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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모색] ‘진보교육감 시대’ 무엇을 할 것인가?

- 사회 : 이현 (진보교육연구소 소장)
- 참석 : 강내희(민교협), 배성인(민교협), 김학한(월계고), 이철호(학벌없는 사회), 천보선(전교조 서울지부)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6명의 진보 교육감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대부분 지역사회의 진보적이고 민주적인 제 시민·사회·노동 단체의 합의에 의해 추천된 후보들입니다. 당선자들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와 관계없이 진보적 교육감 또는 전교조 교육감으로서 대중적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
절반에는 못 미치지만 진보적 교육감이 서울과 경기에서 당선됨으로써 정치적 상징성뿐만 아니라 실제적으로도 진보교육감이 전국 인구의 절반 이상의 초중등 교육을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진보교육감 ‘시대’라고 규정할 만큼 중차대한 새로운 국면이 열린 것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분명 교육부문에서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이 도래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번 좌담은 진보교육감 당선으로 새롭게 열리고 있는 국면의 성격과 의미, 나아가 새로운 상황에 조응하는 교육운동과 진보운동 진영의 방향과 과제에 대해 논의하고자 마련되었습니다.


사회 : 우선 득표율의 의미부터 이야기해보죠. 일각에서는 전반적인 상황의 유리함에 비하여 낮은 것이 아니냐는 평가도 있습니다만 대체로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후보 인지도를 높이기가 매우 어려웠고, 로또 선거 아니냐는 비아냥도 있었듯이 여건은 불리했습니다만 40% 가까운 사람들이 진보교육감 후보를 식별해서 투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진보후보에 대한 능동적 지지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학한(김) : 첫째, 이명박정부에 대한 강한 반대정서가 작용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하였던 공안 통치, 4대강 사업, 세종시 수정안 등의 정책에 국민의 반감이 고조되어 있었고 교육 부문의 경우에는 자사고, 일제고사, 교육부패비리 등으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한 반대정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이것이 보수진영을 기피하면서 진보교육감을 지지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서울 같은 경우는 유권자들이 7번을 가서 찍는다는 것이 난해한 과정임에도 기표를 했다는 것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대라는 정서가 강하게 작용한 같습니다. 두 번째로는 선거에서 보수진영들이 내건 공약이 반전교조라는 네거티브한 전술에 집중했다는 사실을 거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천안함 사건 등 교란 요인이 있었지만 진보진영은 포지티브한 복지와 혁신 공약이 높은 득표율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최근 우리사회에서 소득불평등이 심화는 상황에서 교육복지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투표로 나타나지 않았는가 합니다. 보수진영은 예전에는 자사고나 특목고 유치 등 개발공약들로 대중들의 지지를 확대했지만 이명박 정권에 의해 이미 확산된 조건이어서 그러한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힘들었으며 설혹 내세운다할지라도 먹힐 조건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면서 네거티브전략을 택한 것이 진보교육감 당선에 일조하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성인(배) : 대부분 동의합니다만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번 선거에 결과에 대한 과도한 평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곽노현 후보같은 경우는 1~2%차였다는 거죠. 지방선거와 함께 하지 않았다면 승리가 가능했을까요? 이슈를 선점하는 등 잘했지만 한계는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한나라당이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과도한 이념적 접근이 역효과를 낳은 거죠. 북풍을 일으키기 위해 위기 국면을 과도하게 조성해 간 것이 역풍을 맞았으며, 반전교조 정서를 활용하기 위하여 전교조교사들에게 무리한 탄압을 가한 것이 오히려 반전교조 정서를 희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반mb 정서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치학의 측면에서 역대의 지방 선거는 집권 세력에 대한 심판의 성격이 강했던 거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98년을 빼고 모두 야당이 승리했습니다. 98년은 김대중 정부가 출범 초기였고 IMF 시기였던 거죠. 02년, 06년 전부 야당이 압승했습니다. 이번 선거 역시 야당에게 상당히 유리한 조건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진보냐 민주냐의 성격 규정 문제입니다. 교육감의 경우 이 두 가지 수식어가 굉장히 혼란스럽게 쓰이고 있는데 과연 당선된 분들에게 진보라는 수식어를 쓸 수 있는가는 좀 더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라는 것은 기존의 틀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아직은 판단 유보입니다.

이철호(이) : 저도 우려하는 두 가지 지점이 있습니다. 먼저, 많은 대중조직들이 이번 선거를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의 가장 중요한 계기로 삼으면서 대중투쟁보다는 선거에 너무 과중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올인 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합니다.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그 과정에서 잃었던 대중투쟁 동력이 복원될 것이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서 선거 이후에 민주노총이나 전교조 등 대중조직들이 대중적 투쟁동력을 복원하기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지 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의제에 대해서입니다. 대중들의 많은 지지를 받았던 의제들은 무상급식이나 보수세력들의 비리 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의제들이 mb 특권교육과 신자유주의 교육시장화에 대항하는 핵심의제인가에 대해서는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새로운 공간을 열어젖혔다기보다는 이미 많은 다수가 공감 할 수 있는 수준의 그런 의제가 마치 교육문제의 핵심이고 이명박 정부에 대항하는 핵심적인 지점인 것처럼 부각된 거죠.

