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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쟁점] 일제고사 : 비호감 계급지배 정댕화 정책

2008.10.06 20:54

진보교육 조회 수:1676

일제고사 : 비호감 계급지배 정당화 정책

                                                                                                  진보교육연구소 정세분석팀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531교육개혁안에 따라 7차 교육과정이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평가정책’에서도 변화가 일어났다. 국립교육평가원이 폐지되고 1997년 08월 민간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법률 제 5344호에 의해 공포되고 1998년 01월 01일 개원했다. 교육과정평가원 설립 직후 1998년부터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형태로 실시되었다. 이때 내세운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의 취지는 ‘교육과정평가’였다. 학생개개인의 학업성취도의 상대적 서열을 드러낸다는 목적을 국가정책으로 명시된 적은 없었다. 서열화는 ‘전집 평가 시 우려되는 부작용’으로 거론되었다.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의 근본 취지는 국가수준에서 학교교육의 질을 관리하고 책무성을 밝히기 위한 데 있다. 이러한 취지를 반영하여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는 “교육의 질 관리를 위하여 교육성취 수준을 점검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교육체제 변인과의 관계를 파악하여 교육의 개선점을 도출하는 연구”라고 정의된 바 있다. (「초중등학생 학업성취도 평가 개선방안 연구」, 교육인적자원부, 2005)

위 보고서에서 시장화의 혐의가 엿보이는 단어는 ‘책무성’이다. 책무성은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의 핵심원리로서 자율성-책무성의 짝개념으로 경쟁에 의한 교육의 질 상승이 신자유주의가 내세운 바다. 책무성 추궁의 용도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중인 곳은 영국, 미국이며 2007년 일본이 여기에 가세했다. 그리고 2008년 한국 이명박 정권이 시행하겠다고 나섰다.
그간 ‘책무성 강화’가 구호에 그친 정도라면 이제는 신자유주의 원론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전 정권이 ‘이 정도까지는 좀...’하다가 “학교와 교사에게 교육성과의 책임이 있음”을 제도화하고 이른바 책무성을 따져 그 결과에 따라 지원(나아가 학교존립 및 교직유지 여부)과 연계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자발적으로 경쟁이 일어나므로 “학력도 저절로 높아질 것”이라는 (교육학적, 실증적 근거는 그다지 없는) 논리를 내세운다. 아울러 정당성을 얻기 위해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없애려면’ 필요하다든가 ‘학부모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 등을 장식용으로 얹었다.

