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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초점] 자사고, 대한민국 교육의 재앙!

2009.07.13 18:49

진보교육 조회 수:1726

자사고, 대한민국 교육의 재앙!

                                              김용섭 / 전교조 서울지부 사립위원장

자사고 신청학교 최종 28개
이명박 정권의 교육 공약 중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 중 최근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 ‘자율형 사립고 3개년간 100개 설립’ 추진이다. 2009년 30개, 2010년 60개, 2011년 100개 완성을 목표로 무리하게 강행하고 있다.
자율형 사립고는 재단 전입금을 일정 비율(수업료+입학금 대비 재단전입금 광역시, 특별시는 5% 이상, 도지역은 3% 이상) 이상 유지하는 조건으로 등록금 비율을 인문계 사립고 대비 2~3배 정도 범위에서 징수할 수 있도록 하고, 교육과정의 80% 이상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열어놓은 학교를 의미한다.
자율형 사립고 도입을 본격화하며 교과부에서는 2008년 12월말에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를 시작으로, 2월에 시행규칙 입법 예고, 3월에 시행령 공포, 4월에 시행 규칙을 공포하며 자사고 도입을 위한 구체적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5월초에 서울시 규칙을 공포하고 5월 29일에 자사고 신청을 마감, 131개 서울시내 인문계 사립고등학교 중 33개 학교가 신청을 했다.  작년에 교육청 예비조사에서 나타난 67개 희망학교에 비하면 절반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각 학교에서는 학부모에게 비싼 등록금을 부담 지우며 학생을 특별히 우선 선발하는 것과, 고교 선택제를 통해 서울시 전역에서 학생을 모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신청, 미신청, 신청 후 취소의 형태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뒷짐 지고, 학생과 교육을 돈으로 갈라치기
자사고는 학부모들이 비싼 등록금을 감당할 것을 전제로 학교에서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을 정부가 눈감아 주는 형태이다. 물론 겉포장은 ‘고교 다양화’이다. 5년마다 학교평가를 통해 재지정을 한다고 하니, 자사고로 전환한 학교는 열나게 입시 교육을 시켜서 대학 입시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면 퇴출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이는 단순히 자사고 퇴출만이 아니고 학교 자체의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 대학 입시 제도 하에서 자사고가 ‘자살고’가 되어 스스로 학교 문을 닫아야하는 상황은 쉽게 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고가 처음 출발은 3류 학교였지만, 10년 정도 지나며 대학 입시에서 각종 특혜를 받으며 입시명문고로 거듭난 것처럼 자사고도 든든한 정권의 비호를 받으며 무럭무럭 성장할 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과부에서는 자사고 운영 관련 규제를 또다시 완화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MB 정권이 고교 다양화 300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주장했던 것 중에 하나가 소위 외고 등의 특목고 진학 과정의 ‘병목’ 현상 해소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무리를 해서라도 특수한 집단에 자녀를 보내고 싶지만 ‘그 수가 너무 작아 경쟁이 높으니 자연 사교육비도 많이 들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특수한 집단을 많이 만들면 상대적으로 입학이 수월해지며 사교육비도 적게 들 것’이라는 바보같은 생각을 한 것이다.
그동안 최상위층 학생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 특목고 진학을 포기했던 중상위권 학생들까지 자사고 입학 전쟁에 뛰어들면서 사교육 시장은 더욱 비대해지고 중학교 교육까지 고교입시를 위한 파행적 교육으로 망가지며, 자녀 교육에 유달리 애착이 많은 대한민국의 서민들 가랑이는 더욱 유연해지며 자녀들이 청소년기부터 사회에서 소외되며 가난을 되물림할 것이라는 안타까움에 한숨소리는 더욱 커지고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부시 아들 부시가 또 대통령이 되는 사회 양극화 현상이 대한민국에 머지않아 나타나는 것도 기대해봄 직하다. 정희 딸 근혜가 이미 현 정권의 배후 노릇을 하며 차기 대권 도전을 꿈꾸는 것은 유도 아니다.
자사고 신청 포기 줄이어