천보선(천) : 예상 이상의 승리로 보이지만 실제로 잠재된 동력은 상당한 컸고 그것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방선거든 교육감 선거든 선거 국면 속에서 형성된 쟁점들이 선거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오래전부터 누적되고 구조화된 문제들로부터 형성된 흐름이 중요하였습니다. 단지 천안함 사태가 터지면서 이 전 흐름들이 뒤엎어진 것 아닌가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것도 넘어섰습니다. 선거 전에 후보자 명기 없이 진보단일후보와 보수단일후보 중에 어느 쪽을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에서 진보단일후보 지지가 압도적으로 많게 나온 것이 전국적 양상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6개 지역밖에 당선을 못시킨 이유는 진보단일 후보로서 위상을 가진 후보들을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표출된 반mb 정서에는 민주적 지향성과 동시에 진보적 성격을 분명히 포함되어 있습니다. 노무현 정권 이후 수 년 동안 형성된 흐름일 것입니다. 반mb로 표상된 표심의 성격은 단순히 과거 회귀적인 민주화의 지향성으로만 좁게 해석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이 좋아서가 아니라 뚜렷한 대안 세력이 없어 보이고 민주당 후보가 그나마 당선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찍은 것이란 거죠.

강내희(강) : 이번 선거 결과는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심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mb교육에 대한 반대로 드러났지만 그 이면에는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반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자유주의 교육을 겪어온 학부모들이 이제는 새로운 것을 선택해야 한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입니다. 우선 지방선거의 과정에서 두 가지 연합전술이 있었습니다. 민주대연합과 진보대연합이 바로 그것이죠. 지방자치 단체장선거에서는 민주대연합 전술이 우세했고 그로 인해 민주당이 선거 결과를 독식하게 되었습니다. 교육감 선거에서는 진보대연합이 발휘된 부분이 많습니다. 이런 진보대연합이 큰 표를 못 얻을 것 같지만 공정택 등 보수교육감 후보들의 온갖 작태들이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신자유주의 경쟁교육이 강화되면서 교육 때문에 가정경제가 파탄 날 지경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가능성을 진보교육감에게서 찾으려 한 것이다.
교육감 선거는 진보교육감 대 보수교육감으로 선명한 대립 전선이 형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표방송에서 민주교육감이 아니라 진보교육감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속에서 혁신학교라든지 무상교육과 같은 포지티브 전술로 임한 진보교육감 후보들이 네커티브 전략을 펼친 보수교육감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뭔가 새로운 가능성과 전망을 보여준 거죠. 오세훈이나 김문수 등 보수단체장들은 여소야대의 지방 의회의 상황 때문에 선거전보다 진보적인 행보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진보교육감들은 이전보다 유리한 공간에서 활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자체단체장 선거보다 교육감선거의 의미는 매우 크며, 진보세력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고 판단합니다.

배 : 동의하지만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겉으로 드러나고 표현된 대결 구도는 진보와 보수의 전선이었지만 진보교육감 후보에 표를 던진 사람들이 민주나 진보를 구분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정서는 개혁세력에 대한 지지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민주를 넘어선 진보 교육감이라고 생각해서 표를 던진 것이 아니라 막연히 지금의 교육 체제에 일정한 변화를 줄 수 있는 세력이기 때문에 표를 던진 것이라 생각합니다. 따라서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대연합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했다는 것은 과도한 생각인 것 같습니다. 오히려 민주개혁적인 교육감 후보일 텐데, 언론에서 진보교육감이라고 포장을 한거죠.

강 : 언론에서 포장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비록 유권자가 명확하게 진보적 프레임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할지라도 후보 선출이나 선거운동 과정을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와 교육단체가 주도함으로써 진보적 후보로 위상을 가질 수 있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후보들도 스스로를 진보후보로 규정하고 이에 걸맞은 각종 공약을 내걸고 활동을 했기 때문에 언론에서 진보후보라고 불렀다고 생각합니다.

김 : 진보적 교육이슈가 충분히 부각되지 못하였다는 점이 정치적으로 아쉬운 부분입니다. 자사고 등의 특권교육을 좀 더 부각시켜 계급적 결집을 이루었어야 했는데, 무상급식 같은 넓은 의미의 교육복지 정도로 다가갔기 때문에 진보적인 의제를 이슈화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진보 진영이 교육감 선거를 주도할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그 동안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투쟁을 진보적인 시민사회단체나 교육단체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지속적인 저항과 투쟁을 통해 축적해온 지도력을 민주당이나 다른 단체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거죠. 선거를 이끌어왔던 주체들의 진보적인 부분에 대한 평가는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교육감 주민직선제 도입 후 08년 주경복후보가 나올 때 비로소 진보후보 대 보수후보로 구도가 짜여졌습니다. 이는 그간에 신자유주의교육에 대한 반대해온 시민사회단체와 진보정당이 같이 결합한 서울시민추진본부 중심으로 교육감 선거가 치러졌고, 경기 같은 경우도 경기연대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선거를 치렀고 그런 연장선상에서 이번 선거가 치러졌던 것입니다. 진보교육감의 선전이 단순히 지방선거에 편승한 결과가 아니라 교육의 변화에 대한 대중적인 열망에서 온 것입니다.

사회 :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로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의 교육으로는 안 된다는 대중의 정서가 밑으로부터 확산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교육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릅니다. 문제는 진보라고 불리는 교육감들이 지금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얼마나 담아 낼 수 있을까하는 점입니다. 대중운동이 침체되어 있는 상황에서 승리한 선거이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하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진보교육감후보의 당선이 갖는 교육운동적 차원이나 사회운동적 차원의 의미를 얘기해 보겠습니다.

천 : 진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개혁과도 구분되지 않고 범민주와도 명확하게 구분되지는 않습니다. 단지 보수후보와 대립되는 차별성을 통해서만 진보의 의미가 규정됩니다. 즉 아직 진보는 그 자신의 포지티브한 내용을 통해서 규정되기보다는 보수가 아니라는 네거티브한 방식으로 규정되는 힘이 더 강합니다. 한편 진보교육감 후보는 전교조 후보라는 이미지도 존재하는데 최근에 보수언론들이 교육감 당선자와 전교조를 갈라치려는 거센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공격 속에서 실질적인 진보교육감으로 갈 수 있는가가 상당히 유동적인 상황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진보 교육감 당선자 중에서 이런 공세 앞에서 보수와 함께 가려는 제스처를 보이고 있습니다. 보수세력의 적대감을 일부러 자극할 필요는 없겠지만 진보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면서 보수세력을 견인해낼 수 있을지 우려가 듭니다.

