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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토론]     더 나은 세상을 향해
-사이먼 토미의 [反자본주의: 시장독재와 싸우는 사람들 /정해영 옮김/유토피아/ 2007]을 읽고
                                                              
                                                         김산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1. 반신자유주의인가, 반자본주의인가

  절대 무너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면서 민중들을 고통 속으로 몰고 갔던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 종주국 미국 발 금융위기에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우리 모두를 번영의 길로 인도하리라 선전하였던 신자유주의가 사실은 민중들의 뼈와 살을 갉아 먹는 자본의 무한한 탐욕을 포장한 것이라는 것을 간파한지 10여년 만에 막을 내리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신자유주의적 성장담론이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으며 수구냉전 세력과 성장지상주의 세력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권위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신자유주의 독재  더 나아가 파시즘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저지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왔으며 전교조  또한 교육시장화로 대변되는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희생을 무릎 쓰고 투쟁해왔으며, 최근까지도 일제고사에 대한 저항으로 해직교사가 양산되는 상황이다.
  세계는 신자유주의 정책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폐기하고 있으나 한국은 오히려 신자유주의 정책을 힘으로 밀어 붙이고 있으니 역사의 수레바퀴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정세와 국내정세의 상이함은 우리에게 혼란을 준다. 계속해서 신자유주의 반대를 외치며 나아가야 하는 것인지 새로운 어떤 것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권위주의 내지 독재에 가까운 이명박 정부의 행태는 민주주의 문제를 제1의 화두로 삼게 하였으며 운동의 지향을 민주주의의 복원으로 돌려놓았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계속적으로 반신자유주의로 갈 것이냐 아니면 반자본주의로 갈 것이냐의 문제와 민주주의의 문제가 발생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사이먼 토미는 주저 없이 반자본주의 운동을 이야기 한다. 우리가 하는 운동은 반자본주의 운동 이어야 하며 반자본주의 운동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2. 문제는 자본주의다.

  반신자유주의 운동과 반자본주의 운동은 같은 것 같지만 근본적 차이를 내포하고 있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에는 반자본주의자와 자본주의자가 함께할 수 있으나 반자본주의 운동에는 함께 할 수 가없다. 즉 반신자유주의 운동의 경우 자본주의 자체는 반대하지 않으나 고삐 풀린 자본주의, 기업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것은 자본주의 자체가 아닌 것이다.  사이먼 토미는 이러한 개혁주의도 반자본주의 운동에 포함시켜 이야기 하고 있으나 현재 진행되는 운동의 소개로 보아야지 진정한 의미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파악하고는 있지 않은듯하다.
  한국의 경우 운동의 지향이 갈라지는 지점에 와 있다. 우리는 그동안 반신자유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이름 하에 연대하거나 함께 해왔으나 신자유주의 끝물에 와서 그 경향성이 분명히 드러나는 지점에 와있다.  반신자유주의 운동이 성공한들 자본주의는 또 다른 얼굴로 우리 앞에 나타날 것이다. 이름이 무엇이든 -혹 신 케인주의가 되든 신신자유주의든 아니면 그 무엇이 되든-이름만 바꾸어 가면을 쓰고 우리 앞에 나타나며 자본주의가 지니고 있는 모순은 사라지지 않고 민중들에 대한 착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따라서 근본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운동이 이루어 져야 하며  그 운동은 반자본주의 운동일 수밖에 없다.

3. 민주주의와 반자본주의

  반자본주의 운동은 민주주의운동이다.  우리는 민주주의 하면 자유민주주의, 형식적 민주주의를 생각해 왔다. 그렇기에 87년 6월 항쟁 시 구호가 대통령 직선제였다. 민주적 절차만 보장된다면 민주주의가 완성되는 줄 알았다.  형식적 민주주의를  민주주의로 안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유주의 이데올로그들도 민주주의의 발전에 있어 자유로운 선거가 3회 정도 진행되면 민주화가 공고화되었다고 너스레를 떨고 있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문화·경제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서 이루어 져야 하며 그것은 실질적 민주주의·급진적 민주주의여야 한다.  
  착취가 없는 사회, 일한만큼 받고 필요한 만큼 받으며 계급지배가 없는 사회가 민주주의 사회이다.  따라서 우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반자본주의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레드 콤플렉스는 아직도 사라지 않고 있기에 반자본주의 하면  국가보안법을 들이대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진다.  한국사회의 사상의 후진성과 레드 콤플렉스를 이용하여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수구세력들이 아직 잔존하는 상황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은 심리적 거부감을 일으킬 수도 있다. 서구에서 개혁주의 운동조차 포괄적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보는 점과 사뭇 다르다.
  개혁주의부터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사회민주주의, 자율주의, 아나키즘, 녹색주의, 정통급진주의, 사파티즘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반자본주의 운동이 존재하는 서구와는 다르게 아직 우리는 반자본주의를 내건 운동이 일천함에 어려움이 있으나 반면에 얼마든지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도 갖추고 있다.
  운동이 위기라고 한다. 침체되어 있다고도 한다. 분명한 것은 민중들의 삶은 날로 피폐해지고 있으며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비정규직은 날로 늘어가고 있으며 자본의 독점은 가속화 되고 있다. 운동이 불을 뿜어야 할 조건임에도 정체되고 위기이다. 무엇이 잘못되었는가?
  문제는 우리도 모르게 자유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프레임,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에 갇혀 있어 출구를 못 찾는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출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반신자유주의 운동을 넘어 반자본주의 운동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대안도 모색할 수 있다.
  반자본주의 운동은 한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개인적인 불복종 운동에서부터 조직적인 당 운동에 이르기 까지 수많은 방법이 있다.  그중 어느 것이 적절할 것인지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방법을 취하든 민주적이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실천이 반자본주의 운동의 핵심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적이지 않은 반자본주의는 역사적 사회주의의 길을 가는 것일 테니 말이다.    

4. 맺으며

  [반자본주의]라는 책이름에 솔깃하여 이 책을 읽는 다면 다소 실망할 것이다.  책에는 우리가 원하는 알고 싶은 답은 없다. 한국어판은 부제를 [시장독재와 싸우는 사람들]이라고 부쳐 뭔가 기대를 갖게 하고 있으나 영문판의 부제는 [a beginner's guide] 이다. 즉 초보 운동가들을 위한 안내서로서 전 지구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반자본주의 운동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는 책이다.
  그렇다고 무의미하다는 것은 아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반자본주의라는 말을 쓴다는 것에 대해 심리적 부담이 있는 것이 현실이고 보면 반자본주의 운동을  본격적인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전 지구적으로 반자본주의 운동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가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으로도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더 나아가 운동가들에게는 국제연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줄 것이며 반자본주의 운동이 위력을 갖기 위해서는 일국차원을 넘어야 한다는 시각을 제공해 줄 것이다.
  아무튼 사이먼 토미의 [반자본주의]는 반자본주의 운동을 시작하려는 활동가, 이미 활동을 하고 있는 운동가들에게 충분한 안내서로서 역할을 할 것이다.  교육운동에서도 반신자유주의에서 반자본주의 운동으로의 전환점에 놓여 있기에 뜨거운 여름 일독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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