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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호 [특집] 2008 교육운동의 방향과 과제

2008.01.07 00:25

진보교육 조회 수:1956

[특집]
2008 교육운동의 방향과 과제
정세분석팀



현 상황에서 주요하게 제기되는 방향과 과제는 최근 1-2년간의 단기적 흐름이 아니라 1990년대말 전교조합법화 및 신자유주의 공세 이후 진행되어 온 중장기적 요소와 흐름 속에서 파악된다.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운동 전반은 최근 대중동력의 이완과 조직력의 위기, 운동의 전망과 정체성의 부재 등의 문제를 겪고 있으며, 교육정세의 큰 흐름은 시장화 공세가 강화되면서도 여러 한계를 노정하고 있는 매우 복합적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정세 및 운동의 큰 흐름을 살피면서 방향과 과제를 분명히 정립하고 미시적 상황과 결합하면서 구체적 방안 도출 및 대응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  

1. 현단계 교육운동의 흐름과 상황

1) 위기적 흐름과 요소들

* 대중동력과 조직력의 이완
최근 가장 주요한 현상 중의 하나가 대중동력의 급격한 이완과 조직력의 위기 현상이다. 전교조의 경우 지난 수년 간 강하게 버텨 왔던 성과급, 교원평가 등 구조조정전선이 2007년 이후 급격히 저하되어 왔다. 이는 지도부의 투항적 방침과 오류 탓도 크지만 근본적으로는 새로운 전망이 개척되지 않는 오랜 수세적 전선에 차츰 동력을 잃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반복되는 수세적 저지투쟁’의 한계이다. 그간 가열차게 진행되다 2007년 이완된 교대투쟁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동력 이완은 광범하게 표면화된 조직력의 이완 현상으로 연결되고 있다. 전교조의 경우 지회장, 대의원 선거에서 미등록 사태가 속출하였다. 예전 같으면 의견그룹 간 경선이 치열했을 지역도 많은 부분 어려움을 겪었다. 동력 이완이 헤게모니를 향한 정파들의 욕구를 뛰어넘는 상황인 것이다.

* 전망과 정체성의 부재
위기의 중요한 근원 중의 하나는 신자유주의를 넘어선 교육운동의 새로운 정체성 부재 문제이다. 교육공공성이라는 추상적 개념은 제출되었지만 구체적 과제와 실천으로 형상화되지 못해왔고 교육운동의 새로운 동력 형성으로 연결되지 못해 왔다. 물론 수년 전부터 정체성 부재의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이념에 대한 논의, 공교육개편안 제출 등 간헐적 노력을 하긴 했지만 대중적 공유와 실천으로 발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전망과 정체성 부재 문제는 그 동안 구조조정전선이 강고할 때는 심각성이 덜 했으나 최근 구조조정에 대한 대중적 저항의 한계와 맞물리면서 광범한 위기적 현상을 낳고 있다.


2) 변화의 요소와 공세의 계기

* 교육시장화공세 강화와 한계 동시 노정
오랜 공세 속에 차츰 지쳐오긴 했지만 교육시장화 공세도 그 한계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BK21, 대학구조조정, 7차교육과정, 특목고 양산, 2008입시안 등 지난 10여 년 간 펼쳐진 교육시장화정책들은 사교육비해소, 교육정상화와 향상은커녕 청년실업, 학벌, 사교육비고통 등 오히려 문제를 더욱 증폭시키면서 폭발 직전의 상황을 몰고 왔다. 그것이 이번 대선에서 정동영 등 자유주의세력 조차 방향수정의 교육공약을 제출하게 된 요인이다. 물론 여전히 경쟁이데올로기가 우위에 있지만 이전과는 상당한 지형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새 정권은 기존의 시장화정책을 더욱 가속적인 형태로 추진하겠지만, ‘대입자율화와 특목고300개로 사교육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공약에 대부분이 ‘몇 배는 늘 것이다’라고 콧방귀를 뀌는 것에서 나타나듯 ‘한계 속의 공세 강화’가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다만 교원평가 등 구조조정은 아직 기존의 관성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정세는 시장화공세의 지속과 강화, 한계와 저항 등 매우 복합적이다.