배 : 민주·진보교육감이라는 용어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 좀 우스운 것입니다. 선거 전술이라서 가능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진보교육감으로 몰아나가는 조중동의 행태가 오히려 고맙습니다. 그들이 진보교육감이라고 성격을 규정하면서 그렇게 가야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김상곤 경기 교육감의 진보정당 관련 징계문제 결정은 진보교육감의 행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민주교육감이라는 겁니다. 지금 김상곤 교육감은 민주적 절차에 맞게 징계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물론 일부에서는 지금의 역관계 상 현실적인 결정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진보교육감이라고 하면 그런 결정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의 정체성을 얘기하자면 교사징계 안해야 되고 일제고사 안해야 합니다. 교육감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때로는 이것을 뛰어넘어서 최대한 버텨내야죠. 이게 기본인 것입니다. 그래야 거기에다 진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습니다. 중장기적인 전망을 놓고 추진해야하는데 10년, 20년 앞을 내다볼 수 있는 전망을 가지고 있지 못합니다. 당한 현안문제 조차도 지나치게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을 하는데 진보교육이 가능할까요? 벌써 취임 전부터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데 우려가 많습니다. 혹시나 민주진보교육감이 당선이 되었기 때문에 운동의 복원이 투쟁의 상승이 더 어려워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이 : 너무 크게 우려를 하시는 것 같은데,(웃음) 상당부분 동의합니다. 6월 20일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발표했는데 상당히 파괴적입니다. 외고나 특목고에 관해서는 향후 5년 동안 신임 교육감이 손을 못 대게 했습니다. 교육감이 일을 하기 이전에 교육부가 손을 본 것입니다. 지방의 자율형 사립고를 확장시키기 위해 기업이 학교자금을 댈 수 있게 했고 그리고 그 학교에 기업의 임직원 자녀를 입학시킬 수 있게 했습니다. 이것이  기부금 입학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것은 교육감이 해야 할 역할인데 취임 전에 손을 본 것이라 상당히 갈등국면이 형성될 거라고 봅니다. 진보교육감들이 선거 국면의 출발점이 반mb, 무상급식, 인권, 반부패라는 지점이었다면, 진보교육감으로서의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내용으로 정책을 결정하기 이전에 어떤 의제를 자신의 중심의제로 삼을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교육감은 의제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적절한 시점을 찾아야 하겠지만 의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원평가나 일제고사 같은 오래된 의제들에 관해서 섣불리 대답할 수 있는 것 아니라고 여긴다면, 오히려 새로운 의제들을 찾아내서 이슈를 선점하고 진보적인 정체성과 전망을 선명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강 : 보수와 진보는 불변의 경계선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주어진 정세 속에서 보수와 진보의 대립선이 형성될 것입니다. 현재 교육부문에서는 신자유주의 교육에 대한 찬반이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주요 지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진보교육감 시대가 올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판단합니다. 현재 진보교육감들이 혼자만의 힘으로 산적한 교육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운신의 폭이 매우 제한되어 있습니다. 그건 진보교육감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교육감의 역할을 제한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제한은 더욱 강화될 것입니다. 따라서 근본적인 여러 정책들이 진보교육감이 들어오면서 쉽게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당장 문제들을 교육감이 해결하기를 바라기보다는 거기서 새로운 긴장을 만들어내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억눌려 왔던 발언권을 확대하고 실천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확장해 나가려는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정들이 맞물려야지만 진보교육감시대가 열리는 것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구체적인 의제는 고민을 해야 되겠지만, 의제발굴을 통해 진보진영의 힘을 키워나가는 기회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천 : 진보교육감은 스스로의 노력으로 당선된 것이 아니라 광범위한 사람들의 의지와 동력이 진보교육감을 탄생시킨 것입니다. 실제로 당선된 이들이 진보교육감으로 설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당선자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교육감으로 당선시킨 광범위한 세력과 동력들이 당선이후에 실제로 어떤 힘을 가지고 할 것이냐에 달린 것입니다.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표를 행사했던 사람들이 이제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형태로 재등장해야 합니다. 투표행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대중운동의 형태로 복귀해야 합니다.

사회 : 실제로 교육감의 위상은 매우 모호합니다. 시도지사 같은 경우에는 배후에 당이 있습니다. 그래서 시도지사는 개인으로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당과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활동합니다. 물론 우리나라 정당들이 선거 정당의 성격이 강하여 일상적이고 대중적인 정치활동을 제대로 하지는 못하지만 시도지사는 당이라는 기반을 매개로 대중과 접촉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감은 고립된 개인입니다. 아무런 공식적인 기반이 없습니다. 그의 공식적인 기반은 보수적인 관료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육감은 자기를 지지한 세력들 그리고 대중들과 어떻게 함께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진보적인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어떤 식으로 교육감을 때로는 지원하고 때로는 견인해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상호 과정이 없으면 아무리 개인적으로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교육감이라 할지라도 보수세력이나 관료들의 공세 앞에 쉽게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제 교육감에 당선되었으니 자기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입니다. 그럴 경우 쉽게 정치공학의 유혹에 빠집니다. 대중과 함께 하겠다는, 그리고 진보세력과 함께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생각이 굳건해야 정도를 걸을 수 있습니다.

