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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호 [진보칼럼] 교사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

2010.07.16 16:06

진보교육 조회 수:1834

[진보칼럼] 교사의 정치활동의 자유에 대해

이윤미(홍익대 교육학과)

한국은 교사의 정당 후원 문제로 논란이 많다. 더욱이 지방선거 직전에, 법원에서 판결도 나기 전에 파면 해임이라는 강경조치를 취한 교과부의 행태에 대해 의혹이 컸다. 합법 교원노조를 법외 단체로 만들겠다는 꾸준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는 인상도 있다.
세계 최고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는 북유럽에서 교사의 정치활동의 자유는 누구도 시비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문제이다. 그 때문에 생존권(파면 해임)을 위협받으면서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확보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은 더욱 답답하게 느껴진다. 어느 사회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당연하게 누리는 자유가 다른 사회에서는 숱한 희생을 치르며 어렵게 정당화되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깝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의 국가들에서는 교사가 정당가입을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회나 지방의회의 의원으로 활동한다. 의원의 다수가 교사 출신이기도 하다. 교사들은 의회에서 교육관련 분야(교육관련 위원회)에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개인으로 활동한다. 이들 나라에서 교원노조의 조직율은 80-90% 이상이며 단체행동권을 포함한 노동3권이 모두 보장된다. 스웨덴 최대 교원노조(LF)에서는 많은 조합원들이 정당소속으로 국회와 지방의회에 진출해 있고, 교원노조 입장의 정책반영을 위해 의회에 진출한 조합원들과 일반 조합간의 간담회를 실시하기도 한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극대화하는 열린 정치를 하면서 각종 직능조직(조합)과 전문관료조직, 정당, 의회 간에 의사소통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는 효과적인 정치체제를 운영해왔다. 국가의 공무원이 공무수행 이전에 자연권을 지닌 개인이고 개인의 자유와 권리가 제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할 경우 교육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라는 부분에 대해서도 이들은 ‘성숙한’ 태도를 취한다. 북유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정치적으로 비교적 온건보수의 입장을 유지해왔다는 핀란드 단일교원노조(OAJ)의 전 대표는 교육활동은 정치적 사안이 아니라고 전문적 사안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교사들이 개인적으로 정당활동과 정치에 참여한다고 말한다. 즉, 개인의 정치활동과 교사로서의 교육활동은 별개라는 것이다. 스웨덴, 노르웨이에서도 교사의 정치참여에 개방적이지만, 교실현장에서 정치적으로 균형을 취하는 것은 중시한다. 교사 개인의 정치적 입장과 무관하게 교육적 양심에 근거해서 교육활동에서는 ‘균형’이 담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교사의 정치적 자유가 보장된다는 것과 ‘편파적인 수업’을 해도 된다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든지 알고 있다. 교육의 장은 당연히 모든 이념이나 의견에 대해 ‘공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종교를 비방한다든지, 학생이 가진 어떤 의견을 자신의 의견으로 무리하게 이끌어 가서는 안 된다는 것은 학생을 대하는 교사라면 갖추고 있을 기본적 소양이다. 교육에서의 편파성을 우려해서 교사의 정치활동 일체를 교육공무원법에 의해 단속하고자 하는 것은 한국사회의 ‘특수 여건’을 강조하는 냉전적 통제논리와 교직을 수행하는 교사들의 양식을 불신하는 구시대적 관리문화에 기인하는 것이다. 정당가입의 자유조차 허용하지 않는 국가는 적어도 한국이 모델로 삼는 구미선진국 사이에는 없다.
그렇다면 ‘편파성’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나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문제가 매우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어느 누구도 국가나 모든 사람의 교육을 책임지는 공교육이 편파적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교육은 모든 사람에게 ‘공정’해야 한다. 교육에서 주장되는 중립의 의미는 ‘공정성’이라고 봐야 한다. 근대사회 이전까지 교육이 특정계층과 특정이념, 종교, 가치를 전수해왔다면, 현대사회에서는 모든 지식과 가치에 대해 열린 관점을 가지고 공정하게 다룰 것이 기대되는 것이다.
지배이데올로기조차도 여기서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개방적이고 열린 사회에서의 교육은 모든 이념이나 주장에 대해 합리적으로 따지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은 편파적 국가이념에 대해서도 균형을 취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립은 그런 의미에서 객관적 비판과 합리적 논쟁에 기반한 보다 적극적인 정치성을 포함하는 것이지 ‘탈정치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양심의 자유를 묵살하고 강요된 중립성은 이미 그 자체로서 ‘충분히 정치적’인 것이다.
헌법적 인권을 가진 개인들을 공무원이라는 틀 속에 묶어 ‘맹목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 체제는 인권을 제약하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자체가 중립성에 대한 매우 편협하고 편파적인 정의에 기반하고 있음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본적 수준에서의 논란에 열정을 소모해야 하는 한국의 상황과 이 모든 것이 너무도 명백해서 문제조차 되지 않는 북유럽사회가 대비되어 씁쓸하다. 열린 사고와 합리적 판단력을 가지고 전면적으로 발달한 개인들이 국가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여전히 착시적인 용어들을 사용하며 구시대적 냉전논리로 우민들을 만들어가는 한국 교육에 대한 안타까움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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