곤두박질 막장장세를 속, 역주행 2메가 정부

한편, 국가차원에서 ‘전집시험’을 치르는 국가는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교육적으로 온당치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모델로 삼는 국가는 교육정책 기조가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에 입각한 경쟁체제 도입’인 곳들이다. 일제고사와 신자유주의는 찰떡궁합인 셈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비자가 있는 교육시장에 상품화하여 내놓으려면 가격표가 있어야 하는데, 공교육의 경우 그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이 전국적 학업성취도 평가결과표이다. 이미 알려진 대로 영국이 1988년 교육법 개정 이후 학업성취도 평가와 더불어 성적공개를 하였는데 그 폐해의 양상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미국은 부시 행정부가 NCLB를 슬로건으로 하여 실시하기 시작했으며 일본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인 PISA에서  저조한 성적이 나타나자 ‘학력저하’ 논란에 탄력이 붙었고 2004년 문부성 장관의 실시 언급 이후 급기야 2007년 40여 년 만에 전국 학력 조사를 부활시켰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교육이 그다지 배울 만한 것이 못된다는데 있다. ‘교육불평등’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에, 문제 많은 교육의 사례로 자주 거론된다. 따라할 만한 가치가 눈꼽만큼도 없는 ‘소세’에 가담하겠다는 것인데, 막말로 정부가 닭짓하고 있는 꼴이다.
2005년 교육인적자원부 보고서에서는 “전집형 시험”은 시도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방향은 옳지만 저항과 부작용이 만만치 않은 문제로 여겼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은 특기인 깔아뭉개기 신공으로 한물 가기 시작한 시장주의 프로그램만 고집한다. 이제는 아무리 ‘대세’라고 선전을 해도 정보가 워낙 빠르고 공유층이 넓어져서 예전 방식대로 거짓 정보로 어물쩡 넘어가지지가 않을 일인데도 몇 가지 미사여구와 거짓 사례로 될 줄 알고 밀어붙이고 있다. 닭짓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시대가 어떻게 대세가 어떻고 해도 시장경쟁체제가 자금이 두둑한 계급에게 유리한 ‘룰’임을 그들은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자들의 머리 속에 든 건 ‘그거’ 밖에 없어서이다. 이들에게는 도무지 다른 상상이란 불가능한 모양이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대세’가 무너지는 게 확연하다. (언론에서는 ‘미국식’이라는 형용사를 붙여 ‘미국식 신자유주의의 몰락’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핵심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이제 신자유주의 시대는 갔다’는 종언이 주요언론에 모두 기사화되었고, 초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시장 팽창에 결정적 역할을 한 클린턴 행정부 그린스펀 전 FRB의장은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 이라며 은행 파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재임 시절 시장화를 열심히 추진하도고 ‘참 잘했어요’는커녕 조중동한테 욕만 바가지로 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금의 경제위기는 신자유주의 탓’이라고 말 갈아탈 준비를 하고 있다. 눈치 빠른 자유주의 기회주의자답다. 이럴 때 보면 자유주의만큼 유연한(멋대로인?) 포지션도 없다.
동조화니 탈동조화니 했어도 미국경제 위기의 여파가 전세계로 실시간 영향을 끼치고 국내 경기 사정도 이루 말할 수 없이 팍팍한데 이명박 정권은 경제는 닭짓을 거듭한다. 소득은 줄었어도 사교육비는 (지출을 멈추지 못하고 있고 또한 사교육비도 덩달아 올랐다) 새 정권 들어서 더 증가했는데 정신 줄을 놓은 것 마냥 사교육비가 늘어날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사교육 의존의 책임을 학교에 책임을 넘기면서 말이다.
평범한 국민의 눈에는 ‘진짜 2메가 맞네’로 보이지만 닭짓으로 인한 누군가가 볼 이득이 분명하다는 생각 때문에 포기를 못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권이 지배계급의 본능에 매우 충실하기 때문이다. 먹튀 집단 뒷배 봐주는 양아치 정권에 다름아니다. 일단 같이 먹고 튀자! 더불어 초국적자본과 미국의 이해와 자신의 이해를 동일시하고 나아가 국가의 이익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정당화 기제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일들이 벌어지는 것이다.
강남 정권 한나라당은 “부자들을 더 잘 살게 해줘야 부가 넘쳐 흘러서(부자가 돈을 많이 써서 그 혜택으로) 가난한 사람들도 잘 살게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것이 그들의 ‘이념’이자 소신이다. 이처럼 이명박 정권은 신자유주의 정권이면서 전에 없이 계급의식이 투철한 정권이다. 그런데 너무 거칠게, 숨김없이 표현한다. ‘은폐’라는 방법을 쓸 필요도 못 느끼는 것 같고 쓸 줄도 모르는 것 같다. 이들의 역주행은 종부세 완화, 공기업 사유화 등 경제분야만 부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달리 강부자 정권이겠는가. 교육 분야에서도 그러고 있다. 교육에서의 계급적 기획을 거세게 밀어붙이고 있다. 상위 1%의 안전망 구축을 위해 99%를 왕따시키는 교육 정책을 적극 구사한다. 백미는 일제고사 실시와 성적공개 법제화인데, 이는 교육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박정희도 노무현도 안 하고 못한 일을 이명박 정권이 해내려 하고 있다.

