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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론과문화]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고 너무나 너절한

-영화 ‘초록물고기’와 ‘스카페이스’에서의 인간성

 

은하철도 /진보교육연구소 연구원

 

뿌나 열풍 그리고 한석규

 

‘뿌나’ 열풍이 뜨겁다. ‘뿌나’를 하는 날은 ‘뿌요일’이란다. 월요일, 화요일, 뿌나일, 뿌나일, 그리고 금요일. 광화문 광장이 오세훈 시장에 의해서 새 단장을 하고 떡하니 황금 찬란하고 풍만한 세종대왕상이 자리를 차지하더니 훈민정음의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서울방송의 ‘뿌리깊은 나무’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인기몰이의 여러 요소를 꼽아보자면 일단, 세종으로 나오는 배우 한석규이다. ‘서울의 달’이라는 90년대 걸출한 드라마를 마지막으로 브라운관을 떠났던 그가 영화스크린에서도 찾기 힘들어진 지금 다시 컴백했다. ‘서울의 달’에서의 풋풋한 건달에서 막말하는 조선의 국왕으로의 귀환! ‘서울의 달’에서의 건달역을 기억하던 중장년 시청자들과 90년대 멜로 영화의 주인공으로서의 한석규를 기억하는 20대들에게 한석규의 복귀는 화제가 될 만하다. 두 번째, 세종의 캐릭터이다. 지적이면서도 까칠하고 근엄하면서도 마구 욕을 퍼 붓는 욕쟁이 할머니까지 다면 캐릭터로 그려지면서 우리가 알고 있었던 세종이라는 이미지가 확 깨진다. 뭐... 드라마에 대해서 깔 것도 있지만 드라마는 취미가 없어서 다음 기회에 다른 사람이 깔것을 기대하면서 이번은 넘어간다.

배우 한석규는 잘 생기지 않았다.(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는 동의를 안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이요 심지어 필자의 외모에 대해서 문제 제기를 강하게 하는 분도 있으시리라... 그러나 좌우간 필자 개인의 판단이다.) 소위 얼짱이나 완소남 류와는 다르다. 밋밋한 평면적 눈코입의 배치와 돌출, 거기에 노꺼풀의 눈을 넘어선 찢어진 눈.... 어찌보면 한석규가 한석규이기 위해서, 연기만을 위해서, 연기를 통해 배우로 돋보이기 위해서 배치된 절묘한 외모이다. 이런 한석규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인기를 등에 없고 충무로에 진출하여 90년대 우리나라 최고의 미모, 최고의 인기 여배우들과 멜로 영화를 찍어서 최고의 배우로 등극하게 된다.

한국의 한석규가 있다면 미국에는 한석규 류의 여러 배우들이 있다. 이 중에 한석규보다 훨씬 나이가 많지만 70년대 대부 시리즈로 많은 팬을 가지고 있는 알 파치노를 꼽을 수 있다. 적은 키에 잘 생기지 않은 외모... 어찌 보면 ‘졸업’의 더스틴 호프만과 헷갈릴 수도 있는 외모-영화배우가 다른 영화배우와 헷갈릴 수도 있다는 것 자체는 외모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배우에게 있어서 결코 장점이 될 수 없지 않는가? - 그러나 신들린 듯 과묵한 듯 그리고 처연한 고독한 이미지의 알 파치노는 특히 갱 영화부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명 연기자이다.

