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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수능체제개편 현황과 대응

-- 진영효(서울 상암중, 전국교과모임연합의장)


1. 학교 현장의 혼란과 아우성

‘초등은 일제고사 때문에 1학기에 국영수사과 집중이수하고 수업시수도 늘리는 학교가 있데’, ‘초등은 줄어든 창체 시간에 보건, 한자, 정보까지 하래’, ‘00중학교에서는 도덕 선생이 음악수업을 하기로 했데’, ‘00시 교육청에서는 고등학교 00과목 선생님 00명이 중학교로 내려간데’ ‘어라! 중학교 사회1학년 교과서랑 3학년 교과서의 일부 대단원 내용이 똑같네’, ‘주 당 2시간 하던 수업을 5시간씩 어떻게 하지? 그것도 3개 학년 교과서로 2개 학기에 모두 끝내야 해’, ‘우리학교는 소수교과 수업시수가 줄어 과원이 많아’, ‘정기전보 갈 학교가 없어 순회교사로 돌아섰지’, ‘영어, 수학 기간제 교사가 자꾸 늘어나네!’, ‘앞으로 부전공 연수 받지 않으면 우리 과목 교사 설 자리는 없어’,‘ 수업시간이 없으면 진로상담교사라도 해야지, 아니면 아예 명퇴라도 할까?’, ‘우리 반은 한 학기동안 담임 수업 없이 지내야 해’, ‘집중이수제에 따른 전입학생 수업결손은 방학동안 집중이수한데’, ‘수능개편 확정에 맞추어 우리 (고등)학교는 1월에 교육과정편제표 다시 짰어’ ․․․․․․

2009개정교육과정이 학교현장에 도입되는 첫 해인 올 3월, 교육청마다 학교마다 선생님마다 모두 아우성이다. 그간 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예견되었던 문제들이지만 급별, 지역교육청별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으며 일거에 폭발하고 있지도 않고 있다.
원래부터 초중고 급별에 따라 적용방식의 차이가 있으며, 영수몰입교육 등에 대한 여론의 비난과 준비되지 않은 교원수급으로 교과부가 한발 물러서 연착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교과부는 영수중심교육 지양, 예체능교육 기준시수 준수지침, 창의인성교육과정, 평가방안 개선, 창의적체험활동 활성화와 입학사정관제를 연계하는 등의 보완지침을 계속 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도 교육감의 의지에 따라 지침이 제각각이다. 더구나 근본적 문제와 적용과도기에 따른 문제까지 중첩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의 핵심은 지속될 것이며 더욱 악화된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올 해 1월 발표된 ‘교과교육과정개정방향’과 ‘2014년 수능체제개편’의 확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2. 2009개정교육과정의 종결자 1, 교과교육과정개정 방향

교과부는 2011년 1월 26일, '2009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따른 후속조치로서 교과 교육과정의 주요 개정 방향을 발표하였다. 2011년 말까지 초・중등학교에서 가르치는 전 과목의 내용을 개편․고시하고, 2014학년도에 초1・2, 중1, 고1 학생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개정방향의 주요내용과 비판적 분석은 다음과 같다.

1)학년별로 개발하던 교육과정을 학년군 단위로 개발하고 전체 교과 교육내용을 약 20% 정도 감축

이는 2009개정교육과정의 학년군과 교과군 도입에 따른 추가조치로서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즉 기존 학년별로 개발된 교과서 대신 학년군 교과서가 있어야 실제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새롭게 도입될 교과서는 2014년부터 적용되며, 2011년부터 2013년까지는 집중이수과목의 경우 기존 학년별 교과서를 2개 학기 동안 한꺼번에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2011년도에는 기존의 3개 학년 수업 내용을 모두 중학교 1학년에서 집중이수하는 경우 1,2학년 내용은 2007개정교과서, 3학년 내용은 7차교육과정 교과서, 총론은 2009개정교육과정 운영해야 한다. 즉 2009개정교육과정 총론과 교과교육과정이 3년간 조응하지 못하는 문제이다.
교과교육내용 20%감축은 7차 개정시부터 공언했으나 공염불이었다. 입시경쟁에 따른 변별력 요구는 끊임없이 교육내용의 양과 난이도를 인플레를 가져왔다. 이는 결국 학습부담의 가중으로 나타나고 비입시과목의 학습량 축소와 주요입시과목(국․영․수)의 수준별 교육과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영수 중심의 입시경쟁에 따른 학습부담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2)국가・사회적 요구사항(창의・인성교육, 녹색성장교육, 다문화・글로벌사회에 적합한 국가정체성 교육 등)을 관련 교과 교육과정에 반영