파장 : 파국을 원하나? 누군가는 먹고 튀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학력검사는 기존의 표집형 성취도 검사와는 질적으로 다른 전집형 시험인데, 지난 3월 초3, 중1, 고1 진단평가가 실시되었고 오는 10월 초3, 초6, 중3, 고1, 네 개 학년 전국 학생들이 똑같은 시험을 보게 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학교정보공개법을 노무현 정부 시절 발의한 이주호 전 의원이 이런 구상의 핵심 ‘브레인’이고 교육부 입성에는 실패했지만 청와대에서 여전히 이런 교육정책을 생산하고 있다. 네 개 학년 한 번 시험보는데 160억원이 투여된다. 부자들의 돈은 자기 돈처럼 아끼면서 이런 데는 돈 안 아낀다. 왜냐하면 자신들한테 득되는 ‘투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평가명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
대  상
초6, 중3, 고1(2008년 10월 8일)
초3(2009년 10월 14~15일)
국가수준 표집규모
- 초6 : 약 4%(26,500명)
- 중3 : 약 5%(34,500명)
- 고1 : 약 5%(34,000명)
※ 비표집학교 평가는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시행

- 초3 : 약  4%(24,200명)

※ 비표집학교 평가는 시도교육청 주관으로 시행
과목(영역)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읽기, 쓰기, 기초수학


일제고사를 실시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벌어질 것임은 누가 봐도 자명하다.
첫째, 학교 간 지역간 성적경쟁을 실질화함으로써 415 학교학원화 조치에 실물적 위력을 부여할 기제이다.
둘째, 전국적인 학교 서열 자료 공개로 고교등급제 시행의 정당성을 확보에 기여할 것이며 이미 무시당하고 있는 내신자료는 휴지조각이 된다. 이로써 학교교육 파행은 물론 본고사 부활 등 대학입시 자율화를 합리화시킨다.
셋째, 성적공개와 고교선택제가 맞물리게 될 경우 고교평준화 해체는 실질적 단계로 접어들게 되어 중학교가 전국적 입시경쟁체제에 편입되고 중학교 학력격차가 확인될 경우 중학교 평준화도 해체 수순에 들어가게 된다.
넷째, 초등학교까지 성적경쟁이 확대되어 사교육부담의 지형 자체가 바뀌게 된다. 전반적 상승은 물론 경제위기 심화 속에서 사교육불평등이 증폭된다.
다섯째, 실제 교수학습의 과정에도 영향이 막대하다. 초등까지 문제풀이 훈련으로 치닫게 된다. 조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자료를 공개, 비교함으로써 일제고사는 모든 학교가 학생들을 ‘학력경쟁 콘테스트’에 출전시키는 셈이 되므로 수업이 ‘시험대비’에 매달리게 된다. (이는 지들이 과거의 교육을 ‘획일적, 교사중심’이라고 비난하며 새로운 교육이념이자 이론으로 표방해온 구성주의와도 맞지 않는 자기부정) 그래도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 발설할 수 없는 정도의 차별적인 행태가 발생한다.
하나 더 추가. 일단 시행하면 사교육시장은 새로운 장사꺼리가 생기는 거고 이걸로 교사들 학생들 통제할 무기를 쥔 관료들과 사학관계자들은 꽃놀이패 쥐는 거다. 그 뒷감당은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대다수 국민들이다. 교육에서도 소수 먹고 튀는 걸 비호하겠다는 심뽀다. 대다수의 피해와 공교육 황폐화라는 엄청난 부실이 예고되는 대도 ‘고고’를 외치고 있기 때문에 먹튀다.

