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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호 [특집] Q&A - 대학평준화, 오해와 진실

2007.09.22 16:20

진보교육 조회 수:1064

[Q&A] 대학평준화, 오해와 진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국민운동본부(준) 정책팀


1. 대학평준화 없이도 공정한 입시 제도를 시행하면 된다?

해방 이후 총 16차례 이상 입시제도가 변화했지만 가혹한 입시경쟁체제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의 변모과정은 풍선의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에 비유할 수 있다. 예컨대 내신의 비중을 높이면 학교 안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대학 본고사의 비중을 높이면 학생들은 학교 공부를 외면한 채 학원으로 몰리게 된다. 이처럼 대학서열화가 존재하는 한 어떤 입시 제도도 일류대학을 진학하고자 하는 무한 경쟁을 해소할 수 없다. 따라서 입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대학평준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2. 대학이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사기업의 신입 사원 선발권은 회사가 갖는 게 타당할 지 모른다. 그러나 입시와 입사는 그 근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대학 입시란 한 학생이 국가 차원에서 정해진 교육과정에 따라 공교육을 이수하고 그 결과에 따라 대학에 진학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시 제도는 기본적으로 대학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따라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교육의 보편적인 목적과 가치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대학의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어떤 대학은 논술 고사를 실시하고 어떤 대학은 TOEFL, SAT 성적을 반영하기도 한다. 그 결과 학생들은 고등학교까지의 공교육으로는 감당하기 힘든 입시 준비를 해야 하며, 고액의 사교육 시장은 날로 팽창하고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따라서 공교육을 정상화하고 학생들의 가혹한 입시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학에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진정한 의미의 ‘대학의 자율성’은 대학이 권력이나 자본의 외압에 굴하지 않고 고유의 건학 이념 및 교육 내용을 유지하는 것을 의미하지 학생 선발의 자율권이라는 권력을 임의로 휘두르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3. 대학평준화를 실시하면 대학의 학문경쟁력이 저하된다?

대학평준화를 실시해야 오히려 대학의 학문 발전이 이루어진다. IMD에서 측정하는 학문경쟁력 1위인 핀란드의 대학은 완벽한 평준화 체제이며, 세계적인 석학을 배출한 철학과 교양의 나라 프랑스의 대학도 평준화 체제이다. 반면 한국 대학서열화 1위인 서울대학교의 경우 학문경쟁력이 세계 100위에도 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학서열화체제에서는 대학 간의 진정한 경쟁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는 영원히 일등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고 지방대학은 영원히 하위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체제 속에서는 입시 경쟁은 존재하나 학문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 오히려 대학평준화를 실시해야 대학 간에 진정한 의미의 학문 경쟁이 생겨 대학이 발전할 수 있으며, 백화점식 학과 운영 체계에서 벗어나 “어떤 대학은 ○○학과가 좋고, 어떤 대학은 △△학과가 좋다.”는 식으로 대학별 특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

4. 대학평준화를 하면 고등학생들의 학력 저하 현상이 생긴다?

그렇지 않다. 현재와 같은 가혹한 입시경쟁체제 때문에 고등학생들이 밤늦게까지 학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오로지 문제집 풀이 방식의 학습에만 매몰되어 있을 따름이다. 그 결과 진정한 창의력이나 문제해결능력은 사라지고 오로지 단편적인 지식 암기력만을 키우고 있을 뿐이다.
대학평준화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프랑스의 학생들은 가혹한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 어려서부터 다양한 독서와 토론활동, 체험활동을 통해 폭넓은 교양과 창의력, 문제해결능력을 자연스럽게 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바칼로레아’라는 수준 높은 논술식 대학입학자격고사를 어렵지 않게 치를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흔히 우리나라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는 획일화된 교육도 바로 가혹한 입시경쟁체제에 그 근본 원인이 있다. 오로지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단편적 지식 위주의 학습이 아니라 폭넓은 교양을 쌓으며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기 위한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대학평준화를 통해 가혹한 입시경쟁체제를 해소해야 한다.