교육과정 총론에 제시된 교육목표와 별도로 ‘국가․사회적 요구사항’을 명분으로 녹색성장교육과 국가정체성 교육 등을 교과교육과정에 반영하게 하는 것은 국가주의와 시장주의적 이데올로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이다. 이미 역사적 유물이 되어버린 유신시대의 ‘국적있는 교육’, ‘한국식 민주주의 교육’, ‘국민교육헌장과 국기에 대한 맹세’ 등의 망령들을 다시 되살리고 있으며, 한국 근현대사 교과서 논란, 전경련의 경제교과서 제작 배포 사건 등을 이제 모든 교과에서 재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

3) 학교교육과 대학입시의 연계강화를 고려한 선택과목 재구조화방안

- 고등학교 영어․수학 선택과목을 수준별로 기본/일반/심화과목으로 재분류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시도되었다가 비판여론에 부딪혀 철회된 ‘수준별 트랙’의 부활이다. 수준별 수업은 사실상 단위 학교 내에서 우열반 수업에 다름 아니다. 그간 수준별 수업이 학교 내에서 우열반 편성 정도였다면, 개편안은 이제 교과서(교육내용)와 평가(내신과 수능)까지 수준별로 나눔으로써 완벽한 수준별 트랙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 강화 방안에는 그간 단위 학교 내의 우열반을 학교 간 우열을 가능하게 하는 사실상의 고교평준화 체제의 해체까지 포함하고 있다. 되돌아보면 7차 교육과정의 주요내용이었던 ‘수준별 교육과정’의 종착지이자 완결판이다.

- 고등학교 1학년 국민공통기본교과목 폐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선택교육과정으로 전환하면서 이미 예고된 조치이다. 1학년 공통과목은 2013년까지 선택 대상과목으로 남겠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할 것이며 2014년부터는 아예 없어지는 것이다. 1학년 과목내용은 선택교과목으로 재구조화되어 반영된다고 하지만 사회, 지리, 도덕 교과 과목들은 선택의 폭이 좁아 결과적으로 배우지 않게 될 것이다. 과학, 한국사, 제2외국어, 한문, 기술·가정, 정보 과목 등은 살아남았지만 선택되지 않을 수 있으며 체육을 하지 않는 학년도 발생한다. 결국 대학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목은 더 이상 교육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제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영어, 수학 교과만 중시하면서 타 교과는 아무런 교육적 타당성 검토도 없이 일방적으로 폐지․축소함으로써 교육적으로 영양 불균형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7차의 ‘선택형교육과정’이 2007개정교육과정에서 일부 후퇴하였다가 애초의 목적지로 되돌아온 셈이다.  


3. 2009개정교육과정의 종결자 2, 2014수능체제개편안

2011년 1월 24일, 1년간 개편방향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 속에 수능 체제개편안이 확정되었다. 언론에서는 근본적으로 바뀐 것이 없다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고등학교 교육의 근본을 뒤 흔드는 것은 교육과정이기보다 내신, 수능체제, 입학전형 등이다.

  1) 개편안 내용
   핵심은 국어, 영어, 수학 수준별 수능과 탐구영역(사회탐구, 과학탐구, 직업탐구)의 축소이다. 이와 같이 운영된다면 사회, 과학, 직업관련 과목들이 현재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다르게 이야기한다면 국어, 영어, 수학 (인문·사회계열 진학생은 국어, 영어 중심, 자연·과학계열 진학생은 수학, 영어) 중심으로 학습의 중요도가 높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교과의 중요도와 선택율이 조정되고 당연히 교사 소요 수와 과목별 구조조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 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2009개정교육과정에서 영어, 수학 중심으로 재편되고 수능체제개편으로 국어, 영어, 수학으로 중요도를 높이며 총체적으로 학업성취도평가(일제고사)를 통해 지속적인 과목편중 및 성과관리(성적을 통한 통제)를 이어간다는 것으로 보인다.


