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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권두언] 문제는 우리의 주체적 투쟁과 실천이다

2010.07.16 16:10

진보교육 조회 수:1435

[권두언] 문제는 우리의 주체적 투쟁과 실천이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6명의 진보교육감 후보가 당선되었다. 교육감 선거에서의 선전은  반mb정서의 확산이라는 일반적인 요인 이외에도 특수한 교육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기존의 입시경쟁교육에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파괴적인 결과들, 나날이 심화되는 교육적 보상 체계의 붕괴(특히 대학교육에 있어서) 현상 등이 교육감 선거에서 표심의 흐름을 좌우하는 중요한 기저 요인이 되었다. 현재의 교육 체제에 대한 대중적 불만과 변화의 열망이 표심에 반영된 것이다.
여섯 명의 교육감의 당선은 이전의 교육위원의 진출이나 김상곤 교육감이 2년여도 채 안되는 임기의 교육감에 홀로 당선되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교육위원이 주로 불완전한 견제의 권한만 있다면 교육감은 크든 작든 정책을 입안·결정·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또한 여섯 명의 교육감이 동반 진출하게 됨으로써(특히 인구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서울과 경기에 당선됨으로써) 기존의 교육체제의 균열을 낼 수 있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섯 명의 교육감의 진출은 행정적인 공간을 확보했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넘어 일정한 정치적 상징성까지 지니고 있다. 새로운 교육감들의 행보나 정책에 대한 언론의 민감한 반응은 이들 교육감들의 행위가 지니고 있는 정치적 성격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새롭게 조성된 조건에 대하여 교육운동 진영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 흐름으로 나뉘는 듯하다. 하나는 진보적 교육감의 성공(?)을 위하여 교육운동 진영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는 협력 중심의 사고이다. 또 하나는 진보적 교육감이 변질(?)되지 않도록 적극적 견제하고 견인해야 한다는 경향성일 것이다. 이 두 가지 입장은 언뜻 보면 대립적으로 보이지만 둘 다 교육감의 역할을 중심으로 사고한다는 점에서 사실은 동일한 지반위에 서 있다.

사실 당선에서부터 취임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 새로운 권력 공간으로 진출 이 가져다 줄 변화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특히 대중운동의 하강 국면에서 이루어진 선거 승리이기 때문에 교육감의 역할에 대한 커다란 기대는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냉정히 생각해보면 모든 의미 있는 변화는 계급적 역관계, 즉 대중의 주체화와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내지 않더라도 교육감 개인의 역량이나 현재 교육감에게 주어진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교육 문제는 그리 많지 않다. 즉 교육감은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최종적 주체가 아니라 유리한 공간과 조건을 창출하는 매개일 뿐이다. 물론 이 매개적 역할을 지레 과소평가할 필요는 없다. 현안 문제에 대한 대중 투쟁, 현장에서의 수행적 교육실천 그리고 제도적·구조적 변혁을 위한 담론투쟁과 정치적 투쟁 등에 있어서 진보적 교육감이 지원할 수 있는 조건이나 공간은 풍부하게 열려 있다. 문제는 비주체적인 경향성 즉 교육운동을 교육감의 역할을 중심으로 사고함으로써 발생하는 협력과 타협(교육감이 처한 현실을 교육운동 진영이 동일시함으로써 운동성을 상실하는 경우), 기대와 실망(교육감에 대한 기대와 실망의 반복 속에서 냉소적으로 변하거나 대리주의의 환상에 빠져 수동적으로 변하는 경우)이라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다.

교육운동 진영은 대중운동으로서 자기 정체성과 계획들을 가지고 교육운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진보적 교육감의 진출로 생길 새로운 공간과 조건을 가장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하겠지만 교육감이 우리의 고민을, 교육의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대리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는 제도권과 대중운동의 관계에 대한 국내외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알고 있다. 제도권이 대중운동을 흡수하였을 경우(대중조직을 선거동원세력으로 전락시키는 경우)보다는 제도권의 진출을 통해 확보한 공간이 대중운동의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배치되었을 경우 역동적인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확인해 왔다. 특히 이번 선거를 통해 표출된 교육에 대한 대중의 열망은 선거과정에서 중심 이슈였던 무상급식이나 비리척결, 혁신학교에 등 교육복지의 확대에 대한 지지로 제한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그들은 지금의 교육체제에 대하여 절망하고 있으며 뭔가의 근본적인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 특히 대학교육의 모순이 나날이 심화되는 것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체계가 무너짐으로써 전체 교육의 보상체계가 붕괴하고 있다. 이는 교육체제의 변화에 대한 대중의 요구가 급진화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그 동안 분리되어 있던 초중등 중심의 교육운동과 대학개혁 운동이 좀 더 깊게 결합될 수 있는 조건을 만들 것이다. 또한 대학개혁과 대학입시의 문제가 해결될 전망이 없으면 진보적 교육감의 새로운 실험도 의미 있는 전진을 이루기 매우 힘들다.
따라서 교육운동 진영은 초중등교육에서 대학교육까지 새로운 체제를 건설할 수 있는 대안 마련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며, 좀 더 광범위한 교육주체들을 결집시킬 수 있는 연대의 구축에 실천적인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번 호는 [진단과 모색]에서 ‘진보’교육감 등장의 의미와 향후 교육운동의 방향과 과제를 좌담의 형식을 빌어 토론해 보면서, 우리의 시야를 대학문제에까지 확대시키기 위하여 [기획]에서  ‘암울한 한국 대학의 현실, 개편의 상과 경로’를 실었다. 자본주의 경쟁교육의 핵심지점이 바로 대학입시 문제이고 이것은 초중등 차원의 반경쟁교육 구호로만 해결될 수 없는 대학문제와 연결되어 있는 결절점이라 할 수 있다. 향후 교육운동의 공교육 개편안의 버전업은 대학문제와 결합시켜야만 그 실천적 의미를 가져나갈 것이다.
그리고 교사운동의 당면한 현안 과제이자 수렁인(?) 교원평가문제를  ‘교육평가’ 차원의 근본적 문제제기로 시야를 넓혀 지난 호에 이어  [논단] ‘평가를 평가한다-한국교육평가의 문제점과 새로운 평가패러다임’를 실었다. ‘평가’ 개념을 이론적으로 짚어보고 다른 나라들의 ‘평가’제도를 살펴보며, ‘비교, 분류, 경쟁’의 평가가 아닌 새로운 교육평가 패러다임을 모색해본다. 일방적으로 실시되는 ‘교원평가’를 거부하는 한 교사의 학교[현장에서]의 실천적 대안 모색과 활동 사례를 소개한   ‘2010년, 교원평가하는 학교에서 교사로 살아가기’도 이와 맥락이 닿는 글이다.

‘전교조 교육감’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무색케 하지 않는 전북교육감의 ‘일제고사 반대. 교원평가 폐지’를 필두로 mb식 경쟁교육에 파열구를 내는 작업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이른바 ‘정치공학적’인 눈치를 보지 않고 힘있게 ‘진보적 교육’을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이론적 내용적 대안 마련을 위한 노력은 물론이다. 문제는 우리의 주체적 투쟁과 실천이다. 이미 교원평가문제가  재쟁점화되고 있는 국면에서도 망설이며 무조건 의존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우리의 실천적 대안 마련과 투쟁이 ‘진보’타이틀을 유지케 하는 것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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