일제고사는 단지 교육정책일까? - 그들의 닭짓에는 이유가 있다

앞서 나열한 것들은 한국의 경쟁적 교육상황에 비추어 충분히 짐작가능한 일반론적이고 시간이 문제일 따름인 현상들인데, 이러한 전망이 계급 관계에서 의미하는 바, 다시 말해 계급지배 이데올로기로서 어떻게 구실하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이번 일제고사에서 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4~5%를 표집, 수합하여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나머지는 교육청 단위로 결과를 수합하여 결국은 분석은 일부만, 비교는 전부다 하는 방식을 취하기로 했다는 방침이다. 표집분석이 ‘부정확’해서 전수검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분석은 기존대로 하지만 시험은 몽땅 보게 하는 이유는 의도가 ‘서열’확인에 있기 때문이다. 교육격차의 원인분석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서열을 드러내는’ 데 목적이 있음이 분명해지는 대목이다.
물론, 이런 것과 상관없이 ‘경쟁을 확대하면 저절로 질이 높아질 것’ ‘학부모의 알 권리 충족’ ‘교육격차를 드러내어 취약지역 학교를 지원해야’ 등등의 거짓말로 그 계급적 야욕과 통제욕망을 둘러댄다. 물론, 앞서 살핀대로 이명박 정부의 창의적 발상은 아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신자유주의 교육재편의 막바지 공세를 이명박 정부가 120% 수행하겠다고 자임하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 때도 2004년 ‘사교육비 경감방안’의 한 항목으로 일제고사를 슬쩍 끼워 넣었다가 전교조의 저항으로 무산된 바 있으며 학교정보공개 역시 강도가 낮은 정도일 뿐 노무현 정권 때 이미 그 청사진이 제출되어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들이 일제고사 강행이라는 무리수를 마다하지 않는 무의식은 이런 거다. ‘못사는 것들은 공부도 못해’ 다른 말로 ‘능력이 딸려’. 따라서 ‘부자가 부자인 까닭은 능력이 뛰어나서’라는 ‘이념’은 지배자들에게 깔려있다. 그것을 ‘수치’로 보여주고 싶은 거다. ‘억울하면 경쟁에서 이겨라!’ 가 그들의 슬로건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규칙은 내가 정한다’는 단서가 괄호 쳐져 있다.
한국처럼 교육에서 경쟁이 심한 곳이 어디 있는가. 한국은 경쟁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세계에서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입시경쟁이 과열되어서 너나 할 것 없이 교육에 대한 피로감과 불만이 큰 곳이다. 이른바 ‘중산층’에게는 피로감이 가장 클 터이며, 저소득층은 ‘박탈감’이 크다. 상위 5% 이내는 이런 정책에 지지를 보낼지 모르겠으나 그러면 강남구로 청와대를 옮길 일이다.

서열을 드러내고 나서?
- 잘난 우리가 못난 너희보다 잘사는 것이 당연해 (인과관계의 전복)

올해 3월 중학교 1학년 진단평가에 대한 서울지역 결과가 공개되자 (사실은 교육청의 의도적 공개) 동아일보는 다음과 같이 기사제목을 뽑았다.

[동아 3월23일]
강남 - 서초 - 양천구 영어 평균점수 94점 넘어
■ 서울 141개 중학교 성적 분석
양천-노원구 유명학원 밀집지역 강남 못지않은 성적
서초서 수학 98점 받은 학생, 교내백분율 57% 그쳐
강북은 영어-수학 80점대… 다른 과목도 상대적 저조
▽강남-비강남, 영어 수학점수 차이 커 ▽학원 밀집지역 점수 높아


