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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호 [평가와전망]1. 2014 전교조 선거를 돌아보며

2015.01.12 16:33

진보교육 조회 수:391

[평가와 전망] 1.

2014 전교조 선거를 돌아보며

김성애 |전교조 조직실장

   2015~16년 전교조를 대표할 집행부를 선출하는 조직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개인적으로는 2년간의 본부 전임 생활도 끝을 향하고 있다. 이제부터는 평가 작업과 인수 인계서를 작성해야 한다.  
선거 결과는 예상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선거초반의 최대관심이 ‘후보가 누가 될 것인가?’라면 후반부의 관심은 ‘1차에서 당선자가 결정될 것인가?’ 아니면 ‘결선까지 가봐야 하는 것인가?’이다. 본부 전임·상근선생님들의 판단은 조금씩 달랐고 나는 1차에서 과반을 아주 조금 넘겨 당선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맞췄다. 자리를 깔아야 할 것 같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고 공표하고, 각 후보들의 선거운동본부에서도 치열한 내부 선거 평가도 이루어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분들과는 다른 위치에서 이번 선거를 회고하고 평가하려 한다.
  대체로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당선이든 낙선이든 각 선거운동본부는 내부 토론을 거쳐 선거 평가서를 완성하고 공유한다. 선거는 후보, 선거운동본부 뿐만 아니라 조합원들이 함께 경험했던 일련의 과정인데도 선거 평가는 조합원들과 공유되기보다는 지지자들 내부에 한해서 공유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선거의 주인공은 의견 그룹, 혹은 정파가 된다. 조합원과 함께하는 선거 평가는 무엇일까? 우선은 선거 이야기가 풍성하게 펼쳐져야 한다. 축하와 덕담, 위로와 격려 외에도 많은 생각들이 만들어지고 드러나야 한다. 선거의 끝은 ‘연극이 끝난 무대’가 아니라 ‘끝이 없는 쇼’여야 한다. 이 글은 2014년 전교조 조직 선거, 특히 위원장 선거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서이다.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가 보태질 것이라 믿으면서 몇 자 끄적거린다. 그러나 거칠고 주관적인 글이라 매우 부끄럽다.  

1. 윤리적·정치적 올바름
  2013-14년은 전교조 운동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선택을 한 시기였다. 이명박 정권에 이어 박근혜 정권이 노동조합의 기본 원칙인 자주성에 개입하여 전교조를 공격하였다. 해고자를 조합에서 배제하라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 전교조는 조합원 총투표로 맞섰다. 부당한 규약시정 명령을 거부하겠다는 조직적 결정을 했다. 70%에 이르는 조합원들의 거부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단기적인 교육선전의 효과, 집행부의 의지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조합원들이 정권의 요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즉 조합원의 감성에 공통점이 있다는 말이다. 첫째, 어려운 상황을 모면하려고 오랜 친구를 버리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는 윤리 도덕 감성이다. 둘째, 권력은 결코 영원하지 않으며 정의가 무너져서는 안 된다는 감성이다. 마지막으로 권력의 본심은 단순한 길들이기가 아니라 전교조 해체라는 정치적 감성이다.
  조합원들은 윤리적·정치적 올바름을 선택했다. 우리의 선택은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고 박수를 받았다. 언론은 우리를 주목하였고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시민사회와 노동진영은 전교조를 지키기 위해 뭉쳤고 움직였다. 우리의 선택은 정치적 사건이 되었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조합원으로서의 자존심과 정체감은 높아졌다. 그리고 거리에서 서로를 확인했다. 함께 한다면 험한 길도 행복할 수 있고 즐겁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이었고 이것이 다시 조합원의 감성으로 자리 잡은 시간이었다.  
  법외노조 통보, 가처분 승리, 1심 패소로 다시 법외노조화, 전임자 복귀 거부와 직권면직의 위협을 거쳐, 2014년 9월 고등법원의 판결로 전교조는 다시 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국면은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2015년 박근혜 정권의 공세는 만만치 않을 것이며 최근에 대법원·헌법재판소가 내린 일련의 판결을 보면 전교조 법외노조화 시도는 여전히 유효하다. 2015-16년 역시 투쟁은 불가피하다. 조직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정권의 탄압을 뚫고 전교조를 지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후보 진영의 법외노조 저지 투쟁에 대한 정책과 공약은 투쟁을 주변화하거나 심지어 우회를 주장하고 있다. ‘타이타닉 호처럼 침몰하는 전교조’라는 조직 진단, ‘정권의 공세를 피해가는’ 전술, ‘법외노조 막아내고 교원노조법 개정하겠습니다’라는 한 줄 외에는 언급하지 않는 후보 진영을 조합원들은 선택할 수 없지 않겠는가?
  2013-14년 윤리적·정치적 올바름을 조합원들은 선택했다. 제17대 전교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에서 조합원들은 전교조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있으며 조합원의 정서를 이해하고 조합원을 믿고 박근혜 정권과 투쟁하는 집행부를 선택한 것이다.

