적으로 배치해야 함. 다르게 표현하면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선거가 될 수 있도록 선거전술을 기획해야 함
둘째, 진보적 교육 담론의 선전공간, 진보적 교육 연대의 확장의 공간으로 선거 공간의 의미를 설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전술의 수위와 위상 설정해야 함
셋째, 진보진영과 협력 속에서 진보 후보 전술 구사를 원칙으로 하되(전교조가 과도하게 선거를 떠맡는 방식은 전교조에게도, 선거의 결과에도 좋지 않을 것임), 민주당과의 연대 문제는 지역 조건에 맞게 진행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필요할 것임

정리하자면 교육감 선거를 현재 침체되어 있는 전교조의 활성화를 위한 가장 중심적인 계기로 삼으려는 입장은 선거공간에 대한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선거운동의 과정의 선거의 결과가 전교조 운동을 일시적으로 활성화시킬 수는 있겠지만 지속적이고 결정적인 계기가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전면화에 대한 대중투쟁의 조직을 중심으로 선거전술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전술적 재조정이 필요하다.


2) 중기적 과제와 전망의 수립은 긴급한 현안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전면화는 교육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 것이다. 경쟁은 심화되고 사교육비는 증대하고 학생의 인권과 교육권은 더욱 침해될 것이며 교육불평등은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모순의 심화가 곧바로 대중의 저항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기 앞에 주어진 현실이 아무리 문제가 많다고 할지라도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것으로 인식되면 사람들은 저항보다는 적응을 선택하게 된다. 따라서 사람들이 현재의 질서에 대하여 저항하고 이를 바꾸어내기 위한 실천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세계가 가능성하다는 믿음이 존재해야 하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이념(지향성), 새로운 교육체제에 대한 구상(대안) 그리고 현실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론(정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단기적 현안 대응에만 머물러 있던 관성에서 벗어나 입시경쟁체제와 시장화 시스템이 최악의 형태로 결합하고 있는 현 교육체제를 발본적으로 바꾸어나갈 수 있는 중기적 전망과 과제(새로운 교육체제의 원리와 대안과 정책들로 구성되는)를 설정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런 새로운 대안적 정책이나 전망에 담겨야할 핵심적인 내용으로는
첫째, 입시경쟁체제를 타파 또는 완화할 수 있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방안
둘째, 대중의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고 교육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을 강화할 무상교육 실현 방안
셋째, 경쟁과 배제를 중심원리 구성되어 있는 초중등교육을 협력과 평등을 중심원리로 재구성하기 위한 새로운 교육과정안의 마련과 학교시스템 재구조화 방안
넷째로 교육에 대한 민중적 통제력을 강화할 방안(교육주체에 의한 실질적 자치와 사학재단 소유구조 개혁 문제 등) 등이 가능한 대중적 언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이런 새로운 전망이 우선적으로 절실히 필요한 것은 교사들이다. 지금까지 전교조 내의 논의는 주로 현안 문제에 대한 단기적 전술 대응방침으로 제한되어 왔다. 현안 대응 중심의 단기적인 전술 논의만으로는 조합원들이 전교조 운동의 전망이나 정당성을 찾기 어려웠으며(조합원의 이념성의 약화), 수세적인 상황에서 전술적 후퇴를 경험하면서 심각한 무기력감과 패배감에 젖게 되었다(전교조 조직력의 이완).
따라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중기적 과제에 대한 대중적 토론을 조직해야 한다. 대의원 대회에서 전교조의 중기적 과제를 채택하기 위한 대중적 논의의 전개(한시적인 특별위원회를 설치하여 의견수렴, 대안 마련, 교육선전 활동 등을 담당할 수 있을 것임), 전교조 내부 선거에서 단기적 전술 논쟁이 아니라 중기적 과제 중심의 정책 대결을 펼치기 위한 노력들, 마찬가지로 교육감 선거에서도 전교조가 내걸어야 하는 핵심적 정책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내부에서의 이런 노력과 더불어 밖으로부터 쟁점화를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각종 선거공간이나 연대의 공간 등에서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전교조가 일관성 있게 이런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고 지도부의 교체에 따라 정책이 번복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전교조의 정체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만한 어떤 아이템도 일반국민들에게는 물론 조합원들에게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기적 과제를 설정하고 이를 일관성 있게 선전하고 실천함으로서 전교조 하면 교사들에게든 국민대중에게든 떠오르는 일련의 이미지들과 상징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조합원들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길이며, 전교조에 대한 국민 대중의 지지를 확대해 나가는 핵심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4. 나아가며
짧은 글에서 여러 가지 논의를 섞어서 진행하다보니 매우 혼란스런 글이 되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중요한 동기는 전교조 운동이 침체되어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이를 문화적인 접근을 통해 교사 주체의 변화에 대하여 매우 어설픈 분석을 시도하여 보았다. 앞으로 더욱 섬세하게 분석되어야할 문제이며 대안 마련의 논의로까지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내년도 전개될 국면의 기본 성격과 여기 대한 대응의 기본 방향에 대한 논의를 전개하였다. 현재 전교조나 교사들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전면화를 앞두고 상당한 위기 국면에 빠져 있다. 위기라는 말이 의미하는 바 그대로, 2010년은 전교조에게 위기이자 기회의 시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교육감 선거의 의미를 과도하게 설정하면서 신자유주의 전면화에 의한 전교조의 위기 국면을 제대로 보지 않으려는 경향성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본부의 협의체 참여는 이런 경향성을 대표하는 것이라 판단된다. 교원평가 문제는 협의체 참여를 통해 어물쩍 봉합해버리고(실제로는 봉합될 수 없지만) 선거에 올인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 글에서 내년의 국면의 성격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한 것은 아니며, 대응 방안 및 전술 논의도 물론 구체적인 수준까지 진척된 것은 아니다. 논의의 출발을 위한 문제제기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인 정세분석과 전술 논의로 발전시키기 위해 빨리 논의를 모아 나가야 한다.
그리고 본문 말미에서 제시한 것처럼 중기적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긴급한 과제라는 것은 다시 한 번 지적하면서 글을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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