 

초록 물고기의 막둥이

서울의 신촌에서 출발하는 교외선이 80년대 말까지는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주말에 몇 몇 친구들은 교외선을 타고 당시 대학생들의 M.T촌으로 유명했던 일산의 백마 등지에 원정을 가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학교로 월요일날 등교하여 개선장군이 승전보를 전하듯 의기양양 친구들에게 얘기하기도 했었다. 바로 일산이 80년대 말 노태우 대통령의 주택 100만호 건설의 일환으로 서울의 베드타운이 되면서 지역의 사람들은 졸부가 되기도 하고 아니면 재개발의 피해자가 되어 수십년 길게는 수백년 살던 터전을 떠나야만 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초록물고기’ 이 지역의 출신의 그렇고 그런 대강의 집의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이다. 주인공 막둥이는 어느 정도 나이가 차게 되고 그 나이 또래의 대개의 젊은이들처럼 미래의 성공을 위해 그리고 당장의 밥벌이를 위해서 서울로 들어온다. 서울에 들어와 변변한 학력이나 학벌이 없던 그는 유흥업소에 기생하는 조직 폭력배 조직에 들어가게 되고 보스의 명령에 충실히 따르면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게 되고 결국 배신을 당해 죽게 되는 헤피엔딩 하지 않는 소재의 영화이다. 영화의 내용은 단순하다. 그리고 전개도 스펙터클하지 않다. 그리고 대사의 참신함도 편집의 짭짤함도 없다. 그러나 이 영화를 통해 이창동은 감독으로 자리 매김을 확실히 하게 되었으며 배우 한석규는 90년대 걸출한 배우로 우뚝 서게 된다.

그럼 이 영화가 우리에게 왜 많이 기억되는 것일까? 앞서 얘기한 ‘뿌나’와는 달리 주인공 한석규와 더불어 여주인공인 심혜진, 그리고 악역으로 치를 떨게 만든 문성근의 차갑고도 완벽에 가까운 연기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잔잔하면서도 종말을 향해 치닫는 막둥이의 인생사가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대가족과 살아가면서 순박하고 순진하고 착한 막둥이가 주먹과 돈이 지배하는 조직 폭력배의 세계를 접하게 되고 그리고 살아남으면서 어떻게 망가지고 또 어떻게 자신의 인성을 회복하고 죽게 되는지가 통속적이지만 가슴 한구석이 아파지도록 애잔했다.

철저한 악, 부패에 담겨지지 않고 자신의 과거의 순수가 남아있는 주인공 막둥이는 그렇게 또 한여름의 소나기 뒤에 지나가는 행인의 발에 밟혀 죽게되는 지렁이 마냥 철저히 유린되고 소멸되는 모습이 관객에게는 슬픔 이상의 공감을 주었다. 이런 점에서 80년대 홍콩 느와르의 한국에서의 재현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약, 자동 소총 , 캐딜락 그리고 스카 페이스

 

초등학교 고학년 풍문으로 들리던 영화... 폭력과 마약으로 뒤범벅이 되는 미국영화가 있었다. 물론 연소자 관람불가였다. 바로 알 파치노 주연의 ‘스카 페이스’가 바로 그것이다.

70년대 말 미국의 지미 카터 대통령이 집권하고 마이애미를 중심으로 쿠바에 대한 공식, 비공식 압박이 가중되면서 쿠바에서 미국으로의 밀항하는 쿠바인들이 늘어나게 된다. 그래도 민주당 정권 아니었던가? 쿠바에서 전과자로 살던 토니는 이 대열에 합류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마이애미에 입국한다. 그러나 꿈꾸던 현실과 달리 미국 당국은 토니를 의심하고 여타 밀항자들과 마찬가지로 수용소에 입소시킨다. 수용소에서 토니는 이미 밀항한 쿠바인 갱의 사적 부탁으로 밀항자를 죽이고 빨리 출소하고 그 덕에 깽단에 입단한다. 깽단에서 몇몇 건의 일을 성공적(?)으로 완수한 후 보스 다음의 위치에 오르고 남미 출장 끝에 결국 보스를 떠나 자신의 조직, 왕국을 만들고 자신이 사랑하던 보스의 여자를 자신의 여자로 만든다.