서울을 비롯한 각 지역에서 자사고를 신청했다고 포기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서울에서는 6월초 3개 학교에 이어, 두 개 학교가 추가로 신청을 포기하며 자사고에 대한 매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에서는 그동안 자사고 유인책을 무리하게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애초에 학생 등록금 기준을 ‘학교에 납부하는 총액’에서 ‘수업료 + 입학금’으로 완화하더니, 서울에서 등록금 상한액을 폐지하기도 하고, 입학 자격 기준을 정해 ‘중학교 내신 성적 기준 50%~100%’ 내에서 학교 자율로 제한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정리하면 ‘재단 전입금은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등록금은 무한히 확대 가능하게 하며, 학생들은 우수한 자원을 우선 선발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따라서 ‘사학 재단은 돈 걱정 너무 하지 말고 자사고 신청하고, 돈 좀 있는 학부모는 망설이지 말고 퍼뜩 자사고에 자녀를 밀어 넣으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왜 자사고 신청이 저조하고, 자꾸 뒤로 빠지는 학교가 발생할까? 어느 사학이 돈 투자는 최소화하면서 ‘입시 명문고’로 부활하고 싶지 않겠는가? 한마디로 ‘자사고의 경쟁력 미확보와 여전히 선발 과정에서의 불만’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입금 한 푼도 안내도 세금으로 다 지원해주고, 선생들 좀 돌리고 학생들 빡세게 굴리면 대충 지역에서 SKY 좀 보내고 4년제 대학 어지간해 보낸 다음 학교 건물을 뒤집에 엎을 만큼 큰 헝겊 쪼가리 이어 붙여서 ‘축 합격’ 현수막 좀 걸어주면 학부모들 앞다퉈 알아서 학교 선전해 주고 자발적인 찬조금 아낌없이 뒤로 갖다 주는데 굳이 아까운 뭉치돈 전입금으로 내놓으며 자사고로 전환할 이유가 별로 없다. 더군다나 학생 정원의 20%는 사회적 배려자로 의무적으로 충당하게 되어 있어 이들한테는 돈 한 푼 걷는 것이 지들도 민망하다. 물론 사회적 배려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알아서 등록금은 다 대준다고 했어도 말이다.
자사고, 선택제 = 평준화 해체 이란성 쌍둥이
현재 서울에서는 자사고와 고교 선택제가 동시에 추진 중이다. 자사고는 MB 정권의 선거공약이었고, 학교 선택제는 JT의 선거 공약이었다. 자사고는 특목고와 함께 우선 선발 대상이고 학교 선택제는 후기 선발 대상이다. 자사고가 많이 생겨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빠져 나가면 후기 일반계고 선택제는 나락 줍는 꼴이 되고, 자사고를 외면하자니 정권의 눈치가 보이고 진퇴양난이다.
고교 선택제는 마치 서울 전역의 고등학교 대해 학생들의 선택과 지원을 보장한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학생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학교는 퇴출시키겠다는 협박과 더불어 사립고등학교는 구조조정까지 노골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안 그래도 대학 입시 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교마다 거의 전쟁을 치르듯이 경쟁하고 있는데, 지금 정도의 경쟁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자사고, 선택제 도입은 무한 입시 경쟁으로 내몰기, 교육을 시장화하고 양극화시키기, 결국은 학교의 학생 선발로 갈 것이 뻔한 학생들의 다양한 선택 보장인양 포장하기 등 평준화 해체를 위한 이란성 쌍둥이다. 고등학교에서 학생들 인성몰입 교육은 도끼로 제 발등 찍기에 다름 아니다.
우리 사회에서 자사고 퇴출 시키기
고교 선택제 문제도 매우 심각하지만 일단 자사고를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마무리하면, 자사고 선정 과정에서 도입 자체를 중단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이다. 현재 교육청 앞 농성 투쟁, 삭발투쟁까지 전개하며 가열찬 투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막가파식 MB 정책 저돌성을 고려하며 쉽지 않을 전망이다. 중단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일단 최소화시키고 지속적인 투쟁을 통해 자사고에 선정된 학교가 스스로 포기하고 평준화 일반계고로 되돌리게 하는 투쟁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끊임 없는 지역 연대와 선전전이 필수이다. 고교 다양화, 학생 선택권, 교육 경쟁력으로 포장하여 언론에는 재갈을 물리고 정권 차원에서 끊임없이 호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자사고의 반교육성과 반서민성을 알리는 길은 풀뿌리 연대를 기반으로  선전과 공유를 통한 연대 투쟁이 핵심이라 할 수 있다.
7월 중순에 자사고 전환 학교를 선정하고 8월에 입학 모집 요강이 발표되면, 수순은 사실상 12월 입학 신청만 남게 된다. 8월에서 12월 입학 신청 전까지가 어쩌면 풀뿌리 연대를 더욱 철저히 가동할 시기이다. 미달 사태를 만들어내자. 단 1개 학교라도 미달 사태가 벌어지면, 이후 선전의 동력과 정책적 문제 제기가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화합과 통합을 얘기하지만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선을 긋고 차별화시키는 정권과 교육 정책에 맞불을 놓고 교육 공공성을 살리는 길은 우리들의 의지와 실천력을 담보로 함을 새삼스럽게 말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이 바로 그 때임을 어찌하랴.
그나 저나, 자사고를 저지해도 여전히 입시 명문이랍시고 학부모들의 치맛자락을 끌어당기도 있는 특목고는 또 어찌해야 하나? 학생 선택권 보장과 확대라고 사기 치는 고교선택제는 또 어찔할꼬?
지리산 자락을 걷다보면 지리산 주변에 머뭇거리는 것만으로도 뿌듯함을 느끼고 지리산 정기가 내 몸 안에 들어오는 듯한 기쁨을 만끽한다. 어디 지리산 뿐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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