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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호 특집1_2007 대선, 대학평준화 -입시 철폐의 대장정을!

2007.06.18 18:09

진보교육 조회 수:1069

특집1-3] 2007 대선, 대학평준화 -입시 철폐의 대장정을!

이형빈 │ 범국민교육연대 민중적 교육개편위원회

  2007년은 87년 민주화 체제 20년, 97년 IMF 체제 10년을 경과한 해이다. 군사파시즘 체제가 붕괴한 자리에 신자유주의 체제가 공고히 자리 잡은 2007년, 대통령 선거는 단지 숫자상의 상징 이상으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한미 FTA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질서의 완성인가, 아니면 노동자 민중의 대대적인 반격인가.
  전교조는 87년 체제와 97년 체제의 흐름 속에서 놓여 있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아이들의 절규, 그리고 “노동자도 인간이다.”는 노동자 대투쟁의 외침 속에서 89년 전교조는 결성되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전교조는 97년 체제와 무관하지 않다. 99년 ‘전교조 합법화’는 곧 ‘노동자 정리해고’의 대체물이었다. 이 모순적 물질 운동의 흐름 속에 전교조는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2007년, 전교조는 정체성과 방향을 상실한 채 표류하고 있다.
  전교조 합법화 이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학교의 비민주적인 구조는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교사들의 교권도 어느 정도 보장받고 있으며, 참교육 실천의 영역도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전교조 합법화 이후에도 조금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다. 여전히 “행복은 성적순”이다. 아이들의 입시 고통은 조금도 사라지지 않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은 조금도 누그러지지 않았고,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 현상은 조금도 완화되지 않았다. 신자유주의 시대, 벌거벗은 경쟁의 논리는 입시 경쟁의 현장에서 가장 첨예하게 자신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2007년 대선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대통령 선거는 치열한 계급투쟁의 장이다. 대통령 선거에서 누구의 입을 통해 어떤 정책과 담론이 대중화되느냐에 따라 향후 5년여의 시기의 사회적 흐름이 좌우된다. 이는 진보운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현 시기 한국 사회 대중들에게 각인된 좌파 정책은 2002년 대선과 2004년 총선에서 외쳤던 ‘부유세’, ‘무상교육 무상의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명품 영어 교육’과 ‘전교조 개혁’을 내건 한나라당 박근혜의 목소리가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향후 5년의 시기, 우리가 무엇을 상상하든지 그 이상을 보게 될 것이다. ‘만4세부터 고교까지 무상교육’을 내건 김근태의 목소리와 ‘현행 입시제도 폐지와 예비교양대학 설립’을 내건 정동영의 목소리가 대중들의 뇌리에 남아 있는 향후 5년의 시기, 우리가 무엇을 실천하든지 열린우리당 2중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2007년 대선, 이 시기에 우리의 목소리가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이느냐에 따라 향후 우리의 발걸음은 가벼워지기도 하고 족쇄에 묶이기도 할 것이다.
  현 시기 대중들에게 각인된 전교조의 목소리는 ‘NEIS 반대’, ‘사립학교법 개정’, ‘교원평가 반대’ 세 가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주장도 ‘학생 인권 수호’, ‘학교의 근본적 개혁’,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저지’라는 보편적 이념으로 상승되지 못한 채 ‘혼란만 일으키는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이미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는 다만 투쟁의 미약함이나 보수언론의 악의에 찬 공격에서만 비롯된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투쟁이 조합주의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우리의 수많은 정책이 대중적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며, 근본적으로는 우리의 실천이 정치세력화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선의 중요성은 이 지점에 놓인다. 당의 후보로 누가 선출되어 지지율을 얼마나 얻느냐 하는 것은 다만 호사가의 뒷공론일 따름이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정책이 어떻게 대선 공간을 통해 대중적 실천적 담론으로 자리 잡느냐 하는 것이다. 후보의 입을 통해 전달된 우리의 정책에 대한 대중적 지지에 조직적 실천이 결합된다면 그것은 곧 정치적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대선 국면에서 우리 교육의 본질적인 모순을 폭로하고 우리의 근본적인 대안을 전국방방곡곡, 각계각층의 대중들에 펼쳐야 한다. 그리하여 신자유주의적 교육 정책으로 인해 고통 받는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고, 왜곡된 경쟁주의로 얼룩진 교육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이것은 곧 교육노동운동이 현재의 무기력에서 벗어나 한 단계 질적으로 도약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2007년 대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2007년 대선, 최고의 화두는 한미 FTA, 그리고 주택 문제와 교육 문제이다. 특히 입시와 사교육 문제는 어느 후보도 벗어날 수 없는 핵심적인 쟁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보수후보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쟁점을 부각해야 한다. 한나라당 후보도 ‘대학등록금 반값’을 이야기하고 있고 소위 범여권 후보도 ‘무상교육’과 ‘입시 개혁’을 이야기한다. 그런 점에서 현재 전교조 본부가 이야기하는 ‘교육양극화 해소, 교육복지 실현’은 범여권 후보의 슬로건이지 우리의 슬로건일 수 없다.
  더더욱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노동자 민중이 가장 고통 받는 지점을 주목하고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계급적 과제를 제기해야 한다. ‘평준화 폐지’, ‘대학의 선발 자율권’ 등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고교평준화 유지’, ‘삼불정책 유지’는 현재 노동자 민중이 받고 있는 가혹한 사교육 고통, 우리 아이들에게 강요된 입시 고통을 전혀 해결할 수 없다. 과거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자에게 현재를 유지하자고 외치는 것은 결코 진보가 아니다.