2. 좀처럼 올라가지 않는 온도계? 정책 선거는 어디로?
  9월 중순까지 전교조는 법외노조였다. 미복귀 집행부는 직권면직을 눈앞에 두고 있었고 차기 집행부 논의는 수면 저 아래에서 있었다. 전임자는 해고를 각오해야 했기에 현장 지도력 이야기도 나왔고 미복귀를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었다. 조직 선거 논의는 시기상조인 것 같기도 하였고 상황은 유동적이었다.  
  9월 19일 고등법원은 전교조의 합법지위 인정을 결정했다. 당연한 결정이었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기에 기쁨은 더욱 컸다. 선거 구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경선이 조심스레 예측되었다. 결국 위원장 선거에 세 후보 진영이 등록을 했다. 삼파전이다.
후보는 세 명이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선거 온도계의 눈금은 좀처럼 올라가지 않았다. 각 후보 진영은 주요 현안인 법외노조, 공무원 연금 개악에 대해서는 회피하거나 유치한 비난, 원론적 입장 표명만을 반복했다. 지속적인 과제인 학교혁신-혁신학교, 분회·지회 활성화 등에 대해서는 역대 조직 선거에 이미 제출된 정책의 반복, 혹은 약간 변주하여 공약으로 제출했다. 쟁점은 형성되지 않았다.
  각 진영은 현실을 정확하게 분석하지 못하였다. 2000년대 초반의 소위 좋은 시절의 복원은 주관적 희망 사항으로 느껴졌고, 교원노조의 분회 단위 교섭력 확보를 위한 경로는 보이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비전은 거칠었고 비현실적이었다. 법외노조 투쟁을 이끌어온 집행부 출신의 후보 역시 전교조의 전망을 제시하기보다는 ‘하던 투쟁 잘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로 실망을 줬다.
  쟁점이 없으니 그렇지 않아도 지루한 선거는 더욱 지루해졌다. 후보들의 위원장 당선에 대한 의지는 강렬했으나 정책은 풍부하지도 세밀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진영의 주장 외에는 할 말이 없고, 주장은 근거가 빈약하거나 주관적이어서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대의 잘못을 지적하고 공격하는 선거는 그나마 쟁점이 형성된다. 올해의 조직 선거는 그 조차도 부족한 메아리 없는 선거였다.      
  운동은 변화를 만들고 미래를 조직하는 활동이다.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만들어서 가야하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 판단과 미래에 대한 예측 능력은 우리의 유용한 도구이다. 노동조합 선거에서 정책이 사라지면 조직력만 남는다. 누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가? 내 편을 얼마나 많이 만드는가에 몰두하게 된다.
  한편으로 현재 전교조 선거는 그나마 제출된 정책에 대한 조직 내 토론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분회·지회에서 정책을 이야기하지 않는 선거로 변화하고 있다. 일상적으로 학습과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런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문제 삼을 때 다시금 정책 선거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또한 운동은 사회를 개조하는 목적의식적 활동이다. 따라서 사회적 제 관계에 민감해야 하고 정치적이어야 한다. 운동에서 정치를 빼려는 시도는 운동을 실리 추구로 변질시킨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감성은 실리가 아닌 올바름을 추구한다. 조합원의 생각을 알려면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2013-14년, 정권의 탄압과 이에 대항하는 조합원 총력투쟁을 통해 전교조 운동에 새로운 활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인지 새로운 도약일 것인지는 전교조 조합원의 손에 달려 있다. 조합원의 힘을 모아낼 전망을 각 후보 진영이 제시할 것을 기대했다. 특히 2016~17년 교원노조법 개정 투쟁을 비롯한 교원의 정치기본권, 노동기본권 쟁취의 로드맵을 기대했으나 당위적 수준의 정책 공약만을 제출하거나 심지어는 전교조의 역사를 25년 전으로 되돌리자는 주장이 나와서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3. 조합원 확대, 현장 활성화
  합법화 이후 조직 선거의 주요한 공약 중 하나가 조합원 확대, 현장 활성화였다. 그동안 진단도 비슷하고 대안도 비슷했다.
  보통은 조합원이 확대되고 조직의 결정이 하부로 빠르게 전달되고 사업 집행이 원활한 것을 조직 활성화라고 본다. 조합원 확대를 위해 그동안 제안되고 시도된 다양한 사업들이 있었다. 일차적으로 교육 제도, 정책, 학교의 가시적 변화를 통해 전교조에 대한 필요성을 교사들이 피부로 체감케 하여 이를 조합원 가입으로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움직여왔다. 더 큰 변화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들을 분회·지회 단위로 결집시키고 사업을 추진하였다. 분회·지회 활성화를 위해 지부·본부는 예산 지원, 단체협약 체결 등 환경 조성에 힘썼다. 전교조 운동을 발전시키려고 사람을 변화시키는 사업을 벌였는데 조합원, 활동가 교육, 선전들이 그것이다. 많은 실천과 제안, 실험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현장 활성화-조합원 확대, 분회·지회 활동력 강화-는 우리의 화두이다.
  2014년 선거에서는 조직 활성화를 위한 두 가지 흐름이 등장했다. 첫째는 조직 활성화의 단위를 지회에서 분회로 옮기고 교섭력을 갖자는 주장이다. 분회 교섭력을 갖기 위해서는 노련한 현장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조합원들이 뭉쳐야 한다. 현재 조직상황을 보면 조합원이 1~3명 정도의 소규모 분회가 많다. 분회단위 투쟁을 기획한 활동가 역량도 많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 규모와 수준에서는 현장 투쟁이 쉽지 않다. 설사 진보교육감과의 유리한 교섭, 학교 혁신 지원 등을 통해 외부적 압박을 가하고 실현가능성에 대한 논의는 제외하더라도 전교조 본부 ·지부가 중심이 되어 분회의 교섭력을 강화시키고 제도화하면 현장이 활성화되는 것일까?과  