< 주요 개편 사항 > (표는 첨부파일 참조)


  2) 개편안에 숨은 의도
그런데, 왜 이렇게 교육과정과 수능체제를 개편하게 되었을까? 탐구영역의 비중을 줄이면 어떤 효과가 있다고 본 것일까. 수학능력평가에서 탐구영역의 비중이 높아 부담스럽거나 문제가 많았다고 보는 것일까? 이는 주당 8과목 이내 편성이 수업부담, 학습부담 축소와는 무관함에도 학습부담을 축소시켰다고 언론플레이 하는 것과 동일선상에 있다. 탐구영역의 과목수를 줄였으니 수능 대비할 과목도 줄었다는 것이고 이는 학습부담을 줄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비할 과목수는 줄었어도 경쟁요소는 줄지 않았으므로 결과적으로 똑 같은 경쟁은 지속 될 것이다.
더불어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놓여 있다.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은 결론적으로, 의도적으로 국민의 계급을 나누어 놓는다. 탐구영역을 줄이고 국, 영, 수 중심으로 재편되면 이는 어릴 때부터 충분히 관리해 오거나 해외에서 어학연수 등을 한 경험이 있는 소위 부유층 자녀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교육과정이 되는 것이다. 교육을 통한 계급 상승의 기회를 더욱 차단하며, 부의 세습, 권력의 세습에 더욱 유리한 구조가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도 2원화(일반계고 VS 교육과정 자율화고)로 나누는 것이고 수능체제 또한 개편하는 것이다.
  일제고사와 정보공시를 통한 학교 서열화, 교원평가와 통제를 통해 학교를 입시 VS 비입시로 나누고 결국 입시에 유리한 부자 교육과 입시에 불리하여 포기하게 만드는 가난한자 교육으로 나누고 있다. 이는 교과간에서도 주요교과 VS 비주요교과로 나누는 우를 범하고 있다.



4. 교육과정․입시체제 재개편을 향하여

2009개정교육과정과 2014수능체제개편은 이제 확정되어 예정대로 시행되고 있다.제도적 여건의 미비와 반대여론, 일부교육청과 단위학교들의 노력으로 교과부는 부분적 후퇴․연착륙 전략을 구사하고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교과/교사 구조조정이 심화되어 갈 것이다. 그러나 정략적 계산과 권력의 힘으로 강제되고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시행초기라 불안정하며 영․수 몰입교육, 입시경쟁교육, 사교육비 증가라는 반대여론의 역풍에도 자유롭지 못하다. 이와 같은 태생적 한계는 권력의 임기 말에 다다를수록 사회적 설득력을 잃어 갈 것이며 재개정의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하여 교육주체들(특히 교사, 교수, 예비교사들)의 주체적 대응은 더욱 중요하다. 이미 끝난 일이라고,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잘 활용할 방안을 찾다가는 모두 길을 잃어버릴 것이다. ‘우리 교과만, 우리 학교만, 내자리만’ 지키다가는 교과/교사구조조정을 당할 것이며, 학교의 교육적 가치 또한 붕괴되어 갈 것이다.
문제는 이미 7차 교육과정으로부터 시작하였으며 이제 그 종착지에 다다랐다. 수준별 교육과정과 선택형교육과정은 결국 입시경쟁교육을 더욱 심화시키는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교육과정개정과 수능개편은 고교선택제, 고교평준화해체, 일제고사 등과 함께 신자유주의 교육정책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파생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서열과 입시교육이 존재하는 한 입시체제와 교육과정을 아무리 바꾸어도 문제의 본질은 남는다. 결국 우리의 투쟁 전망은 학벌사회 타파, 입시폐지와 대학평준화까지 나아가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개정교육과정과 수능개편 반대와 재개정을, 거시적으로는 입시폐지․대학평준화 운동을 함께 하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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