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55호 [초점] 공무원연금 왜 지켜야 하는가?

2015.01.12 16:14

진보교육 조회 수:515

[초점]

*표, 그림, 각주는 파일을 참조하십시오. - 편집자 주

공무원연금 왜 지켜야 하는가?

박진보(전교조 전 정책교섭국장)


  공무원연금은 공적 연금이다. 공적 연금은 노인 복지제도로 이해해야 한다. “공적연금인 공무원연금을 왜 지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는 “공적연금이 왜 만들어졌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1. 공적연금의 시작

  공적연금은 1889년 독일 비스마르크 재상이 노동자투쟁을 달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시행하였다. 노동자 계층의 삶의 조건을 개선해줄 목적이었다. 독일과는 달리 덴마크의 연금제도는 1891년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 국가에서 조세를 재원으로 삼고, 자산조사를 실시하여 정률의 연금을 지급하였다. 덴마크형은 독일의 비스마르크형과 함께 국민연금의 대표적인 모델이 되었다. 『공무원연금제도 해설』, 최재식, 공무원연금공단(2010) pp.3~4.

  공적연금의 목적은 경제적 능력이 떨어질 때를 대비해서 국가가 주도하여 노후 생계 보장을 해주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1988년 대중의 노후의 삶을 돌볼 목적으로 국민연금을 만들었다. 국민연금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국민의 노령, 장애 또는 사망에 대하여 연금급여를 실시함으로써 국민의 생활 안정과 복지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인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그 연원이 다르다. 고대 로마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는 군인연금 형태로 지급하였다. 황제 아우구스투스는 군인금고를 만들어 퇴역군인에게 퇴직수당을 지급하거나 토지를 구입토록 하였다. E. Badian(Britannica Online) 『공적연금의 이해』 김성숙 외6인, 국민연금연구원(2008) p4.재인용.
지중해의 필립보라는 도시는 로마시대 퇴역군인들을 위한 계획도시로 건설됐다. 이 도시에는 연금을 받는 퇴역군인들이 거주하였다. 군인연금은 용병제도와 깊이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용병이 전쟁에 나가서 마음 놓고 싸울 수 있도록 퇴직 군인에 대해서 연금을 통해 노후를 보장해 주는 제도가 발달하였다. 1670년 영국 해군장교 연금이 나왔으며 미국에서는 1789년 독립전쟁에 참가했던 상이군인들에게 연금을 지급하였다. 1857년 뉴욕정부가 경찰관연금을, 그 뒤로 큰 지방정부들이 경찰관, 소방관, 교원 대상의 연금을 제공하였다. 『공적연금의 이해』 pp.4~5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는 달리 국가기관을 유지하기 위한 특별한 목적을 띠고서 제공하는 형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국민연금이 1988년 전국민의 노후를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었으나 공무원연금은 1960년에 이미 시행되었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의 제도적 특징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2. 직업공무원제와 공무원의 처우 문제

  한국사회는 역사적으로 중앙집권적 관료제를 채택한 나라이다. 정도전이 조선 건국과 함께 유교적 관료제를 기본으로 하여 국가체계를 만들었으며 조선 이전에도 원래 관료제적인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특히 우리 사회는 관료제가 상당히 익숙한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관료제가 강화되다 보니 관료중심의 관료주의가 만연하여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한국사회에서 관료는 공무원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체제를 의미한다.   공무원체제 유지를 위해 공무원에 대한 권한을 보장하고 신분을 인정해주는 제도가 발달하였다. 직업공무원제가 발달할 수밖에 없는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국가 시스템을 유지 발전하기 위해서 직업공무원이 역할이 지방분권화 되어있는 나라보다는 공무원의 중요성이 높다.


