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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 아이를 통해서 본 강남 학생들의 의식과 문화

                                                                                                            김학윤 ∥ 잠신고

난 강남에 살고, 강남 학교에도 근무 한 바 있어, ‘강남 학생들의 의식과 문화’에 대해 어느 정도 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에 내 딸 아이와 ‘고교 축제’에 대해 대화하면서 나 조차도 새롭게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다. 여기서 그것을 간단히 소개할까 한다. 참고로 내 딸은 타워팰리스 근처 고등학교에 다니고, 사교육의 메카라는 대치동 학원에도 다닌다. 내가 보기엔 전형적인 강남 학생이다.

부모의 재력과 연결된 본 강남 고교 축제.

입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강남도 예외 없이 고교 축제나 동아리 발표회는 축소되고 있다. 고 3생과는 거리가 멀고, 고 1, 2학생들의 잔치로 한정된 지 이미 오래 되었고, 학교에서는 후유증을 최소화하려고 여름 방학 끝나자마자 1~2일 행사로 처리해 버리는 실정이다. 우리 딸 아이 학교는 아예 축제가 없다.
그래도 학생들의 단 하루만이라도 입시 교육에서 벗어나고, 자유롭게 이성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축제에 의미를 두고 타 학교 축제에까지 관심을 갖는다. 우리 딸 아이도 고 1때 부모 몰래 다른 학교 축제에 많이 다녀왔다고 한다.
같은 강남권 내에서도 학생들에게 ‘더 인기가 있는 학교 축제’가 있다. 당연히 그 학교 축제에 더 많이 찾아간다. 인기는 주관적이고 변하지만, 과거부터 학생들에게 인기 있었던 학교의 목록을 들어보니 강남권에서도 더 잘 사는 지역의 학교들이다. 학생들은 인기 있는 학교 학생들은 ‘빛깔부터 다르다’고 생각한다. 외모도 잘 생기고, 말도 잘하고, 사람 대하는 자신감도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교양과 품위가 배어난다고 한다. 잘 사는 지역, 잘 사는 부모에 대한 호감이 그렇게 투영된 것이지만... 같은 강남 지역에서도 더 좋은 학교를 배정받기 위해 위장 전입까지 하는 실정도 이런 배경이라고 생각된다.
  고교 축제에서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가장 많이 갖는 부문은 축제 마지막 날에 배치된 연예인 초청 공연이다. 어느 연예인이 오느냐에 따라 그 학교의 수준과 품격이 좌우된다. 선망의 대상이 되는 학교는 당대의 최고 인기 연예인을 초청하고, 그 정도 수준이 되지 못하면 오고 좀 인기가 떨어지는 연예인을 초청한다. 올해에는 강남 D고교에서는 인기 절정기에 있는 원더걸스를, Y고에서는 ‘소녀 시대’를 불러 최고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연예인의 인기는 돈인데, 연예인을 초청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을 들이고, 또 그것을 누가 감당할까? 연예인 초청 비용까지 대 주는 학교는 없다. 이 부분은 전적으로 학생 회장의 책임이고 학교에서는 묵인하는 것으로 한다. 그래서 전통이 있는 학교에서는 회장이 선배를 찾아가 협찬을 받아 오기도 하고, 또 모교 출신 선배 연예인이 있으면 찾아가 사정도 한다. 그러나 보통 회장 부모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전년도나 타 학교와도 비교, 일반 학생들의 기대, 회장의 능력도 달려있기 때문에 전통(?)은 계속되는 듯하다.
  그런데 비용은 어느 정도나 될까?  2~3곡 듣는 조건으로 연예인에게 지급하는 돈은 최하 수백에서, 최고 1천 5백만원 까지나 된다. 일반 학생들이나 타 지역 학생들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액수라서 ‘설마?’ 하겠지만 이름난 연예인은 최고의 음향 시설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며 이해될 지 모르겠다.