배 : 저는 기본적인 의제는 거의 다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떠한 의제를 더 발굴합니까? 일제고사, 교원평가, 징계문제, 자사고·특목고 문제 등 나올 의제는 다 나왔습니다. 문제는 교육감이 못하고 있는 거죠. 대중조직과의 관계를 통해 힘도 키우고 대중조직이 진출할 수 있는 공간도 열고 다 필요한 일이지만 교육감이라는 사람의 정책이 중요하죠. 교육감이 어떻게 하느냐도 기본적으로 중요합니다. 아무리 고립된 개인 이라고 하지만 개인이 할 수 있는 것도 있습니다. 경기도 교육감선거 이후에 일제고사, 비정규직 문제 등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 알고 있음에도 왜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까? 오히려 이명박 정권이 가지고 있는 교육프레임에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못 끊어내고 있는 것 아니냐 이거죠. 너무 당선만 염두에 둠으로서 사실은 선거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고민들과 갈등이 적당히 봉합됩니다. 냉정하게 평가의 수위 또는 교육감 당선이 가져다 줄 효과에 대한 기대를 낮춰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스스로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수동적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가장 최악의 경우 교육감에 대한 불만 세력으로 전락할 수도 있습니다.

천 : 교육감 당선이 가져다준 의미를 냉정하게 판단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선이 되고나서 두 가지가 나아졌습니다. 쉽게 목이 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과 요구대로 되지는 않겠지만 협상의 상대로서 인정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나머지는 우리한테 달린 문제들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제고사는 현재 당선된 교육감이 개입할 여지가 크지는 않지만 그러나 적어도 2~3년 안에 폐지될 수밖에 없는 대세가 형성이 될 것입니다. 최소한 일제고사를 둘러싼 대결전선을 더욱 고양되어 나갈 것입니다. 후보 개개인의 의지와 생각보다는 대중의 진출과 투쟁이 더욱 활성화되는 조건이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후보를 믿을 수 있을까 없을까보다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더욱 생산적이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신자유주의에 대해 추상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구체적인 형태의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대안들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김 : 진보교육감이 조직된 대중들의 고양 속에서 당선이 된 것이 아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 대중 운동에 대한 전방위적인 탄압에 의해 많이 위축된 속에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는 욕구들이 교육감 선거를 통해 표출된 것입니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의 결과는 단순히 선거운동의 결과는 아니고 그간의 운동의 축적된 결과입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명박 정부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이 완성되려는 국면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되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절정의 시점에서 반신자유주의 기치를 내건 진보교육감 당선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신자유주의 반대를 들판에서 하지 않았습니까? 약간의 제도적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 교육위원에 진출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교육위원은 단지 부분적인 견제만 가능한 자리였죠. 지금은 기존의 정책이나 제도를 중단시키고 수정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할 수 있는 위치에 서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확실한 교두보를 확보한 것은 아니지만요. 진보교육감들이 적어도 김대중과 노무현정부의 교육의 정책을 답습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들이 발표한 공약 속에는 분명 반신자유주의적인 지향성이 분명합니다. 물론 이것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느냐는 우리의 실천적인 노력과 상황의 변화에 달려 있지만.

강 : 신자유주의 시계가 한국에서 제일 늦게 갑니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각국에서 신자유주의 체제로 가다가는 큰일 나겠다고 위기의식을 느끼면서 정책을 전환했지만 한국정부만 거꾸로 신자유주의를 강화해 나갔습니다. 이번 지자체선거를 통해서 신자유주의를 강화해 가던 시계가 이번에 교육감선거에서는 거꾸로 간 것 같습니다. 이건 아주 희망적인 징후라고 봅니다. 우리는 이 작은 징후들을 커다란 흐름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진보교육감을 만들어 낸 사람들도 우리고 교육 의제를 만들어 내는데 참여 했던 사람들도 우리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 진보교육감 시대의 미래에 책임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요.

사회 : 강조점은 다르지만 대략적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 같습니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선거의 당선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당선 이후 교육감 진영이나 진보적인 교육운동 나아가 시민사회운동 진영의 실천을 통해 시작되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보교육감 시대는 여전히 열려진 가능성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이 : 선거의 결과를 통해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것보다는 대중운동이 진보적인 의제를 발굴하고 실천하고 진보적 교육감은 이런 것들을 매개하고 제도적 공간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선거에 지나치게 과중한 의미를 두면서 지방선거가 끝나자마자 7.28 재보선이 핵심적인 의제인 것처럼 얘기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중운동 없는 제도 정치는 매우 위험합니다. 운동적 관점이 아니라 선거의 정치공학적 면에 매몰되면 제대로 풀어나갈 수 있는 과제가 없습니다. 일각에서 임기 시작도 전에 진보교육감의 성공을 재선과 연결시키려는 것은 굉장히 우려됩니다.

사회 : 새로운 국면에서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할지, 그리고 각 과제들을 어떻게 결합시켜야 하는 것인지 논의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일제고사, 교원평가, 고교서열화 등mb 정권의 신자유주의 교육을 막는 것이 급선무겠죠. 막는 것으로만 대중의 요구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책과 제도를 바꾸어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고, 또  좀 더 수행적인 실천들을 교육 현장에서 확대해 나가는 것입니다.