둘째 시도 단위의 노조 연합체로 조직을 재편하여 10만 조합원 시대를 열고 조직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다. 노조 중앙의 권력이 강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 아니다. 전교조가 노동3권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동기본권을 쟁취하기 위해서는 정부에 대항한 정치적인 투쟁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노조 연합체로 재편을 주장하는 것은 노동조합과 전문직 교원단체를 혼동하는 것이며 좀 더 격하게 말하면 노동조합을 그만하자는 주장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우선 조합원 확대는 주관적 의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1989년 19.8%로 최정점에 올랐다가 2010년 9.8%까지 떨어졌다. 그러다가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0.3%를 기록했다. 노조 조직률은 개별 자본뿐만 아니라 총자본의 대리인으로서 국가와 총노동 사이의 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다. 전교조 운동은 더욱 더 그러하다. 전교조는 개별 자본을 경유하지 않고 국가라는 총자본이 직접적인 사용자이기 때문이다. 또한 개별 운동의 진전과 후퇴 역시 전체 운동의 발전 정도에 일정 정도 관련을 맺는다. 10만 조합원 시대는 조직의 장기적 목표이지 현실적 목표는 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목표가 빠지지 않고 매번 선거에 등장하는 이유는 특정 정파-의견그룹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를 통해 선거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싶은 욕망이 아닐까 싶다. 의견 그룹들은 조직 확대 전망에 대해 솔질해졌으면 좋겠다. 조합원 감소는 소위 ‘87년 체제’의 한계 속에서 분석되어야 한다. 따라서 각 후보 진영은 전체 운동에 대한 전망, 전체 운동과 전교조 운동과의 관계 등을 전교조 자신의 문제로 설정하고 그림을 그려야 한다.
  두 번째 기존의 분회·지회 즉 현장 활성화를 이미지로 그려보면 분회장, 지회장이 세워지고 집행부가 구성되고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지회의 각종 회의가 원활하게 열리는 것이다. 여기에 각종 집회, 서명 등 조직의 사업에 사람들이 자발적 참여 혹은 동원이 잘 되면 금상첨화이다. 이를 위해 활동가들은 조합원들을 만나고 모으기 위해 아카데미, 소모임, 각종 문화 행사 등을 기획한다. 분회에서 지회에서 열심히 움직이고 있지만 현장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현장 활성화에서 현장은 무엇일까? 학교, 지역, 가족 등이 전교조 조합원들의 삶의 공간이며 전교조 운동의 장소이다. 현장이 침체되어 있다는 것은 이들 장소가 교육 정책, 방법, 내용 등을 두고 국가와 자본과 투쟁하는 장소에서 ‘생활을 위해 임금을 받는 노동’을 하는 장소로 정착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교사들이 실력주의, 능력주의, 경쟁이데올로기에 포섭되거나 굴복하면서 활동가들의 영향력이 감소되고 고립되면서 새로운 활동가들이 등장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을 활성화한다는 것은 분회·지회로 사람들을 모아내는 것 이상의 문제이다. 교사들, 조합원들은 어떤 형상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일상적으로 마주치는 사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불합리, 착취, 부정의한 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가? 교사들은 어떤 세상과 어떤 교육을 꿈꾸고 있는가? 등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의미를 세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생각하고 움직이는 사람들, 즉 활동가들의 변화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을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장의 고유성과 잠재력을 발견하며 암묵적인 경험과 지식에 따라 현장에서 벌어지는 핵심을 통찰하고 대응책을 마련할 줄 아는 현장 활동가들이 필요하다. 출발부터 그렇게 움직이는 활동가는 흔치 않다. 혼자하기 어려운 일은 함께 할 때 가능하고 이 과정을 통해 나중에는 혼자서도 충분한 몫을 하는 활동가로 성장하는 것이다. 전교조는 바로 이런 현장 활동가를 발굴하고 키워내는 것을 조직 목표로 삼아야 한다. 관계를 만들고 확장하고 더 큰 가능성으로 변환시키는 활동가들이 필요하다. 17대 위원장 선거에 임했던 각 후보 진영들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거라 믿는다. 다만 선거라는 공간의 특성상 공약으로 만들어야 하는 한계 속에서 제도, 방식 등으로 조직 활성화의 고민이 좁혀진 듯해서 아쉽다.
  한편에서는 업무 정상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등 교육 여건 개선을 통해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입시 경쟁 교육을 약화시킨다면 전교조 운동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할 수 없다. 왜냐면 사람과 사람들 이어주는 사람-활동가들이 없다면 변화된 학교 공간과 시간을 자본이 차지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분회, 지회는 사무실 같은 특정한 장소를 의미하기보다는 조합원들의 생활, 활동 공간, 범위의 단위이며 관계의 다른 표현이다. 분회, 지회가 활성화 된다는 것은 조합원들 사이에 관계가 맺어지고 이런 관계들이 생명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특히 정권의 탄압과 주변의 부정적 시선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 시기 전교조 조합원들은 다른 어떤 시기보다 지향의 공통점, 감성의 공감, 경험의 공유 수준이 높다. 조합원들 속에 전교조의 길이 있음을 항상 기억하자.

