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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짱칼럼]

전교조는 어떻게 박근혜 정권과 맞설 것인가

권성환 / 남대전고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패하면서 소위 민주진보진영에서 멘붕 현상이 광범위하게 일어났었다. 그리고 그 현상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심지어 아직까지 멘붕상태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하긴 모든 것을 야권연대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는 데 걸었던 사람들은 당연히 그럴 만도 하겠다. 민주노동당의 창당 이래 진보진영은 참으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진영을 대표하면서 제대로 자리잡는가 했더니 분열로 와해되고, 최근에 들어와서는 사분오열되면서 아예 몰락하는 꼴불견을 보여 주었다. 진보진영이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진보의 정체성을 버리고 묻지마 야권연대를 추구한 것도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라 볼 수 있겠다. 자유주의자들과의 연대를 통해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버렸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집단 멘붕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어쨌든 박근혜 정권이 등장하게 되었다. 이 박정권의 속성과 본질에 대해서 또 말들이 많다. 아무리 박근혜라 하더라도 지금까지 민주화를 위해 지불한 엄청난 댓가들이 있는데 섣불리 권위주의 정권으로 돌아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견해에서부터 제대로 된(?) 권위주의 정권의 탄생이라는 견해, 더 나아가 세계 경제공황과 맞물리면서 집권 후반기로 가면서 파시즘화 될 것이라는 견해에 이르기까지 논란들이 많다. 이런 논란은 물론 박근혜 정권에 대한 우려에서 생겨나는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이러한 논란을 통해서 박정권의 속성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중요한 작업이다. 정확한 분석과 그에 따른 정세 인식이 선행되어야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은 그에 대해 분석하는 글이 아니기 때문에 박근혜 정권에 전교조가 어떻게 맞서야 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기로 하겠다.

  대선 과정에서 새누리당 누군가가 말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정국에서 촛불을 조기 진압하지 않은 것이 실책이었다고. 참으로 솔직한 망발이다. 그리고 참으로 무서운 말이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은 이러한 그들만의 역사적 교훈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 법질서를 핑계로 전교조와 민주노조를 옥죄어 올 것이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우선 탄압을 하기 전에 명분을 만들어야 한다. 그 명분은 바로 박근혜의 복지성 공약이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실시, 반값등록금 지원, 사교육비 경감 정책 추진, 교원의 행정업무 경감, 신규교사 채용 확대 및 교원 수업시수 경감 등이 박근혜의 대표적인 복지성 교육공약들이다. 이런 공약들의 실현 가능성 내지 실현 의지가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언급은 차치하기로 하고  이런 공약들을 내세운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자. 우선 이명박 정권에 대항하여 투쟁한 대중들의 요구에 굴복한 면도 있지만 이는 선거 공학적 차원에서 나온, 대중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에 불과할 수도 있다. 복지를 우선에 둔다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저항의 끈을 놓게 하는 술책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해 주는데도 저항하는 세력에 대해서는 법질서 차원에서 단죄할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국가나 정권이 수탈만 할 수는 없다. ‘더 많이 수탈하기 위해서는 우선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통치자들이 써 온 수법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민중봉기에 의해 망하니까.
  춘추전국시대에 이미 노자는 당시 군주들에게 이렇게 가르쳤다.

     ‘오므라들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펴주어야만 한다. 약하게 하려면 반드시 먼저 강하게      해 주어야 한다. 제거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먼저 높여야만 한다. 빼앗으려고 한다면 반       드시 먼저 주어야 한다’ - <노자> 80장

  지속적인 지배를 가능하게 하는 통치철학이다. 박근혜의 복지공약을 이렇게 보는 것이 과연 기우일까?
  박근혜는 민중들의 저항을 받을 만한 경쟁위주의 교육정책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다. 이미 MB 정권에서 다 해 놓았으니까. 주지하다시피 MB교육정책은 전면적인 경쟁 위주의 정책들이다. 복지라는 것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박근혜는 경쟁정책은 그냥 MB 정책을 밀고 나가 완성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박근혜 정권은 사자의 발톱과 여우의 미소로 무장한 정권이다. 이러한 박근혜 정권에 맞서서 싸운다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싸워야 하는데 전교조의 조건이 그리 좋은 것도 아니다. 지난 10년동안의 자유주의 정권과 5년동안의 MB 정권을 거치면서 전교조는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전교조의 주체적 역량도 많이 축소되었고, 그러다 보니 당연히 사회적 영향력도 줄어들었다. 지난 10년간 자유주의자들은 전교조를 철밥통이라고 집단이기주의로 몰아 공격했고, 보수수구집단들은 종북좌파로 몰아세웠다. 그리고 그런 이데올로기가 먹혀 들어갔다. 전교조는 이러한 공격들을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했다. 아예 투쟁을 방기하고 정치권의 자유주의자들에게 의존해 버렸다.
  지난 전교조 위원장 선거에서 한 진영에서는 참으로 위험한 공약을 내세웠다. ‘5년만에 오는 민주정부와 함께 잘해 보겠다’는 것이었다. 민주당이 대선에서 이길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민주정부와 협력하여 교육개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살리겠다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공약의 전략적 오류는 그만두더라도 노동조합이 내걸 수 있는 구호가 아니었다. 지금까지 전교조가 그렇게 사업을 해 왔다. 현장은 방치하고 정치권을 비롯한 상층연대에만 매몰되었다. 그 결과가 전교조의 영향력 축소로 이어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번에 출범한 전교조 지도부는 이런 전교조의 운동 방식을 혁신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과 맞장 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전교조가 처한 주·객관적 조건을 고려하면 더욱 어려운 일이다. 어렵고 힘든 일을 할 때일수록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원칙으로 돌아가는 일이다. 노동조합의 원칙으로 말이다. 현재의 상황 아래에서 그 첫 번째 원칙이 현장을 살리는 일이 아닌가 한다. 현장이 죽어 있으면 아무리 좋은 사업계획이나 전망도 사상누각이 될 수 밖에 없다.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끊임없이 교선하고 설득해서 조합원들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이렇게 조합원의 힘을 결집시켜야 한다.
  두 번째는 민중연대의 원칙이다. 지금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극한 투쟁까지 하고 있는 수많은 투쟁사업장들이 있다. 아무리 일해도 호봉도 올라가지 않고 있는 학교비정규직 동지들도 바로 우리 곁에 있다. 신자유주의 광풍에 벼랑 끝으로 내몰린 수많은 민중들이 있다. 그 민중들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들과 함께 해야 한다.  
  이렇게 결집된 조합원의 힘과 민중연대가 있다면 박근혜 정권과 맞붙어서 공교육의 새판을 짜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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