강 :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위기 국면입니다. 자본주의의 커다란 순환국면이 이제 마지막 순간에 와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문제는 위기 이후인데, 자본주의를 지양할 수 있는 혁명적인 국면이 열릴 수도 있고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의 순환 사이클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위기가 끝나고 난 다음이 위험한 경우가 많습니다. 위기가 파시즘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진보교육감시대라는 상황이 우리에게는 의미가 크다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의 상승 국면에서는 신자유주의 반대 투쟁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지만 신자유주의 위기 국면인 지금에서는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제출하는 게 중요하며 그런 면에서 진보교육감의 당선은 중요한 교두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배 : 교육감을 통해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부분적으로 변화는 줄 수 있지만 큰 흐름을 바꾸기는 아직까지는 어렵습니다. 진보 교육감 시대를 열려면 투 트랙 전술로 가야할 것입니다. 하나는 20년·30년의 전망을 지닌 정책을 추진하자는 겁니다. 이런 정책들이 세워져야 그 토대 위에서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에 대한 심판으로서의 정책적인 변화들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럴 때만이 단기적인 정세에 흐름에 방향을 잃지 않고 전진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자사고가 문제가 있고 어떤 이는 혁신학교가 대안이라고 한다면 이런 장기적 지평 위에서 여러 가지 현안 문제를 나열해 놓고 엄선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 : 혁신학교에 대해 얘기해 봤으면 합니다. 교육감 당선자들의 공통적인 공약 중에 실천적 대안으로 많은 관심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기대는 주로 새로운 교육에 대한 장점과 우월성을 확인시켜주면서 전반적인 공교육 개혁운동의 동력으로 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일 것입니다. 반면에 우려는 기존의 대안학교 운동이 가졌던 한계 즉 고립된 섬으로 존재하여 오히려 기존의 교육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공교육의 모순을 해결해나가는 동력이 아니라 은폐하는 수단으로 이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 : 혁신학교는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교사와 학생이 만나는 관계 또는 학교 현장에서의 특정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문제로 제한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혁신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커다란 교육적 틀은 그대로 둔 채, 학교 안에서 만나는 관계만을 개선하면 우리교육 문제가 마치 개선되는 것처럼 사고하는 경향에 빠지기 쉽습니다. 몇 개의 고립된 섬이나 모범을 만든다고 해서 한국교육 구조적인 문제 지금은 신자유주의 교육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학교가 혁신학교가 되지 못하게 만드는 조건이 무엇인가를 먼저 이야기해야 합니다.

천 : 혁신학교의 실천은 학교 현장을 바꾸려는 노력과 구조를 바꿔나가는 노력이 결합되어야 합니다. 학교 현장에서 교육 주체들의 실천으로 모든 것을 바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나 환상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의 교육적 실천을 가로막는 구조적 장애물이 무엇인가도 정확히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럴 때만 혁신학교의 실험이 의미 있을 것입니다. 혁신학교는 몇몇의 시범학교에서의 성공 여부가 핵심적 관건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혁신학교를 학교 전체의 혁신을 위한 모델로 설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혁신학교에서는 변화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을 수 있을 것이며, 이 성과를 확산시키는 일반학교에서는 부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하지만 학교 현장의 실천으로만은 현재의 학교 교육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학교 혁신의 과정에서 많은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날 것입니다.

김 : 한 사회의 교육체제의 성격과 내용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 학교입니다. 혁신학교 역시 신자유주의정책들과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상황은 약간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초중등교육을 관장 권한을 가진 시도 교육감에 진보적인 후보들이 진출해 있습니다. 이를테면 기존에는 거의 불가능했던 학교장의 인적 쇄신의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교육감이 혁신학교가 영·미의 사례처럼 신자유주의적 성격을 띠는 것을 엄격하게 차단하고 교육의 평등적인 새로운 모델들을 마련해 나가고 그 성과를 모델로 학교혁신이라는 보편적인 부분으로 확대해 나간다면 여전히 초중등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어 있는 조건이지만 제한적이나 학교 교육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런 실천들이 축적되지 않으면 구조가 변화된다고 해도 내용들을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실천의 실험들이 필요합니다.

강 : 혁신학교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보지만 혁신학교가 문제가 있다고 비판만하고 내치면 뒷감당이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혁신학교에 대한 상이 충분히 정립되지 못했지만 혁신학교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선거공학적인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혁신학교 벨트를 하겠다고 3후보가 기자회견을 한 이후에 곽 후보의 인지도가 확 올라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곽노현 당선자 측은 혁신학교를 성공시켜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교육운동 진영에서 혁신학교 모델이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면서 나름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이 : 초등의 경우 상당부분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다양한 지점들이 실천이 되면서 빠르게 확산되지 않을까도 예상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 자율학교가 늘어나면서 일반 학교의 규정으로부터 벗어난 학교들이 많아서 오히려 혁신학교를 실험할 수 있는 여지는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가 감추어지는 효과를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것과 혁신학교가 블랙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 우려됩니다. 예를 들어 교육과정에 굉장히 많은 문제가 있고 그런 교육과정의 문제가 국가적인 문제인데 시도교육감의 입장에선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혁신학교를 통해서 모든 것을 애기하는 것으로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들입니다.

배 : 다양한 실험자체는 필요하지만 아이들을 너무 실험대상으로 삼아도 되는 것인지? 실험하는 것은 신중하고 세밀한 기획 하에서 추진해야 합니다. 우리는 다양한 공동체 실험을 지켜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런 실험들이 사회적 변화에 파급력을 지니지 못한 채 자족적인 운동으로 떨어지는 것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그런 우를 반복하면 안 되겠지요.

사회 : 혁신학교도 중요하지만 많은 학교에서 부분적이나마 학교 교육을 혁신할 수 있는 대중적 실천을 조직하고 교육청이 이를 내실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운동의 중장기적 발전과 교육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체 형성의 문제입니다. 혁신학교 경우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소수의 폐쇄적인 실험으로 끝날 수도 있습니다. 나머지는 방관자가 될 수도 있죠. 이미 언급들 하셨지만 좀 더 광범위한 학교 혁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교혁신은 교사들의 자발성에 기초해야 합니다. 혁신학교 경우 무리하게 양적 팽창에 집착하다 보면 주체의 충분한 준비와 전망 없이 전시성 사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고, 아이들을 애꿎은 실험의 대상으로 전락시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교육감과 교육운동 진영이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중요해 보입니다. 특히 전교조의 경우 교육감과의 관계는 매우 복잡한 성격을 띨 수밖에 없습니다. 자, 이제 논의의 주제를 바꾸어 교육감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논의해 보죠.