4. 노동조합의 선거....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가?
좀 더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 선거에서 조합원들의 위치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정리하면 ‘유권자’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묘하게도 ‘소비자’와 겹쳐진다. 지갑을 열 때 인간임을 확인받는 소비자처럼 조합원은 유권자라는 위치에 있을 때에 노조의 주인으로 호명된다. 후보자들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조합원들을 만나려고 애를 쓴다. 지지자들, 운동원들은 조합원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돌린다. 후보자들 사이에 선거 공약 및 정책은 다르지만 멋진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만들고 명함을 돌리는 것은 똑같다. 이후 학교를 방문하고 지지자를 결집시키고 가끔 부정한 방식의 선거 운동도 동원하고, 서로의 부정을 들춰내기도 하고, 대충 눈감고 넘어가기도 한다.
  다수결로 협소화된 민주주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대표를 선출하는 방식은 엘리트 중심으로 조직이 운영될 가능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조직과 조직원의 거리를 계속 멀어지게 만든다. 조합원이 필요한 경우는 선거 등 아주 짧은 시간일 뿐이다.
  위원장-수석부위원장을 선출하는 투표권 외에 조직의 직접민주주의 확장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녹색당의 대의원 추첨제 등을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늘 조직 선거에서 설문 조사와 같은 의견 수렴의 방식이 아니라 조합원들이 조직의 주요한 의사 결정에 누구든지 언제든지 직접 참여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갖도록 하는 기획을 각 후보 진영과 의견그룹에게 바란다.

5. 조직 선거는 ‘혁신’의 출발이 되어야 한다.
  제17대 전교조 위원장-수석부위원장 선거에 대한 나의 평가와 소회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다만 이 글이 조금이나마 전교조 선거를 통해 우리는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그 질문들은 기존의 틀 속에서 던지는 것이 아니라 ‘혁신’의 관점에서 던지길 바란다. 왜냐하면 선거를 통해 다음 2년간의 위원장을 선출하는 것과 더불어 전교조의 현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공론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년 간 고생 많았던 김정훈-이영주 선생님과 나를 포함한 집행부 모든 선생님들. 정말 애 많이 쓰셨다. 앞으로도 현장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실천하고 투쟁합시다.
  앞으로 전교조를 이끌어갈 변성호-박옥주 선생님과 집행부 선생님들. 조합원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2년마다 운동 노선, 방향, 개성 등이 다른 전교조 집행부들과 손과 발을 맞추면서 전교조 운동에 헌신하는 상근선생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전교조의 소중한 자산이고 보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