  2007년 대선 시기에 우리가 주장해야 할 핵심적인 내용은 대학평준화와 입시 철폐이다. 대학입시제도야 말로 한국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핵심적인 쟁점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국가 차원의 교육목표와 교육과정도, 교사의 교육활동도, 학생들의 일상생활도 대학입시제도의 거대한 영향력에 의해 좌우된다. 학교의 일상적 억압 구조도, 학부모의 왜곡된 교육열도, 교사의 참교육 의지를 가로막는 걸림돌도 가혹한 입시경쟁체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사교육 정책, 고교평준화 정책, 삼불 정책, 조기영어 정책 등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교육정책도 따지고 보면 모두 대학입시와 연동되어 있다. 대학입시제도를 언급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처방도 무의미하다.
  대학입시제도는 노동자 민중의 이해관계와 가장 밀접하게 관련된 계급적 쟁점이다. 교육부와 각 대학이 어떤 입시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계급적 이해 관계는 엇갈린다. 예컨대 논술 등 대학별 고사가 강화될수록, 수능의 난이도가 높아질수록, 내신의 실질반영비율이 낮아질수록 부유층 학생에게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 나아가 입시 제도는 그 속성상 자주 바뀔수록, 복잡하게 바뀔수록 새로운 정보에 쉽게 적응하고 고액의 사교육을 통해 다양한 전형 요소에 대비할 수 있는 계층에게 유리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대학입시제도는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의 핵심 기제이다.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는 대학서열화체제는 곧 한 인간을 특정한 사회적 지위에 귀속시키는 역할을 하는 기제이며, 현재의 대학입시제도는 부유층에게 상위권 대학 진학을 위한 일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기득권층은 고액의 사교육과 조기유학, 특목고 등 ‘그들만의 리그’를 통해 손쉽게 자신의 자녀들에게 부와 권력을 대물림하고 있으며, 기댈 언덕이라곤 학교 교육과 동네 보습학원뿐인 노동자 민중들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대학입시라는 문턱 앞에서 좌절과 절망만을 확인할 따름이다. 최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세칭 일류대학 신입생의 30%가 서울 강남권과 특목고 출신 학생들이라는 통계는 이런 교육 불평등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아가 대학입시제도는 신자유주의적 경쟁 논리를 내면화하는 핵심 기제이다. ‘내신 등급제’로 인해 같은 반 친구와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수능’을 통해 가상의 적과 싸우는 법을 배우고, ‘논술 본고사’를 통해 지식마저 상품화하는 법을 배운 사람에게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정신을 기대하기란 어렵다. 신자유주의는 폭력으로 민중을 굴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경쟁의 논리를 내면화시킴으로써 자신의 논리를 강화한다.
  그렇다면 대학입시제도의 근본적인 해법은 무엇인가? 해방 이후 총 16차례 입시제도가 바뀌는 동안 내신, 학력고사, 수능, 자격고사, 대학 본고사 등 나올 수 있는 모든 방법은 다 나왔지만 단 한 번도 가혹한 입시 경쟁을 해소하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입시를 통한 교육불평등은 더욱 확대되어 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전국 60만 수험생이 오로지 서울대를 들어가기 위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멈추지 않는 한 어떠한 입시제도가 들어오더라도 현재와 같은 무한 경쟁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교육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EBS 방송 과외를 도입하든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든 저소득층 지원을 확대하든 이는 또 하나의 입시 부담만 수험생들에게 안겨 줄 따름이다. 아이들은 0교시 수업을 한 후, 정규수업을 한 후, 방과후 보충수업을 한 후, 야간 자율학습을 한 후, 학원을 간 후, EBS 인터넷 강의에 접속을 하고 나서야 심리적 위안을 얻은 후 잠자리에 들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하더라도 ‘강남 불패, 특목고 불패’의 신화는 결코 깨지지 않는다.
  결국 해법은 하나다. 그것은 대학서열화체제를 해소해 입시 경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사교육 공급 확대 정책을 쓰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 수요 자체를 없애는 것이다. 대학서열화체제 해소란 곧 대학평준화이다. 대학평준화란 모든 대학이 균등한 교육 여건을 갖추는 것, 그리고 입시의 문턱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하여 일정한 자격을 갖춘 학생이라면 누구나 가까운 대학에 가도록 하는 것, 누구나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대학, 어느 학과를 나왔느냐에 따른 사회적 차별을 없애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조금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입시 문제야 말로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의 계급적 차별성을 분명히 대립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한나라당 등 수구세력은 입시를 통한 교육불평등 현실을 오히려 심화시킬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삼불정책 폐지, 대학의 선발 자율권 확대, 특목고 및 자립형 사립고 확대, 고교 평준화 해체, 조기 영어교육 강화 등은 아예 교육을 통한 계급재생산 구조를 노골화시키는 정책이다. 이른바 범여권 진영의 정책은 기껏해야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후 학교 등 사교육 지원 확대, 삼불정책 유지, 그리고 그 실체도 애매모호한 예비교양대학 설립 등이다. 삼불정책이 유지되더라도 입시 경쟁은 해소되지 않으며, 저소득층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하더라도 사교육 문제는 해결되지 않으며, 예비교양대학이 설립되더라도 대학서열화체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해법은 단순하다. 초등학생 입시 지옥을 없애기 위해 1969년도에 중학교 입시를 없애고 중학생 입시 지옥을 없애기 위해 1974년 고교 평준화 정책이 도입되었듯이, 이제는 대학평준화를 시행할 때이다.