김 : 교육감은 법적 권한의 범위 안에서 정책을 실현을 할 수밖에 없고 교육청이나 학교의 관료들과의 문제, 지자체 장이나 시도 의회와의 관계의 문제 등 여러 제약 조건들이 있습니다. 교육감들이 공약들은 최대한 실현해야 하지만 교육운동은 이 범위에 갇혀 있어서는 안 됩니다. 교육운동 진영의 기본 과제는 다양한 세력들을 규합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내고 교육운동의 주요 의제들을 대중화 하는 것입니다. 아마 이런 과정에서 교육감과 협력적 관계가 형성될 수도, 때로는 일정한 시각차가 발생할 수도 그리고 갈등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교육운동 진영과 교육감은 진보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협력적 관계를 기본으로 해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노조나 교육운동 진영 측이  요구하는 사항을 교육감이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 상호 간에 기본적인 신뢰마저 무너뜨리는 갈등 관계를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처한 조건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천 : 출발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협력적인 관계를 가져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노사관계 속에서 갈등과 대립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합니다. 중요한 건 어쨌든 교육감은 권력기관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대중운동은 대중운동으로서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협력 관계는 어렵기도 하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기본 지향이 같다면 교육운동 진영은 대중운동의 원칙과 방향을 견지하면서 한편으로는 협력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대립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떤 측면이 더 중요하게 부각될지는 아직은 단정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사회 :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로에게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호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나가야할지 더 고민해야 합니다. 양쪽 다 서로의 입장이 일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런 대중조직의 요구를 무리한 압박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대중조직의 이런 요구가 활성화되어야지만 교육감의 활동 공간이 넓어질 수 있습니다. 대중조직의 요구를 무기로 보수세력이나 관료들을 압박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교육감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중 조직의 활발한 요구와 의견 개진을 환영해야 합니다. 교육운동 진영도 교육감의 반응에 대하여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육감은 우리의 요구를 대신 실현시키는 대리인이 아닙니다. 모든 것을 교육감이 만들어 주겠지 기대하는 것은 올바르지도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습니다.

강 : 참여정부시절 시민운동진영이 비판적 지지를 했잖아요. 근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면서 정권의 파트너가 보수진영으로 다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교육감 선거의 승리로 다시 약간의 진출 공간이 열렸습니다. 저는 제도권과의 관계 설정을 참여민주주의 문제로 바라봅니다. 그런 점에서 협력이라는 말보다 참여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상이라든지 궁극적인 목표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서로가 인정해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 참여할 기회나 개입할 기회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 협력이라는 말이 상호간의 우호적인 면만 강조하는 것이라면 참여는 긴장 관계도 포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여를 하면서도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된다는 것이죠.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할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배 : 저는 오히려 파트너십으로서의 긴장관계를 넓혀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견이 있을 때 긴장을 높여서 그 쪽에서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자신들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협력 관계라는 미명 아래 서로의 이견을 적당히 봉합하면 오히려 발전이 없습니다. 이런 긴장관계가 있어야지 그나마 교육감이 할 수 있는 거라도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제도권에 진입한 세력들이 계속 후퇴하게 된다는 것이 우리의 경험입니다. 교육감도 스스로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교육감의 개인적이 역량이나 태도에 따라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노정권 때의 경험을 되돌아보면, 당시 서로 생각이 달라도 웬만하면 협력하려고 하였는데 그 때 버림받은 건 분명히 진보진영입니다. 또한 노무현 정권도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흔들렸습니다. 협력과 갈등이 공존하는 것은 피할 수 없으며 그 중에서도 갈등의 측면이 오히려 더욱 건강할 수 있습니다.

사회 : 교육감의 역할 중심으로 하는 논의를 넘어 교육운동의 전반적인 방향과 전망들에 대하여 논의를 해 보았으면 합니다. 앞으로 교육운동 진영의 논의가 교육감을 중심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교육운동 진영은 교육감과의 관계 설정을 넘어서는 더 커다란 전망과 계획들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강 : 한국의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성격을 재편하는 문제와도 긴밀하게 연동되어 있습니다. 이번에 진보교육감이 당선된 데에는 결국 대다수의 사람들이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느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한동안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보장되고 자리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 했는데 이제 안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불만이 계속 축적되어 나가고 있었는데 이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해결을 위해 나서는 사람들이 안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김상곤 교육감의 등장 이후 새로운 가능성이 조금씩 보이기 때문에 이 번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진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패쇄적인 경쟁이 반복되는 구도를 깨고 교육이 많은 사람들에 새로운 가능성, 좀 더 열려 있는 희망으로 다가설 수 있는 진보적 개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교육에 투자해도 오히려 손해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진보적 교육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열정으로 전화시켜 나가야 합니다.

천 : 지금까지 교육의 구조적 개혁에 관한 담론과 의제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와 무상교육 등이었습니다. 대학평준화 운동의 경우 대학이라는 이름이 나오기는 하지만, 이 부분들이 입시문제 해결의 측면이 강한 것이고 대학 내부의 개혁이라는 측면까지 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교육운동은 초중등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중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학의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교육운동의 대상 영역이 대학까지 확장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으로 가고 있습니다. 대학개혁의 의제를 교육의 구조적 개혁의 중심적 의제로 결합시켜 나가야 합니다. 또한 대학 개혁의 전망 없이 초중등 교육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사회 : 말씀해 주신 것처럼 결국 교육문제 해결은 초중등문제 따로 해결하고 대학문제 따로 해결하고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대학에서 느끼는 고통이 점차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강화되고 있는 대학의 문제를 좀 더 논의해 보았으면 합니다.