5. 프랑스에도 ‘그랑제꼴’이라는 엘리트 교육기관이 있다?

그랑제꼴은 엄밀한 의미의 대학이라 보기 어렵고 프랑스의 국가행정을 이끌어갈 간부를 육성하는 일종의 전문교육기관 혹은 연수기관에 가깝다. 또한 전체 고등학생의 1% 이하의 학생들이 진학을 준비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온 국민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매진하는 기형적인 교육 형태는 찾아볼 수 없다. 또한 강력한 사회민주주의적 이념과 정책이 지배하는 프랑스 사회에는 애당초 학벌로 인한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랑제꼴의 존재로 인해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리는 일도 없다.
우리나라도 대학평준화 체제와 별도의 엘리트 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의 서울대학교처럼 대학서열화체제의 정점에 위치한 교육기관을 설립하는 방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전문대학원 제도라든지 국비유학생 제도 등을 통해 국가가 필요로 하는 특정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이는 대학평준화 체제와 상충되는 제도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엘리트 양성 과정이 될 것이다.

6. 대학평준화를 실시하면 특정 대학이나 학과에 몰리는 현상이 생긴다?

대학평준화는 전국의 모든 대학을 현재의 서울대학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상향평준화,  즉 어느 지역의 어느 대학을 입학하든지 간에 별다른 교육의 수준 격차를 느끼지 못하게 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한 대학평준화 정책은 통합전형과 함께 어느 지역의 어느 대학을 졸업하든지 동일한 졸업장을 수여하는 통합학위제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졸업장에 따른 사회적 차별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 나아가 대학평준화 정책은 학력․학벌 차별 금지법, 공무원 지역 할당제 등의 다양한 사회적 조치와 함께 수행된다.
따라서 대학평준화 단계에서는 학생들이 굳이 자기 지역의 학교를 놔두고 서울지역의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현상이 발생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다만 선호 학과와 비선호 학과가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이 법대, 의대 등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는 데에 유리한 학과로 지원하는 현상은 사라지고, 자신의 적성과 소질에 따른 학과 지원이 일반화될 것이다.
다만 대학평준화 초기 단계에서는 일부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입학 정원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과 함께 거주지나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참고하여 대학 및 학과를 조정하는 방식이 진행된다. 예컨대, 현재의 고등학교 선지원 후추첨 방식과 유사하게 학생들에게 1지망부터 3지망까지 대학을 지원하게 하여 근거리를 고려한 추첨으로 대학을 배정할 수도 있다. 또한 학과 배정의 경우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를 참고로 하여 해당 학과에 보다 많은 적성과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을 우선적으로 배정할 수도 있다.

7. 사립대학은 평준화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사립학교의 존재 이유는 고유의 건학 이념과 교육 과정이다. 그러나 현재의 사립대학 사이에는 나름의 특수한 교육이념과 과정이 부재하고 오로지 방만한 백화점식 학과 운영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립대학들은 자신의 고유한 건학 이념에 맞는 특성화된 대학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렇지 못한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으로 전환되어 국가의 책임 관리 하에 운영되는 것이 원칙적으로 옳다.  
더욱이 우리나라 사립대학의 대부분은 학생 모집도 어려울 정도로 교육 여건이나 재정 상태가 부실한 상태이다. 따라서 정부의 대대적인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대학이라면 오히려 평준화 정책을 환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점진적으로 국공립대로 전환시킬 수 있다. 또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는 부패 비리 사립대학은 과감히 국가가 인수하여 우선적으로 국공립대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이 과정에서도 소수의 건실한 사립대학이 남아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립대학은 국공립대학에서 포괄하기 어려운 분야의 고유한 교육 과정을 운영함으로써 전체 고등교육의 일부분을 담당하면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사립고등학교가 고교평준화체제 속에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립대학도 대학평준화체제의 틀 안에서 존재해야 한다. 사립대학이라 하여 별도로 신입생을 선발할 권한을 가질 이유는 없다. 반대로 대학입학자격고사를 통과한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적합한 사립대학을 선택해 진학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렇게 됨으로써 사립대학은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대학평준화의 체계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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