꿈에만 그리던 아메리칸 드림이 실현되었다. 캐딜락, 고급 클럽에서의 값비싼 샴페인, 쿠바산 시가와 식도락의 세월이 이어지고 돈은 끝도 없이 금고에 쌓인다. 그러나 파국은 절정과 더불어 찾아온다. 남미의 동업자의 부탁을 응하고 일을 처리하려는 중 폭파 시켜야 할 차에 어린 아이가 타고 있기에 스위치를 누르지 못한다. 여기서 숨겨진 인간성이 그동안 억눌려 없어진 줄 알았는데 다시금 고개를 빠꼼히 쳐들고 나온다. 스위치를 누르지 못해 폭발을 못시키지만 결국 다른 스위치는 작동해 본인의 파멸의 폭발을 가져온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십명의 갱단에 의해 집은 포위되고 경호원들이 하나 둘 죽음으로써 포위망은 좁혀들고 결국 마약과 술에 잔뜩 취한 주인공 토니는 자신의 키 만한 자동소총과 유탄기를 들고 맨몸으로 갱들과 대적을 하고 수십발의 총탄을 받고 최후를 맞이한다.

 

시도 때도 없는 휴머니즘

지난 IMF경제 위기때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전 국가적 전 국민적 금모으기 운동! 무슨 역병마냥 집의 장롱에 있던 각종 금붙이들이 나라의 빛을 갚는 것도 아닌데 햇빛을 받아 양지로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우리는 구제 금융을 받았고 받는 대신 신자유주의 금융 세계화 시대에 금융 자본의 철저한 먹이감이 되었고 지금도 먹이감이 되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유사한 일이 지난해부터 그리스에서 본격화 되었다. 재정적자문제가 불거지고 디폴트 직전까지 가면서 국가 차원의 금모으기 운동을 우리의 것을 벤치마킹해서 실시하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너희가 빚진 것을 왜 국민에게 갚으라고 하냐’라고 하면서 거센 역풍을 받아 유야무야가 되었다.

우리의 위대한 쁘띠 부르주아들은 분노와 더불어 분노 이상의 공포를 가지고 있다. ‘내 것을 되찾지 않을테니 더 이상 뺐지말아라’ 라는 소유의 본능적 욕망 속에 이러한 공포를 내포하고 있다. 니체는 원한에 대해서 귀족은 복수를 그리고 노예는 용서를 먼저 한다고 한다. 니체적 표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쁘띠 부르주아들은 노예적 용서에 재빠르게 나선다. 그리고 용서를 통한 우월함을 가지고 승전고를 울린다. 과거 참여정부는 승전고의 잔치였다. 마치 새세상이 온 듯, 모든 문제가 풀릴 듯 기세가 올랐었다. 그러나 결과는 어떠한가? 작금의 문제의 기초를 닦은 것이 참여정부때가 아니었던가? 그러다 지금에 와서 착한 FTA운운을 하고 날치기 통과라고 하면서 국민을 동원해서 찬 날씨에 물대포를 온 몸에 맞게 하면서 국회 등원을 운운하고 있다.

영화 속에 막둥이가 , 그리고 토니가 조폭세계에 갱단의 세계에 입문한 것 자체가 문제가 있지만 한 두 번 눈을 질끈 감고 전진했더라면 아마도 엔딩은 달랐을 것이다. (여기서 휴머니즘 자체에 대한 부정은 결코 아니다. 영화의 비유를 다시 한 번 패러디해서 얘기하는 것이다) 결국 그 잘난 휴머니즘은 자신의 몰락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몰락을 가져오게 만든다.

다시 내년 총선과 대선의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나꼼수’의 바이브레이터 팔던 자가 노무현 정권에서 생고생을 하는 노동계급을 조롱하고 진보의 아이콘이 되고 정치 놀음에 살짝 발을 넣고 500억의 주식가치가 3000억으로 뻥튀기 한 작자가 1500억 기부로 우리의 삶을 농락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는 휴머니즘은 차후이다. 섣부른 휴머니즘은 정치의 폐퇴를 가져오고 몰락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 허접한 휴머니즘을 버리고 전진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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