김 : 교육의 투자 효율성은 대학이 가장 크게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4년간 학비만 4천만 원 가량이 들어가지만 정작 졸업 후 취직 가능성은 매우 낮고 일자리를 가진다고 해도 투자 대비 값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매우 낮습니다. 그러다보니 명문대학에 진학하려는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대학은 입학생들의 성적에 의해 일렬로 서열화되고 있습니다. 기존의 교육운동이 초중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라는 부분에 주목을 하고 이를 해결을 위해서 노력을 해 왔는데, 그간의 신자유주의에 반대했던 투쟁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서열화가 더욱 강화되고, 민영화와 기업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초중등교육의 공공성을 이룬다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고교서열화 현상은 지금의 서열화 되어 있는 대학 체제에 조응하는 것입니다. 대학은 극단적으로 서열화되어 있는데, 고등학교만 평준화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은 강력한 설득력을 갖기 어렵습니다. 진보교육감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도 사실은 대학 입시로부터 초중등 교육을 자유롭게 해 줘야 되는데 그게 안 되면 전반적인 교육의 혁신이 쉽지 않을 것입니다. 진보교육감시대가 좀 더 성공적으로 전진해 나가기 위해서도 그렇고 좀 더 근본적으로 교육시스템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초중등 교육에서 통합교육 강화, 고교 통합화 등의 큰 구상을 가져야 하며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대학공공성 강화나 대학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합니다.

강 : 대학이 더욱 서열화되고 기업화 되어 간 건, 사실 한국자본주의의 문제입니다. 한국만 사립대가 기형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대학만 바꿔서 가능할까요? 대학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학문연구나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취업 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은 거의 초죽음 상태입니다. 지금은 SKY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이게 신자유주의 문제. 고용체계문제인 것입니다. 따라서 대학의 문제는 교육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 전체의 문제입니다. 교육운동이 교육문제의 내부로만 시선을 고정시켜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만약에 일자리 문제 해결이 어렵다면 기본소득 등 새로운 대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대학생들은 아예 포기하거나 조금마한 가능성만 있으면 거기에 올인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교육운동도 예를 들어 기본소득 운동 등 이런 종류의 운동과 연계하고 대학생들이 여기 참여하게 만드는 그런 노력이 필요합니다. 여기에 대학의 커리큘럼 개혁이나 대학 공공성 강화운동을 병행하는 식으로 가야 합니다. 이런 트랙이 활성화되려면 여러 운동 세력과 여러 의제의 운동들을 묶어낼 수 있는 다양한 연결 고리(노드)와 연쇄적인 사슬(네트워크)들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지금은 대중운동 없는 이론의 국면입니다. 이런 국면이 발생한 이유는 대학생 운동의 침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대학생들이 주체로 움직여야 교육운동도 일반운동도 살아날 수 있습니다.

김 : 올해 대학 등록금 투쟁은 이전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예전엔 많으니 삭감하라는 것이었다면 대학교육에 대한 보상 체계도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는데 왜 등록금만 계속 인상하는가에 대한 항의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학개혁운동을 대학생들과 대학 강사 등이 중심이 되어 진행해 나가야 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에도 대학의 문제가 곧바로 자기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함께 할 수 있는 충분한 토대는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초중등교육과 가장 핵심적으로 연결되는 대학의 문제는 대학 입시입니다. 그리고 대학 입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 방식은 대학의 서열을 타파하는 대학평준화입니다. 대학평준화는 한편으로는 초중등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고리인 동시에 대학 서열로 인한 대학간의 불평등을 타파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요구는 대학 교육과 초중등교육이 같이 안고 나갈 수 있는 의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운동이 활성화되어야만이 진보교육감 추진할 초중등교육에서의 변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강 : 대학평준화를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동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난감합니다. 사립대학이 대학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평준화를 시행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어려워 보입니다. 국립대 같은 경우는 어느 정도 얘기가 가능하지만 사립대학은 상당히 어렵다고 봅니다.

김 : 물론 쉬운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어려운 지점이 있기 때문에 이 운동을 대중화시킬 수 있는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아까 선거 얘기가 나왔는데 2012년 대선은 중요합니다. 대선 국면에서 대학과 관련된 문제들을 쟁점화 시키고, 이런 의제들을 일정하게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정책 방향에 담기도록 요구하고, 사회적 의제로 부각시켜 나간다면 일정한 흐름을 탈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국립대가 20%정도이지만 서울대를 포함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구성을 출발점으로 삼아 대학평준화 운동을 전개한다면 충분한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 한국 교육문제는 학벌과 대학의 문제로부터 출발합니다. 학벌에 대한 욕망을 해체하지 않은 채, 겉으로 드러난 사교육비에 집착하거나 학교를 압박해서 더 경쟁에 내몬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교육감이 진보로서의 위상을 다하기 위해서는 진보적인 가치를 실현할 수 있어야 하며, 지금 이 시대에 교육에서 진보란 어떤 것인가에 관한 분명한 인식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또한 교육감에 대한 지지는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나는 긍정적인 측면에 대한 응원이고, 다른 하나는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예방입니다. 대중조직이나 교육운동이 해야 할 일은 잘못될 가능성, 또는 부정적인 흐름에 대한 저지선을 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것이 교육감이 진보적인 성격을 강화하거나 또는 진보적인 판단을 잃지 않게 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사회 : 아무리 모순이 깊어지고 고통이 심해져도 현실을 재구성할 수 있는 전망이 없으면 대중적 열망과 동력을 이끌어내기 힘듭니다. 그런 측면에서 기본소득제나 공공부문 확대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운동, 대학평준화 운동 등은 교육으로 인해 고통 받는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유력한 고리라고 생각합니다. 교육감은 행정 책임자이기도 하지만 선출직이기 때문에 정치적 위상도 가지고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입시개혁이나 대학개혁을 요구할 수 있고 발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 : 교육과 관련된 세력들을 접합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연결고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교수와 교사가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 교사와 대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네트워크 등등 다양한 공동의 자리들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서로에게 자극을 주어 각각의 운동을 활성화시키고 나아가 공통성의 영역이 확장되어 대중적 연대의 흐름이 강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대학생 운동을 활성화 방도가 고민되어야 합니다.