대한민국 헌법 제7조
①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②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


  공무원연금은 직업공무원제도라는 특수성에서 생각해야 한다.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형사처벌을 받을 경우 공무원연금을 삭감하게 된다. 공무에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 사회보험적 성격과 후불임금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연금을 삭감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직업공무원제의 특징으로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에 충실하게 수행하고 자신의 직무에 대해서 비리를 저지르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노후의 생활을 일정 부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공무원연금을 다른 연금보다 강화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물론 직업공무원제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국민연금 일반에 비해서 연금을 더 줄 수 있느냐는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직업공무원제를 인정하지 않고 국민연금과 같은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도 ‘사회적 합의’라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다면 직업공무원제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제약도 걷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직업공무원제를 포기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떤 문제가 생겨날지도 아울러 검토할 일이다. 현재 여론으로 나타나는 ‘하는 일 없이 놀고먹는 공무원’이라는 이미지를 먼저[무턱대고] 들이댈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생계와 안정된 직책과 직무 집행에 대한 권한 보장이 없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 지도 숙고해야 한다. 직업공무원제도는 공적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제도 유지에 대해 강한 규정력을 부여한다. 만약 이런 규정력이 없으면 공적인 부분에 있어서 균형감 있는 결정이 아닌 사적 이익을 위한 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무척 높아진다. ‘통영함 군 납품비리’를 받고 담당자가 회사에 취업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 바로 직업공무원제가 약화되었을 경우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군인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과 같은 특수직역 연금의 의미에 대해서 이번 일을 기회로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


3. 왜 우리나라 노인 절반이 굶주리는가?

     2013년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삭감하는 개악을 하였다. 그 이유는 2044년에 국민연금이 적자가 발생하고 2060년에는 국민연금이 고갈된다는 추정 때문이다. 정부가 혈세로 국민연금을 보전하면 후세대에게 부담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공무원연금도 역시 같은 이유로 삭감을 꾀하고 있다. 노후를 보호하는 공적연금의 성격을 전혀 모르는 개악이다. 소득이 없는 노인에게 공적 연금을 통해 삶을 보호해주는 것은 복지 제도의 취지다.
  2010년 우리나라 노인 상대빈곤률은 47.1%로 OECD국가 중에서 부동의 1위이다. OECD평균 노인상대빈곤률이 12.8%이다. 우리나라에는 OECD평균보다 가난한 노인이 약 4배 많다는 뜻이다. 노후의 고단한 삶은 결국 노인 자살로 이어진다. 2010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 10만 명 당 자살한 노인이 80.3명이다. OECD 65세 이상 자살 20.9명과 비교하면 약 4배가 된다. 우리나라 연령별 자살률에서도 노인자살률이 월등히 높다. 공적연금의 부실과 노인자살률이 높은 것은 상관관계가 있다. 노인 자살률을 낮추려면 공적연금을 확대해야 한다.

4. 재정 파탄이라는 공포 마케팅

  새누리당은 공무원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삭감하지 않으면 ‘재정이 거덜 난다’고 말한다. 재정이 거덜 나면 결국 나라가 망하거나 거의 정부사업을 진행할 수 없는 것처럼 겁을 주고 있다. 이것은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다. 수돗물에 유해 성분이 많다고 겁을 주면 정수기 판매가 느는 것처럼 공적연금에 재정이 투입되면 재정이 거덜 나기 때문에 사적 연금을 가입하라고 하는 공포 마케팅이다.
  과연 연금 때문에 재정이 거덜 날까? 그렇지 않다. 현재 OECD국가 중 2010년 기준, 프랑스는 GDP대비 14.6%, 오스트리아는 14.1%를 사용하고 있다. OECD 평균 9.3%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OECD국가들이 연금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났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2050년에 노인인구 비율이 38.2% 되는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9.8% 지출할 것으로 추정한다. 2050년이 되어도 공적연금 때문에 재정이 파탄 나지 않는다. 새누리당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공적연금 때문에 재정이 거덜 난다면 현재 OECD국가 대부분이 국가 재정이 거덜 나야 한다.  

  국민연금을 2007년 수익률을 40% 상태로 개악한 상황에서 2050년 GDP대비 국민연금 지출이 9.84%다. 공무원연금을 GDP대비로 할 경우 최대로 잡아도 2%를 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민연금 9.84%+2%로 하여도 11.84%를 넘지 않으며 이는 OECD평균보다 낮아지므로 국민연금을 더 올려도 된다는 말이 된다. 만약 출산율 상승으로 노령인구수가 38.2%보다 낮아진다면 GDP대비 공적연금은 더 떨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와 국회에서 공적연금으로 재정이 거덜 난다든지 파탄난다는 말은 허위에 지나지 않는다. 공포마케팅으로 국민들을 속이고서 공적연금을 최저생계비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