기사는 한국의 학부모들에게 어떤 ‘신호’로 인식될까? 우선 ‘이사가고픈 욕망’에 기름을 붓는다. ‘괜찮은 학원 보내야지’라는 강박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지역 학교들, 좀 빡쎄게 공부 좀 시켜야 하는 거 아냐?’ ‘교사들이 실력이 떨어지는 거 아냐?’... 기사내용대로라면 ‘고교등급제’ 내지 ‘본고사 부활’이 불가피해 보인다. 학력격차(실력차)가 명백한데 ‘동등한 취급’을 해선 안 된다는, 다시 말해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일제고사에 의해 ‘실증적 근거’를 얻게 되고 힘을 얻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엉뚱하게 공부 잘하는 (즉 잘사는) 지역 아이들이 현 교육체제의 피해자인양 탈바꿈한다.
서울대를 강남과 특목고 출신이 장악해 들어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와 다른 느낌을 준다. 즉 ‘계급불평등의 본질’이 숫자놀음에 의해 실력차의 문제로 왜곡된다. 또한 이런 데이터는 당연히 ‘대학입시 자율화’ 즉 내신을 깡그리 무시한 대학별 본고사 부활의 설득력을 높인다. 지금까지 암암리에 행해지던 행태들, 즉 일부 상위권 사립대학의 고교등급제 시행, 본고사형 논술이 당당히 합법성을 얻으면서 교육불평등을 본질을 교묘히 은폐시킨 채 ‘실력대로’ ‘능력대로’인양 포장된다. 결국 일제고사는 갈수록 심해지는 교육불평등을 ‘능력차’로 바꿔치기하면서 상위 1%용 정책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견인차 구실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이른바 낙후 지역에 속한 학교는 긴장을 타게 된다. 선택받지 못하는 학교가 되지 않으려면, 살아남기 위해서 학생과 선생을 쥐어짜게 되어 있다. 쥐어짜다 안 되면 공부 못하고 돈없는 애들을 배제하는 수밖에 없다. 미친교육이 제대로 먹혀들어가는 거다. 가슴이 벌렁벌렁하다. 우리 애들도 다 안다. “나도 그런 부모 만났으면 이런 성적표 안 받어!” 하지만... “성적이 안 좋은데 할 수 없지...” “내가 못나서...”라는 의식이 싹트기 시작하고 이는 지배계급의 음모를 정당한 것으로 수용하게 만든다. 이걸 노리는 거다. 하지만 “생각대로 T”라고 여기면 오산이다. 넓어진 교육기회, 그들이 돈벌기 위해 깔은 인터넷 덕에 사람들은 예전보다 많이 똑똑해졌고 어려운 살림살이와 옆차기 정책들로 열 많이 받은 상태다.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 교사인 나도 원해 하지만 후덜덜...
- 한국에서 학부모가 궁금해 하는 것은....

이명박 정권은 부시의 NCLB를 흉내내서 일제고사가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이라고 포장해서 내놓았다. 아래 계획을 보면 이게 공부 못하면 학교든 교사든 학생이든 구박당해도 좋다는 플랜인지, 미달 제로 플랜인지 설명 안 해도 보인다. 공교롭게도 부모의 소득과 학력은 학업성취도와 정비례관계다. 그럼 누굴 구박해도 좋다는 얘긴지 답 나온다.

【 기초학력 미달 제로 플랜 】
○ 학력수준 파악을 위한 평가체계 선진화
○ 학습부진 학생 최소화를 위한 지원 및 책임지도 추진
  ◦ 교과부 : 학습부진 학생 책임지도를 위한 자료 개발(‘08.12) 및 예산 지원
  ◦ 교육청 : 학업성취 수준이 낮은 학교에 대한 원인 분석과 격차 해소 지원
  ◦ 학교 : 특별보충과정 운영과 평가 결과에 따른 학생 진로상담 강화
○ 평가 결과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 확대
  ◦ 우수교원 파견, 재정지원 확대 등을 통해 학습부진 학생에 대한 책임 지도
(교육과학기술부, 「2008년 업무보고자료」, 2008년 3월 20일)