* 본고사-특목고 학교시장화냐/평준화냐 : 핵심고리에서 맞붙다
복합적 교육정세 속에서 매우 중요하고도 핵심적인 대결이 시작되었다. 바로 본고사-특목고 학교시장화정책의 전면적 제출과 반대로 입시폐지와 고교평준화강화-대학평준화 투쟁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주의에서는 그 동안의 구조조정공세 단계를 넘어 교육시장화의 핵심이자 꽃인 ‘학교시장화’ 공세를 본격화한 것이고, 진보진영은 그 동안의 부분적 실천과 수세적 대응의 한계를 절감하는 가운데 입시-학벌체제 모순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핵심 고리에 대한 공세적 투쟁의 방향타를 잡은 것이다.
복합적 정세 속에서 이 대결은 중대하고도 복합적인 성격과 의미를 지니며 한국사회에서 입시가 지닌 지위는 그 의미를 더한다. 첫째, 서로 간의 사활적 지점이다. 시장주의 입장에서는 학교시장화를 통한 교육시장화의 전면적 완성의 의미를 지니며, 진보진영 입장에서는 전반적 정책 기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일대 계기가 된다. 둘째, 불가피한 대결이며 쌍방 간의 공세적 투쟁이다. 대입제도 개편의 경우 고교평준화-대학서열화의 모순적 시스템에 기반한 기존 입시안이 파탄나는 상황에서 양 쪽 모두 대안적 공세로서 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공세와 방어가 같이 결합된 치열한 대립으로 전개된다. 셋째, 교육시장화의 핵심 고리인 동시에 약한 고리이다. 굵직한 정책 중 본고사 공세가 가장 늦게 제출되는 것은 그 만큼 만만한 문제가 아니고 제반 조건 형성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묘하게도 기존의 관성과 현재적 역관계 때문에 ‘학교시장화’가 정권의 ‘공세적 우위’에서 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교육문제에 대한 강한 평등 요구, 입시문제의 폭발력과 이전 본고사체제의 경험, 학벌과 대학서열화 입시교육에 대한 전반적 문제의식 등 상황 역전의 조건은 매우 광범하다. 시장주의는 이 어려운 공세를 교육시장화정책의 한계가 드러나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 향후 전망은 매우 유동적이다. 시장주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사안들과는 다르게 쉽지 않은 공세이고, 우리는 아직 힘이 미약하다. 또한 교육의 전체 틀과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에 교육과정, 대학개혁 등 여타 의제들과 함께 다루어지면서 상당 정도의 시일을 거쳐 결판나는 문제이다. 입시를 둘러싼 공방, 담론, 역관계, 여타 의제와의 연관 그리고 구조조정전선과의 연관 속에서 비로소 그 향방이 결정될 것이다.

        
                                      

2. 2008년 구조조정 저지와 공세적 입시투쟁으로 새로운 판을 형성해야

1) 공세적 입시투쟁 :  능동적 정세 만들기와 대중적 정체성의 재형성
입시투쟁은 한편으로 불가피한 투쟁이기도 하지만 능동적이고 공세적인 성격을 지니는 투쟁이다. 뿐만 아니라 입시가 한국교육의 핵심고리라는 점에서 교육정세 전체 판을 새롭게 짜 나가는 투쟁이다. 입시투쟁을 매개로 한 능동적인 정세 형성은 기존의 오랜 수세적 상태를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전망과 동력 형성으로 연결될 수 있다. 2007년 하반기 입시국본의 활동은 핵심 의제와 담론으로의 상승, 다양한 주체의 결합, 자발적인 참여 등 그러한 가능성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또한 입시투쟁은 그 동안 구조조정 저지를 넘어서 진정한 교육개혁과 참교육실현으로 연결되는 교육운동 정체성의 실천적 재형성 과정이기도 하다. 입시교육폐지, 대학서열폐지라는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감성적 정체성을 내포한다. 입시투쟁을 매개로 한 정체성의 재형성과정은 그 동안 교육운동이 한참동안 ‘무엇을 위해 무엇을 향해 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해왔던 대중적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이 될 것이며 교육운동의 대중적 위기에 대한 근본적 처방의 하나이다.

2) 교육시장화 강화의 두 가지 사안 : 구조조정과 학교시장화
시장화공세로부터 비롯되는 2008 시기 교육정세의 가장 핵심적 사안 두 가지는 교원평가법제화 및 성과급, 법인화 등 ‘구조조정’ 문제와 특목고, 본고사부활 등 ‘학교시장화’ 문제가 될 것이다. 구조조정은 기존 공세의 지속, 강화의 흐름에서, 학교시장화는 교육시장화를 완성하려는 새로운 핵심적 공세로서 제기된다. 두 가지는 교육시장화공세의 지속, 강화라는 하나의 흐름 속에 위치한다.
    