배 : 대학생의 주체형성 전략을 세워야합니다. 사실 현재 대학생의 존재는 거의 바닥을 치는 수준까지 하강하고 있습니다. 바닥을 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의 자생적 저항을 조직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대학생의 주체화를 위해 작은 운동적 실천이 필요한데 예를 들어 자퇴운동이나 학력·학벌 차별 폐지 운동 등을 벌여야 합니다. 제2, 제3의 김예슬 운동이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이유는 대학생들이 일부를 빼고 여전히 부모에게 의존해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고 얄팍한 취업 가능성이 목숨을 걸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학부모나 학생들이 과도한 희생을 무릅쓰고 교육에 투자해왔던 것은 신분상승의 욕망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거꾸로 그 욕망을 활용할 때입니다. 당신이 가진 욕망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상위 1%에 들어가야 하는데 이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그런 인식을 확신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작업을 좀 더 공격적, 능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항상 이런 활동들은 지금 벌어지고 있는 투쟁의 현장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상지대 문제의 경우 전교조와 연대도 없었음을 물론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대학들과의 연대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죠. 조선대도 올라오고 세종대도 결합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이런 실천들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교육주체들의 연대나 네크워크 구축이 어려워집니다. 김상곤 경기 교육감이 교육개혁에는 여야가 없다고 했는데 매우 문제 있는 발언입니다. 마치 교육문제를 비정치적인 문제처럼 취급하는데 교육문제야말로 매우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하여튼 교육운동의 큰 틀을 재구성하는 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천 ; 주체를 형성하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잘 안되었던 부분에 대한 반성 속에서 새롭고 구체적인 전략들이 동반되어야 합니다. 예컨대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운동이 새로운 담론을 형성하는데 기여하였으나 대중적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휴지기에 들어섰습니다. 진보적 교육감의 당선이 교육운동 주체들의 시선을 미시적 실천에만 가두어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다른 분들께서 언급하신 것처럼 교육모순은 초중등 교육을 넘어 대학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진보적 교육감의 당선으로 초기에는 신선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교육감의 권한의 제한과 정치적 역관계의 한계 때문에 교육문제를 구조적으로 해결하는 데까지 전진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다시 중장기적 과제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주춤했던 담론 투쟁과 대안 투쟁을 강화해나가야 합니다. 대학개혁운동과 대학무상교육운동이 중심적 의제로 부각되어야 합니다. 가장 긴급한 사안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에서부터 구조개혁에 대한 담론 투쟁까지 동시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미시적 실천과 거시적 전망이 만날 수 있습니다.  

사회 : 부문운동들을 매개해 주고 정치적 문제로 상승시켜줄 수 있는 진보 정당의 목소리가 없는 상황에서 각각의 운동들이 고립적으로 가다보니 그나마 힘들이 빠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부문운동들이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고 연대를 확장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교육부문이 대중적인 관심사가 가장 높은 부문이고 운동주체의 측면에서도 조직화의 정도나 축적된 투쟁의 경험이나 여타의 부문운동보다 훨씬 양호한 상태입니다. 문제는 의제나 주체의 측면에서 초중등 중심으로 사고하는 기존의 관성에서 벗어나 대학까지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을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우선은 교수역량과 교사역량이 빨리 소통하고 논의할 수 있는 틀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대학생이나 학부모, 청소년 등 광범위한 부분을 결합시켜 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진보교육감을 지지한 표심은 교육이 확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열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런 열망에 대한 화답은 교육감만의 몫이 아닙니다. 진보적 교운운동 진영이 좀 더 적극적으로 이에 화답할 수 있는 전망을 제시하고 실천을 해나가야 합니다.

강 : 진보진영에게 가장 절실한 과제는 대중운동의 활성화입니다. 그리고 교육운동의 중심은 전교조입니다. 전교조 교사들을 전교조 자체의 유지도 힘들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교사들이 지닌 객관적인 역량은 대단한 것입니다. 교사들이 시야를 넓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개입력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밖에서 치고 들어온 걸 방어하는 방향으로만 가지 말고 새로운 포지티브한 운동을 해야 할 시점입니다. 교수들은 시야가 굉장히 좁은 사람들이고 대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교사운동이 교수운동과 대학생 운동에 뛰어들어야 되는데 기존에는 자기방어에 급급했으니까 그 부분에 힘이 없거나 관심이 없었거나 그렇게 보였습니다. 교사 교수 대학생 간에 소통할 때 교육운동의 파급력이 굉장히 높아질 것입니다. 좀 더 나아가보면 교육운동이 지금 침체되어 있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데도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평등학부모외 같은 경우가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징검다리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체형성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공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특히 대학생들이 사회적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지적 능력이 매우 떨어집니다. 대학생들을 교육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모색해야 합니다.

천 : 서울지역에서 다양한 학습모임들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안교육 공부모임, 혁신학교 관련 모임 등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는 대안적인 얘기할 때 현실과 거리가 먼 이야기들이라고 받아들여지던 것이 이제는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문제로 받아들이는 분위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회 :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하면, 진보교육감의 당선이 교육운동의 전진에 매우 중요한 계기이긴 하지만 교육감을 중심으로 교육운동의 논의를 전개해가는 것이 아니라 대중운동적 관점에서 교육감의 진출로 발생할 수 있는 공간들의 활용을 생각해야 한다는 이야기 많았습니다. 또한 이런 맥락에서 교육감과의 관계는 협력과 견제가 병행되는 긴장적 협력관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학개혁까지 포괄하는 네트워크 구축이 진보적 교육운동진영의 중대한 과제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장시간 논의에 임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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