양정호라는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을 홍보하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교수가 있다. 그는 아래와 같이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여러가지 형태의 시험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국 단위로 치른 시험은 없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에서 자신의 자녀가 어느 정도 위치인지 궁금해 합니다. 이번 진단평가 시험은 학교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고, 학생들이 어느 수준인지 파악하고자 하는 요구를 들어줬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입니다...교육격차를 이제는 드러내놓고 이야기해야 할 시점입니다... 영국은 학교 이름, 학교의 수준을 비롯해서 지난번 시험과 비교해 얼마나 성적 향상이 됐는지 등 모두 공개하고 있습니다. 미국도 매년 시험을 봐서 각 주에서 비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도 성적 공개 당시 논쟁거리가 됐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공개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보공개에 대해 오픈 마인드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민감할 수 있는 평균점수 비교 등은 고민해 봐야 합니다. 단순히 학교 평균점수가 아니라 한 학생이 어느 정도까지 향상이 됐는지 비교되는 모습까지 공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합니다...이제 시험 정보가 공개된 상태에서는 격차가 드러난 지역에 대해 지원정책을 세워 추진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 방향에서 이미 취약 지역 학교에 대해 더 지원할 방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전 정부에서 교육격차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양정호, 경향, 3월25일)

한국의 학부모들은 ‘점수’보다 ‘석차’에 관심이 많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절대적인 기준의 도달여부가 아니라, 등수이기 때문이다. 이런 왜곡된 구조에서 발생한 왜곡된 욕구를 잘못된 정책 추진의 근거로 삼는 것이 첫 번째 오류이자 부도덕의 표현이다. 다음으로 개방적 사고와 일제고사 성적공개는 관계가 없다. ‘오픈 마인드’는 권력자가 남의 얘기 안 들을 때 해줄 고언이지 대다수의 애꿎은 피해자들에게 할 소리가 아니다. 더군다나 마인드가 열렸냐 닫혔냐는 정보공개를 논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구차하다. 결정적으로 국가가 나서서 이렇게 한들 교육부 직원과 정책입안자가 직접 가르치지도 않는 아이들의 기초학력 미달을 일제고사로 ‘제로’가 된다는 것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기초학력 미달은 굳이 국가가 나서서 ‘측정’해 주지 않아도 가르치는 교사들이 너무 잘 알고 있다. 다만 교육환경이 ‘미달’로 확인된 아이들을 돌볼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반복한다. 일어나지도 않을 일을 목표로 설정하고 구차한 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추진하는 이유는 ‘그것으로 이득 볼 계층만 배려해서’이고, 교육시장화 공세, 교원통제를 위해 더없이k좋은 기제이기 때문이다.

시장화기제이면서 복고풍 감각인 시험 만능주의

일제고사는 ‘비호감’ 정책이다. 시장화 정책 중에서도 특히 그렇다. 선택형 교육과정, 학습자 중심, 자율성, 다양성 이런 언어들은 ‘호감’을 주지만 일제고사는 아니다. 감각적으로는 ‘복고’다. 하지만 멋스런 복고, 다시 살리고 싶은 그 무엇이 아니라 ‘이런 낡은 걸 왜?’라는 촌스런 느낌을 주는 그런 복고다. 그래서 그들은 감각의 시대에 이미 질 수 밖에 없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다수 제도권 교육학 조차도 ‘선발적 평가관’ ‘측정관’ ‘시험으로 학업동기 유발’을 비판해 왔는데 (이건 전통에 가깝다) 거스르고 있다. 절대다수를 적으로 돌리는 방식을 그들은 택한 것이다.
그들은 우리 국민들의 지적 수준을 착각하고 있다. “개천에서 용 안 난다”는 게 상식이 되었고 용이 왜 안 나는지 그 대다수 국민들이 알고 있는데도 일제고사의 결과를 ‘순수 능력 비판’으로 받아들일 거라고 믿는 점이다. 물론 쉽지 않다. 집단지성이 집단행동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정한 과정이 요구된다. 하지만 역으로 집단행동 속에서 집단지성이 형성된다. 초반이 중요하다. 일단 경쟁체제가 시작되었구나 생각하면 폐단이 무엇인지 알지만 홀로 거부하기 쉽지 않다. 함께 걸어가다가도 한 사람 뛰기 시작하면 다 따라 뛰는 게 경쟁의 속성이다. 자, 보수진영은 교육을 자신들의 지배수단으로 묶어두려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졌다. 진보진영이여 무엇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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