  이제는 ‘대학평준화’를 상식으로 만들 때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대학평준화, 그게 말이나 되냐고. 다른 나라에서는 상식인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상식이 아닌 것이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대학평준화이다. 대학의 학문 경쟁력 1위를 자랑하는 핀란드는 완벽한 대학평준화 체제이다. 세계적 석학을 배출한 철학과 교양의 나라 프랑스도 대학평준화 체제이다. 신자유주의의 원조 미국의 대학도 소위 아이비 리그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공립대학은 평준화 체제에 가깝다. 우리나라처럼 서울대를 정점으로 하여 전국의 모든 대학이 한 줄로 서 있는 나라는 일본 정도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국민들이 대학평준화라는 개념을 한번 정도는 들어 본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학벌없는사회’가 ‘학벌폐지’를 선도적으로 주장하고, 강준만 등 일부 학자가 ‘서울대 폐지론’을 주장하고, 2002년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이 정진상 교수의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안을 바탕으로 한 ‘대학평준화’를 제기하고, 전교조가 2003년도 공교육 개편안을 제출한 이후 생겨난 변화이다. 그리고 교육운동진영뿐만 아니라 다수의 진보운동진영이 이제는 대학평준화를 자신의 정책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때가 있을 때마다 주장해야 한다. 대학평준화 없이는 입시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고. 대학평준화 없이는 사교육비 문제 해결되지 않는다고. 대학평준화 없이는 대학의 학문 발전 있을 수 없다고. 대학평준화는 바로 노동자 민중 당신을 위한 정책이라고.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 집회 때마다 대학평준화, 입시 폐지의 슬로건이 내걸려야 한다. 진보적 매체를 통해 입시 문제 해결을 위한 기획을 만들어 내야 한다. 조합원 대중을 위한 강연에 대학평준화라는 주제를 내걸어야 한다. 민주노총, 전농 회원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선전 작업을 해야 한다.
  범국민교육연대에서는 2003년 공교육 개편안의 정신을 계승하고 2007년 대선의 의제로 제출하기 위한 대선교육정책 1차 제안서 <교육평등 2007, 입시 철폐로 인간다운 교육을>을 제출하였다. 2007년 대선에서 교육노동운동진영이 내걸 핵심적 주장은 바로 대학평준화와 입시 철폐이다. 대선은 이런 의제를 대중적 담론으로 승화시킬 절호의 기회이다. 그리하여 교육노동운동진영이 수세적 국면에서 벗어나 신자유주의와 총체적으로 맞설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향후 5년을 또 다시 인고의 세월로 보내야 한다.
  상상해 보자. 보수정당 후보가 ‘고교평준화 해체’를 주장하고 이에 대해 무기력하게 반박하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반대로 상상해 보자. 대선 후보의 입에서 ‘대학평준화’ 주장이 나오고 이에 대해 보수정당 후보들이 반박하는 모습을. 인터넷 댓글에 무수히 대학평준화 찬반 논란이 벌어지고, 술집에서 ‘대학평준화’가 안주거리로 등장하는 모습을. 그리고 11월 교사 대회에서 ‘대학평준화’와 ‘입시 철폐’의 깃발을 휘날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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