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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1

시카고 교사 파업 - 우리는 언제나 가능한가?

김산 /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시카고 공립학교 교원 노조가 파업을 하였다. 노조는 교사 평가 및 처우 등과 관련해 노조의 요구에 교육청이 받아들이지 않자 파업을 단행하였고 파업은 9월 10일부터 18일까지 8일간 이루어졌다. 시카고 교원 노조가 파업을 하게 된 가장 큰 쟁점은 교원평가제 시행이다. 시카고 시당국이 교사들의 성과 평가에 학생들의 일제고사 성적을 40%까지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하자 이에 반발하여 파업을 단행한 것이다.

교사들의 파업. 한국이라면 아마도 온 나라가 뒤집어질 일일 것이다. 조·중·동 같은 수구 찌라시들은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매일 난리를 칠 것이다. 아직 우리에게는 너무나 멀고도 먼 이야기. 교사들의 파업이다.  공장 노동자들의 파업도 나라 망하게 하는 일이라고 왜곡·과장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이니 교사들의 파업이라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말아야 할 불온한 생각이다.

우리헌법 제 33조 1항을 보면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라고 규정하여  근로3권을 보장하고 있다. (근로, 근로자, 근로 3권이라는 말은 당연히 노동, 노동자, 노동3권으로 변경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배층들은 변경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법률상 용어의 변경 또한 투쟁의 한 분야가 되어야 한다. ) 따라서 노동자들은 헌법에 의하여 노동3권을 보장받고 있으며 그 중에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단체행동권이다.

노동자들의 합법적 최후 수단인 단체행동권(파업)은 분명히 헌법 및 노동조합법이 보장을 하고 있으나 실상은 한국에서의 파업은 아무리 적법절차를 거쳐 한다 해도 공안당국에서 처음부터 불법으로 간주하여 노조 및 노조간부들에 대한 불법파업 수사를 하고, 수구 찌라시들은 불법파업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선동을 한다. 그러면 결국 나중에 적법파업으로 판정되어 노조의 책임이 없다 하더라도 노조는 이미 파산직전에 가고 노조 간부들은 수사에 지쳐 심신이 피폐해지며 사측은 각종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노조를 벼랑으로 떨어뜨린다.

노동 선진국 못지않게 노동자들을 법률적으로 보호하고 있다고 국제적 홍보를 하고 있으나 한국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은 과거보다 나아지고 있지 않다.  파업을 무참히 강제 진압한 것이 자신의 치적이 되고 출세의 지름길이 되는 상황에서 과연 우리가 전태일시대와 얼마나 달라졌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비정규직이 양산되어 노동자의 권리는 위축되고 있으며  노동3권은 일부 정규직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특권이 되고 있다.

교사로 돌아와 보자. 교사들은 불행하게도 쟁의권이 없다.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 법률 제8조를 보면 “노동조합과 그 조합원은 파업·태업 기타 업무의 정상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일체의 쟁의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라고 규정하여 교사들의 파업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OECD 국가를 비롯한 대부분의 문명국에서는 교사들의 쟁의권을 인정하고 있다.( 심지어 신자유주의 주도국인 미국과 영국에서도 인정하고 있지 않은가) 이것만으로도 우리는 문명국대열에 낄 자격이 아직은 없다고 할 것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사립학교 교원들의 노동3권이다. 공무원인 국·공립 교사들은 헌법및 국가공무원법에 의해 노동3권의 제한을 받는다(교원노조법 제정 전부터) 하지만 사립학교 교원은 일반노동자와 다를 바 없음에도  교원의노동조합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로 사립학교 교원의 쟁의권을 제한하고 있다.  권리는 없으되 의무만 있는 꼴이다. 비리사학들이 넘쳐나고 옳은 소리를 하는 교사들이 해고를 당해도 딱히 방법이 없는 이유이다.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보다도 친기업, 친재벌, 반노동자정부가 계속되고 법원, 검찰, 경찰 및 언론(찌라시들)이 반노동적인 한국에서는 노동자들의 파업은 물론이고 교사들의 파업권은 그저 남의 나라일로만 알게 될 것이다. 일제고사가 부활하고, 경쟁으로 서로를 갉아 먹어야 하는 성과급 및 교원평가가 시행 되도 별다른 저항을 못하고 그저 균등분배니 서술형평가니 하면서 제도 개선에만 주력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에게 쟁의권이 없다는 현실에 기인한다.

지금 당장 교사들에게 파업권은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명목상 파업권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상 행사는 불가능 할 것이다. 아직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전교조가 파업을 한다면 학생들을 볼모로 자신의 이익을 챙기려 한다고 엄청난 비난을 할 것이다. 학생, 학부모 모두 쉽게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이 파업을 하면 왜 파업을 하는지, 노동자들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알려고 하지 않고 비난만 일삼는 것이 아직 우리 의식이다.

지금 국민들의 노동의식에서는 파업이 빨갱이들이 주도하고 뭘 모르는 노동자들이 따르는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많을 뿐만 아니라 파업으로 인해 자신에게 직접적 손해가 간다면 이를 감수하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의식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노동자들의 파업은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최근 사업주들의 직장폐쇄가 빈발하는 것도 여론에 자신 있기 때문이다. 즉 사업주 보다는 노동자들을 비난할 거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외 문명국에서 벌어지는 파업을 보다 보면 많은 시민들이 불편하더라도 파업을 지지하고 정부의 해결을 요구하는 것을 본다. 이번 시카고 교사 파업도 공화당 롬니를 비롯해 보수들은 비난을 했지만 많은 시민들이 지지를 해주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교사들의 파업을 그저 부러워해야 하는지 아니면 안타까워해야 하는지(파업까지 해야 되는 상황을) 보는 입장에서 착잡한 마음이 든다.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온갖 교육적  악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명박 정권의 교육개악을 제대로 투쟁과 저항을 못하고 받아들이는 지금의 현실은 교육현장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무관심으로 일관하게 하고 있다. 이제 전교조에서 무엇을 하든 남의 이야기처럼 들리고 그저 열심히 활동하는 일부 활동가들의 장이 되어 가고 있다.  투쟁동력, 방법을 잃어 버리고 있는 우리와 달리  과감히 파업을 선택하고 투쟁하는 미국 시카고 교사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우리도 교육정의를 위해서 파업이란 칼을 뽑을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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