이 부분은 공개되지 않는 부분이라서 일반 학생들도 잘 모른다. 이런 내용에 대해 내가 근무하는 송파에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에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 봤더니, ‘부럽고 가 보고 싶다’고 한다. 이렇게 부모의 든든한 후원 하에 만들어지고 더 특출해 보이는 것이 강남 학생들의 축제 문화이다.  

같은 강남에도 다양한 계층의 학생 문화가 존재한다.

이런 강남 학생 문화를 주도하는 것은 타워팰리스와 같은 부유한 집의 자녀들이 아니라고 한다. 소위 최고 부자집 학생들은 소수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어른 세계와 달리 학생 세계에서는 아직은 큰 세력을 형성하는 것 같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일반 강남 학생들의 부러움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언젠가 우리 딸아이가 ‘학교 주변으로 이사가면 안되요?’라고 묻길래 그 이유를 들어보니, 학교 주변의 고가 아파트에 사는 학생들은 도보로 통학하는데, 버스나 지하철로 통학하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는데서 오는 열등감이었다.
그러나 아직은 최고 부자보다는 평범한 아파트 한 채 를 가지고 있는  중산층 집- 강남에서 평범한 아파트 한 채도 10억은 넘지만-의 학생들이 가장 활발하고 학생 문화를 주도하는 것 같다고 한다. 이들이 학교 내외에서 강남 학생들의 행세를 하는데, 사교육의 메카인 대치동 학원을 채워주고 축제 같은 행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이 강남 학생이라는 자부심과 우월감을 가지고 있지만, 외고나 과고 학생들을 보면 주눅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학원에 갈 때 과고 외고 애들은 항시 교복을 입지만, 강남 고교 학생들은 사복을 많이 입고 다닌다고 한다.  
이렇게 중산층 그룹이 강남 학생 문화를 주도하는 측면도 있지만, 학교에서 가장 인정받는 학생들은 이들이 아니라 공부 잘 하는 범생이 들이다. 모든 학생들이 공부 잘하여 일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염원하기 때문에 부러움과 존경의 대상이 된다. 범생이들은 미모나 노는 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고 오로지 공부만 열심히 한다고 생각한다. 타 학교 축제에도 별로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공부에 대한 열등감이 그렇게 표현된 것 같기도 하지만.
또 하나 존재하는 그룹이 있는데 타 지역에서 강남에 배정받은 학생들이다. 개인적으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배정되어 일종의 그룹을 이룬 학생들이다. 현재 강남 학생들이 부족하여 타 지역, 동쪽으로는 송파, 서쪽으로는 관악 동작지역에서 일부 학생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여하튼 이들은 운 좋게(?) 강남에 배정되었다고 생각하지만, 강남에는 그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가정 환경이나 공부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어쨌든 타 지역 출신이 많은 학교는 강남에서도 기피 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쨌든 우리 딸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송파지역에서 학생들이 많은데, 공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학생도 별로 없고 활발하지는 않단다. 그래서 평소에는 학생들끼기 서로 구분 없이 잘 어울리지만, 서로 뒷담을 깔 때는 ‘왜 강남에 와서 찌질이 취급을 받는가, 차라리 그 곳에서 다니지’라는 말도 한단다.
흔히 자사고나 국제중 등 귀족 학교에 대한 비판을 모면하기 위해 소외 계층에 배려를 거론하는데, 주류 집단과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될 것인가를 보여준다 하겠다. 그리고 무리를 해서 강남에 보내고자 하는 학부모, 또 학교 선택제에 기대를 걸고 강남 진입을 노리는 학부모들은 강남에 존재하는 정서적 거부감도 생각해 봤으면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외 계층이나 부적응 학생들도 많이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강남에도 그런 집단이 분명히 존재한다. 내가 담임을 맡을 때에도 학비나 중식 지원을 받는 학생이 있었다. 그런 애들은 보통 자신감이 없고, 소위 문제 학생으로도 많이 찍히고 집단 따돌림 대상도 된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 딸애와 같은 강남 학생들은 그런 기준으로 학생이 구분되는가에 대해 의아해 한다.  서로 구분 없이 잘 어울린다고 한다. 학생 세계는 아직 순수함이 있어서일까?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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