교원평가 및 구조조정 문제는 전선 이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동력이 가장 집중되어 있는 지점이다. 뿐만 아니라 투쟁결과가 주체의 상태와 연결되는 중대한 문제이다. 따라서 비록 현재 전선이 이완되어 있다 하더라도 최대한 대중전선을 재강화하면서 법제화를 저지하고 성과급투쟁도 재강화해 나가야 한다.
학교시장화 문제는 자체로서 고교서열화저지, 대학본고사부활저지 등 투쟁사안이 되는 동시에 공세적인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운동과 직결된다.
직접적으로는 다른 사안이지만 교육운동은 ‘교육시장화 저지’라는 하나의 흐름과 방향 속에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두 사안이 하나의 흐름에서 제기되는 것일 뿐 아니라 따로따로 대응하는 것보다 통일적으로 묶는 것이 보다 대응력을 높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문제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3) 구조조정-학교시장화저지의 결합, 교육시장화저지-공세적 입시투쟁의 결합
2008년 시기 교육운동은 하나의 커다란 정세적 흐름에서 두 가지 차원의 통일, 결합이 필요하다. 하나의 차원은 앞서 지적한 교육시장화 저지라는 차원에서 구조조정과 학교시장화책동에 대항하는 것이고 또 하나의 차원은 저지투쟁을 넘어 입시투쟁을 매개로 공세적 투쟁을 결합하는 것이다.
이 같은 결합, 통일이 필요한 이유에는 하나의 정세적 맥락이라는 것 이외에도 몇 가지 실천적인 것들이 제기된다.
첫째, 기본적으로 역관계, 흐름과 분위기에서 불리한 상황에서 분리된 대응들은 사안별로 각개격파당하기 쉽다. 직접적으로는 사안별 대응을 하되 하나의 흐름으로 모아나가면서 교육시장화정책강화라는 기조에 대한 저항의 힘으로 표현해 나가야 한다.
둘째, 각 사안 간의 내용적 연결이 사안별 대응력도 키우기 때문이다. 예컨대 교원평가는 입시경쟁 강화와 내용적, 이데올로기적으로 연결되는데 입시경쟁교육이 교원평가의 조건과 동력이 되고 있으며(실력있는 교사) 또한 교원평가를 막지 못하면 교사들이 입시노동에 훨씬 옥죄일 것이라는 통일적 교선과 인식이 필요하다. 교원평가와 학교시장화는 가장 파괴적인 교육시장화정책으로 동일한 맥락에서 추진되는 것이다.
셋째, 그 동안 수세의 지속과 반복적 저지투쟁만의 한계는 충분히 보여져 왔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목적의식적으로 제기되는 것이기도 하고, 교육시장화 공세의 정점이기도 하고, 때마침 기존 입시시스템이 파타나는 상황에서 핵심고리이자 약한고리인 ‘입시개편투쟁’의 대결이 본격화한 상황에서 수세와 저지를 넘은 공세적 투쟁으로 교육정세 전체를 뒤흔들 필요가 있다. 공세의 결합은 저지투쟁 자체에도 힘을 주면서 대중동력을 재강화하는 방향이 된다.


3. 대선 직후부터 대오정비와 준비된 공세를 전개해야

아마도 새 정권은 교원평가법제화와 국립대법인화 등 예정된 구조조정은 물론이고 고교평준화해체와 본고사부활을 공공연하게 천명하고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2008입시안의 파탄과 혼란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미 준비된 프로그램 하에 대학과 보수언론의 공세 역시 예견된다.
새 정권의 공세는 대략 연말연시와 취임에 즈음하여 총방향과 담론수준의 교육시장화 강화정책 제시(구조조정과 학교시장화를 내용으로 하는) -> 총선 시기 공방전 -> 향후 정책 내용 및 일정 구체화 -> 일부 사안의 정기국회 법제화의 순서로 진행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대중적 지평에서는 패배주의와 무력감에 적지 않게 휩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정권의 정책방향은 노정권과 동일한 맥락이며 특히 교육정책 역시 거의 대부분 연속선 상에 위치한다. 새 정권의 정책방향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상황 또한 지금까지의 흐름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이다. 다만 좀 더 노골적으로 그리고 좀 더 빠른 속도로 교육시장화를 완성하려는 욕심을 가질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도래할 상황을 이미 어느 정도 예견하고 대비할 수 있다. 그 점에서 우리의 대응방향과 과제는 매우 명료하게 그리고 빠른 속도로 정립해 나갈 수 있다. 교육운동 진영이 흔들리지 않고 방향을 분명하게 해 나간다면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교육시장화정책과 저들도 쉽지 않은 고교평준화-본고사부활 등에 대해 힘있는 대응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며 공세적 투쟁의 전개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우선은 대선 직후부터 보다 광범하고 조직적인 논의를 전개하면서 가능한 빠르게 대오를 정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예견된 공세들에 대해 당당하고 체계적으로 맞받아치면서 대항의 힘과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분명한 방향 정립과 대오 정비, 당당한 대응만 해나간다면 학교시장화와 교육시장화완성이라는 오만한 공세를 반격과 역전의 계기로 되받아치는 공세적 전환은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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